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ility from Parallel Dimensions RAW novel - Chapter 198
198. 경호
서정우는 일요일에 시내에 나가 사람이 많은 지역에서 휴대폰을 켰다. 그 휴대폰은 BH 테크 이병훈 회장에게 받은 것이다.
문자가 몇 개 들어와 있었다. 발신자는 모두 이병훈이었다.
서정우가 전화를 걸었다.
이병훈이 바로 받았다. 목소리가 굉장히 밝았다.
– 전화를 거실 줄은 몰랐습니다. 하하하.
“문자 보내신 거 봤습니다. 제약회사 지분 인수는 진행 중이라고요?”
– 예. 시장에서 눈치 못 채게 아주 천천히 진행 중입니다.
“다른 문자는 뭡니까? 치료 대상자 선정?”
– 저에게 치료를 어디서 어떻게 받았냐고 물어본 사람 중에서, 제가 평판까지 고려해 엄선한 세 명입니다. 물론 그쪽에는 대상자라는 말은 일절 하지 않았습니다.
서정우가 문자로 간략히 정리된 내용을 확인했다. 각자 머리와 팔, 다리에 문제가 있었다.
‘머리는 어렵고.’
상처를 다시 내고 레드 포션을 쓰는 건 나쁘지 않은 방법이다. 이병훈도 그런 식으로 치료했다.
그런데 머리에는 그런 방법을 쓰기 어렵다. 너무 위험하기 때문이다.
‘저쪽 세계 병원에서 레드 포션을 쓰면서 수술한다면 모를까. 그런다고 해서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고.’
남은 건 팔과 다리다.
‘오른팔. 일상생활이 불편하긴 하지만, 절박하진 않겠지. 다리. 이게 적당하긴 하네.’
레드 포션의 물량이 많다면 나머지 두 명을 모두 치료해도 되지만 그럴 수가 없다. 레드 포션은 저쪽 세계에서도 구하기 어렵다.
지금 서정우가 쓸 수 있는 건 양방향 게이트 공략 때 챙긴 것 몇 개뿐이다. 게다가 그중 하나는 이미 이병훈에게 썼다.
‘다음에 그 게이트를 공략할 때 몇 병 더 손에 넣어야겠다.’
일단은 지금 가진 레드 포션 몇 개로 필요한 걸 얻어야 한다. 당연히 대상자도 잘 선별해야 한다.
문제는 후보자 세 명을 이병훈이 선정했다는 것이다. 저쪽 세계의 이병훈이 괜찮은 사람이라는 건 확인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기본 인성은 비슷하겠지만, 상황이 사람을 좀 다르게 만들었을지도 모르니까.’
“탈락한 후보들의 자료도 보내주시죠. 증상과 처한 상황, 사람 자체에 대한 평판까지. 그중에서 직접 고르겠습니다.”
* * *
서정우는 이선화를 만나 액션 훈련을 시켰다.
훈련이 끝난 후에 이선화가 불평했다.
“이만하면 우리 영화 찍는 데는 충분하지 않아요? 여기서 더 잘하게 되면 전쟁터에 나가도 날아다닐 거예요.”
“그 실력으로 전쟁터는 택도 없어요.”
“진짜 간다는 게 아니라요. 다른 거 가르쳐줘도 되잖아요.”
“다른 기술을 원한다면야 얼마든지.”
“아니요. 대회에서 한 그 게임.”
“그건 본선에 진출한 그 친구한테 배워요.”
“아, 왜요. 닉네임도 내 이름으로 만들었던데 같이 하면 좋잖아요.”
“어, 그건….”
저쪽 세계의 이선화가 각성하기를 바라고 만든 닉네임이다.
서정우는 이선화에게 저녁을 사주고 헤어진 후에 집으로 돌아왔다. 그때부터는 소파에 붙어서 TV를 보면서 시간을 보냈다.
서소라가 집에 들어왔다. 그녀가 아침에 나갈 때도 서정우는 소파에 누워 있었는데, 돌아와 보니 여전히 누워 있다.
그녀가 구박했다.
“하루 종일 이러고 있었냐? 남들은 오빠가 발바닥에 땀 나도록 뛰어다니면서 범인 잡는다고 생각하는 거 알아?”
“왜 시비냐?”
“오빠 어제 게임대회 나갔어?”
“현수 도와주려고 잠깐.”
“기사 난 거 알아?”
“어디?”
서소라가 탁자 위의 노트북을 켜고 인터넷 게임 사이트 커뮤니티 게시판을 열었다. 기사가 링크된 글이 베스트에 선정되어 있었다.
“여기 이거.”
“내 눈앞에 가져다 놓거라.”
“이래야 우리 오빠지. 옜다.”
서정우가 소파에 누운 채로 댓글을 확인했다.
– 서정우가 게임대회 우승이라니. 이거 실화입니까?
– 살인마 잘 잡는 사람이 게임까지 잘하다니!
– 세계대회도 아니고 겨우 국내대회인데요.
– 동네 PC방 대회도 아니고 기업 후원을 받고 실내 경기장 빌려서 한 큰 대회입니다. 대단한 거 맞습니다.
– 세계대회에서도 통할 듯.
– 그거 운빨망게임인데요? 운이 좋았겠죠.
– 게임 영상 공개된 걸 보면 실력 게임이 확실합니다.
그런데 댓글은 서정우에 대한 것보다 쌍둥이 이야기가 더 많았다.
– 포캣츠 쌍둥이 다시 봤습니다.
– 박하연이 커맨더, 박다연이 데미지 딜러던데.
