A Wizard’s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255)
# 255
2부 Chapter.3 신혼과 일상
***
선혜는 침대에 앉아서 한숨을 쉬고 있었다. 어쩌다가 이렇게 일이 꼬였는지 모른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양아버지의 횡포. 그 횡포에 진하가 다치게 하는 건 절대로 안 되는 일이었다. 차라리 자신을 희생하는 편이 낫다.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선혜는 마음 한구석에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그 믿음이 아무리 쓸데없고 이뤄질 수 없는 것이라 할지라도.
선혜는 죽을 때까지 그 믿음을 가지고 살 생각이었다. 그 믿음이란, 어떻게든 진하가 구하러 와준다는 믿음이었다.
지금까지 그는 늘 그래 왔으니까.
언제나 슈퍼맨처럼 너무나도 힘들 때, 자신을 구해줬으니.
그 역사는 참으로 오래되었다. 그 시작은 보육원 시절이다. 버티기 힘들었던 그 시절. 내 편이라고는 아무도 없고 사방이 적 같았던 그 시절.
처음으로 구원의 손길을 내밀었던 건 어린 진하였다. 그 손이, 얼마나 자신에게 큰 의미로 다가왔는지, 지금도 그는 모르겠지. 선혜는 그렇게 생각했다.
입양도 그렇다.
좋은 집안에 입양됐으니 사람들은 행복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자신은 그저 딸을 연기하는 것 뿐.
양부모는 자신을 옭아매었다. 안 되는 것은 너무나도 많고, 그저 사람들에게 보이기 위한 딸을 연기시켰다.
정이란 걸 준 적은 없었다. 그저 자신에게 가면을 쓰게 했을 뿐.
보육원 출신들이 힘들게 살아가는 사실을 항상 상기하면서 양부모는 항상 으스댔다. 이렇게 좋은 것을 먹고 좋은 집에 살 수 있는 건 자신들 덕분이니 절대로 복종하라고.
그렇기에 선혜는 고개를 끄덕이며 연기를 해야 했다. 그들의 뜻에 따라서 자신이 아닌, 그저 가면을 쓴 기계를.
그러다 보니 삶은 물론, 모든 게 거짓이었으며 밤낮으로 우울증에 시달렸다.
그런 날들에서 탈출한 건.
역시나 진하 때문이었다.
이런 삶을 계속 살아갈 이유가 있을까?
그런 생각까지 하던 시절. 한계에 도달했던 그 순간. 진하는 마치 기사님처럼 다시 또 자신의 앞에 나타나 주었다.
정말로 우연한 길거리에서의 재회.
그때의 기분은 마치 하늘을 날아갈 것 같았다. 너무나도 만나고 싶었지만, 연락이 닿을 수가 없던 그 사람.
이 거리는 보육원이 있던 그 거리였다.
그렇기에 같은 공간. 진하가 다른 먼 곳으로 떠나버리지 않았다면 언젠가는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했으나 이뤄지지 않았던 수년이 지난 어느 날의 거리.
운명이 거부했다면 절대로 만날 수 없었던 우리.
그 거짓말 같았던 재회의 순간.
하필 그 순간 선혜는 마중 나온 양부모와 눈이 마주쳤다. 언제나 보육원 친구들 이야기를 하던 걸 싫어하던 양부모. 하지만 헤어지고 나서부터 거의 매일 그리워했던 사람이다.
그의 존재가 알려져서 부모님이 더는 만나지 못하게 하는 것이 두렵다는 생각까지 순간적으로 할 만큼.
그래서 선혜는 순간적으로 기지를 발휘해 가볍게 고개만 끄덕이면서 진하의 외투 주머니에 자기 핸드폰을 떨어뜨렸다.
“오빠, 너무 반가워. 근데 가봐야 할 것 같아.”
거의 지나가듯 그렇게 말한 후 스쳐지나간 그 순간. 마음속으로는 심장이 날아갈 것처럼 뛰고 있었다.
그 이후 선혜는 정말로 살아가는 기쁨을 알았다. 진하를 만날 때마다 진정한 자신을 내보일 수 있었으니까. 가면이 아니다.
가면 따위가 아닌 진정한 자신을.
진심으로 웃고, 진심으로 떠들고, 또 진심으로 울고.
그렇기에 그가 거의 반 강제로 고백했을 때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그러니까 선혜는 생각했다. 지금도 나타나 줄 거라고. 그럴 거라고.
