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Wizard’s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59)
# 59
Chapter.15 루린의 레어
루린의 레어는 순조롭게 지어지는 중이었다.
겨울이 다가와 점점 추워지는 이때. 이미 드워프들은 80%이상의 완공률을 선보이고 있었다.
그래서 슬슬 완공된 방을 이용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 나는 레어를 둘러보며 점검을 시작했다.
드래곤 레어는 우선 크게 1층과 2층으로 나누어진다.
식당에서 레어의 입구로 들어가면 우선 거대한 홀이 나온다. 홀에는 2층으로 갈 수 있는 웅장한 계단과 1층의 안쪽으로 갈 수 있는 거대한 입구가 있다. 그 거대한 입구는 드래곤 본체의 방으로 들어가는 길이다.
1층에는 루린이 드래곤으로 폴리모프해도 지장 없는 넓은 방이 있다.
드래곤 본체의 방이다.
루린 왈, 나와 같이 있는 한 드래곤의 모습은 싫다고는 했지만 어쨌든 레어에 있어서는 가장 기본적인 부분.
드래곤의 본체가 머물 수 있는 이 커다란 방은 사방이 대리석이다. 그리고 커다란 카펫이 깔려있다.
천장에는 엄청나게 커다랗고 화려한 샹들리에가 번쩍거린다. 그 반짝거리는 샹들리에는 보석으로 꾸며져 있다.
다만, 아무래도 본체의 방이라서 그것 말고는 아무것도 없는 방이기도 했다.
드래곤 본체의 방을 넘어가면 언젠가 나와 루린이 언덕을 뚫고 라면을 끓여먹던 장소가 나온다. 그때 지하수맥이 흐르는 걸 발견했던 그 공간은 지금 목욕탕이 되어있었다.
대온천탕.
엄밀히 말하면 온천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어쨌든 지하에서 마법으로 덥혀진 물의 폭풍이다.
“오오, 그대! 여기 뭔가 좋다. 밖은 추운데 여긴 따뜻하구나!”
“네, 그렇습니다입니다. 저희 드워프의 모든 기술력을 동원한 최고의 목욕탕이다입니다!”
목욕탕으로 안내한 젊은 드워프가 어색한 인간 말을 내뱉으면서 소개를 시작했다.
“음, 맘에 드네요. 그럼 나가 있어 줄래요? 구경을 해보려는데 길어질 것 같으니 다른 일 보셔도 됩니다.”
“아, 알겠다입니다!”
젊은 드워프는 루린에게 쫄아서 허리를 90도로 숙인 자세를 유지하다가 허겁지겁 목욕탕에서 빠져나갔다.
중앙에는 동그랗고 커다란 대욕탕이 있다. 그 주위를 대나무 숲으로 꾸며놓았다. 그 위에 마법 조명이 비친다.
분위기는 최고다.
커다란 대욕탕의 아래에는 두 개의 욕탕이 있다. 하나는 찬물. 그리고 하나는 약초탕이다.
이 세상의 비싼 약재 중의 하나인 베라라라는 녀석을 사용한 욕탕으로 혈액순환을 돕고 피부 자체를 뽀얗고 매끈하게 해주는 귀한 녀석이다.
보통 폴리모프 한 드래곤의 피부는 본체의 피부조직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다. 파충류의 껍질이라고 할 수 있는 드래곤의 피부조직은 거칠고 모공이 더 많은 편으로 인간으로 폴리모프하면 그 영향을 그대로 받는다.
하지만 루린은 어린 드래곤이기도 하고, 대부분의 시간을 레어에서 지내던 은둔형 드래곤이었던지라 피부는 좋은 편이었다.
“루린, 여기가 약초탕이다. 피부가 훨씬 좋아….”
풍덩!
루린은 말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약초탕으로 뛰어들었다.
“푸하아! 그대, 그게 정말이냐? 그럼 나 여기에서 살겠다!”
“아니, 그랬다간 몸이 불어서 오히려 피부가 망가집니다. 드래곤님.”
“그럼 먹으면 되냐?”
드래곤은 호기심 강한 얼굴로 약초탕의 물을 마시기 시작했다. 그래서 안아 들어서 끌고 나왔다.
“맛 없다아…쓰다….”
인상을 찌푸리고 나를 본다. 옷은 완전히 생쥐 꼴로 젖어가지고서는.
“그건 아마 먹어서는 효과가 없을 걸? 약초라는 건 먹으면 효과가 있는 것과 발라서 효과가 있는 건 두 가지로 나뉘니까. 그러니 피부에 양보해라. 먹지 말고.”
“그러냐? 먹어서 효과가 있어도 먹기 싫다!”
