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Wizard’s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264)
# 264
2부 Chapter.5 루린과 노래
***
“그런데, 대표님. 또 자살하고 그러진 않겠죠?”
“야, 그건 걔가 특이한 거야. 입막음료를 그렇게 주는데 무슨 놈의 자살이야?”
임팀장의 질문에 박대표가 정색하면서 대답했다.
“배역은요?”
“당연히 못 주지. 거 티어가 얼마나 된다고 그런 애들로 채워?”
“하긴, 배역은 더 돈이 되는 애들로 채워야죠. 적재적소, 좋은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임팀장이 동의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됐고, 이은지의 아버지 놈 아직도 설치고 다니진 않지? 아직도 찾아오면 말해라. 쥐도 새도 모르게 처리하는 방법도 있으니.”
“그럴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발악하더니 최근엔 조용하던데요? 맨날 찾아와서 징징거리더니.”
“드디어 정신 차렸나? 크큭, 하긴 뭘 어쩔 거야? 힘없는 놈들이.”
박대표가 진심으로 한심하다는 얼굴을 하며 어깨를 으쓱거렸다. 그리곤 다시 크게 웃으며 소리쳤다. 기분 변화가 매우 심했다. 이은지 일 때문에 쓸데없이 돈이 들어간 걸 생각하니 짜증나는데, 오늘 대박이 터진 것은 즐거웠으니.
“오늘 밤 유선이 일 잘 치르고 거하게 놀아보자. 오늘 대박 계약을 건졌잖냐. 대어가 제 발로 걸어왔으니!”
이진성의 딸 이은지.
그 이은지처럼 늘 하던 뒷장사도 예정되어 있고, 또 돈뭉치도 굴러들어왔다. 거기에 터져버린 대박.
이 업계에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동의할 터였다. 물론, 연예계란 곳이 정말 뜰 것 같은 신인도 못 뜨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건 다르다. 너무나 확실한 인재였다.
오늘 계약한 애가 바로 그런 보장된 대박이었다.
외모와 노래가 완벽하다. 특히나 노래는 트레이닝을 받으면 더더욱 완벽해질 수 있어 보였다.
‘이루리’라고 했던가.
박대표는 기분 좋은 상상에 빠져들었다. 그렇게 음색이 좋은 가수는 UU엔터엔 없다. 사방에 굴려서 뽑을 수 있는 돈을 모두 뽕 뽑아야지.
얼굴까지 받쳐주니 정말 뭘 시켜도 돈방석이니.
사람이 그저 돈으로밖에 안 보이는 박대표는 그저 썩은 미소를 지으며 임팀장에게 물었다.
“그래서, 유선이는 언제 오는데?”
“곧 올걸요? 어, 전화 왔습니다!”
임팀장이 주섬주섬 화면을 터치해 전화를 받았다. 짧게 통화를 하더니 음흉한 미소와 함께 입을 열었다.
“주차장이랍니다. 흐흐, 데리고 오겠습니다.”
“그래. 다녀 와.”
박대표가 고개를 끄덕이자 임팀장이 부리나케 달려 나갔다. 곧 이유선이 임팀장과 함께 대표실로 들어왔다. 이유선은 이은지와 매우 비슷한 배우다. 제대로 뜨지 못했으나 마찬가지로 배역에 대한 열망이 매우 컸다.
“안녕하세요.”
“그래, 잘 왔다. 거기 앉아.”
박대표가 소파를 가리키자 이유선은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대뜸 질문을 던졌다. 그녀에겐 이게 가장 중요한 일이었으니.
“정말로 약속 지키는 거 맞죠? 은지 언니는 대체 어떻게 된 건데요?”
“맞다니까. 걔는 지가 욕심을 더 부리다가 망한 거고. 약속을 안 지킨 건 그쪽이다? 돈을 더 올려달라고 오히려 우리를 협박했다니까? 그러니까 약속한 대로만 하면 아무 문제없어. 접대 상대에 따라서 CF도 영화도 뭐든 가능해. 배역은 약속이니 당연히 주고.”
“……정말, 정말이죠?”
“속고만 살았어?”
박대표가 강하게 대답했다. 속고만 살았냐는 데야 이유선은 대답할 말이 없어졌다.
“오늘 상대할 분은, 바로 D그룹 이사님이다. 이번에 김대권 감독의 신작 영화 알지? 그 영화의 투자에 대한 전권을 가진 분이야. 실질적인 결재권자라고 할 수 있지.”
“네, 들었어요. 그 영화 배역은 정말 확실하겠죠?”
