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Wizard’s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91)
# 91
Chapter.20 한국에서의 일주일
“히히히.”
루린은 당당하게 침대로 뛰어 올라왔다. 내 가슴속의 묘한 감정은 루린의 생일이 지난 후에 생각하기로 결정했다.
그 결정에 변동이 있을 수는 없다. 눈을 감았다. 옆으로 돌아누웠다. 그러자 머리끄덩이 잡기 공격이 들어온다.
“야야야야! 아파!… 알았으니까 자자. 밤이야, 밤. 너도 졸린 거 같은데.”
“그러냐? 모르겠다. 후아아암, 그러고 보니 졸리긴 하다.”
루린이 눈을 비비기 시작했다. 그럴 때마다 머리가 찰랑거린다. 반칙 같은 찰랑거림이다. 그럴 때마다 마음이 흔들린다.
무슨 마음이 흔들리는지는 둘째 치고 이렇게 입 다물고 머리를 찰랑거리면 그 분위기만으로 사람을 매혹시키는데 충분하니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만다.
게다가 졸려 하는 모습 자체도 뭔가 부스스한 게 매력이 넘쳐난다. 오히려 가만히 있을 때마다 이런 모습이 더 신경 쓰이게 만든다.
안 돼.
미쳐가고 있다.
“그래, 그래. 이리와 봐. 졸리면 자야지.”
이렇게 된 이상 다른 방법을 강구했다. 일단 진 건 진 거니, 몸을 일으켜 눈을 비비는 손을 꽉 잡고 가슴팍으로 다시 강하게 끌어안았다.
차라리 재운다. 그것이 최후의 방법이었다. 끌려온 루린은 깜짝 놀란 얼굴로 얼굴을 살짝 들어 눈을 치켜뜬다.
“그, 그대?”
“왜?”
“아, 아니다. 그대가 이렇게 꽉 껴안은 거 엄청 오랜만인 거 같다….”
강하게 나갔더니 오히려 이 드래곤이 말을 더듬었다. 조금 의외의 반응이다.
“진 건 진 거니 어쩔 수 없지.”
루린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기 시작했다. 그럴 때마다 샴푸향이 콧속을 간지럽힌다.
환장하겠다. 빨리 재운 후 옆 침대로 던져놓지 않으면 뜬눈으로 밤을 샐지도 모른다.
“그대….”
“응? 자라니까요. 드래곤님.”
“나 물어볼 게 있다. 저번에 니에스 그놈한테 브레스 맞고 그대가 쓰러졌을 때 얼마나 놀랐는지 아냐?”
“아, 그때… 너 펑펑 울었지.”
“울긴 누구 우냐. 안 울었다.”
“그럴 리가? 분명히 기억이 나는데.”
“그건 그대가 다쳐서 정신이 없던 거다. 아니 그보다!”
루린은 뭔가 말렸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울지는 않았지만! 그대가 다쳤는데 울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 아니 그리고 그보다!”
“엉?”
“내가 그대보다 빨리 죽을 거다. 그렇게 빌었었다. 그러니까 그때처럼 먼저 죽을 위기에 빠지는 건 절대로 용서 안 한다. 그때 내 심정이 어땠는지 알기나 하냐? 그대가 정말로 죽는다면 그대보다 먼저 죽으려고 했었다. 난 절대로 그대가 죽는 순간을 보지 않을 거다.”
거기까지 말한 루린이 품에서 조금 떨어져서 나를 지그시 바라봤다. 가슴이 찡해진다. 아무리 내가 죽는 모습을 보기 싫어도 그렇지 먼저 죽겠다니.
나는 고개를 흔들면서 루린을 응시했다. 마음이 울린다. 감정이 격해진다.
“그랬어?”
다시 한 번 더 묻자 루린이 고개만을 움직여 끄덕끄덕 한다. 나는 그런 루린의 머리를 쓸어내리며 떠들기 시작했다. 나도 모르게 입이 살아 움직인다.
“근데 그거 알아?”
“그거?”
“나도 마찬가지야. 네가 죽는 모습은 볼 수 없으니까. 그러니 네가 먼저 죽는 건 용서할 수 없어. 그렇게 되면 나도 너보다 먼저 죽는 걸 택할 거야.”
