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Wizard’s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267)
# 267
2부 Chapter.6 영화관 이야기
오늘의 이벤트.
그것은 영화보기였다. 루린에게 영화란 게 얼마나 감명을 줄지에 대해선 전혀 모르겠지만.
어쨌든 오늘의 할 일은 가장 보편적인 데이트코스인 영화관 가기로 정했다.
가장 보편적이지만, 우리 둘 다 영화관에서 데이트를 해본 적이 없다.
루린은 당연하지만 나도 없었다.
물론 어릴 때 영화관에 가본 적은 있지만, 데이트는 아니었다. 가족끼리 갔지.
그러니 해보고 싶다는 욕구가 있었다. 가장 기본 중의 기본인 현대의 데이트 코스인데 해본 적이 없으니까.
영화를 본다는 것 자체가 매우 단순한 행위긴 하지만, 해본다는 것에 의의가 있잖아?
그리하여 우리는 서울의 한 거대 영화관에 와 있었다.
“영화란 게 대체 뭐냐?”
루린은 물론 영화란 것의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고 물음표만 얼굴 가득가득 띄울 뿐이었다.
“보면 알아. 재밌는 스토리가 스크린에서 펼쳐지는 거야.”
“?”
설명을 해봤자 역시나 물음표인 루린.
이건 직접 눈으로 보기 전까진 이해시키는 게 불가능해 보였으므로 빠르게 포기하고 일단 먹을 거나 사기로 했다.
영화관 하면 팝콘이다. 일단 캐러멜 맛 팝콘과 일반 팝콘을 반반 섞은 것 두통을 구입했다. 캐러멜 맛의 단맛. 그리고 일반 팝콘의 짭짤함. 이렇게 섞여 줘야 팝콘이 계속 들어가거든. 후후후.
“루린, 아.”
“아앙!”
팝콘이 나오자마자 한 통을 루린 손에 들려주고, 입에다 팝콘 몇 개를 집어넣어 주었다. 처음 먹어볼 테니 맛을 보라고.
루린이야 뭐가 뭔지도 모르면서 내가 주니까 일단 입을 벌려 받아먹었다. 그리곤 와구와구 씹더니 눈이 빛나기 시작한다. 캐러멜 팝콘을 넣어줬거든. 단 거니까 당연히 반응이 오지.
“오오, 맛있다! 더 줘라!”
그리 말하고 고개를 내밀어 아아아앙!을 다시 시전하며 입을 벌렸지만, 더 줄 건 없다. 그 사실을 단호하게 통보했다.
“안 돼. 이건 영화관에 들어가서 먹을 거라서. 먼저 먹어버리면 곤란합니다. 여보님이시여.”
“들어가서?”
“응.”
“어디로? 여기가 그대가 말한 영화관이라는 곳 아니었냐?”
“맞지만 아니야. 상영관에 들어가야 진정 들어왔다고 할 수 있거든. 상영관은 저쪽이고.”
“복잡하다! 음, 모르겠지만 그럼 어서 들어가자!”
“잠깐! 콜라가 빠졌어.”
“콜라? 콜라라면 그 톡 쏘는 거? 그거보다는 맥주가 좋다!”
“영화는 안 보고 취할 게 뻔하니 안 됩니다. 술이 세지면 말하시죠.”
“으으으으? 술 세다! 맥주 녀석은 문제없다.”
“웃기고 있네. 콜라를 드시죠. 콜라!”
소주 한 방울에 취하는 드래곤님이 대낮부터 맥주에 빠지게 할 수 없으니 이 또한 단호히 거절한 후 손을 잡아 이끌어 상영관 안으로 이동했다.
커다란 상영관. 오랜만에 오니 감회가 새롭다. 들뜬 기분으로 자리를 찾아서 헤맸다. 평일 점심때라 사람은 매우 적었다.
“어디 보자, 널널해서 좋네. 저기다.”
“무슨 의자가 이렇게 많냐?”
“영화관은 의자가 필수니까 많을 수밖에 없지.”
여전히 의문이 가득한 루린의 손을 끌고 또 끌어 위쪽으로 올라가다 지정석을 발견했다. 루린을 옆에 앉히고 나도 자리에 앉았다. 앉자마자 정면에 보이는 대형 스크린을 가리키며 설명을 시작했다.
“저기서 영화가 나오는 거야. 별것도 없어. 그냥 앉아서 스크린을 쳐다보고 있으면 돼.”
“으으음?”
다시 고개를 갸웃거린다. 행위 자체에 드는 의구심은 해소될 생각을 안 하는 모양.
아작아작.
그래선지 손에든 팝콘만 와구와구 씹어 먹는다. 앉자마자 먹더니 멈추질 않는다.
“다른 건 모르겠지만 요놈은 맛있다.”
