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ility from Parallel Dimensions RAW novel - Chapter 102
102. 결정
정현수가 다시 남수정에게 큰소리쳤다.
“강력한 우승후보 지옥부처가 그 게임대회에 나오겠지만 그래도 괜찮아. 입상만 해도 상금이 많이 나와. 내가 진짜 열심히 해서 입상권에 들고 치료비도 벌어 올게.”
남수정이 물었다.
“우리 치료비를 왜 네가 벌어와?”
정현수의 얼굴이 빨개졌다.
“어? 어. 그, 그게.”
서정우가 말했다.
“현수야. 내가 보기엔 지옥부처는 그 대회에 안 나갈 거다.”
그냥 재미로 하는 게임이다. 대회까지 나갈 생각은 없다.
“우승상금이 1억인데 그걸 그냥 포기한다고요? 에이. 설마.”
“어? 뭐? 얼마?”
“1억이요.”
남수정이 물었다.
“경찰 아저씨가 왜 군침을 삼켜요?”
“어? 어. 그냥?”
남수정이 정현수를 구박했다.
“넌 이상한 소리 하지 마. 내 동생은 내가 챙길 거야. 넌 정신 차리고 공부나 해.”
“야. 난 이제 공부는 늦었어. 너도 좀 늦은 것 같고.”
남수호가 항의했다.
“우리 누나는 공부 엄청 잘했어요! 지금부터 다시 공부하면 또 전교 1등 할 수 있어요!”
남수정이 동생에게 말했다.
“아니야. 난 이미 늦었어. 그리고 나 전교 1등 한 적도 없고. 1등 한 너희 누나는 누구니?”
“어? 아닌가?”
“아니야.”
그녀가 서정우에게 말했다.
“아저씨. 저 오늘 저녁에 오디션에 붙고 계약금 받으면 병원비 갚을게요. 2인실은 너무 비싸니까 다는 못 드리고 6인실로 쳐서.”
“그 오디션 오늘 보게?”
서정우가 기술적으로 찔러 후유증 없게 상처를 낸 데다가, 신체 회복력이 잠시 향상된 덕분에 그녀의 상처 치유 속도는 무척 빨랐다.
‘아무리 그래도 오늘 당장 노래를 부르는 건 무리일 텐데.’
“너 배 다쳤잖아.”
“그래도 해야죠. 어떻게 온 기회인데요. ES 엔터에 가서 디멘션의 곡이라도 하나 받으면 바로 고생 끝 행복 시작이란 말이에요.”
서정우는 당황했다.
“어…. 너도 디멘션을 아냐?”
“어떻게 몰라요? 그것까지 기대하고 ES 엔터하고 계약하려는 건데.”
“그럼 내일 가. ES 엔터에서 그러는데 너 오늘 치료 다 받고 내일 오래.”
“에이. 설마요. 아저씨 지금 좀 수상한데요?”
정현수가 옆에서 말했다.
“진짜일 거야. 서 형사 형이 포캣츠 서소라의 오빠잖아. 물어봤겠지.”
남수정은 깜짝 놀랐다.
“어머. 진짜? 그럼 아저씨가 말한 신인가수 동생이 포캣츠예요? 우와아! 경찰 아저씨 진짜 대단한 사람이구나!”
서정우가 불평했다.
“너의 대단함의 기준은 참 소박하구나.”
정현수는 살짝 당황했다.
“어? 어? 수정아. 너 서 형사 형 몰라?”
“알지. 우리 동네 경찰 아저씨.”
정현수가 갑자기 실실 웃었다.
“흐흐. 그 말도 맞긴 맞지.”
“너 그 웃음은 뭐지? 너도 되게 수상한데?”
서정우가 남수정에게 말했다.
“난 간다. ES 엔터에는 꼭 내일 저녁때 가. 거긴 오늘 일정이 바뀌어서 네가 가도 못 만난다더라.”
남수정은 허리를 숙이는 대신에 두 손을 공손히 모으고 머리를 까닥였다.
“네에!”
