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ility from Parallel Dimensions RAW novel - Chapter 158
158. 소문
사건의 크기가 김성준이 예상한 수준의 최대치보다 훨씬 커졌다.
“연쇄 살인 사건….”
“그러니까 이윤미 씨에게도 이 이야기는 하면 안 됩니다. 김 사장님 혼자 알고 계셔야 합니다.”
“저한테만 알려주시는 이유가 있겠지요?”
“그 사건을 직접 나서서 조사하시면 위험하니까 조심하시라는 뜻으로 알려드린 겁니다.”
“아. 고맙습니다.”
“일단 권세창 씨가 어떻게 사망했는지, 특히 가족들은 왜 살인이라고 생각하는지 알고 싶습니다.”
“그 친구는 인천에서 출발하는 여객선에서 떨어져 사망했습니다. 혼자 배를 타는 모습과, 혼자 배 뒤쪽으로 가는 모습이 CCTV에 찍혔습니다. 목격자는 없고, 몸에 싸운 흔적도 없습니다. 부검 결과도 익사로 나왔습니다. 살해당할만한 원한관계도 없고요. 그래서 경찰은 사고 아니면 자살이라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가족들은 그걸 왜 안 믿죠?”
“그 친구가 배를 탈 리가 없다고 하더군요. 멀미 때문에요.”
서정우는 김성준이 권세창 사망사건에 대해 아는 것을 모두 들었다. 안 찾아온 것보다는 나았지만, 이연석과 연결지을 단서는 없었다.
김성준도 그걸 눈치챘다. 그래서 제안했다.
“제가 전화를 몇 군데 돌려보면….”
“위험합니다. 그런 거 하지 마시라고 찾아온 겁니다.”
이야기를 마치고 서정우가 사장실을 나왔다. 그가 나오자마자 비서가 밝은 얼굴로 물었다.
“서 형사님. 이번 우리 영화에 무술감독으로 참여하십니까?”
“그게 갑자기 무슨 말입니까?”
“그럼 혹시 배우로….”
“아닙니다만?”
“인터넷에는 참여가 확정된 것처럼 이야기가 도는데요?”
“예?”
서정우가 인터넷을 검색했다. 쌍둥이가 애용하는 커뮤니티 사이트에 댓글이 많이 달린 글이 올라와 있었다.
– 조금 전에 서정우와 강서준, 권경철이 카페에서 만나는 걸 봤습니다.
– 사진은요?
– 못 찍었습니다만, 다른 걸 알아냈습니다. 강서준과 권경철이 새로 찍는 영화 때문에 서정우에게 한 수 배운다고 합니다.
– 와! 무슨 영화입니까?
– 그건 못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 카페가 있는 건물에 AKX 픽처스가 있습니다.
– 그럼 네! 그거 어지간한 전투 장면은 대역 안 쓰고 와이어도 없이 찍겠다고 선언한 본격 리얼 액션 영화입니다. 그래서 서정우가 필요한가 봅니다.
– 서정우가 무술감독 하나보다!
– 서정우가 무술감독! 영화 개봉 언제 합니까?
– 아직 찍지도 않았습니다.
– 서정우도 출연할까요?
– 직접 출연? 그럼 전 무조건 개봉 당일에 볼 겁니다.
– 전 시사회 초대권을 어떻게든 구해봐야겠습니다.
– 초대권 확보 경쟁이 꽤 심할 텐데 구할 수 있을까요?
서정우가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아. 이런. 아까 1층 카페.”
그때 카메라가 그를 찍는지는 확인했지만, 사람이 눈으로 본 것까지 막을 수는 없다.
‘그중에 누가 올렸네.’
비서가 물었다.
“그럼 사장님하고 무술감독이나 출연 문제를 협의하신 게….”
“아닙니다.”
“아니군요. 혹시나 하고 기대했습니다.”
김성준이 상황을 파악하고 나서 제안했다.