그러더니 손으로 한 움큼씩 집어 먹는 게 귀찮은지 아예 입을 벌리고 탈탈 털어 넣는다. 겉으로 보기엔 입이 저렇게 크게 벌려질 거라곤 아무도 상상 못하겠지.
무슨 4차원의 고양이 주머니 마냥, 마구 늘어나는 루린의 입을 보면 세계의 미스터리 중 하나에 추가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멍하니 그 장면을 바라보고 있다가, 퍼뜩 정신을 차렸다.
“야! 영화 시작하면 먹어야 한다니까.”
“므스 소리냐. 하거도 어고 이어라도 머어야지! 마이고!”
“할 게 왜 없어?”
“하게 바로 이거 머느거다!”
아작아작. 쭙쭙.
입안의 팝콘을 다 먹고 콜라의 빨대를 물어 쪽쪽 빨아 먹고야 입안이 자유가 됐다.
“히히, 맛있다. 더 먹어야지.”
하지만 다시 또 털어 넣으려고 해서 그 손목을 잡았다.
“어허, 멈추시지.”
밑 장 빼는 도박꾼을 검거한 눈빛으로 루린의 손목을 들어 올렸다.
“왜 그러냐…? 할 거 없는데 먹어야지! 아니면 뽀뽀라도 해주던지!”
“무, 무슨 뽀뽀야!”
뽀뽀하고 싶으면 먼저 하던가. 정말로 안 바뀌는 부끄럼쟁이께서 말은 잘해. 아니아니, 게다가 아직 어두워지지도 않은 영화관에서 무슨 뽀뽀야. 대절한 것도 아니고.
“그럼 먹어야지.”
“뭐? 앗!”
손을 잡았더니 마법으로 팝콘을 들어 올렸다. 못 말린다. 정말.
다시 입을 벌려 팝콘을 입안에 때려 넣는 루린. 이쯤 되면 할 말이 없다. 기브업이다.
“그대.”
그러더니 입 안 가득 넣은 팝콘을 와구와구 금방도 먹어버리고 나를 부른다.
“왜?”
“다 먹었다.”
라지 사이즈 팝콘을 거꾸로 들어 탈탈 턴다. 아무것도 안 나온다. 밑에 깔리는 딱딱한 알갱이까지 다 드신 모양이었다.
“벌써?”
끄덕끄덕.
“그러니까 그대 것도 내 거!”
루린은 당당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내 팝콘에 손을 내밀었다. 반반 팝콘을 지키려고 위로 들어 올렸다. 하지만 이미 손에 한 움큼이다.
“원래 그대 거가 내 거고 내 거가 그대 거니까 어쩔 수 없는 거다. 와작와작.”
자연의 섭리를 설명하듯 주절주절 말하더니 팝콘을 씹는다.
그 순간. 드디어 영화의 시작을 알리는 어두운 조명이 드리웠다.
“어?”
루린이 어리둥절한 얼굴을 하더니 나를 본다. 못 말린다는 얼굴이다.
“왜 불 끄냐? 서, 설마…?”
“내가 안 껐고, 영화는 원래 어두운데서 보는 겁니다. 설마는 무슨 설마야.”
“그런 거냐?”
드디어 완전히 깜깜해진 영화관 안에선 영화가 시작됐다.
내가 선택한 영화는 본격 블록버스터였다. 쾅쾅 터지고, 탕탕 죽이고, 볼거리가 많고 화려하기 짝이 없는 돈 엄청 들인 할리우드 대작 액션영화.
처음 영화를 보는 루린을 위한 선택이었다. 뭔가 영화란 걸 이런 거라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
“오오, 이게 영화냐? 핸드폰 화면 같은 건데 크다.”
“그렇지?”
다행히 목소리는 매우 조그맣다. 영화관 오는 내내 안에서 속삭이듯 말해야 한다고 귀가 닳도록 이야기를 한 성과.
하지만 약 10분 후.
루린은 졸기 시작했다.
액션 장면이 화려하면 할수록 존다. 너무 졸아서 팝콘을 먹으면서 깨라고 통째로 넘겨줬는데도 한참을 졸더니, 결국 내 어깨에 기대고 아예 꿀잠을 자기 시작했다.
영화관에서 같이 팝콘 먹기.
영화관에서 손잡기.
매우 소박하고 소박한 수준의 데이트를 꿈꿨을 뿐이다. 하지만 실현된 것은 어깨에 기대서 잠든 아내라니.
흐르는 침은 덤이다.
영화관 어깨에 기대서 잠든 아내 머리 쓰다듬기는 버킷리스트에 없었던 것 같은데?
어느 순간부터 깨우는 걸 포기했다. 루린은 꿀잠을 잤으며 돈이 아까우니 나라도 영화에 집중했다.
오랜만에 보는 영화는 재미있었다. 재미는 있었는데 확실히 루린이 잠든 이유를 알 것 같기도 했다.
