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Wizard’s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34)
# 34
Chapter.9 드워프 마을
레어를 완공하기 위해선 드워프가 필요하다.
언덕을 파 부지를 마련했으니 이제 최고의 전문가를 섭외해서 내장을 하면 되는 일.
최고급 대리석을 깎고, 조각하고, 여러 개의 방을 만들고, 시설을 구비 하는 것.
그 전문가라고 하면 드워프만한 기술자가 없다. 오히려 드워프가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니 드워프가 꼭 필요했다.
현재 위치는 제국의 서쪽 변경.
거대한 광산이 있는 밀리오레크 산맥에는 드워프의 마을이 존재한다. 분명히 문헌에는 그렇게 나와 있었다.
식당의 주방기구를 만들어준 드워프는 꽤 오래전 사귀었던 친구 중 한 명이다. 하지만 그는 유감스럽게도 제국을 떠나버렸다.
현재 어디에 있는지 알 길이 없다. 마나도 미약한지라 먼저 나타나지 않는 한은 찾을 수 없다.
그러니 드워프 마을을 찾아서 다른 드워프에게 일을 맡기는 수밖에.
드워프 마을이 있는 밀리오레크 산맥은 루린이 가본 적 없는 장소다.
그런 관계로 물소 때와 같은 방법을 사용해야 했다. 밀리오레크가 있는 서쪽 지방 부근에서 드래곤의 마나를 탐지, 중개지로 사용해 텔레포트를 시도했다.
그러니 우리 앞에 펼쳐진 골짜기 근처엔 분명히 이름 모를 드래곤의 레어가 있을 터.
“드워프가 안 보인다.”
“너 같으면 드워프가 드래곤 레어 근처에 살겠냐?”
“나 같으면 강제로 드워프를 잡아서 일 시킨다. 그러니까 여기 주인인 드래곤도!”
“능률 떨어지게 강제로 시키는 건 별로 좋은 방법이 아니야. 그냥 정식으로 의뢰하면 될 일이지 강제는 개뿔!”
나는 루린의 관자놀이를 양손으로 마구 짓눌렀다.
뭐든 의욕이 넘쳐야 좋은 작품이 튀어나오는 법이지. 폭력부터 쓰려고 하면 쓰나. 하여간 드래곤이란 것들은.
어차피 드워프 또한 드래곤을 무서워한다. 그러니 드래곤에게 쫄아서 벌벌 떨 테지만, 거기에 의욕을 조금만 불어 넣어주면 공포와 의욕이 합쳐져 건설에 시너지 효과가 발생할 거다.
“아프다!”
나는 치켜든 루린의 손을 잡아끌고 골짜기 밖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분명히 이쪽이 서쪽이다.
드워프의 마을은 이 산을 빠져나가 하루 정도 밀리오레크 산맥까지 걸어가야 한다. 아마도 드워프들은 바로 이 산의 주인에게 공물을 바치고 있을 터였다.
안전과 평화를 위한 공물을.
그것이 드래곤의 구역이라는 것이다. 블랙드래곤의 장로가 레어만 있으면 그레이크를 루린의 구역으로 인정한다는 것 또한 그런 의미가 들어있다. 주변 몬스터가 마땅히 경의를 보내고 성의를 보내야 하는 지역이 되는 것이지.
드래곤에 따라서 인간을 공격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그렇게 자주 있는 일은 아니다. 보통은 이유 없이 인간의 나라에 브레스를 뿜지는 않는다. 공물을 바치지 않거나 하면 그런 일이 가끔 일어나기는 하지만.
제국의 멸망 위기는 드래곤끼리의 전쟁에 휘말렸던 것 뿐. 공물을 안 바쳐서 발생한 일은 아니다.
“루린.”
“왜 그러냐?”
한 번 잡은 손을 오히려 더 꼭 잡아 쥔 루린은 발을 멈춘 나를 올려봤다.
“안 느껴져?”
“느껴진다. 그대의 손은 따뜻하구나. 히히.”
“아니, 그거 말고 바보야.”
“바보 아니다! 다른 거라면 동족의 기운이 느껴진다는 정도? 하지만 여기는 레어 근처니까 당연한 일 아니냐!”
보통 드래곤들은 잠자는 시간이 매우 길다. 공물이든 뭐든 드래곤이 잠든 수백 년의 시간에는 자유의 몸이 된다.
지난번 물소를 잡으러 갈 때 중개지로 이용했던 드래곤 레어의 주인은 숙면 중이었다. 하지만 이 레어의 주인은 조금 다른가 보다.
매우 성대하게 맞아주신다.
공중에서 무려 레드드래곤이 본래의 모습으로 날갯짓을 하며 모습을 드러냈다.
침입자를 처단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드래곤의 날갯짓이 만들어 낸 바람이 사방에 나부끼는 바람에 대지가 흔들리는 느낌.
