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Wizard’s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43)
# 43
Chapter.11 북쪽 숲과 밤송이
내기는 성립됐다. 이 드래곤에게도 이제 밥 하는 법을 가르칠 때가 된 것이다. 이걸 기회삼아서 말이지.
그러자면 어쨌든 빨리 밤 조림을 완성해야겠지.
밤 조림을 만드는데 있어서 가장 힘든 노동 중 하나는 바로 이 밤껍질 까기다. 우리는 내기를 머릿속에 부풀리며 한참을 집중했다.
“흐에 힘들다!”
내기에 이기겠다는 집념인지 웬일로 우리 드래곤이 꾀를 안 부리고 끝까지 나와 밤껍질을 깠다. 솔직히 놀랍다.
“다 된 거냐? 그럼 먹어볼까? 전에 먹었던 군밤 녀석 정도면 내가 이긴 거다!”
“아니 그러니까 아직 멀었어. 다 되면 그때 그렇게 외치시죠.”
나는 다 깐 밤에다가 다시 물을 채워 넣었다.
이 작업이 중요한 포인트다. 소환한 베이킹소다를 넣어서 밤을 한나절은 담가놔야 한다. 이 작업을 소홀히 하면 밤 특유의 떫은맛이 밤 조림에 남기 때문이다.
그러니 밤 조림은 일단 대기.
힘들다며 맥주를 들고 식당 테이블에 늘어진 루린을 놔두고 저녁 장사를 시작했다. 그리고 밤에는 명상을 한다. 하루가 지난 후 담가놓은 밤을 그대로 끓이기 시작한다.
이게 또 노가다다.
30분에서 40분 정도 끓이면 진한 색 물이 배어 나오는데, 밤의 털이 묻어나와서 마치 흙탕물을 연상시키게 된다. 색깔은 흙탕물보다 더 진하다.
끓여서 물이 우러나오면 된다. 물론 거기서 끝이 아니다. 갈색의 물을 버리고 다시 깨끗한 물을 넣어서 끓인다.
이걸 한 4~5번 반복하다 보면 간신히 물이 깨끗한 색으로 빛나게 된다. 완전히 맑은 색은 아니고 약간 갈색과 보랏빛이 섞여 있는 듯한 색깔이. 중요한 건 물에 투명감이 생겨야 한다는 점. 바로 그때가 적기다.
이렇게 끓인 밤을 꺼내서 줄기 같은 부분을 제거한다. 율피의 털 부분은 몇 번 끓이다 보면 알아서 물에 흘러나와 대부분 제거되므로 굳이 손을 안대도 된다.
여기까지 하면 율피는 매우 매끈해진다.
중요한 건 율피를 완전히 벗기면 안 된다는 점. 안의 노란색이 안 보여야 정상이다.
이러면 거의 완성단계다. 여기다가 설탕을 들이붓는다. 설탕의 양은 기호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밤 조림이란 아무래도 달짝지근한 맛이 생명이다.
맛있는 간식을 위해서 설탕을 아낌없이 투하. 아무래도 적정량은 밤이 담긴 냄비의 반 정도는 채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밤 냄새가 주방에 진동을 한다. 달짝지근한 밤 냄새가.
거품을 걷어주다 보면 여기서부터 자신만의 노하우를 부려야 한다.
나 같은 경우는 브랜디. 그중에서도 최고급의 코냑으로 마무리를 한다. 코냑의 향기가 밤 조림에 깊은 맛을 더해주기 때문이다.
물론 간장이나 싸구려 와인. 또는 싼 브랜디로도 가능하고, 꿀을 넣거나 하는 각종의 방법이 있지만, 결단코 나는 코냑이다.
코냑을 넣고 이제 끓이면서 졸여주면 된다.
알코올이 날아가고 연기가 피어오르면 완성.
설탕과 코냑이 율피에 졸아들어 고급술의 향을 품은 달짝지근한 밤 과자가 탄생됐다.
이걸 유리병에 담아서 오래 보관하면 더욱더 달콤해 지고, 만들자마자 먹어도 상관없다.
마땅한 간식이 없는 이 세상.
최고의 선물이지.
유리병에 밤과 브랜디를 함께 졸인 진득한 액체를 같이 부으면 완성.
나는 곧바로 루린을 불러냈다.
내기의 결판을 위해서.
맥주캔을 든 루린이 다가온다. 혼자서 맥주와의 향락에 빠져 있다가 귀환이다.
“왜 그러냐?”
맥주캔을 내려놓으며 묻는 눈동자는 해맑다. 물론 그 눈동자는 이제 절망의 구렁텅이로 빠질 테지. 내기의 패배라는 절망의 구렁텅이 말이다.
나는 루린의 앞에다가 밤 조림이 든 유리병을 내밀었다. 그리고 손에다가 포크를 쥐어주었다. 당연히 루린은 얼굴에 물음표를 그린다.
