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Wizard’s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9)
# 9
Chapter.3 치킨과 팔렌큐
“대체 얼마나 맛있는데?”
옆에 있는 대머리의 용병도 한마디 거들었다.
“네놈 입맛은 믿을 수가 없어. 항상 이상한 매운 것만 먹고 다니는지라.”
그러자 밀테인이 손을 저으면서 강하게 부정했다.
“아닙니다. 저도 먹어봤는데 만족하실 걸요?”
믿을 수가 없다니. 저런 손님까지 만족하게 만들어 인정받는 것도 하나의 보람이다. 나는 재워둔 치킨을 끓기 시작한 기름 속으로 조심스럽게 던져 넣었다.
퐁당. 퐁당.
-치이이이이익!
지글지글 끓어오르는 튀김옷과 기름의 향연. 그 소리가 매우 컸기 때문에 용병들의 시선이 일제히 내 쪽을 향했다. 즐겨 마시던 캔맥주가 아닌 장사용 맥주를 맥주잔에다가 따라서 무표정한 얼굴로 서빙을 마친 루린이 금방 돌아와 치킨을 쳐다봤다.
치킨을 노리고 있는 눈빛이다. 말려야 마땅한 상황.
“네 몫은 따로 있으니까 손댈 생각하지 말고 이것부터 서빙 해 줘. 알겠지? 우린 지금 한 몸이니까 성심성의껏! 알았어?”
“알겠다! 한 몸 이니까!”
“그래, 그러니까 어서어서 옮겨.”
뼈있는 치킨과 뼈 없는 치킨. 반반씩. 루린은 뭔가에 홀린 건지 내 기세에 눌린 건지 웬일로 얌전하고 성실하게 치킨 접시를 테이블로 서빙하기 시작했다.
용병들은 매우 신기한 얼굴로 눈앞의 노릇노릇한 치킨을 노려봤다. 멘트씨가 맨손으로 닭다리를 손에 들고 물어뜯자 하얀 속살이 노출된다. 모락모락 김이 피어나는 속살.
그리고 바삭한 튀김옷과 껍질. 그 바삭하는 소리를 들은 용병들이 너도나도 멘트씨랑 똑같이 치킨을 손에 들고 입에 가져갔다.
“어어?”
“오오오!”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당연한 일이다. 치킨과 맥주란 영혼의 조합이다. 특히나 각종 비법과 먼턴버섯 치킨파우더 등등으로 조합된 마늘 향 치킨이 맛없을 리는 없지.
“멘트! 네가 웬일이냐. 미각파괴자라고 불리는 놈이 이런 델 다 찾아내고.”
“내가 뭐랬냐. 이놈들아. 조용히 먹기나 해라!”
동료들이 만족하자 멘트씨가 크게 웃기 시작했다.
바 테이블에 있는 크놀씨와 레이느씨도 감탄한 얼굴이었다. 특히나 크놀씨는 뼈가 없는 치킨을 매우 신기해하면서 입안에 전부 쑤셔 넣고 와구와구 씹으며 맥주를 들이켰다.
계속해서 치킨을 모두 튀겨서 서빙하자 식당 안에는 맥주와 치킨 파티가 벌어졌다.
그렇게 분위기가 무르익자 밀테인이 슬쩍 다가와 눈짓을 했다.
그 눈짓의 의미야 뻔했다. 부탁했던 요리를 선보여 달라는 뜻이겠지. 나는 고개를 끄덕여 줬다. 그리고 불닭볶O면을 꺼냈다.
물을 끓인 후 면을 익힌다. 다시 물을 뺀 후 면을 냄비에. 그리고 소스와 함께 버무렸다. 혹시 몰라서 창고에 있던 치즈볶O도 끓여두었다. 너무 맵다고 하면 섞어줄 생각이다. 골탕 먹이려는 목적이 아니니 만약 제대로 못 먹으면 중화를 시켜줘야지. 밀테인의 마음을 고스란히 멘트씨에게 전해주는 것이 나에게 내려진 일.
돈을 받았으니까.
정성을 다하면 자연스럽게 단골이 되는 법.
“멘트씨. 이쪽 바 테이블로 오실래요?”
나는 크놀씨의 옆좌석을 가리키며 멘트씨를 향해 말했다.
“네?”
“실은 후배분이 부탁 하나를 하셨습니다. 멘트씨에게 보답을 하고 싶으니 요리를 따로 준비해 달라고 하더군요. 매운 음식을 좋아하신다고요?”
“이 녀석이요?”
멘트씨가 놀란 얼굴을 하며 밀테인에게 시선을 돌렸다.
“아니, 그렇게까지 상세하게 설명할 필요는 없는데···.”
밀테인은 곧 부끄러워하며 몸을 꼬았다. 시원시원하게 생긴 쾌남이 부끄러워하는 장면이라니 봐줄 수가 없구만.
“어쨌든 그렇게 됐으니 드셔보세요. 하하하!”
“야 임마! 멘트만 선배냐!”
“그러게!”
