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ility from Parallel Dimensions RAW novel - Chapter 110
110. 의심
기자가 아이에게 질문했다.
“철가면이 무슨 말을 했는지 말해줄 수 있니?”
“음. 나쁜 놈들이 이십억 준다고 했는데 철가면이 싫다고 했어요. 나중엔 삼십억이라고 했는데도 싫다고 했어요.”
“어? 이십억?”
아이가 한 이야기는 바로 기사화됐다. 그 이야기를 직접 들은 기자가 많았다. 곧바로 여러 곳에서 기사가 쏟아졌다.
경찰 간부가 그 속보를 보고 화를 냈다.
“이게 뭐야? 막아!”
“기사를 막는 건 이미 늦었습니다.”
“철가면이 좋은 놈이 되도록 놔두겠다는 거냐? 그러다 따라 하는 사람이 생기면 감당할 수 있냐? 다 개판 되는 거야! 기사를 못 막으면 다른 수를 써서라도 무조건 막아!”
사건 수사 책임자는 도부장파 간부 중에서 제일 먼저 깨어난 놈을 조사해 알아낸 정보를 공개했다.
“철가면의 목적은 용의자들이 도피자금으로 가지고 있던 현금 일억 원이었습니다. 현장에서는 그 현금이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철가면이 그 돈을 가져간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 발표도 곧바로 기사화됐다.
쌍둥이가 애용하는 게임 사이트 커뮤니티 게시판에 그 기사들이 연달아 올라왔다.
댓글이 줄줄이 붙었다.
– 혼자서 넷을 상대로 총격전을 했는데 이기다니. 괴도 철가면은 총을 진짜 잘 쏘나 봅니다.
– 그러게요. 킬러네요. 킬러.
– 상대를 죽이진 않았으니 킬러는 아닌 듯.
– 목숨만 붙여놔서 살아도 산 게 아니라던데.
– 20억이나 30억을 거절하고 사람을 구하는 걸 선택했으니까, 총은 쐈지만 흉악범은 아니지요.
– 그건 아닌 듯.
– 이래서 다들 ‘괴도’ 철가면이라고 부르나 봅니다.
– 아이는 다크 히어로라고 하던데요?
– 다섯 살짜리가 벌써 다크 히어로를 알다니. 우리 게시판에 딱 어울리는 인재입니다! 장래가 기대됩니다.
– 아이의 장래가 여기라니. 왜 아이한테 그런 심한 말을.
조금 안 좋게 보는 댓글도 있었다.
– 어쨌든 1억 원을 가져갔으니까 도둑은 도둑입니다. 그 돈도 안 가져갔으면 더 좋았을 텐데.
– 괴도 철가면도 총알값은 벌어야지요.
– 그 돈이면 미사일도 살 듯.
– 미사일 더 비싸요. 로켓탄은 좀 사겠네요.
아예 다른 쪽으로 관심을 가진 사람들도 있었다.
– 그런데 괴도 철가면은 진짜 신출귀몰하네요. 경찰이 잡을 수는 있을까요?
– 이대로라면 어렵다고 봅니다.
– 하지만 서정우가 출동한다면 어떨까!
– 오오! 괴도 철가면 VS 서정우! 두근두근!
– 출동할 계획 없습니다.
* * *
서정우는 감지 스킬과 사격 스킬의 시너지 효과 덕분에 눈으로 뭔가를 찾아내는 걸 잘한다. 그래도 서울 시내에서 모든 CCTV를 피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단 한 번이라도 실수로 찍히면 위험해질 수 있다.
그는 긴장을 늦추지 않고 한 시간 동안 이동한 후에, 모자를 쓰고 근무하는 경찰서로 가는 차를 탔다.
그가 자리에 앉자마자 백성민이 말했다.
“야. 정우야. 우리가 한발 늦었다.”
“뭐가?”
“네가 준 도부장파 대포폰 위치 말이야. 철가면이 한발 먼저 거기를 쳤다.”
“나도 뉴스에서 봤어.”
백성민이 주먹으로 손바닥을 쳤다.
“진짜 아깝다. 조금만 일찍 갔어도 철가면까지 잡는 건데.”
“철가면은 총 있는데? 경찰은 원래 총 쏘는 거 아니라며. 총은 장식이라며.”
“상대가 총을 쏘면 우리도 쏘지.”
조민석이 옆에서 모니터를 가리키며 말했다.
“정우 네가 직접 갔으면 철가면을 간단히 잡을 텐데. 너 이거 봤냐?”
그가 가리킨 곳에는 ‘괴도 철가면 VS 서정우!’라는 글이 올라와 있었다.
“봤지. 내가 거기 출동할 계획 없다고 댓글 달았는데.”
“이 댓글 쓴 사람이 너였냐?”
“응.”
서정우가 백성민을 돌아보았다.
“그런데 형이 놈들의 위치 정보를 저쪽 팀에 전화로 알려줄 때 통화한 사람 말이야.”
“김 경위님? 왜?”
“누군지 궁금해서 그냥 물어봤어.”