“그대! 저건 망할 놈의 레드다.”
루린이 드래곤을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레드드래곤과 블랙드래곤은 사이가 좋지 않다. 지난 전쟁의 주원인도 레드드래곤과 블랙드래곤의 불화가 원인이었다.
“인간 주제에 아무 허락도 없이 내 구역을 침범하다니! 오직 죽음뿐이노라!”
땅으로 착륙한 드래곤은 거대한 몸집을 뽐내며 피어를 발산시켰다. 보통의 인간이라면 드래곤의 본체에서 내뿜는 피어만으로 즉사다. 하지만 그건 나와 루린에겐 전혀 통하지 않는다.
몸의 크기로 봤을 때 이미 성체가 된 지 오래된 중견급의 드래곤이었다.
“멍청한 레드로다. 이 몸이 하찮은 인간으로 보이냐?”
루린이 피어로 맞상대하자 레드드래곤이 더욱 거칠게 울부짖기 시작했다.
구오오오!
“블랙 따위가…! 감히!”
드래곤은 산이 떠내려가는 울음소리를 내며 곧바로 입을 쩍 벌렸다. 그리고 에너지의 집합체라고 할 수 있는 브레스가 내뿜어졌다.
콰아앙!
드래곤 상태에서 사용한 브레스를 인간 상태의 루린이 막기에는 무리다. 루린이 폴리모프를 풀면 모르겠지만, 그럴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어 보였다. 그저 레드드래곤을 노려볼 뿐.
하긴 뭐 브레스가 루린을 공격할 리는 없다. 내가 있으니까.
나는 드래곤의 브레스에 9클래스 마법인 플라즈마 브레이크를 먹여줬다.
플라즈마 브레이크는 거대한 에너지를 흡수해서 상대에게 되돌려주는 마법이다. 브레스를 흡수한 플라즈마 덩어리가 드래곤을 덮치기 시작했다. 브레스는 에너지의 덩어리인 만큼 플라즈마 브레이크도 상당히 거대해졌다.
퍼어어엉!
플라즈마 브레이크와 드래곤이 맞닿으며 커다란 광음이 일어난다.
다만 드래곤이라는 놈들은 이 정도로는 죽지 않는다. 9클래스 중에서도 궁극의 마법을 사용해야 찢어지는 놈들이지.
특히나 드래곤이란 종족은 자존심 덩어리라서 대화를 즐기지 않는다. 다짜고짜 브레스를 날리는 모습을 보면 잘 알 수 있는 부분.
루린이 다치는 건 보기가 싫다. 이유는 모르지만 보기가 싫은 거다.
특히나 그녀의 검은 머리가 상하기라도 하면 그건 용서할 수 없는 일이다.
특이한 건 이 동족이 나타나도 폴리모프를 풀지 않는 루린이다.
지금만 이런 건 아니다. 루린은 이유는 모르겠지만, 내 앞에서 폴리모프를 풀기를 매우 꺼려했다. 언제나 인간 상태를 유지하는 그녀다.
하지만 아무리 드래곤이라도 인간으로 폴리모프한 상태에서 다른 드래곤의 브레스를 맞으면 위험하다.
물론 내 드래곤 슬레이어라는 명칭이 그냥 있는 건 아니었고, 그녀가 드래곤이 될 필요는 없지만.
나는 다시 한 번 더 플라즈마 브레이크를 드래곤을 향해 사용했다.
콰아아앙!
불타오르는 드래곤의 몸.
레드드래곤의 몸이 불타오르니 더욱더 새빨갛게 변한다.
레드드래곤은 신음을 흘리며 아이스 계열 마법을 사용해 간신히 불길을 잡더니 나를 노려봤다.
“9클래스라니! 네놈 인간! 설마? 아니…! 자, 잠깐!”
다시 한 번 플라즈마 브레이크를 사용하려 하자 레드드래곤은 급하게 외치더니 곧 온몸이 빛에 휩싸였다. 폴리모프를 시도한 것이다.
나타난 것은 붉은색의 머리칼을 나부끼는 여자였다. 루린과는 달리 색기를 내뿜는 여자다. 유희를 했다고 하면 아무래도 많은 남자를 그 색기로 품어서 끌어당겼을 거라고 생각될 정도로.
그런 거라고는 전혀 모르는 우리 루린에 비하면, 뭐.
레드드래곤은 등 부분이 타올라 아직도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내 마법으로 타올랐던 부분이다.
“건방진 레드녀석!”
그때까지도 내 손을 꽉 쥐고 있던 루린은 레드드래곤을 향해 비웃음을 날렸다.
“흥, 웃기고 있네. 블랙은 빠져라! 그보다, 네놈 인간. 분명히 기억났어. 지난 전쟁에서 동족을 학살하던 인간이지? 분명히 로드의 하트를 먹은 인간이라고 했어. 맞아. 분명해! 이 몸의 기억력은 최강이노라!”