“이 새끼가? 분명히 나도 잘해줬는데?”
그 훈훈함을 참지 못한 다른 용병들이 너도나도 핏대를 세웠다. 용병들답다고 할까.
나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불닭볶O면을 크놀씨 옆에 앉은 멘트씨의 앞에 내놓았다. 멘트씨는 약간 멋쩍어하는 얼굴로 불닭볶O면을 바라본다.
“많이 매운데 괜찮으시겠어요?”
“그게 바로 제 바람입니다. 저 녀석이 제가 가끔 불평하는 걸 들은 모양이네요.”
멘트씨가 고개를 끄덕이며 포크를 쥐었다.
“아, 이건 가게에 내놓는 음식은 아닙니다. 말 그대로 특별히 준비한 요리입니다.”
“허어, 그런가요?”
“또 해달라고 하셔도 못해드리니 그건 감안하고 드셔야합니다?”
멘트씨는 고개를 끄덕이며 불닭볶O면을 입에 가져갔다.
“매운 음식은 잘 못 먹지만 저건 맛있어 보이는데? 냄새가 진한 게….”
다른 용병들은 밀테인의 목을 조르는 시늉을 하면서 요리에 호기심 어린 시선을 보냈다. 내 옆에선 드래곤이 얼굴을 잔뜩 찡그렸다. 거의 공포에 떠는 수준으로.
“인간이란 어리석은 생물이다. 저런 음식을 먹는다니. 으으으!”
그 모습을 보니 살짝 장난기가 솟는다. 그래서 냄비에 남은 불닭볶O면의 부스러기를 루린에게 들이밀었다. 그러자 루린은 기겁을 하면서 뒷걸음질 쳤다.
“치워라. 그건 브레스보다 아픈 무기다! 그대 날 죽이려는 거냐!”
“그럴 리가. 요리를 보고 무기라니, 다시 먹어볼 생각은 없어?”
“웃기지마라아!”
루린은 절규하더니 2층으로 도망쳐 버렸다.
불닭볶O면에 기겁해서 도망치는 드래곤이라니.
세계최강의 종족. 불닭볶O면에 지다. 신문기사의 헤드라인 감인데?
후르르륵!
루린이 도망친 것과 동시에 멘트씨가 불닭볶O면을 입안으로 흡입했다. 그리고 씹기 시작했다.
“이건···.”
멘트씨의 이마에 땀이 번진다. 하지만 참을만한 모양이었다.
“굉장합니다. 엘씨. 이건 제가 먹어본 매운맛 중에 가히 최고인 데다가 은은하게 팔렌큐 맛이 나는 것 같은데···. 허어.”
그렇게 말하다가 매운 맛이 더 강하게 올라왔는지 신음소리를 내면서 요리를 노려봤다. 하지만 포크는 쉬지 않았다. 계속해서 면을 흡입한다. 그 후르륵거리는 소리가 다른 사람들의 식욕까지 자극했는지, 특히나 옆에 있던 크놀씨가 덥석 끼어들었다.
“어디, 얼마나 맛있는데 울먹일 정도로 감격해?”
무모하게 포크로 면을 집어 든다. 그리고 입에 쑤셔 넣었다.
반응은 곧바로다.
“뭐야 이게에에에! 으아아악 나 죽는다! 이런 걸 먹어? 미친놈이!”
크놀씨가 어디 사는 드래곤하고 똑같은 반응을 보이며 방방 뛰더니 밖으로 나가 버렸다.
레이느씨가 그 장면을 보며 고개를 내젓는다.
“흐아. 이거 좀, 고통스러우면서도 계속 포크가 가는 그런 중독성까지 있네요. 입안이 불타는 느낌입니다. 하아.”
멘트씨는 침착했다. 그 모습을 다른 용병들이 질색인 표정으로 지켜보다가 이내 치킨으로 시선을 돌려버렸다.
“그래 저게 미각파괴자의 본 모습이지.”
“멘트가 매워할 정도면 그건 이미 죽음이야. 신경 꺼라 다들.”
“그나저나 이 뼈 없는 치킨 편하기도 하고 맛도 있고, 죽이지 않냐? 여기, 맥주 좀 더!”
결국은 피해자는 크놀씨 한 명이었다.
멘트씨는 불닭볶O면 한 접시를 뚝딱 해치웠고 그 이후로도 치킨 파티는 계속되었다.
***
팔렌큐와 관련된 이번 일에는 작은 후일담이 하나 있다.
그 이야기는 용병들의 입소문에서부터 시작됐다.
용병들을 대접한 후 팔렌큐 요리를 먹겠다며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덕분에 식당은 문전성시를 이루게 되었다.
하지만 그걸 마냥 좋아할 순 없었다. 팔렌큐라는 이름이 끌어 모은 손님일 뿐이니까. 그래서 팔렌큐의 판매 숫자에 제한을 걸었다. 반응은 두 가지다. 다른 요리라도 먹고 가는 사람과 투덜거리며 돌아가는 사람.
