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Wizard’s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90)
# 90
Chapter.20 한국에서의 일주일
어쨌든 결론은 루린이 인형을 뽑고 싶어서 난동을 부릴 일은 없다는 것.
물론 내가 들어오니 어쨌든 따라 들어오기는 한다.
“그대, 이건 다 뭐냐. 조그만 녀석들이군. 생명은 없어 보인다.”
“맞아. 그냥 인형이야. 이건 그런 인형을 뽑는 기계고.”
“동족 녀석들 중 레어에다가 몬스터를 가둬놓고 굶겨 죽이는 놈이 있었다. 그런 건가?”
“아니, 그런 악취미하고는 다르지.”
역시나 전혀 관심이 없어 보이는 루린. 하지만 나는 어느 확신이 있었다. 루린의 성격상 인형은 관심 없어도 그걸 뽑는 행위 자체는 흥미를 보일 거라는 확신이.
“봐봐, 보면 알 거야.”
기계에서 바꾼 천 원짜리를 집어넣었다. 띠리리링, 음악이 울린다.
어디 보자.
나는 가까이에 있는 인형 몸통을 집게로 잡았다. 분명히 제대로 들어갔다. 하지만 집게는 곧 인형을 바닥으로 힘없이 떨구고 혼자서 귀가한다.
“어라.”
저절로 욕이 나온다.
딱 봐도 집게의 힘을 왕창 줄여놓은 기계다. 내 천 원. 천 원이 사라졌다. 그리고 드래곤의 힘찬 비웃음이 추가된다.
“푸하하하하. 그대 뭐하냐.”
“뭐뭐! 그럴 수도 있지.”
“그럴 수도 없다. 이거 낚시 같은 거 아니냐? 딱 봐도 알겠다. 그런데 못한다! 푸하하하!”
“웃지 마 이놈의 드래곤아!”
비웃음까지 당했더니 도전욕구가 더욱 커진다. 이번에는 머리를 쓰기로 마음먹었다. 어릴 때도 썼던 비기다. 인형과 기계가 커져서 당황했지만 아마 인형 뽑기란 게 다 비슷하지.
나는 천 원짜리를 다시 집어넣었다.
또다시 기계에선 음악이 흘러나왔고 나는 스틱으로 집게를 움직였다.
집게의 힘이 약할 때는 인형이 떨어지는 구멍 주위에 산을 만드는 게 최고다. 그리고 그 산에 인형을 올려놓고 마치 밀듯이 떨어뜨리는 거다. 이렇게 되면 집게의 힘이 약해도 뽑을 수 있다.
물론 한번에는 어렵다. 그래도 다행히 내가 노리는 바로 그 구멍 주위에는 인형이 꽤 쌓여있는 상태. 그렇다면 이제 노리는 인형을 그 산 위까지 끌어올리면 된다.
집게의 웃기는 점은 멀리 있는 인형은 일단 들어 올려서 떨어지는 구멍 가까이에 간 뒤 마치 일부러 계산한 것처럼 놓는다는 점이다.
그리고 떨어지는 구멍 가까이에 있는 걸 잡으면 제대로 들어 올리지도 않고 놓아버린다.
기계의 프로그램이 그렇게 조작돼있는 것 같았다.
어처구니가 없다.
그러니까 어쨌든 멀리 있는 걸 끌고 와 구멍 근처에 떨어뜨려서 산을 쌓는다.
“후우….”
여기까지 무려 3천원이나 투자했다.
루린은 유리에 얼굴을 대고 있다가 다시 나를 향해 비웃음을 선사했다.
“저 구멍에 집어서 떨어뜨리면 되는 거 아니냐. 그대 너무 못한다. 바보다 바보!”
“뭐? 어쭈구리. 너는 할 수 있을 것 같냐? 그럼 내기나 할까?”
“히히히, 오랜만에 도전이냐? 좋다. 받아준다!”
루린이 자신만만, 득의양양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기계의 특성을 잘 알고 있는 나도 이 모양인데 네가 무슨.
이건 백퍼센트 나의 승리다.
“넌 그럼 옆으로 가시지. 나는 여기서 한다. 누가 더 돈을 덜 쓰고 인형을 뽑냐의 내기다?”
“알겠다. 그대가 지면 오늘 밤 내 옆에서 떨어질 생각 같은 거 하지마라!”
루린이 꺄아아악 하는 얼굴로 신나서 떠들었다. 평소라면 어림도 없는 내기지만, 내가 질 리가 없잖아.
“그래. 받아준다. 받아줘. 네가 지면 돌아가서 아침에 일찍 일어나 같이 시장가서 장보기다!”
내가 기피하는 내기 조건을 걸었으니 나도 루린이 절대로 못하는 조건을 입에 올렸다.
하지만 루린은 매우 당당하다.
“아침에 일어나기? 그런 건 아무것도 아니다.”
아침에 일어난 적이 단 한 번도 없는 드래곤이 할 말인가. 억지로 깨워도 안 일어나고 등에 업고 다녀도 안 일어나는 녀석이?