“안 된다! 순서가 이상해진다! 그대!”
“그러니까, 꼭 죽어야 한다면 같이 죽지 뭐. 너랑 같이, 서로 껴안고서 같이 눈을 감는 거야. 그게 더 멋지지 않아?”
루린이 내 말에 멍하니 나를 올려본다. 머리카락이 살랑거렸고 나는 루린의 이마에다가 입술을 맞췄다.
순간적인 감정의 폭발이 일으킨 말도 안 되는 행동. 쪽 소리와 동시에 내가 뭔 짓을 했는지 깨닫고는 뒤로 물러났다.
고작 이마에 쪽이 아니다. 나와 루린은 그런 관계인 것이다. 이마의 쪽이 사소해 질 수 없는 그런 관계.
바로 이 ‘쪽’으로도 내 마음의 댐이 무너져 가족이란 선을 넘어 연인이라는 관계로 넘어가는 그런 대사건이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아아. 나는 나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깨닫고는 뺨을 강하게 쳐야 했다. 그리고 이불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자아, 잡시다. 이대로 24시간 자면 내기는 끝나는 거 아니겠어.”
내기는 내기니까 루린을 일단 품 안에 구겨 넣은 뒤 이불을 위로 덮었다.
하지만 곧 루린은 이불을 펼치더니 침대에서 일어나 버렸다.
“그대.”
“뭐, 뭐?”
“브레스 써도 되냐?”
“뭐? 갑자기 뭔 헛소리야. 브레스를 왜 써?”
이건 또 뭔 상황인지. 너무나도 엉뚱한 대답에 놀라서 상체를 일으켰다.
“시, 심장이 터질 것 같다. 이상하다. 브레스라도 발산하지 않으면 죽을 것 같다! 나 갑자기 너무 이상하다 그대!”
“드래곤 하트는 그 정도로 절대 터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브레스는 오히려 혈압을 상승시켜서 증세를 더 악화시킬걸?”
“그대! 그대! 그대! 심장이 너무 쾅쾅 뛴다. 그대가 그 갑자기…! 으아아아앙!”
나는 어쩔 줄 몰라 하는 루린을 안아 올렸다. 공주님 안기로. 그리고 옆 침대에 놓아줬다.
“그 해결방법은 내가 잘 알고 있지. 나한테서 떨어져서 여기서 맛있는 걸 생각 하면 나아질걸? 속는 셈 치고 네 침대에 누워서 눈 감고 팔렌큐나 세 봐. 알았어?”
그래, 이때다 싶어서 루린을 옆 침대로 보낸 후 잽싸게 돌아왔다.
“싫다!”
그러더니 금방 다시 돌아온다. 그리고 눈이 마주쳤다. 귀가 빨개진다. 고개를 숙인다.
“그대 얼굴 보니까 이상하다! 너무 이상하다! 브레스! 브레스!”
루린은 그녀답지 않은 행동을 하더니 다시 옆 침대로 돌아 가버렸다.
결국, 팔렌큐를 세기로 했는지 이불을 뒤집어쓴다.
항상 먼저 꼬옥 안아달라고 하는 녀석이다. 그렇게나 스킨십을 좋아하면서 이마에 뽀뽀한 것만으로 저 지경이라니. 이건 나도 놀랐다.
내 마음의 본심이 그녀를 연인으로 대했다는 건 물론 놀랄 일이고 지금도 내 행동이 당황스럽지만, 루린은 오히려 뽀뽀를 더 해달라고 달려들 줄 알았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
하긴, 루린이 아는 최고의 스킨십은 꼬옥이 전부다. 나를 만나기 전에 그 어떤 수컷과도 친하게 지내지 않았다.
내 예전 동료들에게 이것저것 들은 모양이지만, 결과적으로는 남녀관계에 대해서는 전혀 무지한 녀석이다.
그 점은 다행이었다. 당황해주면 해줄수록 나도 침착해 진다. 그래, 조금씩 천천히. 생일 때까지 이런 실수를 또 되풀이 하지는 말아야지.
