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ility from Parallel Dimensions RAW novel - Chapter 149
149. 재회
이선화가 서정우를 발견하고 상큼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살짝 흔들었다.
서정우도 손을 흔들어주면서 김성준에게 말했다.
“김 사장님. 그런데 그 초저예산 영화가, 액션 영화가 아니면 안 통하는 독특한 시장에서 성공해야 합니다.”
AKX 픽처스 사장 김성준이 설명했다.
“권세창이라는 친구가 있습니다. 이선화 씨의 미모와 연기력, 서 형사님의 무술, 감독은 부족하지만 제가, 예산은 초저예산. 그 모든 조건에 딱 맞고 흥행성도 확실한 시나리오를 썼지요.”
그런 시나리오가 있다면 저쪽 세계에서 이선화가 주연인 영화를 만들 수 있다.
서정우가 물었다.
“권세창 씨를 만날 수 있겠습니까?”
“아니요. 불가능합니다.”
김성준이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죽었습니다. 몇 년 전에.”
“아.”
“그 미공개 시나리오를 예전에 제가 본 적이 있는데, 지금 말씀하신 그 모든 조건에 완벽하게 부합됩니다.”
“이미 돌아가셨다면서요.”
“그래서 말씀드린 겁니다. 범인을 잡아주시면 가족들이 그 시나리오를 넘겨줄 테니까. 물론 그 시나리오가 필요하신 경우의 이야기입니다만.”
“잠시만요. 범인이요?”
“사고사로 결론 나긴 했는데, 가족들은 살인 사건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진짜 살인 사건이라면 서 형사님 전문분야잖습니까?”
서정우도 그 시나리오가 탐이 나긴 하지만, 무턱대고 하겠다고 할 수는 없다.
“제가 항상 범인을 잡는 건 아닙니다.”
“제가 알기로는 잡범은 몰라도 살인마는 못 잡은 적이 없다던데요.”
“어쨌든 제가 영화 제작을 물어본 건 그냥 그런 상황을 가정해서….”
서정우가 멈칫했다. 다른 배우가 이선화를 향해 걸어가는 게 보였다.
그는 그녀를 안다.
“박현아?”
김성준이 설명했다.
“이 CF의 초기 계획은 이선화만 나오는 것이었는데, 시나리오를 다듬다가 내용이 조금 추가됐습니다. 집에서 TV를 볼 때 말을 받아줄 상대역이 필요합니다. 이선화 씨에게 절친이 있다는 걸 사람들이 아니까 그분을 출연시키면 제일 좋겠지만, 일반인이라 어쩔 수 없이 배우를 섭외했습니다.”
“아. 예.”
김성준은 서정우가 박현아의 이름을 아는 건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박현아는 영화와 드라마에 조연으로 곧잘 출연하는 배우다.
서정우가 두 사람을 보았다. 이선화와 박현아는 사이가 나쁘지 않아 보였다.
이선화가 박현아에게 자랑했다.
“그래서 정우 씨가 도와주러 왔어.”
“어머! 진짜? 어디?”
“저기 있잖아.”
박현아가 고개를 돌려 서정우를 확인하자마자 쪼르르 달려갔다.
“안녕하세요! 박현아입니….”
그녀가 말을 멈췄다. 눈을 크게 뜨면서 서정우를 보다가, 화들짝 놀라며 그를 손으로 가리켰다.
“앗!”
서정우는 그녀가 왜 그러나 싶어서 가만히 쳐다보았다.
박현아가 외쳤다.
“그렇게 헤어지고 진짜 다시는 못 보는 줄 알았는데!”
서정우는 살짝 당황했다.
‘이쪽 세계에서 전에 날 만난 적이 있어?’
그는 이쪽 세계에서 박현아를 만난 적이 없다. 그럼 이전에 이곳에 있던 서정우와 만났다는 뜻이다.
‘무슨 사이지?’
무슨 일인지 궁금해하는 사람은 또 있었다.
이선화가 다가와 눈을 가늘게 떴다.
“어머. 정우 씨. 현아하고 잘 아는 사이인가 봐요? 어떻게? 응? 어떻게?”
서정우도 그게 궁금했다.
‘어디지? 어디서 무슨 일로 만났지? 혹시 클럽에서 만나서 하룻밤 사고를…. 그럼 진짜 망하는 건데.’