“서 형사님. 이 문제는 저희 쪽에서 바로 반박 발표를 하겠습니다.”
“아. 예. 고맙습니다.”
“그런데 그냥 오해라고 하면 사람들이 안 믿을 겁니다. 그 영화는 실제로 우리 회사에서 제작하니까요. 사람들이 오해라는 걸 믿게 하려면 왜 여기 찾아오셨는지 설명해야 하는데….”
서정우는 오늘 김성준과 권세창 살인 사건에 관해 이야기했다. 그걸 밝힐 수는 없다.
그런데 서정우가 여기 찾아온 이유를 설명하지 못하면, 인터넷에 여러 가지 추측성 소문이 퍼질 수 있다.
서정우는 살인마를 잘 잡기로 유명한 형사다. 그 방향으로도 이야기가 나올 게 뻔하다. 범인이 그걸 보고 뭔가 눈치채면, 그 사건은 수렁에 빠질 수 있다.
서정우가 말했다.
“사람들이 믿을만한 방문 이유가 있어야겠군요.”
“예전에 저와 윤미를 구해주신 일 때문에 오셨다고 하기도 어렵습니다. 그건 제가 찾아가야지 찾아오시게 할 일이 아니니까요.”
“확실히 그런 해명은 안 하느니만 못하겠군요.”
서정우가 잠시 생각하다가 대안을 내놓았다.
“그러면 지금 소문을 약간만 인정하는 쪽으로 가지요. 그 영화에 그냥 몸 움직이는 방법에 대한 조언만 몇 개 하기로 했다고 하는 겁니다. 강서준 씨나 권경철 씨와 모르는 사이도 아니니까, 조언 정도는 할 수 있잖습니까? 아. 물론 무보수로. 제가 공무원이라서.”
김성준의 표정이 확 밝아졌다.
“그럼 서 형사님이 쉬시는 날에 여기 잠깐 들러서 조언하시는 거라고 하겠습니다. 전 그 대가로 커피 한 잔 대접했다고 하면 되겠군요. 방금 커피를 드린 건 사실이니까요.”
“그거 좋네요.”
김성준이 즉시 회사 홍보팀을 불러 지시했다. SNS용 해명 문구가 바로 작성되고 그 자리에서 서정우와 김성준이 내용을 확인했다.
간단한 해명문이라 고칠 부분은 딱히 없었다. AKX 픽처스 홍보팀은 회사 공식 SNS 계정으로 그 해명문을 발표했다.
홍보팀장이 설명했다.
“저희 팀에서 조금만 퍼나르면 금방 인터넷에 퍼질 겁니다. 서 형사님 소식이야 워낙 핫이슈니까요. 하하하.”
“아. 예. 그럼 전 이만.”
홍보팀장은 살짝 당황했다.
“예?”
“일이 다 해결됐으니까 저는 가야지요.”
“그게…. 빠르게 상황을 진압하려면 유명한 사람들의 발언이 필요합니다. 그것도 그 상황의 당사자들이요.”
“강서준 씨와 권경철 씨요?”
“예. 지금 아래층에 있습니다. 그분들 SNS로도 같은 이야기를 하면 오해는 바로 풀릴 겁니다. 가서 같이 확인해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러지요. 어려운 일도 아닌데.”
서정우는 홍보팀장과 함께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김성준도 따라갔다.
7층에 있던 강서준이 서정우를 보고 손을 흔들었다.
“서 형사님. 일은 다 끝나셨어요?”
“두 분과 같이 마무리할 일이 남았습니다.”
“네?”
홍보팀장이 옆에서 상황을 설명했다.
이야기를 들은 강서준이 바로 스마트폰을 꺼내 SNS에 올라온 글들을 확인했다.
“이런. 아까 우리 목소리가 좀 크긴 했죠. 제가 바로 올릴게요.”
강서준이 즉시 SNS에 해명 글을 올렸다.