“아, 진짜 정말이라니까? 정 그렇게 불안하면 그냥 가보던지? 너, 이번에 계약도 종료라며? 다른 데서 받아줄 때나 있고?”
“누, 누가 안 한다고 했어요?”
박대표의 협박 아닌 협박에 이유선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일이 성사되면 기획사로서는 주력 배우를 주연에 꽂아 넣을 수 있었다. 그것도 매우 좋은 조건으로. 그게 바로 기획사가 벌어들일 돈이다. 물론 그 일을 성사시킨 이유선은 배역은커녕 팽 당하겠지만.
“그럼 나가 봐. 임팀장이 데려다줄 거야. 잘하라고.”
박대표가 일어나면서 임팀장에게 눈짓했다.
이런 식으로 시작된 이 영상은 계속 이어졌다. 몰래카메라라는 것을 알리려는 듯 각도가 이상하고 흐릿했지만, 누가 누군지는 충분히 구별할 수 있었다.
임팀장과 호텔에 도착한 이유선.
그리고 등장한 D그룹 이사.
호텔회동까지.
바로 이것이 지금 인터넷에서 가장 큰 이슈를 몰고 온 영상이었다.
물론, 처음부터 이 영상이 공개된 건 아니다.
가장 처음에 공개된 것은, 이은지가 남긴 글이었다.
물론 이걸 공개하면 죽은 이은지는 2차 피해를 받을 수도 있었다. 그렇기에 이진성은 고민했다.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자신의 딸은 그 대가를 치렀다.
하지만 박대표와 UU엔터는 그러지 못했다. 대형 기획사를 따라잡겠다며 온갖 더러운 수를 쓰는 양아치 기획사.
또 다른 이은지는 계속해서 탄생할 것이다. 잘못된 선택을 하고만 희생양들이.
그렇기에 공개하기로 결정 내렸다. 박대표를 벌하기 위해서.
이런 작태가 끝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내린 결정. 그러나 이 글만으로는 동조하는 사람이 많지 않았으며 대형포털에 기사가 메인에 뜬다든지 하는 화제를 전혀 몰고 오지 못했다.
하지만 그 이후 기획사와 유명인사들이 얽힌 장부가 공개됐다. 얽힌 사람이 꽤나 많았기 때문에 인터넷에 커다란 화제를 불러왔다. 먼저 터진 것은 대형 커뮤니티 사이트.
하지만 얽힌 사람들이 워낙 거물이라서 대형포털과 기사란에 아무것도 뜨지 않았고 오히려 조용한 나날이 이어졌다.
커뮤니티의 유저들은 분노했지만, 인터넷의 게시판에서 아무리 시끄럽게 떠들어 봐야 전국민적인 이슈를 만들어 낼 수 없었다.
핸드폰만 켜면 나오는 포털의 뉴스에는 이번 일에 관해서 언급조차 없었으니까.
오히려 장부 자체가 거짓이라며 여론이 흘러가기 시작했는데, 그러자 터진 영상이 바로 이것이었다.
실제 장부의 마지막에 있던 인물들이 나온 영상.
O튜브에 올라온 이 영상은 일대 파문을 일으켰다. 같이 찍힌 여배우 쪽이 모자이크처리 되긴 했으나 다른 당사자들의 얼굴은 매우 선명하게 찍힌 영상이었고.
-UU엔터 이거 실화야?
-미친 거 아니냐? 요즘 세상에?
-윗글, 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요즘세상이 이런 세상이다. 새끼야.
-UU 엔터 원래 양아치 기획사임.
-헐 거기 그룹 시리어즈 있는데 아냐?
-영상 봤냐? 그날 만났던 그 이사라는 사람 얼굴까지 나왔어.
-대박 ㅋㅋ
-미쳤는데? 돌아다니는 장부 봤냐? 이름 알 만한 사람 많던데?
인터넷의 반응은 이랬고 사건은 새로운 국면으로 흘러갔다. 계속해서 UU엔터에 대한 별다른 수사가 일어나지 않자, 장난 식으로 글을 쓰던 사람들은 폭발했다.
그 이후 정, 재계와 UU엔터의 진실을 규명하라는 시위까지 일어났기에 수사가 안 들어가게 될 수가 없었다. 거물급들의 입김이 더는 통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그 이후, 여기저기서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나타났으니 더더욱.
투표를 의식한 정부와 정치권도, 그리고 검경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물론 먼저 시작된 건 꼬리자르기다.
하지만 이미 퍼진 장부를 본 국민은, 어설픈 꼬리 자르기에 더욱 분노했다.