서정우는 이쪽에서 21세기에 어떻게 살았는지 잘 모른다. 그래서 그는 사람들과 연락하지 않고 지낸다. 상대에 대해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다는 게 드러나면 곤란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 과거의 인연을 만났다. 그가 모르는 인연이다.
서정우가 정보를 얻기 위해 말했다.
“아. 예. 오랜만이네요.”
“진짜 너무너무 오랜만이에요.”
서정우는 정보를 얻었다.
‘존댓말을 하는 게 자연스러운 사이. 일단 연인 관계는 아니겠네.’
이선화가 박현아에게 물었다.
“네가 정우 씨를 어떻게 아는데?”
“옛날에 나 산에서 사고당했을 때, 그때 구해주셨어.”
이선화는 살짝 놀랐다. 처음 듣는 이야기가 아니다.
“아. 너 전에 예능에서 말했던 그 사건? 구해준 사람 이름은 모른다며?”
“얼굴은 알잖아. 나 서정우 형사님 사진은 본 적이 없는데, 미리 좀 찾아볼걸. 그럼 더 일찍 만날 수 있었는데.”
서정우는 박현아가 말하는 사고에 대해 모른다. 그가 얼른 말했다.
“경찰서에 급히 연락할 게 있어서 잠시만.”
그는 구석으로 가서 스마트폰으로 그 사건을 검색했다. 연예계 기사가 떴다.
박현아는 무명 배우 시절에 산에서 조난 당해 다리를 다쳤다. 이러다 죽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던 그녀를 어떤 젊은 남자가 발견했다.
그는 다리를 다친 그녀를 업고 산에서 내려왔다. 내려오는 도중에 멧돼지도 만나고, 낭떠러지 바로 앞에서 미끄러지기도 했다. 산에서 여러 번 위험한 일을 겪었지만 남자는 박현아를 포기하지 않았다.
기사에 나온 남자는 산에서 내려온 후에, 그녀를 119구급대에 넘겨주고 사라졌다.
서정우는 궁금해졌다.
‘박현아는 그때 기동력 향상 스킬을 각성한 걸까? 그 산에서는 그게 절실하게 필요했을 테니까.’
그럴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상대는 나를 잘 아는데 나는 상대에 대해 전혀 모르는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
서정우가 안심하고 자리로 돌아갔다.
박현아는 서정우에게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여기는 CF를 찍으러 온 곳이다. 많은 사람들이 작업에 참여했는데 그녀 마음대로 시간을 낼 수는 없다.
그녀가 서정우를 슬쩍 보았다.
‘이제 누군지 알았으니까, 앞으로 시간은 많아.’
서정우도 박현아에 대해 생각했다.
‘저쪽에서는 몬스터 점령지역에서 구출했는데, 이쪽에서는 산에서 구조했네. 양쪽에서 비슷한 일이 일어났어. 세계가 다른데도.’
CF 감독은 외부 전문가를 써서 공중회전보다는 간단한 동작을 몇 개 만들었다.
이틀 전 회의에서, 감독은 이선화가 와이어 없이 그 모든 동작을 한 번에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선화는 바로 배를 쨌다. 그런 위험한 걸 요구하면 이 CF를 안 찍겠다고 선언했다.
결국, 공중회전만 한 번에 가고 나머지 작은 동작들은 하나하나 따로 찍어 편집 작업으로 연결하기로 했다.
이선화가 테러리스트를 잡을 때 썼던 공중회전은 그 액션의 제일 마지막에 배치했다.
촬영이 시작됐다.
이선화가 옆으로 뛰다가 균형을 잃었다.
가까운 곳에서 보고 있던 서정우가 얼른 다가가 그녀를 잡았다.
서정우가 말했다.
“겨우 이틀 쉬었다고 가르쳐 준 거 다 까먹었나 보네요.”
“이건 다른 동작이잖아요.”
“원래 배운 것을 조금만 응용하면 이 정도는 충분히 가능합니다.”
“안 충분해요. 이러다 저 죽어요.”
“죽진 않겠지만, 이대로는 좀 위험하긴 하겠군요.”
이선화가 몸에 힘을 조금 뺐다. 서정우는 그녀가 넘어지지 않게 그녀의 등에 손을 댔다.
이선화가 말했다.
“아. 좋다.”
