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Wizard’s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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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6
Chapter.12 숨겨진 얼굴과 디저트
그레이크 백작의 두 번째 부인 베르나는 그레이크시에 인접한 데드란 백작가의 둘째 딸이다. 그녀는 그레이크 백작가의 집사가 언급한 대로 차와 디저트를 상당히 좋아했다.
하지만 이 세상의 디저트라고 하면 말린 과일이나, 설탕을 잔뜩 넣은 빵 종류다. 빵을 만들 때는 보통 새의 알과 목장의 우유를 사용한다.
하지만 새의 알은 빵으로 만들어도 특유의 냄새가 조금 남는다. 그걸 당연시하고 먹는 게 이 세상의 사람들이지만.
그러니 진짜 계란. 즉 팔렌큐 알을 사용한 빵에는 비교조차 할 수 없다.
엘은 블랙베리 타르트를 만들어 영주성을 방문했다. 블랙베리 타르트의 이곳 명칭은 베레레 타르트다.
베르나는 식후에 집사가 가져온 베레레 타르트를 보고 눈이 동그래졌다.
“어머나, 예뻐라.”
“새로 찾아낸 디저트라고 들었사옵니다.”
집사가 설명을 하며 고개를 꾸벅였다. 이 집사는 그레이크 소년이 영주로의 길을 걷기 시작한 후로는 확실한 그의 편이었다.
“그래? 흥미롭구나. 어디어디.”
20살에 백작가에 시집온 베르나는 이제 30대 초반이다. 그녀는 사실상 살아가는 취미가 차와 마시는 디저트가 전부인 여자였다. 어느 순간부터 그렇게 돼버렸다.
처음 보는 형태의 음식이지만 타르트는 사정없이 베르나의 식욕을 자극했다. 베르나는 곧바로 타르트를 나이프로 자르기 시작했다.
아래에는 둥그런 빵이 있었는데 처음 보는 형태였다. 단단한 것이 신기했다. 그리고 그 위에 있는 정체불명의 하얀 크림. 그리고 베레레.
물론 베레레는 알고 있다.
일단 베르나는 4등분한 타르트의 한 조각을 허겁지겁 입에 가져갔다.
그리고 깜짝 놀랐다. 베레레의 새콤함과 슈크림의 달콤함, 그리고 빵의 씹히는 식감. 그것이 조화된 맛이 너무 놀라운 것이었기 때문이다.
“어머, 어머!”
자기도 모르게 감탄사를 내뱉은 베르나는 자연스럽게 포크를 다음 조각으로 가져갔다. 그리고 계속해서 먹었다. 최근 식욕이 없었는데 이 타르트가 사정없이 입맛을 돋우고 있었다.
특히나 하얀 크림의 달콤함이 베레레의 새콤함과 만나서 새콤달콤함을 만들어 내니 정신없이 먹지 않고는 못 배기는 상황이었다.
단연코 그녀가 태어나서 먹어본 디저트 중에 최고의 맛이었다.
“이 음식의 이름이 무엇이냐? 정말로 맛있구나!”
“마님, 그걸 만든 요리사에게 듣기로는 베레레 타르트라고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가 말하기를 그보다 더 맛있는 디저트도 많이 있다고….”
“그게 정말인가?”
순식간에 4등분한 베레레 타르트를 모조리 먹어치운 베르나는 귀족으로서의 교양도 잊고 소파에서 벌떡 일어나 버렸다.
“그렇습니다.”
“꼭 만나보고 싶구나. 그레이크시에 이런 요리사가 있었다니.”
“실은 영주성에 대기하고 있습니다. 만나보시겠습니까?”
“그래? 당장 불러오거라. 이보다 더 맛있는 디저트라니….”
베르나는 일단 다시 정신을 차리고 소파에 다시 앉아 찻잔을 들었다. 타르트의 끝 맛은 홍차와도 매우 잘 어울렸다.
“그리하겠습니다.”
집사는 고개를 끄덕이고 곧 엘을 데려왔다. 등장한 엘에 대해서 베르나는 매우 신기하다는 듯 쳐다봤다.
“그대가 이 요리를 만들었나?”
“그렇습니다.”
엘은 최근에 그레이크 소년과 자주 만나는 자신의 존재를 베르나가 알고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자신을 본 베르나의 눈빛은 완전히 처음 본 사람을 대하는 것 그 자체였다.
“후후, 정말로 맛있었단다! 듣자 하니 다른 종류의 디저트도 있다던데?”
“네, 그렇습니다.”
엘이 즉답하자 베르나는 밝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심지어 어린애처럼 좋아하는 그녀.
