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Wizard’s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61)
# 61
Chapter.16 형제와 감기
“면접은 저기 보이는 축사 쪽입니다. 선배님! 여기 두 명 추가요!”
지레 겁먹은 형제의 등을 밀테인은 실실 웃으면서 사정없이 떠밀었다. 얼떨결에 두 사람은 축사 앞까지 당도해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언덕을 올라오기 전까지만 해도 한 번 해보자던 자신감은 단번에 사라진 채 극 소심해진 상태.
설상가상 두 사람의 옆으로 면접에서 떨어졌는지 한 무리의 남자들이 매우 실망한 얼굴로 뭔가를 중얼거리며 지나갔다.
린테와 마테가 보기에는 매우 멀쩡하고 건장한 남자들이다.
“형님….”
동생이 우울한 얼굴로 고개를 숙이자 린테는 뭔가 반발심이 생겨서 소리쳤다. 어차피 뽑힐 걸 기대하고 여기까지 온 건 아니다. 밑져야 본전인 이야기였다.
“됐다, 마테야. 쫓겨나는 건 익숙하잖아?”
린테는 이판사판 동생을 이끌고 줄 서 있는 사람들 뒤에서 차례를 기다렸다. 그리고 잠시 후 다가온 순서.
린테와 마테는 축사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테이블이 보인다. 테이블에 앉아 있는 건 총 네 명으로 남자 두 명에 여자 두 명.
심지어 한 명은 인간이 아니었다. 귀가 뾰족하고 길다. 그리고 너무나도 미인.
말로만 듣던 엘프를 눈앞에서 목격한 형제는 놀라서 눈을 깜빡거렸다.
“어서 오세요.”
멘트는 두 형제에게 좀 더 가까이 오라고 손짓했다. 이판사판 나가려던 린테는 엘프라는 존재에 기가 완전히 죽어버려서 다시 또 길 잃은 강아지가 되어 우물쭈물 거렸다. 마테는 시종일관 그 상태였고.
그런 린테와 마테를 살핀 엘레나는 웃으면서 엘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첫인상이 합격이라는 뜻이다.
아무런 사심 없는 백지 같은 상태. 엘레나는 이렇게 순수한 내면을 가진 인간을 보는 게 상당히 오랜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자신의 눈앞에 있는 엘을 보는 것 같은.
물론 엘에 비해서는 너무나도 자신감이 없어 보였고 미완성이었지만.
엘레나의 첫인상 통과를 해내는 남자조차 드물었다. 그렇기에 멘트는 드디어라는 얼굴로 두 사람에게 질문을 던졌다.
“어디보자, 그러니까 음, 목장에서 일 해본 경력은 있나요?”
“아, 아뇨!”
“없습니다!”
두 사람이 동시에 대답하자 엘레나는 역시나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거짓말 탐지기는 오늘도 열일 중이다. 그 사실을 까마득히 모르는 린테와 마테는 성격 그대로 진실만을 대답할 뿐이고.
“두 사람은 그러니까 형제인가요?”
그때까지 가만히 있던 풍채 좋은 아주머니, 세럴이 형제에게 질문했다. 그녀는 사실 형제만큼 긴장을 하고 있었다. 자신이 면접관이라니, 너무나도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해서.
“맞습니다!”
린테가 역시나 큰소리로 대답했다. 세럴은 고개를 끄덕이며 멘트를 쳐다봤다. 할 일은 다 했다는 뜻.
멘트는 어쩔 수 없다는 듯 형제를 향해 질문 공세를 펼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그럼 어떤 일을 주로 해왔나요?”
“저희는 음, 그러니까 형님과 저는 공사판에서 주로 일했었고…. 그리고….”
“그리고?”
말하다 말고 마테는 잠시 망설이기 시작했다. 린테도 마찬가지였다.
“그게….”
밝히지 않아도 어차피 알게 될 일이다. 생각대로 라탄다는 목장에까지 자신들에 대한 험담을 해놓은 것 같지는 않아 보였다.
그러니 선입견이 생기기 전에 사정을 먼저 솔직하게 말하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 마테는 형을 바라봤다.
린테는 그런 동생의 손을 붙잡았다.
“형님, 어차피 알게 될 일입니다. 그러니 차라리 우리 쪽에서 사정을 전부 말하는 편이….”