“나랑 같이 깐 밤이 드디어 완성됐으니 이제 내기의 결판을 지어볼까?”
“오? 이게 그것이냐? 으음, 맛없어 보인다! 히히. 내가 이겼다!”
“먹어보지도 않고 잘도 그런 소리를 하는 건 이 입입니까?”
루린의 촉촉한 입술을 두 손으로 잡자 루린은 고개를 세차게 가로저었다.
“으으우으우!”
이건 해석 불가다. 뭐라고 하는지는 알 길이 없다. 입술을 잡았으니 말이다.
나는 그 상태로 포크를 쥔 루린의 손목을 움직여 조린 밤을 찍어줬다. 그리고 입을 풀어주자 곧바로 소리친다.
“어쨌든 내가 이겼다!”
그리고는 포크에 찍힌 밤 조림의 냄새를 맡으면서 킁킁 거리기를 반복한다. 음식을 이렇게나 관찰하는 루린은 처음 볼 지경.
한참을 관찰하더니 루린은 드디어 입에다가 밤 조림을 넣었다.
꼭꼭 씹는다. 씹는다. 씹는다.
온다.
온다.
반응이 온다. 몇 초 안에 말이다.
루린의 입맛은 내가 가장 잘 알고 있다. 그 입맛을 길들인 게 바로 나다.
“오오!”
그래 바로 이렇게.
루린은 저도 모르게 입 밖으로 소리를 내뱉었다. 틀림없이 맛있다는 감탄사다. 루린의 얼굴에 담긴 속뜻이야 무슨 상황에서도 알아맞힐 자신이 있으니까.
“오오라고?”
“아니다. 맛없다!”
루린은 맛있음에 환호하던 밝은 얼굴을 급격하게 찡그리면서 입을 다물더니 무려 정색하기 스킬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어쭈?”
하지만 손으로는 이미 다른 밤을 포크로 콕 찍고 있었다. 본능과 입이 따로 논다.
“냠냠, 맛없다. 그러니까 하루종일 꼬옥이다.”
“정말 맛없지?”
“그렇다.”
“달면서도 향기도 좋고 씹는 식감이 부드러우면서도 입안에 퍼지고?”
“응! 달다!”
“그런데 맛없다고?”
“그렇다.”
의기양양.
말에 모순이 있는데도 의기양양하다. 자신감 하나는 알아줘야 한다. 루린은 자신만만하게 다시 유리병에 손을 가져갔다.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루린은 열심히 밤 조림을 입에다가 계속 집어넣었다.
“단맛이 고급스럽다. 히히.”
“그렇지. 고급스럽고 달기는 한데 맛없다는 거잖아?”
“으어다아!”
입에 밤을 가득 넣은 채 격하게 고개를 끄덕끄덕. 나는 그런 루린에게 씨익 웃어줬다. 그리고 최후통첩을 날렸다.
“잘 알겠으니 오늘 저녁 당번으로 임명합니다.”
“으… 오늘 저녁은 굶자 그대.”
내 말에 반항하지 못하고 루린은 스스로도 찔리는지 은근슬쩍 꼬리를 내밀었다. 그런데 꼬리를 내미는 그 말이 매우 충격적이다. 굶자니.
루린을 만나고 나서 처음 듣는 소리라고 할까. 해가 서쪽에서 뜬다는 것과 맞먹는다.
“웃기지 말고, 가르쳐 줄 테니 한 번 해봐. 알았어?”
“모으게다!”
다시 밤을 가득 넣은 채 루린은 고개를 내저었다. 누가 봐도 나의 승리다. 승리의 브이가 루린의 앞에 수 놓인다.
“밥이란 그냥 먹는 건데….”
패배자는 턱도 없는 소리를 내뱉으며 투덜거릴 뿐. 그러더니 밤 조림을 유리병 째로 들고 터덜터덜 걸어가 식당 구석으로 처박혔다.
손님이 들어오고 저녁 장사가 시작된다.
몇 안 되는 단골을 떠나보내고 드디어 때가 왔다.
루린은 현실을 회피하면서 혼자서 유리병에 든 밤 조림을 몽땅 먹고는 졸고 있었다.
“루린, 일어나라. 밥 먹어야지?”
“바… 압? 밥이냐!”
밥이란 소리에 일단 눈을 번쩍 뜬다. 하지만 곧 현실을 인식했는지 미간을 찌푸렸다.
“밥… 이 몸이 하는 건 아니겠지?”
“니가 하는 거 맞아요. 이리와.”
“이 내기는 사기다! 그대가 하는 요리가 맛없을 리가 없지 않냐! 말도 안 되는 내기였다!”
“이제 와서?”
“안 되냐?”
“응.”