결과적으로 루린은 스스로 먼저 떨어져 나간 뒤 옆 침대에서 몸을 웅크린 채 꺄아아거리고 있었으며 나는 이 틈을 타서 잠들어버리자고 마음먹고 억지로 잠을 청했다.
하지만 도무지 쉽게 잠들 수가 없었다.
깊은 밤이 지나 새벽이 오고, 어느새 고로롱거리던 루린이 습관처럼 내 침대로 넘어와 음냐 거리며 붙기 시작한 후에는 더더욱 잘 수가 없었다.
나는 결국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워야 했다.
***
다음날 오후.
아침에야 잠들어서 오후에 깨어난 후. 마나의 회복이 거의 다 되어가는 걸 느끼고 쾌재를 불렀다.
“그대, 다시 한 번 뽀뽀 해주면 이번에는 조금 다를 수도 있을 것 같다. 어젯밤에는 처음이라 너무 당황해서 그랬다. 뭔가 억울하다. 다시! 다시!”
“웃기지마. 그건 사고입니다. 사고. 액시던트. 그리고 지금까지 옆에서 껴안고 잤으니 내기도 끝이고!”
“그럴 수가! 아니다. 그럴 리가 없다. 사고 아니었다!”
“끝입니다! 냉큼 나가자!”
입술을 내밀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루린. 하루가 지나니 감정이 정리가 된 모양으로. 하지만 당분간 어제 같은 행동을 다시 저지를 생각은 전혀 없다. 결단코.
그보다 중요한 건 내일이면 식당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사실. 그렇다면 이제 떠날 준비를 해야겠지.
그렇다면 다시 올 생각 없는 이 세상에서 뭔가 기념할 만한 걸 남겨 볼까 하는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다.
그래, 아무래도 기술력이 다르니 이쪽에서만 할 수 있는 걸 해보는 게 좋을지도 모른다. 그런 내 눈에 들어온 것은 호텔방 벽 쪽에 걸려있는 대형 액자였다.
갑자기 루린과 사진을 남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도 큼지막하게 저런 액자 크기로. 저쪽에서는 절대 할 수 없는 방식의 기념이 되는.
생각하고 싶지 않다면서 모든 생각이 루린과의 추억을 남기는 거라니 나도 뭔가 참. 뭐 어때. 모르겠다. 남기고 싶으면 남기는 거지.
그래서 도착한 곳은 메이크업샵이었다. 사진관에 가기 전에 루린을 제대로 꾸며서 미모가 가장 빛을 발하는 장면을 남기고 싶다는 욕구가 생겨서다.
“여긴 또 뭐냐? 그대.”
루린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우뚱. 나는 어깨를 으쓱이며 그런 루린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여기 사람들이 뭘 하든 가만히 있어. 널 엄청나게 예쁘게 꾸며줄 거니까.”
“예쁘게? 아! 머리들을 만지고 있다. 이건 혹시 그때 그대 나라의 이상한 책에서 봤던 그건가!”
“그래.”
루린이 뭔가 생각났다는 듯 눈을 빛내기 시작했다. 아마 전에 혼자서 머리를 빗고 있을 때 봤던 잡지를 이야기하는 것 같다. 읽다가 내동댕이 쳐놨던 바로 그 잡지 말이다.
“이 몸은 이미 예쁘니 여기서 더 예뻐져도 곤란하지만, 곤란해지고 싶으니 상관없다.”
혼자서 해괴한 소리를 중얼거리더니 나를 본다. 루린이 메이크업 한 걸 본 적은 없다. 그거야 당연하다.
물론 그쪽 세계도 귀족들이 하는 화장이 있기는 한데 현대처럼 발전하지는 않았다.
그러니 이쪽과 달리 저쪽 세계에선 화장이 필수적이지 않다.
그러니 루린도 당연히 화장하고 거리가 멀었다.
눈을 반짝반짝 빛내면서 루린은 얌전하게 디자이너를 따라 들어갔다.
“잘 좀 해주시겠어요?”
“당연하죠. 그런데 어디 회사에요? 새로 데뷔시키는 앤가요? 실장님이세요?”
그러자 샵의 주인으로 보이는 여자가 질문을 쏟아낸다. 아무래도 루린을 연예인 지망생 정도로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하하, 아무튼 예쁘게 해주세요.”