엘은 약간 의구심이 들었다. 이런 얼굴로 뒤에서 세금을 착복하고 그레이크 소년을 허수아비로 만들려고 했다고? 정말로 알다가도 모를 일이라는 생각이 들 지경.
물론 보이는 얼굴이 전부일리는 없지만.
얼마나 대단한 철면피에 두 얼굴을 가진 여자인 걸까.
***
“데드란 백작이 방문한다고요?”
“네, 스승님. 어쨌든 작은어머니가 세금을 착복했다고 하면 데드란 백작과 관계가 없을 리가 없습니다. 방문의 목적은…. 뭔가 속셈이 있는 것이 분명합니다!”
그건 그랬다. 소년을 허수아비로 만들기 위한 계획이 물 건너가고 영주로서의 책무를 다하기 시작한 시점부터 너무나 조용했으니, 드디어 뭔가 일을 벌이려고 한다 생각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아직도 작은어머니 쪽에 붙어 있는 가신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귀족들은 아무래도 데드란 백작과 연관이 있는 듯하고….”
“뭐, 이권과 돈을 쥐어주고 포섭했다는 건 뻔한 그림입니다. 그와 무관한 사람들이 영주대행님의 아래로 다시 모여든 것이겠죠.”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작은어머니께서…. 작은어머니께서…. 그러실 줄은…!”
그레이크 소년은 목이 메는 듯한 목소리로 말끝을 흐렸다. 어릴 때는 잘해줬었다는 그 기억 때문인 듯 보였다.
“오히려 잘됐습니다. 대체 무슨 짓을 꾸미고 있는지 확실하게 알 수 있게 되었네요.”
“예?”
그레이크 소년이 내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데드란 백작과는 별다른 이야기를 나눠본 적이 없습니다. 그 사람은 항상 작은어머니만 만나고 갈 뿐으로….”
소년은 데드란 백작을 적으로 인식했기 때문인지 어느새 경칭을 생략하고 있었다. 뭐 당연한 일이지만.
“그것이 더 잘되었다는 말입니다. 이 세상에는 먼 거리에서 일어나는 대화를 들을 수 있는 마법이 존재하니까요.”
“그, 그렇습니까?”
그레이크 소년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 눈을 껌뻑껌뻑거린다. 나는 그런 소년에게 어깨를 으쓱여주며 말했다.
“데드란 백작의 정확한 방문 날짜를 알아두세요. 아시겠습니까?”
“예, 스승님!”
마법에 대해서는 믿기지 않아도 나라는 존재에 대한 믿음만큼은 확고하다는 얼굴로 그레이크 소년은 강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데드란 백작의 방문은 바로 며칠 후 이뤄졌다. 그것은 아침나절의 일이다.
그레이크 소년이 급하게 사람을 보냈기에 나는 아침에 약한 드래곤을 둘러메고 영주성으로 향했다. 아침에 약하다기보다 루린이 아침에 깨어 있는 것은 정말로 심하게 드문 일이라서 그렇다.
깨우려고 하면 깨울 수는 있지만 일단 조금은 더 자게 해주겠다는 나의 이 감동스런 마음을 이놈의 잠보 드래곤은 알아줄 리가 없겠지.
“스승님, 어? 부인과 같이 오셨습니까?”
“지금 뭐라고 했습니까?”
“그, 부인과….”
“누가 부인입니까?”
“스승님이 업고 있는 여성분이요.”
그레이크 소년이 당황하면서 나를 보았다. 분명히 처음 만났던 그날, 부정을 했던 걸로 아는데도 멋대로 또 오해를 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렇게 친밀해 보였나?
“아닙니다.”
“네? 그럼 대체… 이분은?”
“흠, 흠, 뭐 부인은 아니지만 서로 목숨을 나눈 관계 정도는 되니까 아무튼 신경은 쓰지 마시죠. 마법을 쓸 사람이 바로 이 녀석이기도 하고.”
“네에? 이분이요? 게다가 스승님, 목숨을 나눈 관계란 건 도대체?”
부인이 아닌데 목숨을 나눈 관계는 대체 어떤 관계냐는 의문이 떠오른 얼굴. 물론 대답해줄 수는 없었다. 나도 정답을 모르니까.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않습니까? 어서 안내하세요.”
“아, 네, 네!”
그레이크 소년은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것 같은 표정을 지으며 앞장서기 시작했다. 도착한 곳은 영주성 3층의 안쪽 방이다.
“이 앞방이 작은어머니의 별실입니다. 하지만 꽤나 크기가 커서… 정말로 가능할까요? 방의 뒤쪽에 있으면 여기까지는 도저히….”