‘조 씨가 아니네? 배신자가 아니니까 됐지 뭐.’
* * *
오문성과 이성훈은 은행강도 사건 때부터 철가면을 추적했다. 처음에는 그 일에 많은 인원이 투입됐지만, 곧바로 다들 발을 빼는 바람에 두 사람만 남았다.
형사 이성훈이 사건 현장을 둘러보며 씩 웃었다.
“흐흐. 형님. 그동안 집에도 못 가고 그렇게 고생한 보답을 받나 봅니다. 우리가 철가면 조사를 제일 오래 했다고 전문가 대접을 받는 걸 보면요.”
오문성은 표정이 좋지 않았다.
“좋냐?”
“좋지요. 해결 가능성 없는 버려진 사건을 떠맡았다가, 갑자기 수사의 중심에 서게 됐는데요.”
“버려진 사건일 때가 차라리 나았어.”
“예?”
“일이 많아져서 힘들긴 했지만, 그땐 아무도 결과에 신경을 안 썼잖아. 철가면을 체포하는 데 실패해도 딱히 뭐라고 하지 않았을 거야. 그런데 지금은?”
“수사의 중심에….”
오문성이 한숨을 푹 쉬었다.
“철가면을 못 찾으면 누가 욕을 먹겠냐?”
이성훈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혹시 또 총알받이가 필요해서 우리를 부른 겁니까?”
“잡으면 공을 나눠주긴 하겠지. 못 잡으면 욕도 나눠 먹고. 그런데 우리가 철가면을 조사해봐서 알잖아. 잡을 수 있겠냐?”
“그놈이 실수라도 하지 않으면 누군지 찾기도 어렵죠. 그런데 실수를 안 하네요? 에이. 지독한 놈.”
두 형사는 그 지역 관할 경찰서로 이동해 수사 자료를 열람했다.
오문성이 사건 자료를 훑어보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 서정우?”
“예?”
“도부장파 놈들의 은신처를 여기 수사팀에 알려준 사람이 서정우네?”
“진짜요? 어떻게요?”
오문성이 서류를 펼쳐 이성훈 쪽으로 밀었다.
“도부장파 두목은 원래 대포폰을 여러 개 가지고 다녔는데, 이번에 도망칠 때는 서정우가 레몬플라워 협박 사건 때 번호를 알아낸 것 하나만 가지고 도주했다.”
“왜 하필 딱 그걸 가져갔을까요?”
“서정우가 번호를 아는 줄 몰랐으니까. 두목은 원래 대포폰을 두 개씩 쌍으로 묶어서 썼는데, 그것만 짝이 되는 폰이 예전에 박살 났다. 그래서 다른 대포폰은 죄다 버리고 그 폰 하나만 가지고 도망친 거라더라. 그러면 추적당하지 않을 줄 알았겠지. 이건 아까 정신을 차린 놈이 한 말이다.”
“서정우가 그 번호를 추적한 거군요?”
“그래. 그런데 이쪽 팀에서 그 정보를 넘겨받고 출동 준비를 하는 사이에 철가면이 선수를 쳤어.”
“와. 철가면 그놈 진짜 대단한 놈이네요.”
오문성은 심각했다.
“난 이상한 느낌이 든다. 서정우가 왜 또 얽히지?”
“예?”
“사리 도난사건 때도 서정우의 이름이 나왔잖아.”
“그때는 제가 알리바이를 확인했는데요?”
“은신처 정보를 알아내서 넘겨주자마자 여기가 당했으니까 이번에도 알리바이는 있지만, 왜 서정우가 또….”
이성훈도 의심이 들었다.
“혹시 서정우가 철가면에게 그 정보를 넘긴 거 아닐까요?”
“일단 그 대포폰은 정확한 주소까지 추적되는 물건이 아니야. 서정우나 이쪽 팀도 그 근처라는 것만 아는 상태였다. 그런데 철가면은 정확히 그 집을 찾아갔어.”
“형님. 그럼 괴도 철가면의 정보가 우리 경찰보다, 그리고 서정우보다 더 정확하다는 거네요. 와. 그놈 진짜 정체가 뭐지?”
다른 경찰이 다가와 말했다.
“곧 회의 시작합니다. 들어오시라는데요?”
오문성이 서류에서 서정우의 이름을 다시 본 후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역시 이 문제는 보고해야겠다.”
* * *
서울지방경찰청 고위 간부들이 그 경찰서로 찾아와 보고를 받았다. 보고는 경찰서의 형사과장이 했다.
“아이의 증언에 의하면, 도부장파는 조 팀장이란 사람에게 우리가 잡으러 간다는 정보를 받았다고….”
서울경찰청에서 온 간부들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중에서 계급이 가장 높은 간부가 물었다.
“여기 조 씨 성을 가진 팀장이 있나?”
“강력 2팀장이….”
“그 배신자 새끼 어디 있어? 당장 끌고 와! 내가 대가리를 박살 내겠다!”
“사라져서 저희도 찾고 있습….”