“그래. 맞는데?”
내가 쿨하게 인정하자 레드드래곤은 놀랐는지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났다. 식은땀을 흘리는 걸 봐서는 분명히 그 전쟁에 참가했던 드래곤인 모양이다.
“네, 네놈이 어째서 여기에. 그것도 블랙 따위와!”
“누가 따위냐! 엘은 나의 것이다. 그러니 같이 있는 거다. 알겠냐? 이 멍청한 암컷아!”
누가 네 것이냐. 이 드래곤이?
루린이 헛소리를 내뱉자 레드드래곤은 그걸 믿었는지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입을 열었다.
“그 인간이 니꺼냐? 호오, 어떻게 구워삶았지? 부하로 두기에는 딱 좋지 않은가.”
이것들이? 심지어 루린은 더 설치기 시작했다.
“히히, 내꺼니까 내꺼다. 내 옆에 있어준다고 했다. 평생토록!”
루린은 이젠 자랑을 하듯이 에헴 고개를 으쓱인다.
그래서 다시 관자놀이를 짓눌러줬다.
“이보세요. 누가 니꺼야. 그리고, 뭘 구워삶아?”
“아앙! 그거 아프다고 하지 않았냐! 그리고 그대가 분명 옆에 있어 준다고 했다!”
뭐 이건 사실이다. 처음에 그녀를 설득할 때 그런 말을 했었지. 혼자인 드래곤. 동족에게 괴롭힘 당하며 상처받아 날뛰던 그녀에게 말이다.
“그건 사실이지만 거기에 왜 니꺼 내꺼가 들어가?”
게다가 저 레드드래곤도 웃기는 놈이지. 누굴 부하로 둬?
“한심한 블랙의 것이 아니라면 내 것이 되는 게 어떠냐. 나는 인간을 잘 알지. 벌써 많은 유희를 했거든. 인간 남자를 녹여주는 건 내 필살기니까 경험해 보지 않을래? 후후, 거기 꼬맹이가 대체 뭘 할 줄 알까?”
레드드래곤이 나에게 다가오며 유혹하는 자세를 펼쳤다. 물론 섹시한 건 사실이지만 통할 짓을 해야지.
게다가 덕분에 루린이 엄청난 살기를 뿌렸다. 드래곤의 모습으로 변하나 싶을 정도의 피어가 흘러나온 것이다. 상황을 진정시키기 위해 나는 이 웃기지도 않는 두 드래곤을 노려보며 외쳤다.
“레드드래곤씨? 헛소리 그만하고 물러나라.”
아무래도 안 되겠다 싶어서 전쟁 당시 애용하던 궁극의 9클래스 마법, 드래곤을 찢어죽이던 인트라 브레이킹을 슬쩍 보여주면서 말하자 레드드래곤은 본 적이 있다는 얼굴로 저 멀찍이 도망쳐 버렸다.
“그그그그그! 그건! 우리 동족을 죽여버린 마법이지! 나, 나, 나 그냥 해본 소리야. 미안해. 잘못했어! 싫어! 죽기 싫어!”
기억에 있는 강력한 마법을 본 드래곤은 쫄아서 어쩔 줄 모르며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 쥐고 웅크렸다.
“히히, 봤냐? 너 따위와 나는 비교할 수 없다! 그렇지 그대?”
루린이 기분 좋게 웃으면서 나를 쳐다봤다. 다행히 살기는 걷혔다.
“됐고, 거기 레드드래곤씨. 우린 그냥 지나가는 길이었으니 이런 어이없는 문답은 그만하고 비켜주지 않을래?”
“맘대로 해라! 블랙은 그렇다 치고 네놈을 상대하긴 싫어. 난 찢기기 싫으니까. 아직 유희도 더 하고 싶고 잠도 더 자야해!”
“그거 다행이네.”
“봐주는 거냐? 저런 레드는 죽여야 마땅하다!”
“다시 전쟁을 일으키고 싶은 게 아니면 웃기지 말고 너도 진정해 좀. 손 안 잡아 준다?”
“그건 싫다.”
루린이 곧바로 으르렁거리던 등을 돌려서 내 곁으로 붙었다. 레드드래곤보다는 내 손이 더 중요하다는 태도.
“그런데 하나만 물어도 될까? 이쪽이 밀리오레크 산맥으로 가는 쪽이 맞지?”
일단 확인을 위해 내가 방향을 가리켜 묻자 레드드래곤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근데 거긴 왜?”
“드워프 마을을 찾으러 왔으니까.”
내 말을 들은 레드드래곤은 멀찍이 선 그 상태로 고개를 살짝 갸우뚱거렸다.
“엥? 드워프는 저번 전쟁 때 전멸했어. 그래서 공물도 안 들어와. 흥이다 흥.”
“뭐?”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