평생 따라오는 족쇄. 그 무게에 대해서 생각한 린테는 동생의 말이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자신들이 죄가 없는 건 아니다. 빈집에 들어간 건 명백한 죄였다. 하지만 죗값을 치르고 나왔는데도 불구하고 괴롭힘을 계속하는 감독관 라탄다.
그건 너무하지 않은가. 마테는 그 울분을 담아서 지난날의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누군가 알아줬으면 좋겠다는 마음.
누군가에게는 토해내고 싶은 심정.
사실 믿어줄 거라는 기대보다, 그저 자신들이 왜 이렇게 된 것인지에 대한 걸 토로하고 싶었다.
엘은 마테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 엘레나를 쳐다봤다. 엘레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모두 진실이라는 뜻이었다.
하긴 형제라고 밝힌 두 청년은 처음부터 진실을 말하고 있었다. 그러니 여태 안 쫓겨난 거고.
흠이 있는 건 상관없다. 사람에겐 다 저마다의 사정이 있는 법.
중요한 건 진실 된 사람이냐의 여부.
특히나 직원을 고용하려는데 있어선 솔직함은 선결과제다. 적어도 엘은 그렇게 생각했다.
남들보다 정의감이 좀 더 강했기에 권력에 의해 희생당한 연약한 존재.
누군가는 말한다. 약한 존재라면 그저 가만히 당하고 있어야 한다고. 그것이 삶을 살아가는 지혜라며.
하지만 부조리를 당해도 그저 가만히 있는다면 세상은 절대로 바뀌지 않는다.
그런 관계로 엘은 형제를 조금 더 지켜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요한 건 과거가 아니다. 솔직함은 증명됐다.
그렇다면 중요한 건 감옥에 드나들었다는 것이 아니다.
얼마나 성실한지.
일을 얼마나 열심히 하는지.
그 두 가지가 중요하다.
게다가 지금껏 엘레나의 판독기에 걸러지지 않은 사람 자체가 처음.
솔직한 고백과 함께 잔뜩 굳어있는 린테와 마테를 향해서 엘은 한 가지 제안을 꺼내 들었다.
“괜찮다면 우선 일주일 정도 일해보지 않겠어요? 일주일치의 품삯은 지급합니다. 그 후에 고용할지 어쩔지를 확실하게 정하겠습니다.”
“네?”
린테와 마테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전혀 예상치도 않은 대답이 나왔기 때문이다.
“우리 이야기를 믿어주시는 겁니까?”
마테가 그리 말하자 엘은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엘프족은 거짓을 꿰뚫어보거든요. 그러니 믿을 수밖에요. 그녀에게 감사하세요.”
“그, 그렇습니까? 기회를 주신다면 당연히 하겠습니다! 일주일간의 돈은 안 받아도 상관없어요!”
“그럴 순 없죠. 정당한 품삯은 반드시 지급합니다. 그럼 내일 아침부터 나오겠어요?”
“당연합니다!”
“알겠습니다!”
두 형제는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하는 기분으로 서로를 쳐다봤다. 자신들의 말을 믿어주는 것도 처음, 이렇게 기회를 주는 곳 또한 처음이었으니까.
***
형제는 북쪽 빈민촌, 그저 바람만 막아주는 폐가에서 일어난다. 새벽엔 기온이 상당히 차다. 그러니 눈을 붙이고 일어나면 온몸이 다 으스스할 지경. 그래도 밖에서 자는 것보다는 조금 나았다.
일어나 굳은 몸을 풀고는 곧바로 버려진 음식물을 찾아 허기를 채운다. 그리곤 곧바로 목장으로 올라가 일을 배웠다.
목장의 아침.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우리에 갇혀 있던 물소들을 밖으로 내보내는 것이다. 넓은 언덕 부지에 물소들이 마음껏 뛰어다닌다. 그것이 건강한 젖을 만드는 지름길.
뛰놀다 지친 물소는 인공으로 만들어진 작은 호수에 들러 뒹굴거린다.
그것이 물소의 동선이다. 언덕 밖으로는 루린의 10클래스 마법이 막고 있기에 나가려야 나갈 수도 없다.
그러니 우리에서 풀어놓으면 그냥 놔둬도 별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다시 우리로 들여보내기 전까지는.
물론 진짜 일은 우리에서 물소를 내보낸 후부터다.
최근 물소의 교배로 숫자가 늘어나면서 도저히 멘트와 밀테인 두 사람으로는 감당하기가 힘들었고 자연히 엘은 사람을 충원하고자 한 것이다.