“으이그.”
나는 드래곤을 방치하고 족욕탕을 걷기 시작했다. 대욕탕과 냉탕, 그리고 약초탕의 둘레에 길을 내서 바닥에 여러 가지 크기의 돌을 깔아 지압의 효과를 줬다. 혈액순환에 그만이다.
그런데 너무 아프다. 돌을 너무 촘촘히 배치했나?
“아앙!”
루린은 따라 걷더니 약 1초 만에 밖으로 나가버렸다.
이번만큼은 루린의 행동에 공감한다. 나조차도 얼마 버티지 못하고 밖으로 튀어나왔다.
이거 약간 개선의 여지가 있는 거 아닌가? 너무 아픈데? 아니면 건강에 이상이 있나? 잠시 고민을 했으나 그냥 내팽개치고 이번에는 대욕탕으로 들어갔다.
중앙의 대욕탕은 일단 뜨겁다. 그리고 넓다. 약초탕은 미지근하다. 각각 온도차이가 있다.
대욕탕으로 들어가자 루린이 따라 들어온다. 처음에는 뜨거운지 발을 적셨다가 화들짝 놀라 나가더니 다시 조금 있다가 발을 들이밀고 조금 적응이 됐는지 그때야 조금씩 들어왔다. 그리곤 곧바로 내 옆으로 와서 물을 뿌린다.
그러면서 웃을 때마다 얼마 전 선물한 다이아몬드 이어링이 흔들거리며 빛을 발한다. 루린의 머리를 위로 올려 묶었기에 귀걸이가 평소보다 더 눈에 띈다. 뭔가 신비한 매력을 풍긴다. 루린이 웃을 때마다 말이다.
“그대…. 흐아아아, 뜨겁다. 으으.”
“물에서 김 올라오는 거 보이지?”
“보인다.”
“모공을 잔뜩 열어놓고 약초탕에 들어가면 더 좋지.”
“오오?”
뜨겁다고 슬그머니 나가려던 루린이 내 말에 다시 들어와 몸을 담갔다.
“그나저나 드래곤이 피부에 신경을 다 써?”
“드래곤도 피부미용이 중요한 시대다. 거칠거칠한 녀석들은 보기 안 좋다.”
루린은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거 굉장한 시대구만.
루린은 그러다가 내 말대로 약초탕으로 들어갔다. 얼굴이 중요한지 물에 잠수해 들어갔다가 나오기를 반복한다.
어쨌든 목욕탕에 대해 평가를 하자면 크기도 그렇고 매우 마음에 들었다. 드워프들은 역시 믿을 만한 일꾼이다.
잠시 목욕을 즐긴 후에 물을 질질 흘리면서 2층으로 올라갔다.
2층에 올라가면 가장 앞에 있는 방이 옷방이다. 나와 루린은 그 옷방으로 들어갔다.
구조는 현대의 명품 옷 매장에서 착안했다. 말이 옷방이지 거대한 옷가게 같은 외형이다. 그동안 모아온 옷이 방의 거대함을 못 따라간다고 할까.
대형 수건을 꺼내 루린의 머리위에 올렸다. 수건이 루린의 몸을 완전히 덮는다. 다리만 보이니까 왠지 웃기다.
루린의 시야가 가려있는 그 틈을 타서 재빠르게 몸을 닦고 옷을 갈아입었다.
“그거 내가 빨아준 팬티다!”
“그게 언제 적 일이야!”
실패했다. 바지까지 입기 전에 드래곤이 수건을 치우고는 웃기 시작했다.
“엊그제 아니냐!”
엊그제는 아니지. 하여간 드래곤의 시간감각이란. 수천 년을 사는 만큼 1년 단위는 드래곤에게 엊그제다 엊그제.
“머리를 그렇게 대충 닦으면 어떡해?”
“모른다.”
루린은 나에게 수건을 내밀었다. 모르긴 뭘 몰라. 어딜 봐도 해달라는 계획적인 행동이다.
쓰윽쓰윽.
그걸 또 해주는 나도 나지만.
“샴푸 했지? 니 검은 머리는 내 추억이기도 하니까 잘 가꿔야 한다고.”
“그대가 해줬으면서 묻냐?”
“그렇지.”
머리를 정성들여 닦은 후 몸도 닦았다. 이럴 때는 가만히 있는다. 가만히. 이미 하루 이틀도 아니지만.
“옷이나 골라 입어.”
“옷이 4벌밖에 없을 때랑은 또 다른 고민이 생겼다. 히히. 난 옷 부자다!”