좋아, 그렇게 자신만만하다면 어디 해보자. 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내기 성립이다. 물론 내가 자신만만한 건 다 이유가 있다.
나는 이미 산을 쌓아두는 등 작업을 해놨다는 거지. 그러니 이제 인형을 뽑는 건 코앞이다. 하지만 루린쪽 기계는 인형이 떨어지는 구멍 옆에 별로 인형이 쌓여있지도 않고.
뭔가 치사한 것 같지만, 엄연히 먼저 도발한 건 루린이다. 그러니 이번 내기는 반드시 내가 이길 생각이었다.
방심은 필패의 근원이니 나는 최대한 신중하게 전장에 나섰다. 호흡을 고르며 지폐를 기계에 집어넣는다.
다시 음악이 나오고 집게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띠리리리, 음악과 함께 움직이는 집게.
떨어지는 구멍에 걸쳐 있는 인형을 만들어 놓은 상태라면, 이제 그 인형의 끝부분을 집게로 슬쩍 들어 올리면 그만이다. 집게는 가까운 지점에 있는 인형을 확 놓아버리기 전에 그래도 일정 높이로 끌어올리긴 하니까.
바로 그 행위로 집게가 구명 아래로 걸쳐 놓은 인형을 쭉 밀어서 떨어뜨린다. 구멍 끝에 제대로 걸쳐 있다면 말이지.
하지만 첫 번째는 실패였다.
인형의 반대쪽 끝을 제대로 잡지 못했다. 곧바로 루린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대, 한번 실패다!”
“그래, 그래.”
한 번 정도야 뭐.
나는 다시 지폐를 넣었다. 이번에는 확실하다. 그래, 제대로 집게가 인형 끝을 잡는다. 그리고 들어올린다. 인형이 360도 회전하면서 구멍으로 밀리듯 떨어진다. 그렇지!
드디어 인형이 밀려서 구멍 아래로 떨어졌다. 성공이다. 후후. 두 번으로 성공. 아까 했던 횟수를 은근슬쩍 빼버린 나의 승리다.
“어떠냐, 루린, 난 두 번이다.”
“그대, 이런 걸 뭘 두 번이나 걸리냐. 내가 보여준다.”
루린은 근거 없는 자신감을 내뿜으면서 의기양양하게 기계 앞에 섰다. 조이스틱을 움직인다. 하지만 집게는 안 움직인다.
당연하다. 돈을 안 넣었으니까. 그리고 이상하다는 눈으로 날 쳐다본다.
그런 얼굴로 나를 봐도, 당연히 돈을 안 넣었으니 안 되지.
나는 기계를 부술 기세로 노려보는 루린의 옆으로 가서 기계에 돈을 집어 넣어줬다.
그리고 해보라는 손짓을 했다. 뭘 해도 한 번에 뽑힐 리는 없다. 후후.
“그대, 잘 봐라!”
루린이 자신만만하게 조이스틱을 움직인다. 내가 하는 걸 보고 있는 것만으로 사용법을 숙지한 모양이다.
집게는 멀리 있는 인형을 향해 움직인다. 그리고 인형의 틈으로 집게가 들어간다.
“음?”
동시에 집게가 올라가기 시작한다. 그래 뭐 멀리 있는 인형이니 어느 정도는 끌고 오겠지. 일단 그런 심정으로 바라봤다. 나도 멀리 있는 인형을 집었을 때는 코앞까지 와서 떨어뜨렸으니까.
하지만 그걸 바라며 보고 있는 집게는 계속 움직인다. 계속. 왜 계속 움직여?
슬슬 떨어뜨릴 때가 됐는데 놓지 않는다.
심지어 집게는 인형을 꽉 집은 채 그대로 구멍까지 운반한다. 그리고 집게를 벌렸다. 충격의 순간.
인형이 구멍으로 떨어졌다.
말도 안 된다. 이건. 어떻게 이런 일이!
아 그러고 보니, 인형 뽑기란 것이 수십 번에 한 번은 집게의 집는 힘이 강해진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기계의 프로그램을 그렇게 설정할 수 있다고 말이다. 그렇다면 많이 하다 보면 하나는 뽑는다는 바로 그 운의 시간인가?
왜 하필 그게 지금?
나는 좌절한 얼굴로 루린을 쳐다봤다.
“히히히히히, 내가 이겼다! 이번엔 절대로 다른 거로 안 바꿔준다. 저번에는 꼭 껴안기로 이겨놓고 바보같이 귀걸이에 현혹됐지만, 이번엔 어림없다 그대!”
루린이 신나서 날뛰기 시작했다.
이건 뭔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잖아? 이럴 수는 없다. 이렇게 허무하게 지다니.
나는 루린이 사용한 기계에 다시 돈을 집어넣었다.
“루린, 다시 한 번 해봐.”
“뭐냐? 안 된다!”
“아니아니 내기가 아니고 그냥 한 번 해봐.”
“그래? 그건 괜찮지만. 내 솜씨를 보고 싶은 거군! 좋다! 잘 봐라 그대!”