대답할 말이 궁했으므로 그냥 얼버무린 후 루린 쪽을 살펴봤다.
순서에 따라서 메이크업이 먼저 들어갔다. 곧 루린의 얼굴이 반짝반짝 빛나기 시작한다. 메이크업이 끝날 무렵 드디어 머리에 손질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루린의 머리를 헤어디자이너가 만진다. 바로 그 순간 루린이 얼굴을 찡그렸다.
“인간 따위가 만지지 마라!”
루린은 매우 화난 얼굴로 일어나더니 브레스를 사용하려고 들었다.
메이크업은 맨손으로 얼굴을 만지는 게 아니라서 괜찮더니 손으로 머리를 만지자마자 루린이 폭발해 버렸다.
브레스를 막기 위해 달려간다.
“루리리이이이인!”
그리고 사고를 친 루린을 붙잡고 대충 현금다발을 놓은 뒤 튀었다.
그러고 보니 생각이 짧았다.
옛날부터 루린은 나 외의 존재가 몸에 손대는 걸 용납하지 않았다. 예전 동료들이 루린을 깨우려고 할 때도 그렇고.
뭐니뭐니해도 루린은 인간이 아니다. 위대한 존재라고 일컬어지는 드래곤인 것이다.
나는 메이크업샵에서 도망친 후 씩씩거리는 루린을 봤다.
“야, 책에서도 보고 머리 만지는 것도 봤으면서 알고 앉은 주제에 무슨 짓이야?”
“모른다. 예뻐지는 것도 좋지만 역시나 인간 따위가 손대는 건 용납할 수 없다.”
루린은 당당하게 주장하며 눈을 깜빡였다. 속눈썹이 눈에 띈다. 메이크업은 완료된 상태다.
그래서인지 평소의 매우 청순한 인상 뒤로 미묘하게 색기가 내비친다. 세레이나와 루린을 섞어 놓은 느낌이랄까.
그래, 굳이 머리까지 안 만져도 되지 뭐.
“그래도 저런 데서 브레스를 쓰려고 하면 어떡하냐. 에휴.”
“브레스는 마나가 안 드니까.”
어이없는 소리를 하는 루린. 나는 달려오느라 헝클어진 머리를 고개를 저으며 쓸어내렸다. 그러자 아무렇지도 않게 등을 기댄다.
“모르겠다. 사진이나 찍자.”
다른 사람이 만지는 게 싫다는데 어쩌겠나. 어쨌든 사진 찍기엔 충분한 상태니까 사진관을 찾아 들어갔다.
“근데 루린, 사진이 뭔지 알아?”
“사진?”
“응.”
“모른다.”
하긴, 물어본 내가 잘못이다. 사진 또한 저쪽 세계에 완전히 존재하지 않는 것이니.
“잘 들어. 이건 마치 그림 같은 건데 실제랑 똑같은 그림이야. 너랑 내가 같이 있는 사진을 찍어서 그걸 기념하려고 하는 거니까 내 옆에서 가만히 있으면 돼.”
“그대 옆에 있는 거면 상관없다.”
루린이 자신만만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거보다 아까 그대의 말을 더 자세히 듣고 싶지만, 이것도 일단 괜찮은 것 같으니 잠시 참겠다. 히히.”
그리고 드디어 촬영에 들어갔다. 정자세로 루린의 어깨를 안고 사진을 찍는다. 찍다보니 너무 평범하다.
“아, 잠깐만요!”
“네? 다른 포즈로 하시게요?”
“네.”
조금 고민하다가 이번에는 루린을 공주님 안기로 안아 들었다.
“빨리 찍어주세요!”
“알겠어요. 알겠어. 신혼이신가 봐요. 호호호.”
사진사가 엉뚱한 말을 흘리면서 사진을 찍는다. 결혼사진이 아니면 이런 식으로 찍을 리가 없다고 생각해서겠지.
이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기회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그 외에도 갖가지 포즈로 사진을 찍은 후 기다렸다가 사진을 손에 들었다.
“어때, 루린.”
“오오! 이게 뭐냐! 여기 있는 그대가 그대랑 완전히 똑같다!”