콰아아앙-!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갑자기 문밖에서 커다란 소리가 들렸기에 선혜는 깜짝 놀라 일어났다.
***
“뭐야? 무슨 일이야?”
“몰라, 대문에서 큰 소리가 나는데?”
너무나 당연한 소리를 하면서 튀어나온 경호원들. 뭐 그리 지킬 것이 많다고 집안에 상주시킨 사장의 오른팔들이었다.
대문을 박살 낸 것은 루린이었다.
처음에는 주먹으로 대문을 쾅하고 치더니, 손이 아프다며 울상을 짓고는, 결국 브레스를 사용해서 완전히 녹여버렸다.
그리고 정원을 통과해 다시 저택의 정문으로 이동했다.
“이 문은 주먹으로 부술 수 있을 것 같다.”
루린은 그렇게 자신했으나,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어? 내 주먹 강하다! 아깐 아팠지만.”
“아니. 여기 열려있거든.”
“엥?”
그렇게 대문을 녹여버리고 열려있는 정문을 통해 집안을 돌파.
나는 업고 있던 이진하의 뺨을 때려 깨웠다. 동시에 경호원 4명이 한꺼번에 달려왔고 루린이 그 앞을 막고 고개를 치켜들었다.
그 광경을 설명하자면, 조그만 토끼 한 마리 앞에 굶주린 늑대들이 이글거리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
눈앞에 보이는 광경은 그렇다.
“히히히. 그대. 이번엔 주먹 써도 되냐? 대문보다 약해 보인다. 이 녀석들은.”
루린은 아까부터 무슨 주먹을 못 써 환장한 사람처럼, 주먹질을 강조했다. 뭔가 풀고 싶은 분노가 있어 보였다.
“그렇겠지. 대문보다야 강하겠어?”
그래서 맘대로 하라고 고개를 끄덕이자, 경호원들이 덩달아 우리를 보며 소리쳤다.
“뭐야 네놈들은, 무슨 개소리야?”
“야, 저놈은 그놈 아냐?”
“얼씬도 하지 말랬더니 집까지 잠입해? 미친놈이네 저거.”
경호원들이 이진하를 알아보고 인상을 찌푸렸다.
“여, 여기는…?”
이진하는 때마침 고개를 들었고 얼떨떨하게 주위를 둘러봤다.
“말씀드린 그대로 그 집안입니다.”
사실을 알려주자 이진하는 놀라서 벌떡 일어났다. 경호원들은 그런 이진하를 때려죽이겠다는 얼굴들을 하곤 달려들었다.
하지만 루린의 벽을 넘지 못했다. 이진하에게 달려드는 길을 거의 넘을 수 없는 4차원의 벽이 막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넌 좀 비켜! 이따 상대해 줄 테니.”
감히 누구한테. 뒤지고 싶나. 자신들을 가로막는 루린을 향해 경호원 한 명이 손을 뻗었다. 툭 쳐서 치운 후 이진하에게 달려가려는 듯 보였다.
하지만 루린은 그 손을 보더니 히히, 웃었다.
“뭐냐 이 손은. 에잇.”
그리고 그 손을 툭 건드렸다.
“크악?!”
동시에 그 남자는 저 멀리 날아가 쿠당탕 몇 번을 뒤집어졌다.
“역시 대문보다 약하다.”
퍼어어억-!
그리곤 루린의 십팔번. 항상 세레이나에게 휘두르는 발차기를 다른 경호원에게 선보였다.
“뭐, 뭐야!”
발차기에 당한 경호원이 저 멀리 날아가자, 옆에 있던 경호원이 황당한 얼굴로 루린을 쳐다봤다.
하지만 아까 명백한 실력을 봐서인지 잔뜩 경계하며 루린에게 무려 주먹을 날렸다. 그건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일이지.
그 주먹이 루린에게 소용이 없다고 할지라도.
“남의 아내한테 주먹질이 웬 말이야? 짜증나는 놈들이네.”
정당방위다 이거.
감히 내 연약한 아내를 건드리려 들다니. 천벌 받아 마땅하잖아?
쿠당탕탕-!
그 남자는 내 주먹에 뻗어버렸고, 나머지 한 명의 경호원은 주머니에서 전기충격기를 닮은 전기 총을 꺼내 사용하려 들었다.
“으오?”
하지만 루린에게는 별 소용이 없었다. 루린은 약간 찌릿하다는 얼굴로 얼굴만 찡그렸다.