* * *
서정우가 병실을 나왔다.
그는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가다가 젊은 여자 의사와 마주쳤다.
“어머. 서정우 형사님?”
“어…. 저를 아십니까?”
“팬이에요!”
“아니. 왜 경찰에게 팬이….”
“환자분 보러 오셨나 봐요. 아. 어제 수호 누나를 구하셨다면서요? 제가 수호 담당 의사예요.”
“아. 마침 잘 만났습니다. 혹시 수호 병명이 뭔지 알 수 있겠습니까?”
그녀가 살짝 웃었다.
“죄송해요. 그건 좀. 불법이라서요. 괜히 말씀드렸다가 서 형사님이 절 체포하시면 어떻게 해요. 호호호.”
“그럼 질문을 바꾸지요. 약값이 이천만 원쯤 드는 약을 쓰면 된다던데요?”
“아. 수정이가 말했나 봐요? 그런데 그 약을 써도 낫는 건 아니에요. 대신에 그 약이 있으면 다른 애들처럼 생활할 수 있죠. 학교도 다시 다닐 수 있고요.”
“다행이군요.”
그녀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약값이 일 년에 이천만 원이라서, 수정이나 수호에게 그게 정말 다행일지….”
“예?”
“약값이 너무 비싸죠? 처음엔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특허권이 독한 놈에게 넘어가는 바람에.”
“그걸 그냥 놔둡니까?”
“안 놔두면 어떻게 해요? 제약회사를 합법적으로 인수해서 가격을 올린 건데.”
“우리나라 놈입니까?”
“아니요. 캐나다놈이에요.”
서정우는 병원 밖 벤치에 앉았다.
“여긴 진짜 알면 알수록 세상이 뭐 이러냐.”
그는 지금까지 이쪽 세계가 저쪽 세계보다 풍요롭다고 생각했다.
“사람 목숨을 인질로 잡고 돈을 번다는데 그걸 그냥 놔두나? 그거 결국 인질극이잖아. 저쪽에선 그따위로 하면 총 맞는데.”
윤나나는 살인마에게 납치되었다가 겨우 구출됐다. 사람을 납치하고 살인도 쉽게 하던 칼치파도 있다. 두 사건 다 범죄자의 인간성은 저쪽과 비슷했다.
그는 그런 놈들을 저쪽 수준으로 대우했다. 칼치파도 쓸어버렸고, 국제 산업스파이 조직의 잔당도 몰살시켰다.
그는 그래도 이쪽 세계가 물질적으로 훨씬 풍요롭고 몬스터도 없어서 저쪽보다 살기 좋은 곳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수정이에게는 여기나 저기나…. 큰 차이가 없겠네.”
서정우가 전화를 걸었다. 오동철이 전화를 받았다.
– 아. 서 형사님. 어제 또 사건 하나 해결하셨던데요. 뉴스 봤습니다. 하하하.
“오늘 저녁에 오디션 보려던 애 있잖습니까?”
– 예. 저녁 때 시간 비어 있습니다.
“걔가 걔입니다.”
– 예?
“뉴스에 난 그 애가 수정이입니다. 배를 칼에 찔려서 오늘 저녁 오디션은 무리입니다.”
– 헉! 지금 오디션이 문제가 아니지요! 많이 다쳤습니까? 뉴스에서는 생명에 지장은 없다던데.
“괜찮습니다. 내일 퇴원할 겁니다. 다행히 큰 상처는 아닙니다.”
레드 포션으로 치료하면 흉터조차 남지 않는다. 지금 상처는 서정우가 사람들의 눈을 속이려고 다시 만든 것이다.
“수정이가 오늘 당장 오디션을 본다는 걸 제가 겨우 말렸습니다. 내일 저녁에 시간 되십니까?”
– 없는 시간이라도 만들어야지요!
“배에 상처를 입은 걸 고려해서 노래를 들어주시죠. 원래는 더 잘 부를 겁니다.”
– 물론입니다. 제가 작곡은 못 해도 듣는 거 하나는 정말 잘합니다.