루린이 다시 조이스틱을 움직였다.
그리고 또 집게로 인형을 들어 올려 구멍에 갖다 떨군다. 이게 대체 무슨?
“봐라! 그대! 후후후.”
“너, 마나 쓴 건 아니겠지?”
“그대, 여기에 무슨 마나를 쓰냐.”
“그래, 마나를 쓰는 건 못 느꼈으니 그건 아닐 텐데.”
나는 울상이 되어 그 기계로 다가갔다. 이 기계가 특별히 잘 뽑히는 게 아닌가? 기계를 의심하면서 천 원을 집어넣었다.
그러자 집게는 인형을 들어 올리고 곧바로 놔버린다.
이게 무슨 일이야.
나는 황당한 얼굴로 루린을 봤다. 이건 그거다. 태풍의 밤, 공기놀이로 덤비다가 참패를 당했던 바로 그 순간이 떠올랐다.
일명 신의 손이라고 할까.
“후우…. 졌습니다.”
어쩔 수 없이 패배를 선언했다. 그냥 뽑기에 숨은 재능이 있나 보다. 뽑기의 재능이라니.
꼼짝없이 오늘 밤은 루린이 껴안고 자는 베개가 될 운명을 맞이했다.
인정하긴 싫지만, 그랬다가는 잠이 안 올 텐데.
험난한 밤을 예상하면서 나는 터덜터덜 인형 뽑기 방을 빠져나왔다.
“그대그대그대! 같이 가라! 패배자의 등을 보이고 그러냐! 괜찮다. 괜찮아. 히히히!”
루린이 뒤에서 신나서 따라온다. 신명나게 웃으면서.
***
망했다.
망했다는 말 이상으로 내 상황을 설명할 방법 같은 건 없을 거다.
그놈의 24시간 껴안기는 대체 언제 내기 조건에서 사라지는지. 걸어가는 내내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는 이 위기에서 어떻게 빠져나갈지. 젠장. 하늘이시여.
그놈의 하늘이 나에게 도움을 준 적은 없으니 빌어봤자지.
뇌 속이 미쳐 돌아간다.
루린도 미쳐 돌아간다.
“빨리 돌아가자 그대!”
신나서 방방 뛰며 호텔로 사람을 끌어당기고 있다. 저번에도 내기에 졌었다. 똑같은 내기에 당했지. 하지만 그때는 귀걸이가 있었다. 찰랑거리고 예쁜 귀걸이가.
그 귀걸이가 있었기에 그때는 스리슬쩍 빠져나갔었는데.
아니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고 했다. 어떻게든 빠져나갈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이놈의 드래곤이 너무 사람을 심하게 끌어당겨서 어지럽다고 생각한 순간.
세상이 검은색으로 돌변한다. 그리고 흔들린다. 어지럽다. 이 어지러움은 텔레포트 때문이고.
“야, 인마! 너 마나 없다며!”
“내가 언제 그랬냐!”
“아까 그랬거든요?”
“모르는 일이다! 히히.”
마나를 꿍쳐두고 있었어?
빌어먹을 텔레포트 때문에 눈 깜짝할 사이에 호텔 방으로 돌아왔다.
일이 이렇게 된 이유는 간단하다. 내기의 실행을 돌아가서부터 하자고 했을 뿐이다.
그랬더니 곧바로 돌아와 버렸다.
총체적 난국이로세.
“그대, 지금부터 24시간이면 시간이 넘쳐난다.”
“그래, 시간을 좀 줄일 필요가 있을 것 같은데.”
“안 들린다. 그대는 참 가끔 이상한 소리를 한다.”
“뭐가 이상해! 인마, 밥도 먹고 씻기도 하고 그래야지. 어떻게 24시간을 붙어있어!”
“모른다. 밥은 알아서 그대가 먹여주면 된다. 씻는 것도 그대가 해주면 된다. 당연한 것이다.”
그래 내기지.
할 말이 없다. 이래서 어디 가서 내기 같은 거 하는 게 아니다. 패가망신의 지름길이지.
밥까지 먹여주다니. 평소랑 비스무리 하다는 생각도 들지만.
아니지, 납득하면 안 된다.
일단 잔다. 자면 그만이지. 나는 침대로 기어들어갔다.
일부러 트윈 룸을 잡았다. 식당에서와 똑같다. 강제로 반대편 침대에서 재운다. 하지만 일어날 때면 언제나 같은 침대다. 이 또한 식당에서와 똑같은 상황이다.
즉, 일단 루린에게 신경 쓰지 않고 잠들기만 한다면 괜찮다. 나는 은근히 신경이 둔해서 한 번 잠들면 잘 일어나질 않으니까.
루린이 눈을 감고 옆에서 새액거리기 시작하면 여러 가지로 심정이 복잡해져서 잘 수가 없다.
이 드래곤은 입을 다물고 평범한 표정을 하고 있으면 심장을 두근거리게 하는 재주가 있다.
그러니 그렇게 되기 전에 잠들어 버리면 만사 오케이.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