– 저와 서 형사님은 같이 테러리스트와 싸운 사이입니다. 그 전에도 지하주차장에서 레몬플라워를 지키기 위해 같이 싸웠고요. 되게 친한 사이라서 새 영화 의 액션 장면에 도움을 조금 받기로 한 겁니다. 커피 한 잔 사주기로 하고요. 그 이야기를 누가 엿듣고 올리셨네요.
강서준이 그렇게 SNS에 글을 올린 후에 활짝 웃었다.
“이야아. 그러니까 이제 서 형사님이 저한테 비전의 기술을 가르쳐주시는 거네요?”
“일이 이렇게 됐으니까 간단한 동작 한두 개만….”
“그 보약도요!”
“그냥 카페인하고 타우린이 듬뿍 들어있는 자양강장제를 사서 마시라니까요. 그게 더 맛있고 기운도 나니까.”
“저도 그 보약이 꼭 먹고 싶습니다!”
“어…. 한 병 정도 구해보겠습니다. 그 자양강장제.”
옆에서 권경철이 스마트폰을 정성스럽게 터치했다.
“잠깐! 잠깐! 서 형사님. 저도 올리고 있습니다. 전 손가락이 굵어서 오타가 잘 나기 때문에 좀 시간이 걸리는 겁니다. 그러니까 저도 기술 몇 개만 좀. 보약도 좀.”
“보약 아니라니까요. 자양강장제라니까요.”
“뭐가 됐든 이선화가 마시는 그거 저도 좀 주십쇼. 운동 빡세게 하고 나서 먹게.”
갑자기 7층 유리문이 활짝 열리면서 이선화가 성큼성큼 들어왔다. 그녀가 씩씩대며 말했다.
“이게 무슨 소리야! 나한테 말도 없이 누가 정우 씨한테…. 어머. 정우 씨도 있었네요?”
그녀가 활짝 웃으며 서정우에게 걸어왔다.
“정우 씨. 혹시 여기 나 만나러 온 거예요?”
“설마요.”
“쳇.”
서정우가 스마트폰을 흔들어 보였다.
“SNS에 올라온 거 해명하는 중입니다. 아니면 벌써 갔을 겁니다.”
이선화가 스마트폰을 확인했다. 그녀가 도착하기 전에 본 건 서정우가 강서준과 권병철을 훈련 시키고 영화에도 출연한다는 루머였다.
지금은 해명 글을 확인했다. 옆에서 홍보팀장도 상황을 설명했다.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흐응. 일이 이렇게 된 거구나. 뭐, 맘에는 안 들지만 어쩔 수 없지.”
권경철이 스마트폰을 번쩍 들며 말했다.
“후우. 드디어 다 올렸다. 오타 안 내느라고 힘들었습니다. 하하하.”
이선화도 말했다.
“그럼 나도 SNS에 올려야지. 오늘 여기 영화 레드 타이거 회의가 있는데, 나 보려고 온…. 아니다. 조언 몇 개 해주러 온 거라고….”
그녀가 스마트폰에 글을 입력하다가 고개를 들었다.
“정우 씨. 그런데 진짜 여기는 왜 온 거예요?”
강서준과 권병철이 서정우를 보았다. 아까는 그냥 일이 있어서 왔나 보다 했지만, 상황이 이쯤 되니 진짜 이유가 궁금해졌다.
듣는 사람이 많은 여기서 살인 사건 때문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어…. 그 자양강장제 몇 병 선물하러?”
“선물을 왜요?”
“그러니까… 약혼이라도 하실 거 같아서?”
김성준은 깜짝 놀랐다.
“어? 그걸 어떻게 아셨습니까?”
이선화도 놀랐다.
“앗! 사장님 약혼하세요?”
저쪽 세계에서는 이미 결혼했다.
서정우가 대답했다.
“몰랐습니다. 그냥 슬슬 할 때가 되었다 싶어서요.”