물소들은 자연스럽게 언덕의 풀을 먹으며 배를 채운다. 세럴은 아기를 밴 물소들을 돌본 후 번갈아가면서 물소 젖을 짠다.
사실 이 물소 젖을 짜는 게 목장에서 가장 중요한 일로 멘트가 붙어서 돕고 밀테인은 혹시라도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뛰노는 물소들을 감시한다.
린테와 마테는 우리 안에서 물소들의 대변과 소변을 치우는 일이 맡겨졌다.
“형님, 튑니다 튀어요!”
“좀 튀면 어떠냐. 일하고 있다는 게 대단 한 거지.”
“그건 그렇지만…!”
오전 내내 땀을 흘리며 축사의 청소에 매진한 형제. 그러나 마테는 문득 한 사람이 없다는 게 궁금해졌다.
자신들에게 일주일간 일 해볼 것을 제안해 준 바로 그 사람이 보이지 않았으니까.
그래서 쉬는 시간이 되자 마테는 밀테인에게 다가가 물었다.
“저기, 선배님…?”
“응? 선배? 나?”
항상 멘트를 선배님이라고 부르는 밀테인은 지금껏 어딜 가나 막내 신세였다. 20대 후반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그런지라 처음으로 선배라고 불린 밀테인은 기분이 좋아져서 마테를 보며 크게 웃기 시작했다.
“하하하하! 그래, 후배여, 뭐든 물어보거라!”
“그게, 어제 면접 봐주던 짧은 머리를 한 남자 분은 안 나오시나요? 감사인사를 드리고 싶은데….”
“아, 엘님은 목장의 주인이야. 평소에는 다른 일을 하시느라 목장엔 안 나오시지. 사장님이란 그런 것 아니겠어? 목장을 관리하는 건 저기 계시는 선배님이 하시지.”
“아아, 그렇군요.”
목장의 주인이었구나. 마테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바로 납득했다. 거의 처음으로 형과 자신을 믿어준 사람이 목장의 주인이라니.
뭔가 든든한 기분이 들었다고 할까.
그 사실을 알아낸 마테는 쪼르르 린테에게 다가가 입을 열었다.
“형님, 어제 그분은 이 목장의 주인이셨대요.”
“그러냐? 어쩐지 그래 보이기는 했어. 일해보라고 제안을 해준 것부터 그런 포스가 느껴졌다고 할까.”
마테는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리고 곧 점심시간이 시작됐다. 형제는 당연히 굶을 예정이었으나 밀테인이 그런 두 사람을 불러서는 식사를 내밀며 말했다.
“점심은 제공이니까 많이들 먹어라. 그리고 둘 다 나보다 어리지?”
밀테인은 20대 후반. 린테와 마테는 20대 초반이다. 그런지라 린테와 마테는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그래, 열심히들 해라! 모르는 거 있으면 뭐든지 물어보고.”
“그럼 선배님, 질문이 있습니다! 저, 정말 이걸 그냥 주는 겁니까?”
“당연하지. 우리 목장이 이래봬도 직원 대우가 상당히 좋다고? 페이도 좋고 말이지. 난 용병일을 그만두고 취직했을 정도다.”
호쾌하게 웃는 밀테인을 향해서 린테와 마테는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속으로는 용병을 했었다니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하지만 그것도 잠시. 두 사람은 밀테인 보다는 따뜻하게 김이 나는 점심밥에 더 눈이 갔다.
감옥에서 나온 후 제대로 챙겨 먹는 끼니는 이것이 처음.
“형님! 이거 맛있어요!”
“그러게, 뭐가 이리 맛있냐!”
음식의 이름조차 모르겠지만, 형제는 그저 먹는데 바빠졌다. 포크를 가져가는 손이 보이지 않을 정도.
목장의 점심은 세럴의 솜씨다. 식비는 엘이 모두 지급해 주기 때문에 세럴이 도맡아서 점심을 만들었다.
“그러니? 후후, 많이들 먹거라.”
세럴이 아들 또래인 린테와 마테를 보면서 웃어주었다. 형제는 첫날인데도 불구하고 세럴과 멘트 그리고 밀테인의 따뜻함에 뭔가 감정이 북받쳐 올라왔다.
자신들에게 이렇게 잘해준 사람은 부모님을 제외하곤 처음이었다. 그나마도 부모님에 대한 기억은 너무나 어렴풋한 어린 시절의 향수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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