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Wizard’s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94)
# 94
Chapter.21 그릇 장인
피네르가 끼어들었고 호네씨가 노한 얼굴로 소리쳤다.
나는 엘레나를 보았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인다.
엘레나가 독심술까지 쓸 수 있는 건 아니다. 즉, 말을 내뱉어야 진짜인지 아닌지 알 수 있고.
판독 결과 피네르의 지금 말은 진심인 듯했다. 허락을 받고 싶다는 마음 말이다.
그러자 경쟁자인 듯 보이는 옆에 있는 청년이 호네씨의 딸에게 뭐라고 말을 하기 시작했다.
“테나씨, 너무 그렇게 생각하지 마세요. 제가 평생을 행복하게 해드릴 수 있습니다. 저놈이 대체 뭘 할 수 있단 말입니까? 스승님의 공방이야 오빠 되시는 분이 물려받을 텐데, 저런 놈에게 시집갔다가는 입에 풀칠도 못한단 말이죠. 물려받는 유산이 목적일 것이 분명합니다. 그런 놈은 유산을 받으면 그냥 도망갈 놈이죠. 그런 웃기는 놈보다는 저에게 오시는 게 행복한 일입니다!”
“웃기지 마. 난 그런 거 필요 없어. 피네르도 유산은 필요 없다고 했고!”
“그러면, 더 가난하게 살아야 할 텐데, 쯧쯧, 고생을 안 해보셔서 아무것도 모르십니다 그려.”
“게드로아, 그만 됐다.”
호네씨가 옆 도시의 부잣집 청년에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게드로아라고 불린 청년은 그 소리에 일단은 입을 다물었다.
엘레나씨를 보니 일단은 고개를 끄덕인다. 약간 애매하긴 한데 진실이긴 한 모양이었다. 정말로 피네르를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는 뜻으로.
“테나! 일단 가만히 있거라. 지금은 싸울 필요 없다. 나는 오늘 공정하게 누가 더 내 딸에게 어울리는지 결정을 내릴 것이니라. 우리 가문은 대대로 그릇을 만드는 공방을 이어왔고 너희 둘도 내 제자이니 말이야.”
호네씨가 그렇게 말했고 나는 동시에 루린을 투입시켰다. 씻고 나와서 한층 더 뽀송뽀송해진 루린은 서빙을 하는 척하다가 두 청년에게 물을 쏟았다.
아니 그냥 대놓고 뿌렸다.
연기고 뭐고 없구만. 내가 못산다.
어쨌든 그래도 연기는 계속돼야 하니 나는 반사적으로 튀어 나갔다.
“얌마! 손님한테 왜 물을 뿌려?”
“뿌리라고 그대가 했잖느냐!”
“뭐어?”
“쏟으라고 했잖아, 쏟으라고. 언제 뿌리라고 했어.”
조용하게 속삭이자 루린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모르겠다는 얼굴이다.
“쏟는 게 뿌리는 거다. 화끈한 거 모르냐! 히히.”
누가 그 성격 모른답니까. 어휴.
“괘, 괜찮습니다. 뭐 그럴 수도 있죠. 하하하.”
하지만 게드로아는 만면에 웃음을 그리면서 착한 남자를 연기 중이었다.
왜 연기 중인지 알았냐고?
하지만 이번에는 엘레나가 거세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거짓말 탐지기에 걸린 것이다.
이 순간 누가 더 괜찮은 남자인가는 결정되었다.
그렇다면 피네르를 도우면 된다.
“흠, 아무튼 두 사람. 이것이 내 신작 그릇이다. 테나가 결혼할 때 주려고 만든 한 쌍의 그릇이지. 언제나 둘이 하나라는 뜻을 담았다.”
“오오, 굉장합니다!”
호네씨가 보자기에서 자신이 만든 그릇을 꺼내자 두 청년은 놀란 얼굴로 작품을 바라봤다. 게드로아는 호들갑을 떨면서 아부하듯 말하며 그릇을 보는 반면 피네르는 거의 넋을 놓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이번에 세레이나와 루린을 출동시켰다.
눈짓을 하자 두 드래곤은 갑자기 싸우기 시작한다. 늘 싸우는 두 사람이니 물을 뿌릴 때와는 달리 매우 자연스럽다.
“못생긴 레드녀석!”
“내가 못생겼다고? 레드의 꽃이라고 불리는 내가?”
“그렇다. 너보다 내가 백배는 낫다고 생각하는 바이다.”
“웃기고 있네. 저번에 쓰러지면서 뇌가 손상됐냐?”
두 드래곤은 누가 봐도 싸우는 것처럼 티격태격하면서 호네씨의 테이블로 가깝게 접근했다. 싸움 때문에 테이블에 앉은 네 사람의 시선이 모두 드래곤에게 향한 그 순간, 세레이나가 루린을 힘차게 밀었다.
그리고 루린은 보기 좋게 그릇을 바닥에 깨뜨리면서 물러났다.