김성준이 감탄했다.
“서 형사님은 정말 직관력이 뛰어나시군요.”
“제가 눈치가 빠른 편입니다.”
이선화가 서정우의 팔을 꼬집었다. 서정우는 왜 그러나 싶어서 그녀에게 물었다.
“왜요?”
“하나도 안 빠른 것 같은데!”
“네?”
“이것 봐!”
이선화의 뒤에서 영화감독이 들어왔다.
“다들 약속보다 일찍 오셨…. 어? 서정우 형사님?”
서정우도 영화감독을 보고 살짝 놀랐다.
‘저 사람이 이번 영화의 감독이야?’
서정우는 지금 나타난 감독을 만난 적이 있다. 여기가 아니라 저쪽 세계의 미사리 전투 현장에서 잠깐 만났다.
감독이 활짝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이거 정말 반갑습니다. 안 그래도 꼭 만나고 싶었는데.”
“감독님이시죠?”
“아, 하하하. 예. 장현성입니다. 이 영화 때문에 이선화 씨를 도와준다고 하셔서 저도 아실 줄 알았는데, 제가 그 정도는 아닌가 봅니다.”
“전 그냥 이선화 씨 움직임만 좀 봐주는 거라서요.”
이선화가 말했다.
“장 감독님은 되게 유명한 분이신데. 저하고 천만 영화도 찍으셨는데.”
“그 영화는 봤습니다.”
이선화는 천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를 두 번 찍었다. 두 번 다 주연이었다. 그중 한 편의 감독이 장현성이다.
장현성이 물었다.
“보기에 어떠셨습니까?”
“재미있더군요. 액션 영상 편집을 특히 잘하시던데요.”
저쪽에서 장현성이 그걸 잘한다고 들었다.
“그게 보이시는군요. 그럼 배우들이 싸울 때 움직임은요?”
“어…. CG는 참 좋았는데….”
CG의 기술력은 이쪽 세계가 저쪽보다 압도적으로 좋다. 반면에 저쪽은 CG가 없을 때의 움직임이 훨씬 뛰어나다. 저쪽에서는 전투 스킬 각성자들이 연기하기 때문이다.
“CG라 그런지 실전에서 쓸 수 없는 동작들이 많았습니다. 제 눈에는 그게 좀 어색하게 보여서….”
장현성이 눈을 반짝거리며 말했다.
“맞게 보셨습니다. 그때는 화려함에 치중하는 바람에 그렇게 됐습니다. 대신에 이번에는 CG를 최소화하고 실제 액션으로 모든 전투 장면을 처리하려 합니다.”
서정우가 슬쩍 웃었다.
‘저쪽 세계에서는 CG에 쓸 돈이 없어서 몸으로 때우는데, 여기서는 그게 새로운 도전이 되나 보다. 장현성 감독은 저쪽에서도 실제 액션을 잘 찍기로 유명한 감독이라고 했으니까.’
“감독님이 찍으면 당연히 좋은 결과가 나올 겁니다.
“그게 꼭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사실 제가 구상한 진짜 멋진 장면들은 배우가 와이어 없이는 할 수 없다고 결론이 나서 포기했습니다. 그런 장면이 너무 많아서 아쉽습니다. 그런데.”
장현성이 군침을 삼켰다.
“서정우 형사님이라면 충분히 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 그러시구나. 그런데 전 배우가 아니라서요.”
“이선화 씨가 전에 방송에서, 서 형사님은 로맨스 연기와 액션 연기가 다 된다고 하던데요.”
서정우가 이선화를 돌아보았다. 이선화가 얼른 변명했다.
“스토커 유인할 때요. 그때 데이트하는 연기 엄청 잘했잖아요! 난 진짜 데이트하는 줄 알았네.”
“그거야 그놈 잡으려고 그런 거고.”
그때는 상대가 이선화라서 그렇게 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