“그렇지? 액자에 넣어서 레어에 걸어 두려고.”
“그대가 웬일로 좋은 소리를 다 한다. 히히.”
루린도 마음에 드는지 지긋이 사진을 노려보기 시작했다. 가슴에 껴안고 난리가 났다.
사진을 남기자는 생각은 아무래도 성공적이었다.
그렇게 또 하루가 지나간다. 예상대로 그 다음날 마나가 거의 전부 회복됐다. 그것은 곧 이곳 생활이 드디어 끝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마나가 회복된 그날, 나는 일단 쇼핑을 했다. 저쪽 세계에서는 아무래도 따라올 수 없는 기술력으로 만든 침대라든지 그런 것들로.
그리고 드디어 소환마법을 사용했다.
구우우우우웅!
그러자 루린과 나를 빨아들였던 그 블랙홀이 눈앞에 다시 나타난다. 일단 침대를 비롯한 거대 액자 등 물건들을 먼저 블랙홀로 던져 넣었다.
이론대로라면 이 블랙홀 반대편은 저쪽 세계의 식당과 이어져있다. 가져갈 것을 던져넣은 후 루린의 손을 잡는다.
“그럼 가볼까.”
루린이 고개를 끄덕이며 잡은 손에 힘을 준다. 우리는 그렇게 눈을 맞춘 후 블랙홀 속으로 뛰어들었다.
강렬한 두통과 어둠이 정신을 갉아 먹어 그대로 의식을 잃어버렸다. 텔레포트가 사람을 어지럽게 만든다면 차원 이동은 아예 정신을 놓게 만드는 특성이 있었다.
저번에는 엉뚱한 꿈까지 꿔버렸었지.
눈을 뜨자 그곳은 식당. 꿈에도 그리던 식당이 나타났다. 식당으로 침대가 충돌해 테이블을 박살내고 있었으며 난장판이 벌어진 가운데 엘레나가 깜짝 놀란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엘님!”
“엘레나씨?”
그리고 그 옆에는 세레이나도 있었다.
그녀는 엘레나를 향해서 당연하다는 듯 외쳤다.
“거봐, 내가 멀쩡히 돌아올 거라고 했잖아. 갑자기 사라질 리가 있어?”
“엘님!”
엘레나가 조심스럽게 내 팔을 붙잡았다. 그러자 루린이 엘프에게 고개를 갸웃거린다.
“왜 그러냐? 엘프?”
“아, 아니에요! 그냥 갑자기 없어져서 걱정돼서. 놀랐단 말이에요.”
“아, 그래요? 사실 좀 특이한 상황에 말려들어서….”
“그런 거라면 다행이지만….”
엘레나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세레이나는 옆에서 흐으응이라는 소리를 내면서 서 있다가 루린을 보고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근데 너, 너! 그게 뭐냐?”
“아, 이거? 사진이다!”
루린은 세레이나를 향해 액자를 잡아들고 자랑을 시작했다. 다행히 깨지진 않았다.
“그게 뭔데?”
세레이나가 미간을 좁히더니 액자를 뺏어서 들고 도망친다. 그러자 루린이 세레이나를 쫓기 시작했다.
“꺄아아악! 이 미친 레드가! 당장 내놔라! 그건 나와 엘의 보물이다!”
루린의 목소리가 멀어져가고 엘레나는 나에게서 손을 떼며 뒷걸음질 쳤다.
“아, 죄, 죄송해요, 너무 기뻐서 그만.”
“괜찮아요?”
엘레나의 상태가 조금 이상해서 물었으나 그녀는 곧 웃기 시작했다.
“실은, 엘님이 없어져서 매일 식당에 찾아왔어요. 걱정했어요. 그, 그러니까 다음부터는 좀 알려주셨으면 좋겠어요! 어디 다녀온다고….”
“아, 그래요. 가능한 상황이면 알려줄게요. 어쨌든 저랑 루린의 집은 여기니까요.”
“네… 그럼 됐어요!”
엘레나가 고개를 세차게 끄덕이며 부서진 식당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조금 이상하긴 했지만, 세레이나와 루린이 하도 난리를 피워서 곧 생각을 포기했다. 저 드래곤들을 진압하는 게 먼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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