뭔가 밋밋하다고 할까.
액션 장면이나 쾅쾅 터져나가는 장면도, 사람이 죽어가는 장면도 밋밋하다면 밋밋했다.
확인하기 위해 억지로 깨워 멍한 얼굴로 내 팔의 셔츠 부분을 잡고 터덜터덜 영화관 밖으로 걸어 나가며 물었다.
“루린, 뭘 그렇게 푹 자? 재미없었어?”
“그렇다. 재미없다. 저런 걸 왜 보는 거냐? 너무 가짜다. 그러니까 잘 수밖에 없었다.”
“뭐, 영화가 모두 가짜긴 한데….”
“드래곤들하고 싸우는 게 백배 재밌다. 그게 더 쾅쾅 터진다.”
역시나 이거였다.
루린과 나는 전장을 경험했다. 그것도 보통 전장이 아니고 영상보다 화려한 마법이 난무하고 운석까지 떨어지는 그런 전장을.
마법에 의한 진짜 폭발이 영상의 그것보다 백배는 화려했다.
실제로 경험하고도 질린 것을 영상으로 봐봐야 졸리다는 거지.
장르 선택의 실패자, 실수였다.
첫 도전은 루린의 꿀잠 모드로 막을 내렸고, 점심을 먹고 다시 한 번 도전에 나섰다.
너무 어릴 적 생각만 하고 할리우드에 집착한 결과를 교훈삼아서 이번에는 아예 장르를 바꿨다.
이번에 볼 영화는 고심해서 골랐다. 액션과 달리 루린에게 매우 생소한 걸 골라야지.
그래서 선택한 것이 멜로영화였다. 진한 로맨스가 담긴 영화.
이거면 루린이 액션보다야 흥미를 보이겠지?
그런 기대감을 가지고 다시 재도전.
루린은 팝콘을 그렇게 먹고 점심까지 먹었음에도 다시 팝콘에 관심을 보였다. 다시 영화관에 입장하자마자 팝콘 판매대를 기억해내곤 다다다 달려가 소리쳤다.
“그대, 또 재미없으면 이거라도 먹게 사줘라. 많이많이! 가드윽!”
왕창이라는 표시를 두 손으로 커다랗게 표현하는 우리 여보님.
그래 많이 먹어라.
나는 배불러서 못 먹겠으니 혼자 다 먹으시지.
먹고 싶다는 데 어쩌겠어.
원하는 대로 갈릭, 캐러멜, 일반, 왕창 섞어서 라지 2통을 샀다. 모두 루린 몫이다.
그리고 다시 영화관으로 입장!
오늘은 영화관에 승부를 보기로 했다. 나만 즐거운 게 아니고 루린도 즐거워야 승리한 거다.
루린이 끝까지 재미없으면 패배한 하루지.
영화관에서 그 승부를 보기로 한 이상, 결과는 루린이 마음에 들어 하는 장르를 찾아 승리하거나, 또는 못 찾고 하루가 지나가는 것뿐이다.
지금 그 승부가 시작됐다.
평일 오후. 여전히 자리는 많이 비어있다. 방학 때도 아니고 당연하다면 당연하다.
이따 저녁때는 되어야 그나마 사람이 들어오겠지.
그래서인지 아직은 쾌적한 상태. 사람 많은 걸 싫어하는 루린에게는 매우 다행인 부분이었다. 덕분에 그런 쪽에서의 불만은 전혀 없다.
오로지 온 정신이 팝콘과 콜라에 집중되어 있을 뿐.
곧 영화가 시작됐다.
시작하자마자 루린을 관찰했다. 처음에는 으음, 이라며 미간을 좁히곤 아까처럼 지겨운 표정을 지었으나 점점 흥미가 돋는지 집중을 하는 모습이었다.
주인공이 결혼을 한 남자라는 부분에서 뭔가 엄청 몰입을 하는 거 같더니, 갑자기 날 노려보기까지 하고 그러다 다시 영화를 보고 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내용은 어린 시절 좋아했던 사람과 재회했는데 결혼을 했고, 불륜으로 치닫는 뭐 그런 식상하다면 식상할 수 있는 이야기였다. 심지어 결말은 딱히 싸우지도 않던 결혼생활의 무미건조함에 질려서 다시 만난 옛 여인과 다시 결혼생활을 시작한다는 건데, 결말은 그 옛 여인이 다시 또 다른 사람을 만나는 것으로 끝나는 뭔가 어이없는 내용이었다.
루린은 졸지 않았다. 액션영화를 볼 때랑은 자세가 많이 달랐다. 와구와구 먹던 팝콘도 거의 줄지 않았을 지경. 영화 시작 전에 이미 한 통을 다 털어 넣었으나, 나머지 한 통은 멀쩡하다는 것이 그 증거.
이쯤 되면 제대로 영화를 봤다는 건데.
그 감상이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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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