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ility from Parallel Dimensions RAW novel - Chapter 130
130. 동영상
사건 현장에 형사들도 도착했다. 그런데 그들과 같이 들어온 사람 중에 동료 형사 백성민이 있었다.
백성민이 서정우에게 다가와 말했다.
“역시 이 파티에 뭔가 있었지? 야. 나도 좀 끼워달라니까.”
서정우는 당황했다.
“형이 왜 여기 있어?”
“네가 이 파티에 그냥 오는 게 아닐 것 같아서, 나도 이 호텔 카페에서 커피 한 잔 마시면서 사건이 터지기를 기다렸지.”
“쓸데없는 짓을 했네. 난 그냥 온 거라니까.”
“물론 그러시겠지.”
백성민이 손으로 체포된 테러리스트들을 가리켰다.
“넌 그냥 왔는데 사건이 알아서 너를 따라왔겠지.”
“사실이야.”
“그래. 그래. 내가 속는 척할 테니까, 다음에 사건 냄새 맡으면 나 꼭 데려가.”
파티 참석자 중에 교포 사업가 마이클 최와 국회의원 강현민이 서정우에게 다가왔다.
마이클 최가 말했다.
“서 형사님 덕분에 살았습니다. 그놈들이 우리한테는 두 놈이나 달려드는 바람에, 정말 죽는 줄 알았습니다.”
서정우는 마이클 최가 아니라 강현민에게 물었다.
“혹시 이런 일 자주 겪으십니까?”
강현민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설마요. 처음입니다.”
서정우가 생각했다.
‘저쪽의 강현민 의원은 여러 번 습격당했는데.’
이쪽 강현민은 오늘이 첫 습격이다.
서정우는 이쪽 세계 테러리스트들의 방식은 잘 모른다.
그런데 저쪽 세계에서는 테러리스트가 아니라도 이런 습격을 하는 놈들이 많다. 클랜 간의 갈등으로 싸우기도 하고 이권 문제로도 충돌한다. 저쪽 강현민이 당한 것처럼 경쟁 정치인이 킬러를 보낼 때도 있다.
‘부하를 두 놈이나 이 두 사람에게 보냈다는 건, 최소한 둘 중 한 명은 놈들의 목표에 포함되어 있다는 뜻. 그것도 중요 목표에.’
그는 테러리스트들이 누구를 노렸는지 생각해보았다. 이선화와 이 두 사람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모두 미국 정치 경제계 인사를 노렸다.
‘미국 유력인사를 목표로 한 테러인가? 그럼 마이클 최가 목표여야 하는데…. 저쪽 상황을 생각하면 강현민 의원이 목표였을 가능성도 있어.’
그는 잠시 상황 분석을 위해 입을 다물었다.
그러는 사이에 다른 사람들도 다가와 인사했다.
“서정우 형사님. 정말 고마워요. 덕분에 살았어요.”
“싸우시는 모습을 보고 감동했습니다.”
개중에는 서정우를 이용하려는 정치인도 있었다.
“이쪽으로 와서 같이 사진 좀 찍읍시다. 기념으로.”
서정우는 사진을 찍지 않는다.
“기념할 일은 아닙니다만?”
“그, 그렇지요? 허, 허험.”
경찰이 도착하고 상황은 빠르게 정리되었지만, 뉴스가 나가는 것도 빨랐다.
파티 참석자 중에는 기자와 알고 지내는 사람이 많았고, 심지어 언론사 관계자까지 있었다.
이 사건 소식은 경찰이 오기도 전에 공중파와 뉴스 전문 케이블 방송에 속보로 떴다. 경찰이 도착할 때쯤에는 인터넷으로 서비스되는 언론사 홈페이지에도 기사가 속속 올라갔다. 포털 사이트 메인에 올라오는 데까지 얼마 걸리지도 않았다. 검색어 순위도 그 사건과 관계된 것이 장악했다.
서소라는 남수정이 이사한 오피스텔에 집들이 삼아 놀러 가서 TV를 보다가, 테러리스트가 호텔을 습격했다는 뉴스를 보고 깜짝 놀랐다.
“뭐야? 뭐야? 오빠 이름이 왜 저기서 나와?”