나는 배우지 않았지만, 보조마법 중에 도청을 할 수 있는 마법은 분명히 존재한다. 그러니 마법이란 소리는 거짓말은 아니다. 나중에 의심을 받을 일도 아니고.
물론 그 보조마법보다야 드래곤의 청각이 약 1000배정도 정확하지만.
“괜찮습니다. 이 방인 건 확실하죠?”
“네. 데드란 백작은 영주성을 방문하면 언제나 이 별실에서 작은어머니와 둘이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좋습니다.”
“그럼 저는 일단 데드란 백작을 맞이하고, 작은어머니를 찾아가면 저도 이쪽으로 달려오겠습니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레이크 소년은 비장한 얼굴로 방을 빠져나갔다. 나는 일단 업고 있는 루린을 소파에 눕혔다. 미동도 없이 잘 자고 있다. 고로롱 숨소리를 낼 때마다 흑발이 살랑거린다.
깰 만도 한데 깨어나질 않는다.
볼을 쓱 찔러봤다.
“흐냐!”
그러자 몸을 뒤척이며 고개의 방향을 돌릴 뿐 아무런 반응도 없다.
옷을 하나하나 입혀서 여기까지 업고 왔는데도 안 일어나는 걸 보면 정말 대책 없다고 할 수 있지.
한 가지 신기한 점이 있다면, 나 이외의 존재가 자는 그녀를 만지면 재앙이 일어난다는 점이다. 곧바로 일어나 브레스를 내뿜을 정도로 민감해진다.
그 사실은 예전에 경험한 일에서 확실히 알 수 있다.
드래곤의 성지를 떠나서 나를 따라나선 루린은 내 동료들과 같이 지내야 했다. 우리 모두 수도로 향하고 있었기에 목적지가 같았고 루린에게 인간과의 친화력을 길러준다며 나는 굳이 동료들을 먼저 떠나보내지 않았다.
물론 그때 은근슬쩍 배운 나쁜 버릇이 아직도 가끔 내 속을 썩이는 걸 생각하면 친화력이 문제가 아니고 따로 다녔어야 했다고 후회할 때도 있지만.
지금까지도 가끔 루린이 주장하는 그 여자가 말했다! 시리즈가 전부 이때 탄생했으니.
어쨌든 그렇게 인간들과 같이 여행하게 되었고, 그러던 하루.
루린이 출발을 해야 하는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잠에서 깨어나지 않자 동료 중 하나가 그녀를 깨우겠다고 팔에다 손을 댔다.
그 결과 난리법석이 벌어졌다.
“내 몸에 손대지 마라! 인간!”
자다가 벌떡 일어나 브레스를 사용하며 날린 루린의 대사는 어처구니가 없는 것이었다.
이런 그녀지만 내가 손대면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는다. 미스터리 중의 미스터리.
그래서 그 이유가 궁금했던 나는 루린에게 대놓고 물은 적이 있었다.
“너, 자면서 나랑 다른 사람은 대체 어떻게 구별하는 거냐?”
돌아온 대답은 매우 명료했다.
“그대의 세포 구성은 이 몸의 뇌에 각인되어 있다!”
뭔가 무서운 대답이었다.
어쨌든 그런 연유로 지금도 일어날 생각을 안 한다. 보통은 고로롱거리는 게 기본이지만 가끔 무슨 좋은 꿈을 꾸는지 입꼬리가 올라가면서 히히히, 거리기도 하고.
그런 루린을 보고 있는데 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예.”
대답하자 들어온 건 그레이크 소년이었다.
“스승님, 방금 백작과 대화를 잠시 나눴습니다. 데드란 백작은 곧바로 작은어머니를 찾아갔고요.”
“그럼 시작하죠. 대체 무슨 짓을 꾸미고 있는지 들어봅시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곤 곧장 루린을 깨우기 시작했다.
“일어나라! 루린!”
업혀서도 일어나지 않은 만큼 지금 같은 아침나절에는 소리를 쳐도 큰 반응은 없다. 그렇다면 비장의 수가 있지.
“밥이 없어졌다, 루린!”
“내 밥! 내 밥? 밥?”
그러자 눈을 뜬다. 어떻게 되어있는 뇌 구조야?
“뭐냐, 여긴 어디냐?”
루린은 반쯤 감긴 눈으로 사방을 둘러봤다. 그리곤 나를 발견한다. 그리곤 안심한 얼굴을 하더니 중얼거렸다.
“그대만 있다면 뭐 상관없다.”
팔을 벌리더니 가까이 다가간 나에게 안긴다. 그리고 다시 눈을 감았다.
“고로롱.”
잠들어 버린 것이다.
“일어나시지.”
나는 슬쩍 루린의 관자놀이에 손을 가져갔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