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Wizard’s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74)
# 74
Chapter.19 레드드래곤과 드래곤구슬
노릇노릇 튀겨진 생선이 시각을 자극한다. 여기에다가 계란말이를 만든다.
짭짤하면서도 맛있는 계란말이.
내가 살던 지구에서는 이 계란말이를 달게 만들기도 하지만, 나는 한국식으로 짭짤한 계란말이를 좋아한다.
파송송 썰어서 예쁜 노란색의 계란말이로 시각을 자극하고 된장국을 끓인다. 복잡하게 끓이는 된장국이 아니다. 된장 본연의 맛에 집중하고 바지락으로 맛을 낸 된장국이다.
그저 두부와 파가 조금 올라가 있을 뿐.
그리고 그레이크 시장에서 공수해 온 각종 나물 반찬이 올라간다. 푸른색과 갈색으로 조화를 이루는 나물 반찬. 맛은 고사리와 시금치의 생생함을 닮았다.
이렇게 하면 정말로 가정식처럼 보인다.
“자, 밥이다.”
“흐음, 뭔가 소박하네.”
하여간 드래곤 아니랄까 봐.
루린하고 비슷한 소리를 내뱉기는. 루린보다는 다행히 얌전하지만.
“이건 뭐야?”
“생선튀김. 먹어본 적 없을걸?”
“그러네. 마지막 식사가 이런 거라니. 뭐 상관없지만.”
레드드래곤은 이상한 말을 내뱉더니 생선튀김 전체를 입으로 가져갔다.
“야, 뼈는 발라서….”
와그작와그작.
우매한 소리였다. 바로 반성.
산채로 소를 잡아먹기도 하는 드래곤이다. 그 뼈조차 소화하는데 생선뼈가 무슨 걱정인가.
루린도 그랬다.
잠시 이 여자가 드래곤인걸 잊었네.
“오오. 잘 튀겼네. 이건 대체 뭐라고 하는 녀석이야? 바삭바삭해.”
오히려 저렇게 통째로 와그작 씹어 먹으니까 더 맛있어 보이고.
드래곤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된장국을 입에 가져갔다.
푸우우우웁-!
하지만 이건 불합격인 모양이다. 매우 격렬하게 뿜어버렸다.
“야!”
“뭐야 이건 구려!”
된장을 처음 접하는 이세계인들의 전형적인 대사를 내뱉는다.
루린은 된장에 조교 되어서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게 먹지만, 처음에 이런 반응이었지.
“구리다니! 음미하며 먹어봐라!”
“흐응.”
레드드래곤은 어깨를 으쓱하더니 이번에는 계란말이를 입에 가져갔다.
“뭐야, 이건 푹신해!”
마음에 들었는지 눈을 빛낸다.
“뭔가 소박하다고 생각했는데…. 나름 괜찮네. 마지막 식사치고는.”
드래곤은 곧 와구와구 식사를 마쳤다. 그리고는 포크를 내려놓고 물을 마신다. 그리곤 다시 자조적인 웃음을 지어 보였다. 아까부터 저 자조적인 웃음은 대체 뭐야?
다만, 이번에는 그 웃음이 오래가지 못했다. 전쟁이 발발한 것이다. 자고 있던 루린이 강림했다.
“뭐냐, 자고 일어났더니 왜 늙은 데다가 빨간 게 식당에 있냐! 뭐냐아아아아아!”
“꺄아아악?”
자고 있던 드래곤이 날뛰기 시작한다. 잠이 깨기 시작한 시점에서 아마도 드래곤의 기척을 느꼈을 테고 거기다가 싫어하는 레드드래곤이라는 걸 눈치채더니 바로 행동으로 들어간다.
루린은 바 테이블에 앉아 있는 레드드래곤의 팔 쪽으로 다짜고짜 발차기를 날렸다.
-우당탕!
그 충격에 레드드래곤은 옆 좌석 의자에 부딪혔다가 바닥으로 굴러버렸다. 못 말리는 장면이다.
“어디 감히 레드 따위가 내 것에 손을 대냐! 나의 승리다! 어엉?”
루린은 승리의 브이를 그리며 해맑게 웃었다. 득의양양한 미소다. 하지만 곧 표정이 이상해진다. 일그러진 얼굴로 나에게 달려왔다.
“그대그대그대!”
“그대고 뭐고 손님으로 밥 먹는데 갑자기 발차기가 웬 말이야? 떽!”
물론 어떠한 힘도 실리지 않았다. 마법을 쓴 것도 아니다. 레드드래곤에게의 적의 때문에 그저 가벼운 인사치레의 발차기를 남긴 것이다. 하지만 전쟁터면 모를까 식당에서까지 그러면 곤란하지.
하지만 꾸지람을 당하면서도 루린은 고개를 붕붕 휘저었다.
“그게 아니다!”
“응? 그게 아니면 뭔데?”
“저기저기!”