루린은 형장으로 끌려가는 사형수처럼 주방으로 끌려 들어왔다. 초보 요리사이니만큼 앞치마를 둘러줬다. 앞치마를 맨 드래곤이 이렇게나 이색적인 거였나? 앞치마를 손에 집으면서 짝 다리를 집더니 머리를 배배꼰다. 무슨 불량소녀냐?
솔직히 첫 요리에 많은 걸 바라는 건 아니다. 그래도 적어도 프라이팬하고 불을 써야지 요리를 했다고 할 수 있지.
그중에서 쉬운 요리가 뭐가 있냐 하면.
나는 팔렌큐 알과 토마토를 꺼내 들었다. 그 간단하다는 계란토마토 볶음을 할 생각이다. 매우 간단한 반찬이지만 영양가와 맛이 풍부하지.
계란 토마토 볶음은, 중국에서 국민 반찬이라고 불릴 정도로 보편적인 음식이다. 한국에서는 다소 생소할 수 있지만, 한국인의 입맛에도 매우 잘 맞는 편이다.
이 요리를 떠올린 것은 요리에 쓰고 남은 토마토와 팔렌큐 알이 주방에 남아있기 때문으로 재료를 도마에 올려놓은 후에 나는 루린을 불러들여서 프라이팬 앞에 세웠다.
“난 그대를 만나기 전에는 음식을 그냥 한입에 삼켰다. 요리라니 모른다!”
“알았으니 자, 봐봐. 요리 한가지쯤은 할 수 있어야지. 안 그래? 요리 잘하면 사랑받는다?”
“어? 누구한테 말이냐?”
“남편한테?”
“그대한테?”
“자자, 일단 팬에 기름을 두르고.”
루린의 말을 무시하고 프라이팬에 올리브유를 둘렀다. 루린은 갑자기 눈을 빛내면서 프라이팬을 노려보기 시작했다.
“여기다가 팔렌큐 알을 풀어서 넣는 거야.”
“이 녀석을 말이냐?”
“응.”
루린은 갑자기 자신감을 내보이면서 손에 팔렌큐 알을 쥐었다. 팔렌큐 알은 계란보다는 조금 크지만 한손에 못 쥘 정도는 아니다.
콰직!
하지만 루린의 손에 들렸던 팔렌큐 알은 곧 사망했다. 박살이 나서 땅으로 흐른다. 힘으로 움켜쥔 결과다.
아이고, 이 요리 초보 드래곤아.
“자 봐봐, 하는 걸 보여줄게. 보고 따라 해.”
쏴아아아아!
루린의 손을 물보라를 일으켜 닦아주곤 말하자 고개를 끄덕인다. 언제나 고개는 잘 끄덕인다. 고개만.
“자, 일단 올리브유를 두른 프라이팬을 달구고 팔렌큐 알은 이렇게 두 손으로 깨는 거야. 한 손으로 깨는 건 숙련자나 하는 거지.”
톡톡 모서리에 두들겨 금을 내준 후에 그릇에다가 넣는다. 그리고 소금을 쓱쓱 적당량 집어넣은 후 휘젓기 시작했다.
“이 팔렌큐 알은 계란이라고 하거든? 이렇게 계란물이 만들어지면 달궈진 프라이팬에 부으면 돼. 자자, 이렇게 동그랗게.”
달걀 물을 붓자 달걀이 올리브유 함께 거친 반응을 시작했다. 계란말이나 계란프라이보다도 스크램블이 간단하다. 적당히 익기 시작하면 마구 헤집어 주면 되니까.
스크램블이 완성되면 적당한 크기로 자른 토마토를 합체시키고 파도 쏭쏭 썰어서 넣은 후에 다시 한 번 볶아 주면 끝이다.
“오오, 쉬워 보인다!”
루린이 알겠다며 그릇에다가 달걀을 깨기 시작했다. 시범을 보이지 않았던 때와는 다르게 능숙하다. 그릇에 담긴 달걀을 포크로 풀기 시작했다. 그래서 소금을 넣어줬다. 간은 매우 중요하니까 약간의 도움이랄까.
“노란 게 맛있어 보인다.”
“그렇지? 자 이제 프라이팬에 부어봐.”
“알겠다!”
루린이 고개를 끄덕이며 프라이팬에 계란물을 투하한다. 곧장 잘하는 모양새다. 그러더니 나랑 똑같이 프라이팬에서 익어가는 계란물을 주걱으로 헤집는다.
“그리고 파이어볼로 직접 화력을 조절하는 것도 중요하지.”
“그렇군.”
루린은 불이 꺼진 프라이팬 아래에다가 파이어볼을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바로 여기서 참사가 벌어진다.
콰아아아앙!
프라이팬이 천장에 부딪혀 바닥으로 낙하한다. 계란은 파이어볼의 위력에 숯검댕이가 돼서 폭발했다.
파이어볼이 너무 쓸데없이 강하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