같이 있던 윤나나도 놀란 건 마찬가지다. 그녀가 얼른 스마트폰으로 기사를 검색해보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휴우. 테러리스트들은 모두 다 체포했대.”
“아. 놀라라.”
“정우 오빠가 테러리스트들을 잡다가 다쳤으면 어떻게 하지?”
쌍둥이가 즉시 반박했다.
“디, 아니, 서 형사님이 다칠 리가 없다!”
“또 혼자 다 때려잡았을 거다!”
“역시 서 형사님을 경배해야 해!”
“사도 남수정! 숭배를 포기하고 경배하라!”
남수정이 서소라의 노트북으로 기사를 검색하며 말했다.
“우리 아저씨가 테러리스트를 다 잡은 건 아니래.”
박다연이 실망했다.
“에이. 아니야?”
“응. 호텔 보안팀에서 잡은 놈도 하나 있고…. 앗!”
“왜?”
“사건 현장에서 선화 언니가 테러리스트와 싸웠대. 그 동영상이 떴어! 여기 링크도 있어!”
“뭐? 빨리 클릭해봐!”
네 사람은 남수정의 뒤로 모여들었다. 그녀가 인터넷 주소 링크를 클릭했다. 동영상이 재생됐다.
그 위급한 상황에서도 휴대폰으로 동영상을 몰래 찍은 사람이 있었다. 그녀는 현장에 경찰이 도착하기도 전에 그 영상을 인터넷 사이트에 올렸다.
그 영상은 화질이 좋지 않고 찍힌 각도도 나빴지만, 못 알아볼 정도는 아니었다.
다섯 명은 바짝 긴장한 채로 영상에 집중했다.
화면에서 테러리스트 한 명이 이선화를 향해 칼을 뻗으며 돌진했다. 서소라와 남수정이 그걸 보고 자기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다.
“꺅!”
“어떡해!”
갑자기 이선화가 바로 옆 의자를 밟고 탁자 위로 뛰어 올라갔다. 그녀는 탁자 위에서 다시 공중으로 높이 뛰어오르며 거꾸로 회전했다. 그녀가 빨간 드레스로 공중에 장미 그림을 그렸다.
그녀는 테러리스트 머리 위를 넘어가 바닥에 내려서자마자, 바로 옆 탁자에 있던 물병을 잡아 적의 머리를 내리쳤다.
물병이 박살 나면서 테러리스트가 고꾸라졌다.
이선화가 뒤로 돌아서 매서운 눈빛으로 노려보다가,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손으로 넘겼다. 영상은 거기에서 끝났다.
다섯 사람은 멍해졌다. 그녀들은 너무 놀라서 말을 하지 못했다.
잠시 침묵이 흐른 후에, 서소라가 입을 열었다.
“선화 언니 대박!”
윤나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엔 나도 인정.”
남수정이 물었다.
“톱스타가 되려면 저런 것도 할 줄 알아야 해?”
박하연이 손가락을 흔들었다.
“그럴 리가 없잖아. 와이어도 없이 저게 어떻게 돼?”
남수정이 동영상을 다시 재생시키며 말했다.
“선화 언니는 하는데?”
박다연이 화면을 가리키며 말했다.
“나 이런 거 전에 본 적 있는 듯.”
* * *
여러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 그 사건에 관한 글이 속속 올라왔다. 워낙 큰 사건이라 사람들은 너도나도 관련 정보를 찾아보느라 바빴다.
그리고 어느 게시판이든 예외 없이 이선화의 동영상 때문에 난리가 났다.
쌍둥이가 애용하는 커뮤니티 게시판에 그 동영상이 올라오자마자 댓글이 줄줄이 붙었다.
– 와. 테러리스트를 잡는 모습이 진짜 예술이네.
– 이거 누구입니까? 사람이 조그맣게 찍혀서 얼굴을 잘 모르겠네요.
– 이선화잖아요.
– 네? 이선화요? 설마요.
– 기사까지 떴어요. 이선화 맞아요.
– 난 이제부터 이선화 팬이다!
– 난 원래 팬이다!
– 와. 그런데 이런 동작이 현실에서 되는 거였네요. 와이어 없이는 안 되는 건 줄 알았는데.
– 선화 언니가 저 실력으로 액션 영화를 찍으면 제작비 꽤 줄일 수 있을 듯.