루린이 내 팔을 질질 끈다. 그리고 레드드래곤이 굴러떨어진 바닥을 가리켰다.
“피다! 피로 흥건하다!”
“엥?”
루린의 말대로다.
바 테이블 앞으로 빨간 피가 흥건하다. 계속해서 새어 나오고 있었다. 피의 진원지는 레드드래곤의 등이었다. 그 피의 양은 식당 바닥 전체를 흥건히 적실 기세였다.
양수기에서 물을 퍼 올리는 기세와 비슷한 속도로 등에서 피가 뿜어져 나온다.
루린의 발차기로 이런 상태가 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루린이 건드린 건 팔 쪽이고, 지금 피가 나는 건 등이다.
애당초, 바닥에 함정이 설치되어 있었다고 해도 드래곤이 저렇게 피를 흘리는 지경이 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
“그러니까 마지막이라고 했잖아. 발차기 때문에 보존마법이 풀려버렸다고. 아프다. 아파아! 배신당하고 그저 도망치는 길에 너희 기척이 느껴져서 와 봤을 뿐이야. 그저 보고 싶었어. 진정한 사랑이 있는지. 배신당하고 이렇게 죽는 건 너무 바보 같지 않아서. 어차피 죽는 건 시간문제고, 허망한 삶이었어….”
죽음을 남의 일 말하듯 말하며 공허한 눈동자가 돼버린 레드드래곤. 아까부터 마지막이라는 말을 남발한 것이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등의 상처는 정말로 심각했으니까. 괜히 피가 뿜어져 나오는 게 아니다. 이미 내장까지 손상된 상태로 보인다. 인간 형태라고 해도 기본적으로 마나의 벽이 몸을 보호한다.
그런데도 이렇게 되었다는 것은 드래곤 급의 힘에게 당했다는 소리다.
보존마법으로 억누르고 있었으나 어차피 미봉책.
“너, 대체 어쩌다 이렇게 크게 다쳤어? 드래곤이 이래도 돼?”
지금은 드래곤과 드래곤이 싸우는 전쟁 도중도 아니다. 그런데도 드래곤이 이런 치명상을 당하고 쓰러지다니. 선뜻 이해가 안가는 상황.
레드드래곤은 내 질문에 대답하지 못하고 고개를 힘없이 떨구어 버렸다.
아까 분명 배신이 어쩌고 말했다. 인간에게 배신당할 리가 없다. 그렇다면 드래곤이다.
“뭐, 뭐냐 이 녀석…. 죽은 거냐?”
루린은 쪼그리고 앉더니 레드드래곤의 몸을 손가락으로 쿡쿡 찌르기 시작했다. 당사자는 꼼짝도 하지 못했다.
확실한 건 이미 죽음이 드리운 상황이라는 것이다.
본래대로라면 그녀를 살릴 방법은 없다고 하는 게 맞다.
“루린, 그만 찌르고 엘레나씨에게 텔레포트 해줘.”
이 드래곤이 나에게 해를 끼친 적은 없다. 공격을 당한 적은 있지만 그건 이미 끝난 일이다. 오히려 밥을 달라고 했으니 어찌 됐든 손님.
식당에서 쓰러진 손님을 살리려 노력하는 건 당연한 일이고.
“엘레나씨의 진료소가 어딘지는 알지? 나 아플 때 다녀왔다며?”
“어어어? 그대가 그걸 어떻게 알았냐?”
루린은 흠칫 놀라더니 입까지 삐죽이 내밀었다. 아무래도 비밀이었나 보다.
“그 엘프녀석 감히!”
게다가 엉뚱한 곳으로 원망을 돌린다.
아마 당사자가 알면 공포에 떨다가 지려버릴지도 모른다. 그냥 옆에 있어도 무서워하는데 화를 내는 드래곤이 다가가면 정말로 졸도하겠지.
하지만 그 원망 덕에 텔레포트가 빨라졌다. 주위가 곧 어둠에 휩싸인다.
곧 새하얀 빛이 번쩍인다. 그와 동시에 엘레나가 눈앞에 나타났다. 그녀는 레드드래곤과 루린을 쳐다보더니 시선을 돌려 나를 본다.
5초.
4초.
3초.
2초.
1초.
“꺄아아악!”
여지없이 기겁하며 혼비백산. 엘레나는 경악한 얼굴로 바들바들 떨기 시작했다. 귀가 마구 움찔거린다.
“이, 이게 대체…. 위대한 존재가 두 분이나! 아아!”
“잠깐, 멈춰어엇! 여기서 기절해 버리면 아무것도 안 됩니다. 정신 차려요.”
나는 졸도하려는 엘레나의 몸을 뒤에서 간신히 지탱했다. 쓰러지는 건 막았으나 눈동자가 뱅뱅 돌고 있는 느낌이다.
“엘레나씨!”
크게 부르자 간신히 나를 쳐다봤다. 눈동자가 혼란으로 그득하다.
“지, 지탱해 주셔서 감사해요. 그런데 이건 대체… 무슨 일이죠?”