“안 좋습니다. 자세를 조금 더 안전하고 쉽게 바꿔보죠. 멋은 좀 덜하겠지만, 안전이 더 중요하니까.”
김성준이 이선화가 서정우에게 살짝 안겨 있는 모습을 보며 CF 감독에게 물었다.
“카메라는 확실히 통제하셨지요?”
“물론입니다.”
이 CF 촬영 현장에는 외부 카메라는 처음부터 반입 금지였다.
서정우를 찍는 것도 금지됐다. 이렇게 갑자기 개입하다 찍히는 건 삭제하기로 했다. 그게 그가 이 일을 도와주는 조건이다.
CF 감독은 진심으로 아쉬워했다.
“서정우가 넘어지는 이선화를 살짝 안아서 바로 세워주는 저 장면 말입니다. 그냥 써도 되는데…. 아. 저거 진짜 대박인데. 저 분위기. 와. 이선화 씨 지금 살짝 안겨서 짓는 저 표정.”
“쓰면 안 됩니다.”
감독이 김성준에게 물었다.
“사장님. 저 두 사람 혹시 사귑니까?”
“아니라고 알고 있습니다.”
“이선화 씨는 무척 즐거워 보이는데….”
“사적으로는 어떤 관계이든, 공식적으로는 아니어야 합니다.”
김성준이 단호하게 말했다.
“서 형사님이 노출되는 영상은 확실히 삭제하세요. 괜히 남겨뒀다가 영상 유출되면, 서 형사님이 직접 잡으러 다닐 겁니다. 저도 가만히 안 있겠습니다.”
CF 감독이 어쩔 수 없이 삭제 버튼을 눌렀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서정우 형사니까… 유출하면 바로 잡히겠네요.”
“물론입니다.”
“이미 얼굴이 알려진 분이 왜 그렇게 사진을 싫어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야 사건 수사할 때 편하다더군요.”
“아. 하긴.”
사건 수사는 핑계다.
얼굴이 너무 팔려서 사람들의 눈에 익으면, 몰래 활동한 현장에서 사람들 눈을 피해 빠져나오기 어려워진다.
체력 소모가 심한 액션은 오후에 다시 찍기로 했다. 어차피 동작을 수정할 시간도 필요했다.
곧바로 일상 장면 촬영으로 넘어갔다.
이 CF는 액션만으로 이뤄지지는 않는다. 이선화가 그 영상이 나오는 TV를 보는 장면도 중요하다.
이선화는 한쪽에 마련된 소파에 앉아서 느긋하게 커피잔을 들었다. 그것도 다 촬영의 한 장면이다. 여러 방향에서 카메라가 그녀를 찍었다.
박현아는 친구 역할을 할 때는 소파에 같이 앉았다. 비서 역할을 할 때는 사무용 정장을 입고 옆에 서 있었다.
메이드 옷으로 갈아입고 차 세트가 담긴 쟁반을 들고 서 있는 장면도 있었다. 박현아는 노출이 조금 있는 메이드 옷을 입고 찍을 때는 살짝 부끄러워했다.
서정우는 어이가 없어서 김성준에게 물었다.
“저 장면도 CF로 나갑니까?”
“감독이 개인 취향으로 밀어붙인 것 같습니다만, 광고주 쪽에서 통과시킬 리 없습니다.”
지금 촬영한 것 중에서 어느 장면이 쓰일지는 결정되지 않았다. 상황에 따라서는 몇 개가 돌아가면서 사용될 수도 있다.
서정우는 뒤쪽 구석으로 이동했다. 눈으로는 연기 중인 두 사람을 보고 있지만, 머릿속으로는 다른 생각을 했다.
‘초저예산으로 찍을 수 있는 시나리오. 그리고 권세창 살인 사건. 그건 일단 저쪽에 가서 단서가 있는지 알아본 후에 이쪽에서 시작할지 말지를 결정해야겠다. 저쪽에도 단서가 없으면 그 시나리오는 포기하는 수밖에.’
포기할 수 없는 것도 있다.
‘성물 단검은 반드시 찾아야지. 양쪽 세계의 단검이 둘 다 성물인지 확인해야 하니까.’
이선화는 미모만이 아니라 연기력으로도 유명한 톱스타이고, 박현아도 연기력이 꽤 괜찮은 배우다.