새로운 댓글이 하나 붙었다.
– 이선화가 영상에서 한 것과 똑같은 동작을 전에 본 적이 있습니다.
– 이선화가 전에도 이걸 했다고요?
– 아니요. 서정우가요.
– 네? 서정우라니요?
비교 영상이 포함된 새 게시글이 올라왔다.
서정우가 예전에 ‘나공주 갱생기’ 출연진에게 액션 시범을 하면서 보여준 모습을 찍은 영상과 이번 이선화 영상이 같이 재생됐다. 두 영상 다 두 사람이 뛰는 부분만 편집한 것이다.
사람들은 그 영상을 보고 바로 납득했다.
– 진짜네.
– 똑같네.
– 서정우는 제자리에서 뛰었지만 이선화는 의자와 탁자를 밟고 뛰었네요. 그것만 빼면 시선 처리까지 똑같습니다.
어떻게 이선화가 이런 움직임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여러 의견이 나왔다.
– 이 파티에 서정우도 있었습니다.
– 그냥 있기만 한 게 아니라 무쌍을 찍었다던데요.
– 서정우도 초대받은 건가요?
– 아니요. 서정우는 이선화가 일일 경호원이라는 핑계로 데려온 거라더군요.
– 진짜요?
– 그것도 기사에 났습니다. 그곳에서 이선화가 직접 그렇게 말하는 걸 들은 사람 많습니다.
– 둘이 친한가?
– 친하니까 서정우가 이선화에게 이 기술을 가르쳤겠지요.
수상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나왔다.
– 아니. 잠깐. 말이 안 되잖아요. 이선화가 그 드라마 찍을 때부터 이 동작을 연습해도 될까 말까 한데, 그럼 그때부터 이런 일이 일어날 거라고 예상하고 준비했다는 겁니까? 이거 영화 홍보하려고 조작한 거 아닙니까?
– 이 분 뉴스를 아예 안 보시나. 무슨 조작을 이렇게 어마어마한 스케일로 합니까? 체포된 테러리스트만 열두 놈에 부상자들도 있는데.
어떻게 된 일인지는 금방 알려졌다. 액션 스쿨의 무술감독이 기자와 인터뷰한 기사가 떴다.
– 이선화 씨는 서정우 형사에게 훈련받은 게 맞습니다.
기자가 물었다.
– 이선화 씨가 왜 그런 훈련을 받은 겁니까?
– 이선화 씨가 새로 들어가려는 영화는 배우가 액션 연기 중 일부를 직접 해야 하는 작품입니다. 이선화 씨는 본인이 그 작품의 액션 연기를 제대로 할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 훈련한 겁니다.
– 역시 톱스타는 자세가 다르군요. 그 훈련을 얼마나 오래 했습니까?
– 오래라고 할 건 아닙니다. 며칠밖에 안 됐으니까.
– 네?
– 진짜 며칠 안 됐습니다.
– 며칠 만에 그런 실력을 보이려면 엄청난 양의 훈련을 했을 텐데, 서정우 형사는 현직 경찰이잖습니까? 그럼 근무 시간에 와서 이선화 씨를 가르쳤다는 겁니까?
– 아니요. 서정우 형사는 퇴근 후에 한두 시간만 봐주던데요.
– 네? 겨우 그 정도만 해서 그 동작이 됩니까?
– 놀랍지요? 저도 보면서 놀랐습니다. 되더군요.
다른 시각에서 두 사람의 관계를 보는 기사도 있었다.
– 이선화와 서정우가 처음 만난 건 ‘나공주 갱생기’ 드라마 촬영 현장에서….
이선화가 태블릿PC로 그 기사를 읽으며 말했다.
“열애설 기사 떴네.”
그녀의 친구 김경희가 물었다.
“좋냐?”
이선화는 기사를 읽으면서 실실 웃고 있었다.
“히히. 좋은데?”
“여배우라는 년이 열애설 터져도 좋다고 지랄이다.”
“뭐 어때. 난 상관없어.”
“기자가 진짜 열애 중이냐고 물으면 그땐 어쩔 건데?”
그녀가 일부러 고개를 기울이며 손가락으로 뺨을 살짝 찍었다.