“드래곤은 맞는데 심각한 환자예요. 그러니까….”
“당장 멈춰라!”
바로 그때 진료소 문밖에서 매우 건방진 음성이 흘러들어왔다. 위급한 환자를 살리려는 이때 멈추라니. 적어도 그레이크 시에 그런 무례한 존재는 없다.
진료소 안으로 우르르 몰려 들어오는 남자들. 머리 색깔이 모조리 빨간색이다.
“멈춰라!”
입에서는 여전히 명령이었다. 빨간 머리. 다짜고짜 명령. 그리고 건방짐.
모두 오만함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행동들. 엘레나의 표정을 확인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전원 레드드래곤 이라는 것을.
놈들은 엘레나의 진료소를 가득 채웠다. 밖에도 그 존재가 보인다. 여기도 빨간 머리, 저기도 빨간 머리. 밖에도 빨간 머리다.
갑작스러운 난입은 분명히 텔레포트의 위력.
루린은 나보다 더 먼저 알아차리고 으르릉거리는 표정으로 눈썹을 치켜세웠다. 드래곤의 정체를 파악하는 게 종족 특성인 엘레나 또한 이미 얼굴이 기절한 상태다. 영혼이 나간 표정이랄까.
루린이 씩씩거리면서 내 옆에 찰싹 붙는다. 적개심이 전신에 가득하다.
“그대! 빨간놈들이 엄청 많다! 싸운다!”
“풉.”
루린의 반응에 코웃음이 돌아왔다. 빨간 머리 남자들의 맨 앞에 있는 남자가 대놓고 날린 코웃음이다. 말이 코웃음이지 비웃음이라고 보면 된다.
그 남자는 보통의 드래곤들보다 한 10배는 더 오만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질서를 어지럽히는 인간이 있다더니 바로 네놈이구나! 감히 우리 레드드래곤을 해하려 하다니 절대로 용서할 수 없도다!”
그 남자는 진료소에 쓰러져 있는 레드드래곤을 가리켰다. 아직도 피가 흐르고 있는 그녀를 손끝으로 가리킨 남자는 매우 의기양양했다.
레드드래곤을 해치운 게 나고, 그 상황을 자신들이 지금 때마침 발견했다고 하고 있는 거다.
뭐 이런 웃기지도 않는 상황이 다 있는지.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서 잠시 놈들을 멍하니 쳐다봤다.
맨 앞의 남자의 선동.
그러자 뒤에 있는 레드드래곤 전원이 나를 원수 보듯이 노려본다. 이미 그들의 마음속에서 레드드래곤을 저렇게 만든 게 나라고 확정한 것 같은 모습이었다.
그들은 진심으로 나를 향해 복수심을 불살랐다. 진짜로 내가 레드드래곤을 해치웠다고 생각하는 표정들.
“이 몸이 말하지 않았나! 이쪽에서 생명 반응이 사라져간다고!”
아마도 이 맨 앞의 남자 탓이리라. 끊임없이 선동하고 있다.
죽어가는 레드드래곤. 그리고 나. 그 옆에 있는 블랙드래곤 루린.
즉 누명 씌우기 딱 좋은 상황이라는 건가?
“무슨 소린지 잘 모르겠는데? 난 식당의 손님이 쓰러져서 이리로 데려왔을 뿐이다.”
“웃기지 마라! 여기 다른 드래곤들이 증인이다. 네놈이 쓰러진 레드드래곤을 텔레포트를 이용해서 이곳으로 운반했으니 당연히 범인은 네놈이 아니더냐! 로드의 하트를 먹은 인간이여. 인간 중에는 유일하게 네놈밖에 할 수 없는 일이다!”
“뭐?”
아닌 밤중에 홍두깨다. 최근에 들었던 헛소리 중에서는 단연코 1위로 뽑을 수 있다. 이미 놈들의 눈은 확신으로 가득 차 있었다.
마치 짜고 치는 고스톱.
놈들의 태도가 바로 그랬다.
마치 내가 범인이어야 한다는 태도다.
“정전협정 상 드래곤이 인간의 도시를 공격하는 건 금지되어 있다. 하지만 동족이 공격받는 경우는 명백하게 예외다. 동족을 공격한 인간을 멸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방위권이며, 그걸 넘어서 눈앞에서 동족을 죽인 저놈은 당연히 때려죽여야 하는 원수다! 모두들, 자신이 본 것을 믿어라! 그리고 나와 같이 원수를 갚자! 세레이나의 복수를!”
아직 안 죽었는데?
동족을 위해 복수를 부르짖는 것 치고는 피를 흘리며 정신을 잃은 동족에 대한 걱정은 어디에도 없다. 아니 이미 죽은 드래곤 취급이다. 아무리 봐도 맨 앞의 저놈이 모든 것을 꾸미고 선동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저놈이 스스로 말하고 있는 그 명분인가 뭔가 하는 것 때문에?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