퍼어어억-!
그 따가움의 대가로 전기총을 들었던 남자는 더 강한 발차기를 맞고는 벽으로 날아가 버렸다.
“두, 두 분은 대체…?”
그걸 본 이진하가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눈만 깜빡였다.
“우리가 문제가 아니고, 약혼녀에게 달려가 봐야 할 때 아닙니까? 그러고 있을 때가 아니죠?”
“네? 네! 그렇죠!”
현실을 일깨워줬더니 이진하는 넓은 집안을 뒤지기 시작했다.
아까 조사한 바로는 사장 말고 다른 가족은 없었다. 집을 지키던 경호원과, 가정부가 있을 뿐으로 가정부들이 놀라서 신고하려고 하기에, 루린이 마법을 써서 잠재워버렸다.
“선혜야!”
텅텅 빈 집에서 이진하가 약혼녀를 부르며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사장 방으로 향했다.
뒤가 구린 게 많아 보이니, 분명히 쓸 만한 것이 있을 것 같아서.
이왕 해주는 거 에프터서비스까지 해주는 게 내 미덕이거든.
아까 도청을 했던 사장 방.
역시나 문은 굳건하게 잠겨있다. 그 문을 보자마자, 쌓인 스트레스가 많았는지, 아마도 어제의 그 창피한 사건 때문이겠지만, 루린이 또다시 마법을 안 쓰고 부순다며 방방 뛰기 시작했다.
“할 수 있겠어?”
“저 정돈 할 수 있다. 아까 그 녀석은 철이었고, 이 녀석은 나무다. 나무는 약하니까.”
루린은 고개를 끄덕이며 문을 향해 발차기를 날렸다.
콰아앙-!
과연 루린표 발차기. 문짝은 너덜너덜하게 박살나 부서졌고, 손쉽게 집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그리하여 사장 방을 수색하기 시작했다. 뭐, 이런 데 있을 가장 중요한 거라고 하면.
나는 벽에서 정교한 금고를 찾아냈다.
분명히 뭔가 있어 보이는 금고였다.
***
이진하는 지금의 모든 것이 꿈을 꾸는 것 같았다.
그렇게나 여러 번 시도했으나 들어오기 힘들었던 그녀의 집.
그녀의 표현을 빌리자면, 살아서 경험하는 지옥의 공간이라던 바로 그곳으로 들어온 감회는 역시나 남달랐다.
그 두 사람. 특히나 남자 쪽은 사람을 편하게 만드는 미소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고.
뭔가 터무니없다고 생각하면서도 믿게 만드는 그런 매력이 있었다.
그래서 그가 지푸라기라도 잡아보는 게 어떠냐고 말했을 때 고개를 끄덕였다.
그 결과가 이것이다.
평생 자신이 도와준 사람은 많았으나 자신이 도움을 받은 일은 거의 처음이라고 단언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이진하는 무슨 일을 해서라도 이 은혜를 갚겠다고 맹세했다.
그의 올곧음은, 이런 것에 대해선 더욱 엄격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지금은 선혜를 구하는 것이 먼저.
“선혜야!”
“오빠!”
그렇게 그녀를 부르짖고 다니던 중, 이진하는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를 듣고선 가까이 다가갔다.
이제 그들을 막아선 것은 나무로 된 잠겨있는 문짝뿐. 그 문은 밖에서 잠겨있었다.
가정부조차 열 수 없게 만들어 놓은 것 같았다.
“오빠? 오빠 맞아?”
“그래, 나야! 가만있어. 내가 구해줄게!”
“오빠!”
이진하는 몸으로 부딪혀 문을 열기 시작했다.
쾅쾅쾅-!
필사적인 이진하의 몸부림. 그 결과 문짝이 조금씩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드디어 문이 열렸고.
선혜는 이진하를 향해 뛰어들었다.
하지만 그런 두 사람을 멈추게 한 것은 돌아온 그 남자. 양아버지와 같이 돌아온 다른 경호원들이었다.
선혜는 깜짝 놀라서 이진하의 앞을 가로 막았다.
또다시 불가능을 가능하게 해준 자신의 히어로. 그러니까 절대로 이번에는 절대로, 지키고 싶었다. 저 악마 같은, 아버지에게서.
“네놈들. 대체 일을 어찌 처리하는 거야?”
사장이 쓰러진 경호원들을 보며, 자신과 같이 외출했던 경호원들에게 소리쳤다. 경호원들은 몸 둘 바를 몰라 했고, 그 분노를 모두 이진하에게 쏟아 붓듯 씩씩거리며 다가왔다.