“글쎄? 아직 서로 알아가는 사이라 그럴까?”
“귀여운 척하지 마라. 보는 사람도 없다.”
“연습하는 거야. 연습. 정우 씨한테 이렇게 해볼까?”
“지금 그게 중요하냐? 네가 열애설을 인정하면, 서정우 형사가 그걸 보고 뭐라고 하겠냐? 잘했다고 하겠냐? 박수라도 쳐줄 것 같아?”
이선화가 손가락을 내렸다.
“아니겠지? 그럼 기자가 물으면 뭐라 그러지?”
“사실대로 말해. 이년아.”
“사실이 뭔데?”
“아무 사이 아니라고. 실제로 아니잖아.”
“쳇. 아무 사이도 아닌 것보다는 쪼끔 가까워진 것 같은데.”
* * *
서정우에게 전화가 쏟아졌다.
그는 일단 주소록에 등록된 전화번호 외에는 연결되지 않도록 스마트폰의 설정을 바꾸었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전화는 다 무시될 때도 서소라의 전화는 바로 연결됐다.
서소라가 스피커폰을 켜놓고 서정우에게 물었다.
“오빠. 진짜 선화 언니하고 사귀어?”
즉시 대답이 돌아왔다.
– 톱스타 이선화와는 사귀는 사이가 아니다.
서소라는 바로 납득했다.
“내가 그럴 줄 알았어. 오빠가 어떻게 감히 선화 언니하고. 말도 안 되지.”
– 말 안 되는 건 알지만, 너무 대놓고 무시하는데?
“시끄럽고. 집에는 언제 올 거야?”
– 지금 여기 관할 경찰서다. 오늘은 못 들어가니까 기다리지 마라.
“웃겨. 언제 내가 기다리는 거 봤어?”
남수정이 옆에서 얼른 말했다.
“아저씨! 야식으로 설렁탕 달라고 하세요! 거기서 먹으면 공짜잖아요!”
– 어. 그래.
서소라가 전화를 끊고 나서 말했다.
“내가 뭐랬어? 선화 언니 같은 톱스타가 왜 우리 오빠 따위하고 사귀겠냐고.”
남수정이 물었다.
“왜요? 아저씨도 엄청 유명하신데.”
“우리 오빠는 이선화하고 다르게 유명하기만 하잖아. 선화 언니는 유명해질수록 부자가 되는데 우리 오빠는 그냥 유명한 월급쟁이라고.”
“그런가?”
윤나나가 반박했다.
“그건 아니지. 정우 오빠는 디….”
남수정이 그녀에게 고개를 돌렸다.
“디?”
윤나나는 실수를 깨닫고 예전에 쌍둥이에게 배운 말로 얼른 둘러댔다.
“디게 유명해. 그 말 하려고 그랬어. 진짜야.”
* * *
이 사건이 아무 피해 없이 해결됐다면 경찰 홍보에 사용할 수 있다. 그런데 상황이 그렇게 좋지는 않았다.
범인은 모두 체포했다. 이선화나 호텔 보안팀 직원이 잡은 놈도 있지만, 대부분은 서정우가 잡았다. 아직 공식발표는 하지 않았지만 서정우는 지하 변전실의 폭탄이 터지는 것도 막았다.
그런데 바로 그 폭탄이 문제였다. 단순히 변전실만 날려버리는 수준이기는 하지만, 폭탄 테러가 실현 직전까지 갔다는 건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게다가 변전실 관리 직원이 중상을 입었다. 파티 참석자 중에도 부상자가 나왔는데, 그중에는 국회의원 이홍국도 있었다.
정부 당국은 사람들의 관심을 잠시 다른 쪽으로 돌리고 싶어 했다. 서정우가 이렇게 활약한 건 처음이 아니라서, 시선을 돌리려면 새로운 것이 필요했다.
마침 적당한 것이 있었다.
테러단 단장은 옷에 액션캠을 붙인 채로 일을 저질렀다. 원래는 요인 납치 후에 그 영상을 공개해 혼란을 키울 계획이었다.
그 액션캠으로 촬영된 영상은 굉장히 선명했다. 경찰은 그 영상에서 딱 한 부분만 뽑았다.
이선화가 테러리스트를 잡는 모습이 고화질 동영상으로 공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