* * *
서정우는 경찰서로 돌아갔다.
백성민이 물었다.
“야. 너 왜 표정이 그렇게 안 좋아? 왜? 병원에서 피해자 상태가 안 좋대?”
“아니. 배를 잘 찔려서 금방 나을 거래.”
“그런데 넌 왜 그래?”
서정우가 백성민을 쳐다보았다.
그는 그동안 이쪽 세계에 대충 적응하긴 했다. 그런데 적응 기간이 너무 짧아서, 남들은 당연히 아는 상식을 모르는 경우가 종종 있다.
반면에 백성민은 상식은 물론이고 여러 소문에도 밝다. 다만, 그를 통해 얻는 정보는 틀릴 때가 많았다.
서정우가 물었다.
“형. 경찰이 회사에 투자하면 걸려?”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공무원이 자기 돈으로 주식 산다는데 그게 왜 걸려?”
“아. 그런가?”
백성민이 눈을 반짝였다.
“왜? 주식 사게? 어디 좋은 정보 있냐? 나도 좀 살까? 폭등할 주식이 어디냐?”
서정우는 어이가 없었다.
“내가 그런 걸 어떻게 알아?”
“네가 범인을 찾아내는 실력으로 주식을 분석하면 상한가 칠 걸 미리 알아낼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주식 몰라?”
“몰라. 알면 그게 더 이상하지.”
백성민은 실망했다.
“에이. 좋다 말았네.”
서정우는 이쪽 세계의 주식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전혀 모른다. 저쪽 세계에도 주식시장은 있지만, 이쪽이 훨씬 더 복잡하고 빠르게 움직인다.
‘이쪽 세계의 주식에 저쪽 세계의 정보가 도움될 리 없지.’
백성민이 물었다.
“그런데 주식 살 것도 아니면서 그건 왜 물어본 거야?”
“어떤 회사에 지분 투자를 좀 할까 하는데.”
그는 이번에 남수정이 겪은 일을 보면서 마음을 굳혔다.
“그래? 그 회사가 우리 일하고 관련이 없으면 상관없는데, 경찰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곳에 투자하면 당연히 걸리지.”
“영향력?”
“간단히 말해서 경찰이 단속 정보를 흘리거나 아니면 뒤를 봐줄 수 있는 곳. 작은 곳에 작게 투자했다가 걸려도 사안에 따라 잘릴 수 있고, 규모가 크면 감옥 가겠지.”
“경찰하고 아무 상관이 없으면?”
“음. 그래도 큰 회사에 지분을 많이 투자하는 거라면 미리 허락을 받는 게 좋겠지? 그런데 너 돈 그렇게 많이 없잖아. 어떻게 알았냐고? 돈 많으면 형사 안 하고 다른 일 하겠지.”
“그 회사가 아직은 되게 작은데.”
지금 ES 엔터테인먼트는 손바닥만 한 작은 회사다. 그나마도 서정우의 도움이 없었으면 벌써 망했을 곳이다.
그런데 서정우가 계속 도와주면 앞으로는 상황이 바뀐다.
정부의 허락을 받는 과정에서 그가 디멘션이라는 것이 밝혀질 수도 있다.
‘밝혀진다고 해서 큰일 나는 건 아니지만, 그건 아무래도 마음에 걸린단 말이야.’
“허락 안 받으면?”
“글쎄? 거기에 책상 놓고 출근하면 당연히 걸리는데, 투자만 하면 큰 문제는 안 될 것 같은데? 최악의 경우는 경찰에서 잘리나? 최고의 형사인 널 겨우 그 정도 문제로 자를 것 같지는 않지만.”
서정우가 잠깐 생각해보고 결론을 내렸다.
‘그것 때문에 자른다고 하면, 잘리지 뭐.’
* * *
서정우는 그날 저녁에 오동철을 만났다.
“오 사장님. 저번에 말씀하신 동업 이야기 말입니다.”
오동철이 흥분하며 두 손으로 탁자를 짚었다.
“하시게요? 잘 생각하셨습니다! 서 이사님!”