“어머? 난 몰라! 이 멍청한 블랙이 깬 거야!”
“니가 밀어서 깼다! 나는 모른다.”
“어딜 도망가아아아!”
레드와 블랙은 계획대로 밖으로 사라져 버렸고 나는 또다시 급하게 출동했다.
“아이고 죄송합니다. 종업원들이…. 아무튼 이건 바로 변상하겠습니다.”
“아니네. 테이블에 이걸 버젓이 올려놓은 내 잘못도 있지.”
“하지만….”
“그보다, 이렇게 된 이상 잘됐다.”
“네에?”
두 청년이 스승의 말에 의문을 표하며 동시에 입을 열었다.
“두 접시가 보기 좋게 두 쪽으로 갈라지지 않았느냐. 네 조각이 돼버렸구나. 다른 시험을 하려고 했는데 더 좋은 방법이 떠올랐다. 이 쪼개진 두 조각을 가지고 가서 누가 더 제대로 고칠 수 있는지를 시험하겠다. 물론 너희의 실력은 내가 가장 잘 안다. 그러니 실력만을 평가하려는 게 아니라는 점은 명심해라. 기간은 내일까지! 바로 여기로 같은 시간까지 그릇을 고쳐서 가지고 오거라.”
“시험 말씀이십니까?”
“그래.”
피네르가 놀란 눈으로 그릇과 테나, 그리고 호네씨를 보았다. 반면 경쟁자인 게드로아는 자신 있다는 듯이 그 접시를 집어 들었다.
“시험은 자신 있습니다. 스승님. 그런데 이 시험은 혹시…”
“그래, 승자에게 내 딸을 주겠다.”
“아빠! 어떻게 그딴 시험으로 혼사를 결정할 수가 있어!”
“이것아, 그딴 거라니! 나는 평생을 이 그릇에 몸을 바쳤다. 너 또한 바로 이 그릇을 판 돈으로 지금까지 자라왔으니 그릇이 혼사를 결정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 아니냐? 네 엄마가 세상에 없으니 이 시험을 통해 모든 것을 결정하겠다.”
너무나도 단호한 말에 딸, 테나는 더 떼를 쓰지 못하고 피네르에게 달려가 팔을 흔들었다.
“괜찮겠어? 지면 같이 죽을 줄 알아!”
“테나!”
강경한 외침에 어쩔 수 없이 테나는 호네씨에게 돌아갔다.
“저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피네르가 대답하자 결국 두 사람은 모두 동의를 한 것이 되었고 해프닝은 끝이 났다.
그리고 다음 날.
두 청년은 똑같이 보자기에 수리한 접시를 싸 가지고 식당으로 돌아왔다.
“피네르. 괜찮겠어? 네가 못 이기면 나….”
“괜찮습니다. 아가씨.”
피네르는 자신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게드로아도 마찬가지로 자신만만하다. 하룻밤사이에 뭔가 수라도 쓰지 않고서야 내비칠 수 없는 정도의 강한 자신감.
게드로아가 마침내 수리한 그릇을 꺼내들었다. 자신감의 이유는 곧 명백해졌다.
그릇이 거의 완벽하게 복구됐기 때문이었다.
“흐음.”
호네씨는 복구된 그릇을 보면서 턱을 매만졌다.
“게드로아, 네가 이런 수준까지 올라왔단 말이냐?”
“감사합니다! 스승님!”
“웃기지 마, 네가 너희 집안의 장인에게 도움을 받은 거 내가 모를 줄 알아?”
“테나, 증거도 없이 그런 소리를 하는 거 아니다!”
“그, 그래도….”
아무래도 증거는 없는 모양이었다. 테나는 아버지의 말에 반박하지 못하고 피네르를 쳐다봤다.
“괜찮습니다. 아가씨. 제 실력은 이제부터 천천히 알게 해드릴 테니까요.”
게드로아가 이미 이겼다는 얼굴로 테나에게 말했다.
이어붙인 자국도 없이 완벽하게 복구된 그릇. 저럴 만도 하다.
피네르는 단단히 굳은 얼굴이었으나, 그래도 기죽지 않은 얼굴로 자신이 수복한 그릇을 꺼내들었다.
물론 그것은 완벽한 복구와는 조금 거리가 있었다.
중앙에는 이음매가 있었다. 하지만 그 이음매가 그릇과 상당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으음, 전통적인 방법으로 고쳐냈구나. 그러면서도 멋이 있어. 하지만 게드로아의 것처럼 완벽한 수리를 했다고 보기는 어려운데, 내가 알기론 너도 그릇을 감쪽같이 복구할 수 있는 실력은 될 터, 왜 이런 선택을 했지?”
호네씨가 질문을 하자 피네르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스승님의 작품을 제 보잘 것 없는 실력으로 만지게 되어 영광인 동시에 걱정이 많이 됐습니다. 물론 게드로아가 해온 복구처럼 완벽하게는 아니어도 감쪽같이 이어붙일 기술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스승님, 저희가 만드는 건 그릇이 아닙니까?”