“오, 오지마세요!”
그러자 선혜가 날붙이를 꺼내서 자신의 목에 가져갔다. 뒤에 있던 이진하는 매우 놀라서 손을 뻗으려 했다.
“오빠도 멈춰. 더 이상 오빠를 불행하게 만들기 싫어…! 오면, 오지마세요! 죽을 거예요!”
“저게 미쳤나? 니깟게 죽는다고 뭐가 달라져? 니 목숨 가지고 협박한다고 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고 믿는 게냐? 끝까지 한심한 것 같으니라고.”
콰아아앙-!
하지만 그 순간, 집의 천장이 어째선지 반 이상 날아가 버리고.
어떤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해, 사장 옆에 있던 벽이 완전히 박살나 버렸다.
박살난 벽에서는 먼지가 날렸고. 그 먼지에서는 엘과 루린이 나타났다.
“목숨 가지고 안 된다면, 이건 어떻습니까? 당신에게는 사람 목숨보다도 이게 백배는 소중할 것 같은데요.”
엘이 종이뭉치와 USB를 손에 든 채 사장을 향해 말했다.
“네, 네놈 그건, 그걸 어디서!”
“어디긴, 금고에서죠.”
엘은 웃으면서 이진하에게 USB를 넘겼다.
“이거 저는 잘 모르겠는데 진하씨는 잘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으니 가지고 계세요. 그게 있는 한 절대로 선혜씨를 못 건드릴 겁니다. 파양절차도 빠르게 해주겠죠. 아마 이 종이뭉치는 그 USB의 원본 같은데, 정말로 비리 그 자체더군요.”
“그, 그걸 당장 내놓아라! 이놈들이…!”
“움직이지 마시지. 사진으로 찍었는데 바로 인터넷에 전송해 볼까?”
“……!”
엘의 말에 사장의 몸이 그대로 굳어버렸다. 경호원들도 마찬가지였다.
“봤죠? 그게 이정도입니다.”
“이걸 대체 어떻게…….”
“기업비밀입니다.”
엘은 다시 한 번 비밀을 강조하면서 재차 말했다.
“저놈들이 며칠 없어질 건데, 정신 차리고 오면 그걸로 선혜씨의 자유부터 찾으세요. 이제부터는 이진하씨가 움직여야 하는 겁니다. 두 분의 결혼을 위해서. 그러니까, 또 기업비밀 때문인데… 잠시 방안에 들어가 계시겠어요? 재회도 좀 기뻐하고요.”
“네? 아. 네네!”
기업비밀.
비밀이라면 지켜줘야 한다. 이미 이진하에게 엘은 세상에 둘도 없는 은인이었기에.
이진하는 선혜의 손을 잡고서 방안으로 들어갔다. 여전히 어리둥절한 얼굴이었으나.
선혜는 일단 자신의 임을 향해 달려들었다.
“오빠!”
“선혜야.”
“뭐가 뭔지 모르겠지만, 잘된 거지?”
“그런 것 같아.”
그렇게 두 사람은 꼭 껴안았고.
사장과 그 경호원 일당들은 엘이 시원한 태평양 한가운데로 이동시켰다.
아주 조그만 배 하나에 담아서.
엘은 한 며칠 정신 차리게 그렇게 둔 후 다시 풀어줄 생각이었다. 뭐 그래도 정신은 못 차리겠지만, 이진하와 류선혜를 건드리면 안 된다는 거야 깨닫지 않겠나.
그게 아니더라도 그 시간이면 이진하가 가진 무기로 이들과 싸울 준비를 마치겠지.
엘은 그렇게 생각했다.
그레이크 소년에게 그랬던 것처럼. 역시나 최종 마무리는 당사자가 지어야 하는 법.
그러고 다시 돌아오자, 루린이 팔을 벌렸다.
이진하와 약혼녀가 눈물을 흘리며 껴안는 장면을 보더니, 나도 나도, 라는 눈을 하고 있었다.
“대낮엔 싫다며?”
“껴안는 건 다른 거다!”
루린은 그렇게 말하면서 내가 껴안고 나서야 다시 나를 와락 껴안으며 좋아했다. 그럴 거면 제발 먼저 좀 껴안아라.
어쨌든 결과적으론 해피엔딩.
셋째 날은 그렇게 저물어 가고 있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