“아니요. 동업은 절대로 안 합니다. 그러니까 서 이사라고 부르지 마세요.”
오동철은 실망했다.
“우리랑 같이하면 정말 좋은데.”
“대신에 투자는 하려 합니다.”
오동철의 눈이 다시 반짝거렸다.
“투자요?”
“회사는 오 사장님이 알아서 운영하시고, 전 지분만 나눠 갖는 것으로. 제가 공무원이라 어디 출근해서 일하는 건 아예 못하거든요. 직함은 당연히 받으면 안 되고요.”
“알겠습니다. 하하하. 그런데 투자는….”
오동철이 침을 꼴깍 삼켰다.
“아시다시피 돈보다는 곡으로 주시는 게 좋습니다. 돈은 다른 회사들이 우리보다 훨씬 더 많으니까요.”
“당연하죠.”
저쪽 세계의 이선화와 이쪽 세계의 이선화 모두 그래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정우도 같은 생각이다.
오동철이 활짝 웃었다.
“진짜 딱 좋을 때 결정하셨습니다. 윈드 기획과 계약한 가수들이 계약 파기 선언을 했거든요. 최선명이 전 사장을 죽이고 회사를 빼앗은 데다가, 알고 보니 연쇄 살인마에, 이번 사건까지. 어휴. 계약 파기가 문제가 아니라 손해배상을 요구할 상황이죠. 이미 말씀드린 것처럼 우리는 그 사람들을 주워 담기만 해도. 흐흐흐.”
서정우가 단서를 달았다.
“인기 있다고 아무나 다 받는 건 좀 그런데요.”
기왕이면 저쪽 세계에서도 가수로 활동하고 있어야 하고, 저쪽 세계에서의 평판도 나쁘지 않아야 한다.
“물론 서 형사님에게 먼저 물어보고 받아야지요. 당연한 거 아니겠습니까? 곡을 주실 분인데…. 어?”
오동철이 멈칫했다.
“혹시 이번 기회에 서 형사님이 디멘션이라는 걸 밝히시려는 겁니까?”
“설마요.”
“에이. 아닙니까? 그거 밝히면 진짜 대박일 텐데요.”
“그냥 투자만 좀 하고 싶은 겁니다. 형사 그만둘 거 아니니까 곡만 주고 회사 일에는 전 손도 못 댑니다. 모든 일은 오 사장님이 다 알아서 처리하셔야 합니다.”
“하하하. 저만 믿으십시오.”
* * *
이튿날 이선화가 서소라에게 전화를 걸었다.
“소라야. 오늘 저녁때 뭐해? 밥 사줄까?”
– 아. 언니. 오늘 우리 회사에서 저녁때 오디션 있어서 안 되는데.
“응? 오디션이라니? ES 엔터가 벌써 공개 오디션을 해? 동철 오빠한테는 그럴 돈이 없을 텐데?”
– 에이. 우리 사장님이야 가난뱅이죠. 공개 오디션이 아니고요. 우리 오빠가 그저께 밤에 구해준 여자애 있잖아요.
이선화는 서정우가 나오는 기사는 꼼꼼히 챙겨본다.
“아아. 그 고딩? 걔가 왜?”
– 오빠가 사장님한테 걔 노래 실력 좀 평가해달라고 부탁했대요. 사장님이 그러시는데, 오늘 저녁때 들어보고 좋으면 바로 계약할 거래요.
“아. 그렇구나. 알았어.”
이선화가 전화를 끊고 나서 씩 웃었다.
그녀의 오늘 촬영 스케줄은 이미 끝났다. 오늘 저녁은 서소라를 아군으로 만들려고 시간을 비워뒀다.
“정우 씨가 부탁한 일이니까 나도 심사위원으로 참석해서 힘 좀 실어줄까? 정우 씨도 올지 모르니까 귀걸이랑 목걸이도 느낌 있는 걸….”
그녀가 갑자기 짜증을 확 냈다.
“근데 내가 고른 목걸이는 진짜 언제 줄 건데! 목 빠지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