결국, 대통령의 특별지시까지 내려졌고 장부에 적힌 유력인사들은 줄줄이 소환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어째선지 그 주범이라고 할 수 있는 UU엔터의 대표와 그의 오른팔이었던 임팀장은 소환되지 않았다.
그들은 어제부터 행방불명 상태였기 때문에.
***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거야? 꿈이야? 뭐냐고 대체!”
“모, 모르겠습니다.”
“닥치고 물이나 내놔! 이 새끼야!”
“물이라뇨? 저한텐 없는데요?”
“없긴 뭐가 없어. 아까 네놈이 마신 거 다 봤는데!”
퍼억-!
박대표의 주먹이 임팀장의 얼굴을 가격했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평소라면 맞고도 참았을 임팀장이 버럭 성질을 내기 시작했다.
“아놔, 진짜 없다고! 대표면 다야? 진짜 보자보자 하니까. 내가 마시긴커녕, 오히려 네놈이 마신 걸 본 거 같은데? 아니면 멀쩡히 있던 생수병이 왜 없어져? 개새끼가, 가만히 있었더니!”
그 외침이 끝나자마자 다시 퍼억-! 소리가 울렸다.
이번에는 임팀장이 박대표의 얼굴을 가격했기에 나는 소리였다. 결국, 뒤엉켜 주먹질을 시작한 두 사람.
하지만 그럴수록 탈수증세만 심해지는 결과를 가져올 뿐. 치고받다가 힘이 없어진 둘은 허공에 생수병이 환상으로 보이는 느낌이 들었는지 손을 휘젓기 시작했다.
이 두 사람이 이러는 이유.
그건 간단했다.
임팀장과 박대표가 있는 곳이 다름 아닌 사하라 사막의 한가운데였으니까.
어째서인지 눈을 뜨니 이곳이었다. 그 전날 어떻게든 기획사에서 장부를 수습하느라고 진땀을 흘리다가 동영상이 터지니 멍하니 그걸 바라보고 있었던 박대표는 어째선지 정신을 잃었다. 임팀장도 마찬가지다.
처음엔 꿈인 줄 알았으나 헛된 바람이었다. 너무나도 비현실적이지만, 자신들은 분명히 사막 한가운데 있었다.
누군가 납치해서 사막에 떨궜다는 생각밖에 할 수 없는 상황.
물론 그 생각은 정답이긴 했다.
그렇다고 납치해서 헬기를 이용해 여기다가 떨군 건 아니다. 그저 매우 간단한 방법, 텔레포트를 사용했을 뿐.
이들이 서로 먹었다고 주장하는 생수병 또한 일루전이었다. 루린이 만들어 낸 환상이랄까.
서로를 의심하도록 만들어 더 힘을 빼게 하는 벌. 엘이 만들어낸 의심 지옥을 경험하는 중이었다. 협찬은 루린의 마법이고.
“헉, 헉.”
“그, 그만! 이럴 때가 아닙니다!”
박대표와 임팀장은 목이 타들어 갈 것 같은 느낌에 멈춰서 헉헉거렸다.
생존의 위기에 빠졌음을 실감할 그런 상황.
“그대!”
바로 그 상황에서 눈앞에 신기루처럼 갑자기 루린이 등장했다. 그들이 이루리라고 알고 있는 루린이.
“너, 너는!”
임팀장과 박대표가 동시에 루린을 가리켰다. 하지만 루린은 두 사람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 아니 실제로 전혀 안중에 두지 않고 엘만을 바라보며 다시 한 번 외쳤다.
“그대!”
“응? 응.”
“뭐하냐!”
“미안, 잠시 생각 좀 하느라고.”
엘이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했다. 엘 역시 기겁한 두 사람은 안중에도 없이 루린만을 쳐다봤다.
“잠시 다녀오자고 해서 저놈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런데 딴생각만 하고! 무슨 생각 했냐!”
“아니, 별생각은 안 했어. 더운 데다 모래가 머리에 엉겨 붙으니 여보님의 머리를 땋아 올리는 게 낫지 않을까, 뭐 그런 생각?”
“어? 그, 그럼 올려줘라!”
엘의 말에 긴 머리를 휘날리며 루린이 잽싸게 뒤돌았다.
“아니, 그런데…. 생각해보니 보호막을 둘러쳤잖아?”
“그건 그렇다.”
“그럼 됐지 뭐.”
“그런가?”
“이것들이 뭐하는 거야! 네놈들이냐? 우리를 여기다 데려온 것이?”
둘의 만담이 이어지자, 박대표가 참지 못하고 삿대질을 계속했다. 그러자 루린이 고개를 슬쩍 기울이더니 손에 들고 있던 생수병을 들어 올렸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