“잡아! 젠장. 기자들 모르게 잡아! 그 새끼 감옥에 처박을 땐 처박더라도, 우리까지 욕을 먹지는 말아야 하잖아. 잡기 전에는 기자들이 절대로 모르게 해!”
“예, 예!”
“안 그래도 경찰이 철가면보다 늦게 현장에 갔다고 욕을 바가지로 먹고 있는데 말이야. 젠장. 철가면 그 새끼는 왜 아직도 못 잡아?”
옆에서 다른 간부가 제안했다.
“서정우를 불러와서 철가면을 잡으라고 할까요?”
“넌 쪽팔린 줄 알아라. 순경한테 그것까지 맡기게?”
“서정우가 어디 그냥 순경입니까?”
“음. 하긴. 무늬만 순경이지. 그런데 거기 서장이 다른 곳에서 서정우 빼가는 걸 필사적으로 막고 있어서 어려울걸?”
“그거야 급이 같은 다른 경찰서에서 빼가려니까 막을 수 있는 거지, 우리가 어디 일선 경찰서입니까?”
“거기 서장을 내가 잘 아는데, 그놈 진짜 또라이야. 서정우 빼내면 분명히 쳐들어온다.”
“전출이야 못 해도, 빌리는 건 할 수 있잖습니까? 국제 산업스파이 조직 잡을 때도 잠깐 빌렸다던데.”
“그때는 장관님이 청장님한테 연락해서 빌렸잖아.”
“철가면을 못 잡으면 우리만 욕먹습니다.”
“서정우를 빌려왔는데도 못 잡으면 욕을 더 많이 먹을 텐데…. 알았어. 네가 추진해 봐.”
“예.”
“그리고 처음부터 철가면 조사하던 팀 어디 있어? 어. 오 경위. 뭐 알아낸 거 있냐?”
오문성이 자리에서 일어나 앞으로 나갔다.
“지금까지 철가면이 목격된 건 국내에서 세 번, 일본에서 한 번입니다. 처음 목격된 건 은행강도를 총으로 쏜 사건에서였습니다. 그런데 철가면이 나타난 날은 서정우가 처음 형사가 된 날입니다.”
“그날은 도대체 길일이야? 흉일이야?”
“철가면이 두 번째로 목격된 사건, 그러니까 고려 시대 고승의 사리 도난사건의 범인은 서정우가 근무하는 경찰서의 관할구역에 집이 있습니다.”
고위 간부가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
“그런데?”
“서정우가 서울에서 국제 산업스파이를 모두 체포한 직후에, 철가면이 일본에 나타났습니다. 그때 철가면이 나타난 곳 근처에서, 총격전과 함께 건물이 불타는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그 건물은 뭔데?”
“그것까지는 알아내지 못했습니다.”
CIA 일본 지부는 그 건물이 산업스파이 조직의 거점이라는 정보를 일본 경찰에게 넘겨주지 않았다. 당연히 한국 경찰에게도 그 정보는 들어오지 않았다.
“그런데 국내에서도 그 전에 비슷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음? 그 사건 그거 혹시 칼치파?”
“예. 칼치파가 전멸한 사건입니다. 그때도 총격전 소리가 들리고 나서 건물이 불에 타서 모든 단서가 사라졌습니다. 그런데 그때쯤에 칼치파의 하부 조직인 사거리파가 형사를 납치했다가 서정우에게 체포되었습니다.”
고위 간부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계속해봐.”
“이번 사건에서는 서정우가 도부장파 두목의 대포폰 위치를 추적해 알려주자마자, 철가면이 그놈들을 습격했습니다.”
회의실이 조용해졌다. 숨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사람들은 당황하거나 긴장했다.
서울경찰청 고위 간부는 입술이 바짝 말랐다. 목도 칼칼했다. 그는 앞에 놓인 물을 벌컥벌컥 마신 후에 긴장한 얼굴로 물었다.
“그러니까 오 경위 네 말은, 서정우가 철가면이라는 거냐?”
“아닙니다.”
간부는 당황했다.
“어? 뭐?”
회의실의 다른 사람들도 당황한 얼굴로 오문성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오문성이 설명했다.
“서정우는 은행강도 사건을 제외하면 모두 확실한 알리바이가 있습니다.”
간부가 잠시 멍하니 있다가 정신을 차리고 물었다.
“알리바이가 있어?”
“예. 목격자가 많습니다.”
“그럼 뭐야? 서정우가 철가면에게 그런 짓을 하게 시켰다는 거야? 증거는 있어?”
“없습니다.”
“네가 서정우를 의심하는 이유는 지금까지 말한 게 전부냐?”
“아닙니다.”
“그래. 서정우에게는 알리바이가 있고 넌 증거가 없는데, 그래도 뭔가 확실한 게 있으니까 의심하겠지. 그게 뭐냐?”
“제 촉이 서정우에게 뭔가 있다고 합니다.”
“촉? 그래. 너의 그 촉.”
경찰청 고위 간부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오문성에게 손가락질하며 소리를 질렀다.
“저 또라이 새끼 도대체 누가 불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