전자의 경우에는 단골로 만들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후자의 경우가 좀 더 많았다. 어쨌든 그 덕분에 북적거리던 가게가 겨우 안정을 되찾았다.
나는 그 안정이 매우 반가웠다.
찾아올 사람만 찾아오면 된다. 처음부터 말했지만, 돈은 중요한 게 아니다.
어디까지나 손님과 일대일. 그들이 만족하는 모습을 보면서 보람을 느낀다. 그것이 좋았다.
너무 사람이 많아지면 이게 불가능해진다. 그렇다고 예약제로 운영할 만큼 손님이 많은 건 아니다. 지금은 오직 팔렌큐의 명성 때문에 소란이 일어났을 뿐.
그래서 나는 당분간은 귀찮은 팔렌큐를 놓아주기로 마음먹었다. 지금의 북적거림은 내 요리의 맛이 좋아서 찾아서 찾아오는 게 아니다.
팔렌큐를 놓아주는 가장 좋은 방법도 이미 생각해 뒀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방법이랄까. 아무리 필요 없어도 돈이 벌리는 일을 발로 차 버릴 이유는 없는 거다.
그 때문에 나는 점심 장사를 마치고 크놀씨의 가게를 찾아서 두 사람을 리몬 숲으로 초대했다.
크놀씨와 레이느씨. 두 사람의 가게는 좋은 말로도 번창하고 있는 건 아니다. 크놀씨는 장인정신을 부르짖으며 정말로 질 좋은 고기가 아니면 가게에 들여놓지 않았다. 그나마도 이윤을 많이 남기지 않는다. 게다가 판매처도 크놀씨 자신이 만족하지 않으면 거절하기 십상.
게다가 지난번에 내 가게로 찾아왔을 땐 이런 소리까지 엿들었다.
“여보, 지난번 일도 있고 해서 나도 자주 찾아와 주고 싶은데 이번 달은 빠듯해서 더는 무리야. 그 소주를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먹어.”
식당의 음식은 저렴한 편이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있다. 나는 모아놓은 보물이 있고 그들은 없다. 그 차이는 너무나도 컸다.
언덕을 넘어 내 식당까지 찾아와 주는 단골손님들.
특히나 크놀씨와 레이느씨에겐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크놀씨 가게에서 사들인 고기는 최강의 육식형 몬스터인 드래곤이 만족할 정도였다.
그렇다고 요리 값을 안 받을 순 없다. 이유 없는 도움을 받을 사람들이 아니다. 그래서 내가 생각한 것이 두 마리의 토끼를 잡자는 거였다.
팔렌큐를 시중에 내놓고 팔렌큐 식당이라는 딱지를 뗀다. 시장에 유통되는 팔렌큐는 내 손에서만 나오니 손해 보는 장사도 아니다. 그러면서도 크놀씨 부부에게도 도움을 주는 방법.
리몬 숲이라는 생뚱맞은 장소. 반드시 와달라는 내 간절한 부탁을 거절하지 못한 부부가 도대체 무슨 일이냐는 얼굴로 질문한다.
“엘씨, 갑자기 이런 곳으로 부르고 무슨 일이라도 있으세요?”
“그러게 임마. 설마 식당이 망해서 도망이라도 가려는 거냐? 작별인사라도 하려고?”
특히나 크놀씨의 눈썹이 계속해서 꿈틀거리는 걸 봐서는 비꼬는 게 아니고 진심으로 걱정하는 것 같았다.
하긴, 크놀씨가 올 때마다 벌레만 날리기는 했었지. 게다가 리몬 숲은 그레이크시를 빠져나가는 통로 같은 곳이니까. 도망가려는 걸로 오해한 걸까.
“그건 아닙니다. 실은 팔렌큐 때문에 찾아오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오히려 귀찮을 정도예요.”
“어머나! 정말요? 축하드려요!”
레이느씨가 진심으로 기뻐하는 얼굴로 웃었다. 티끌만큼의 질투심도 없어 보였다. 고운 미소가 매우 어울리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이 크놀씨 때문에 너무 고생을 많이 해서 손에 주름이 늘어가는 걸 보면 안쓰럽다.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너무 팔렌큐만 찾으니까 오히려 제 요리를 할 수 없어서 불편한 상황이랄까요?”
“그럴 리가요!”
“그러게. 겨우 자리를 잡아가면서 불편하다니, 배가 불렀냐? 계속 번창해야 우리도 네놈에게 고기를 더 많이 팔지 않겠냐는 말이다!”
“무조건 번창하는 게 좋은 일은 아니죠. 저도 크놀씨랑 똑같아요. 제 식당에 애정을 가지는 분들에게 요리를 팔고 싶습니다. 팔렌큐만을 찾는 사람은 필요 없어요. 그렇다고 아예 팔렌큐를 없애버리는 건 또 아까우니까 시장에 유통하겠다는 겁니다.”
“팔렌큐를?”
부부의 두 눈동자가 커다랗게 바뀌었다. 그게 가능하냐는 얼굴. 이제 겨우 본론이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