루린은 뭐가 그리 신나는지 옷을 고르며 돌아다녔다. 그 주위를 북쪽대지에서 잡아온 소형 몬스터, 벨라리아라는 녀석이 돌아다닌다.
옷방을 관리하는 임무를 맡은 몬스터다.
옷이 최적의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온도와 습도를 관리한다. 이 몬스터는 너무 건조하거나 너무 습한 것을 싫어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자신의 주위를 알맞은 온도와 습도로 관리하는 특성이 있다.
피어로 복종을 하게만 만들면 매우 유용한 몬스터다.
루린이 옷을 입은 뒤 우리는 옷방을 나왔다. 그리고 식자재 창고로 향했다. 여기서도 할 일이 있다.
“루린, 이 방 자체에다가 시간 정지의 마법을 걸어줄래? 범위가 좀 넓긴 한데, 최근 너 드래곤 구슬 때문에 마나가 넘치니까 가능하지 않을까?”
“그런가? 잘 모르겠다. 하지만 그대가 원한다면 해보겠다!”
루린은 눈을 감고 집중하기 시작했다. 진지한 루린은 아무 때나 볼 수 있는 게 아니다.
나는 서둘러 식자재 창고에서 나왔다. 곧 방 전체가 파란빛에 휩싸인다.
시간 정지란 아무리 드래곤일지라도 쉬운 마법이 아니다. 루린의 이마에 어느덧 송글송글 땀이 맺히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물러날 생각은 하지 않는다. 시간이 흘러갔다. 버거운 사투는 20분이 넘게 이어진다.
“휴우! 히히, 다됐다!”
그리고 시간이 30분에 다다를 무렵 루린은 이마의 땀을 소매로 닦으면서 숨을 토해냈다. 이걸로 넓은 식자재 창고의 안은 시간이 정지돼 버렸다.
언제나 신선한 그 상태로 꺼내 쓸 수 있게 된 것이다.
“오오, 굉장한데? 고마워.”
“그대! 고마우면 이리와라!”
루린은 자신의 팔을 벌리며 소리쳤다. 안아달라는 뜻이다.
이런 경우에는 꼼짝 없이 안아줘야지 뭐. 아무런 투덜거림도 없이 어려운 마법을 성공해 줬으니 말이다.
나는 루린을 정면에서 껴안았다. 그리고 등을 토닥거려 주자 루린도 내 등에 손을 두르더니 발을 구른다.
“이제, 각종 계절 식재를 몽땅 이곳에 넣어버리면 되겠군. 후후.”
“별로 관심은 없지만 그렇군!”
잠시 루린을 안고 있다가 떨어졌다. 아앙! 거리며 반항했으나 아직 할 일이 많다.
“바보 같은 몸부림 그만치고, 따라와. 레어를 둘러보는 게 먼저다.”
다음은 증류주의 방이다. 식자재만큼 중요한 술의 방이지.
식자재창고와 따로 관리하는 이유는 증류주의 경우에는 오히려 시간이 흘러야 좋기 때문이다.
오래 묵을수록 깊은 맛과 진한 향기를 머금는 것이 위스키로 대표되는 증류주다.
이 방에는 많은 오크통이 자리 잡고 있다. 현대에서 소환한 오크통으로 내 보물이기도 하다. 이 오크통에는 위스키가 묵어가고 있다.
현대에서 소환당시에 100년이 지난 것부터, 80년, 50년으로 다양하다.
오래 묵힌 것일수록 등가교환 하는 금괴의 양이 늘어나지만. 아무튼 그만한 보물이다.
그 외에도 이 2층에는 다양한 방이 있다. 본체의 방이 아닌 상당한 면적을 자랑하는 루린의 방과 내 방. 그리고 보물의 방. 그리고 기타 등등.
아직 건축 중이니 다시 또 설명할 날이 있겠지. 나는 오크통 하나를 가지고 식당으로 올라갔다.
80%의 완공률을 보이는 레어를 둘러보는 목적 외에 이 오크통이 필요했다.
오크통에 묵은 최고급 위스키에 우바를 재우면, 그 맛이 엄청나게 호화로워 지니까. 위스키의 작용으로 우바가 우바 같지 않게 부드러워짐은 물론 특유의 향까지 배어든다.
우바보다 그것을 재운 위스키의 가격이 엄청나게 비싼, 매우 쓸데없는 사치라고 할까.
“루린, 오늘 저녁은 진짜로 맛있는 고기구이다.”
나는 시간정지 마법을 사용하느라 고생한 루린에게 그렇게 고했다. 루린은 진짜로 맛있는 구이라는 것은 어떤 거냐에 대한 의문으로 눈을 빛내기 시작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