“물론 그렇지.”
피네르의 질문에 호네씨의 눈썹이 꿈틀거린다.
“저런 식으로 붙이게 되면 접착물질을 사용해야 하는데 인체에 유해한 성분이 필연적으로 사용됩니다. 저렇게 복구하는 그릇을 만드는 우리의 정신과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유해한 물질을 사용하지 않고 전통적인 방법으로 이어 붙였습니다. 작품을 못난 재주로 망쳐버려서 죄송합니다. 스승님!”
“허어.”
피네르의 말에 호네씨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보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선언했다.
“미안하지만, 딸을 피네르에게 맡겨야 할 것 같구나. 게드로아여.”
그것은 피네르의 승리를 의미했다.
“그,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이해할 수가 없군요. 당연히 수리라고 했으니 최고의 수리를 한 사람이 이기는 거 아닙니까!”
“나는 어제 분명히 말했다. 너희의 실력은 잘 알고 있다고. 나는 그릇을 대하는 정신을 보려고 했음이야. 피네르가 말한 것처럼 우리가 파는 것은 요리가 직접 올라가는 그릇이다. 그 본질을 잊어서는 안 되지.”
호네씨가 그렇게 말하자 게드로아는 씩씩거리더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하, 그레이크시의 그릇시장을 점령하는데 이용하는 것 말곤 아무 쓸모도 없는 기만 센 여자를 거둬주려고 했더니 뭐가 어째!”
게드로아는 그렇게 소리치더니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렸다. 그걸 보며 호네씨는 고개를 가로저었고 테나는 피네르에게 달려갔다.
“피네르!”
“아가씨…!”
“두 분 축하드립니다. 수리한 그 접시 줘보실래요. 예쁜 요리를 담아서 축하를 해드리고 싶은데.”
“그래 주시면 감사하지요.”
호네씨가 나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피네르가 갑자기 호네씨의 앞에 무릎 꿇었다.
“스승님!”
“왜 그러냐. 게다가 왜 아직도 스승님이냐?”
왜 장인이라고 안 부르냐는 뜻인 것 같았으나 피네르는 고개를 땅바닥으로 강하게 박으며 입을 열었다.
“실은 부정행위를 했습니다. 저는… 너무나도 아가씨를 사랑하지만… 도저히 스승님의 작품에 손을 대는 건 할 수가 없어서 방황하고 있었습니다.”
“허어, 그래서?”
“그때 엘님의 조언을 받아 버렸습니다. 그러니까 공평하지가 않습니다, 스승님!”
피네르의 폭탄발언에 모두의 시선이 나에게 쏠려버렸다.
물론 약간 조언을 한 건 맞다. 뭘 그런 걸 부정행위라고 까지 말하나.
그건 바로 어제의 일이었다.
***
“뭘 그렇게 술만 먹습니까?”
모두가 떠나고 소주를 들이키는 피네르를 향해서 묻자 커다란 한숨이 돌아왔다.
“스승님의 대작입니다. 감히 제가 건드릴 수가… 하지만 해야 합니다. 그렇지만!”
“그 그릇이 소중한가요, 사랑하는 여자친구가 소중한가요?”
“당연히 여자친구입니다.”
“그러면 하세요. 망설일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어떻게 손대야 할지….”
“제가 한 가지만 충고하자면 본질을 보라는 겁니다.”
그릇의 본질.
물론 호네씨가 어떤 방법으로 두 사람을 시험할지까지는 의논하지 않았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호네씨가 생각하는 건 바로 그릇의 본질에 대한 이야기 같았다. 그렇기에 피네르에게 그렇게 충고를 한 것이다.
“본질 말입니까… 본질이라면 그릇의 본질? 그릇의 본질은… 저, 저! 이만 가보겠습니다. 중요한 게 떠올랐습니다!”
다행히 본질이라는 한 마디에 피네르는 많은 것을 깨달은 것 같아 보였다. 그리고 지금의 결과가 나온 것이지.
***
나는 그렇게 어제의 일을 설명했고, 동시에 한마디를 덧붙였다.
“그 말만을 듣고서 피네르씨는 가게에서 나갔습니다. 본질이란 말에 이걸 눈치 챈 건 피네르씨의 평소 생각이 그것을 중요하게 여겼기 때문이지요. 이걸 부정행위라고 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호네씨?”
“일단 고개를 들어라. 피네르. 약간 도움을 받긴 했으나, 어쨌든 나는 너에게 테나를 맡기기로 결정했다.”
“아빠!”
그 선언에 심난한 얼굴이던 테나가 자신의 아버지에게 뛰어들었다.
피네르는 감격한 얼굴로 감사합니다를 반복하며 고개를 숙였다. 드디어 호네를 장인어른이라 부르면서.
그래 뭐 해피엔딩이면 됐지.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