배우들이 워낙 잘해서 오전 촬영은 큰 문제 없이 빠르게 진행되었다. 점심시간이 되기도 전에 예정된 작업이 끝났다.
CF 감독이 말했다.
“자.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이제 한 시간 정도 푹 쉬고, 오후에 다시 만납시다. 이선화 씨는 오후에 힘 많이 써야 하니까 식사 제대로 하시고요. 주스만 드시면 쓰러집니다.”
이선화가 방긋 웃었다.
“그래서 맛있는 거 먹으러 가려고요.”
“이 호텔 스카이라운지가 꽤 괜찮습니다. 거기 가봐요.”
“그럴게요.”
박현아가 얼른 말했다.
“선화야. 나도 같이 먹어도 돼?”
“너도? 뭐야? 너 무슨 꿍꿍이야?”
“나만 따로 먹으면 심심하잖아.”
“수상한데?”
“에이. 아니야.”
이선화는 원래 서정우와 둘이 점심을 먹을 생각이었지만, 스카이라운지에서 그러면 또 열애설 기사가 뜰 수도 있다.
‘난 뭐 상관없지만, 정우 씨는 그러면 곤란한 것 같으니까 방패막이가 필요하긴 하지.’
“알았어. 같이 가자.”
두 사람이 서정우에게 다가갔다.
이선화가 물었다.
“정우 씨.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요?”
“생각할 게 좀 있어서요.”
박현아가 끼어들었다.
“어머. 혹시 또 새로운 살인마나 테러리스트를 잡으시려는 거예요?”
서정우가 피식 웃었다.
“그럴 리가요. 개인적으로 뭘 좀 찾아야 해서 방법을 궁리 중입니다.”
이선화가 서정우의 팔을 꼬집었다. 서정우가 왜 그러나 싶어서 돌아보았다.
“왜….”
“그냥요. 밥이나 먹으러 가요. 감독님이 여기 스카이라운지 추천해 주셨어요. 맛없으면 감독님 탓해야지.”
세 사람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스카이라운지로 올라갔다. 이선화와 박현아는 커다란 선글라스로 얼굴을 가렸다.
그들이 탄 엘리베이터는 스카이라운지로 직행하는 게 아니었다. 세 사람이 복도를 걸었다.
이선화가 말했다.
“오늘 내가 다 살 테니까 뭐든 다 시켜요. 저번처럼 오인 분 넘게 시켜도 돼요. 아니다. 그냥 메뉴판 이쪽부터 저쪽까지 다 달라고 할까요?”
“그날은 배가 많이 고파서 그런 겁니다.”
그때는 레드 포션의 반동 효과로 평소보다 많이 먹긴 했다.
“돼지 한 마리 키우는 줄 알았어요.”
그들의 맞은편에서 두 사람이 걸어왔다. 한 사람은 2미터의 키에 몸무게가 170킬로그램이나 되는 거구였다.
그 거구의 남자가 갑자기 인상을 구기며 말했다.
“돼지?”
곧바로 거구의 남자가 영어로 욕을 쏟아냈다. 그 목소리가 워낙 커서 이선화와 박현아는 깜짝 놀랐다.
같이 있던 마른 남자가 급히 말했다.
“제이슨! 잠깐만 기다려!”
그 마른 남자가 이선화를 향해 화를 냈다.
“뭐해요? 빨리 사과해요!”
이선화는 어마어마한 덩치의 외국 남자가 거칠게 욕하는 걸 듣고 놀라기는 했다. 그런데 사과하라는 말을 듣고 당장 삐딱해졌다.
그녀가 얼굴을 가리려고 썼던 선글라스를 벗으며 말했다.
“내가 사과를 왜 하죠?”
“제이슨은 한국 욕은 다 안단 말입니다. 방금 제이슨에게 돼지라고…. 어? 이선화?”
“그쪽한테 한 말이 아닌데 왜 시비세요?”
남자는 당황했다.
“아니, 그게….”
그 남자는 이선화가 일반인인 줄 알고 사과부터 요구했다. 그런데 선글라스를 벗자 톱스타가 튀어나왔다.
남자가 서둘러 설명했다.
“여기는 제이슨 잭슨입니다. 아시겠지만 종합격투기….”
“몰라요.”
“세계 랭킹 13위입니다만?”
“그래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