– 서정우만 아니었으면 쌍둥이가 우승할 각이던데요.
– 서정우가 잘못했네.
– 그건 진짜 그런 듯.
서정우가 손으로 모니터를 가리켰다.
“여기 마지막에 ‘듯’으로 끝나는 이거 다연이 말투인데? 이 게시판도 다연이가 알려준 거지?”
“어? 진짜네?”
* * *
평화로운 주말이 끝나고 월요일이 왔다. 서정우가 출근하자마자 백성민도 게임대회 이야기를 했다.
“야. 너 매일 정시퇴근하는 게 게임 하려고 그런 거냐?”
“그런 거 아냐.”
“넌 어떻게 나가라는 올림픽은 안 나가면서 게임대회는 나가냐?”
“올림픽은….”
레드 포션이나 다른 상처 회복 물약에 함유된 몬스터 추출 성분은 현대 기술로는 제대로 분석되지 않는다. 저쪽 세계에서 수많은 과학자가 연구했지만, 합성에 성공한 사람은 하나도 없다.
‘그것 자체는 도핑 테스트에 걸리지 않겠지만.’
상처 회복 물약의 기본 베이스는 기존에 인류 문명이 개발한 치료제다.
‘포션을 만들 때 베이스로 사용된 치료 약물은 도핑 테스트에 걸릴지도 모르지.’
“올림픽은 생각 없다고.”
팀장 권병철이 지나가다가 백성민의 등을 손바닥으로 때렸다.
“넌 월요일 아침부터 일은 안 하고 노냐?”
“아야! 왜 저만 때리세요? 정우는요?”
“선배라는 놈이 한다는 소리 봐라.”
“칼은 대신 맞아줄 수 있지만, 과장님의 손바닥은 아닌데요?”
“다음엔 주먹으로 할까?”
“손바닥이 좀 낫긴 하네요.”
권병철이 자기 자리로 가면서 말했다.
“너희 둘 오늘내일 외근 좀 해야겠다.”
“무슨 일인데요.”
“경호 임무.”
백성민이 항의했다.
“아니. 팀장님. 경호는 우리 일이 아닌데요? 누가 절 오라 가라 합니까?”
“거기선 너 말고 정우를 보내달라는 거야. 성민이 넌 내가 같이 보내는 거고.”
“아니. 왜 저까지….”
“초고급 인력을 너무 우리만 쓴다고 항의가 어마어마하게 들어온다.”
“그거야 알죠. 서장님이 몸을 던져 막고 계시잖아요.”
“그것도 이젠 한계다. 서장님도 더는 못 버텨. 그래서 다른 쪽 일도 가끔 처리해주는 식으로 불만을 줄여주기로 했다.”
“그럼 쓰더라도 수사에 써야지 왜 경호를…. 어라?”
백성민이 갑자기 밝은 표정으로 입맛을 다셨다.
“어디서 고위급 회담 냄새가 나는데요?”
“그렇지? 성민이 너 경력에 한 줄 추가하라고 같이 보내는 건데, 왜? 싫어? 다른 사람 보낼까?”
“제가 팀장님 사랑하는 거 아시죠?”
“준비나 해.”
* * *
서정우와 백성민은 연락받은 장소로 이동했다.
다른 기관 사람 세 명이 회의실에 먼저 와 있었다.
백성민이 말했다.
“여러 기관에서 사람 모았나 본데?”
“여러 기관?”
“딱 봐도 느낌이 다 다르잖아.”
잠시 후에 정부 측 담당자 오정화가 회의실로 들어왔다. 그녀는 스크린 앞에 서서 상황을 설명했다.
“이건 미국 측 인사와 우리 쪽의 비공개회의입니다. 참석자나 회의 내용은 궁금해하지 마세요. 장소는 내일 전달하겠습니다.”
백성민이 서정우에게 소곤댔다.
“비밀회의인가 보다.”
오정화가 인상을 썼다.
“거기.”
“아, 예. 조용히 합죠.”
“그리고 여러분은 경호를 핑계로 소집하긴 했지만, 실제 임무는 그게 아닙니다.”
백성민이 말했다.
“혹시 첩보전? 이야아. 그런 거 꼭 해보고 싶었습니다.”
“첩보전을 왜 여러분에게 맡기죠?”
“다른 기관이 우리보다 딱히 더 잘할 것 같지는 않은데.”
“백성민 경사!”
“아. 네. 계속 설명하시죠. 전 그냥 입에 지퍼 채울 테니까.”
오정화가 인상을 쓰다가 설명했다.
“저쪽에서 회의 후에 경호원끼리 간단한 교류 행사를 하자고 제안했어요.”
“어? 난 영어가 좀….”
“커피 마시고 이야기하는 교류가 아니라, 실력 좀 보자는 거죠.”
“아하! 한 판 붙자는 거군요?”
“네. 그런데 이번에 입국한 경호원 중에, 경호가 아니라 전투가 본업인 사람이 있어요. 실전 경험도 많고 원래 있던 인원도 아닌데 이번에 합류했어요.”
그녀의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이건 분명히 교류 행사에서 우리를 엿 먹이려는 겁니다!”
백성민이 물었다.
“와. 원래 윗분들 경호에는 이런 이벤트가 따라붙습니까? 신기하네.”
“백 경사는 입에 지퍼를 채운다면서요?”
“지퍼가 열렸네요. 하하.”
“비공식적으로 서로 겨뤄보는 교류는 전부터 가끔 있었습니다. 이번엔 저쪽에서 먼저 꼼수를 부렸지만요. 그래서 우리도 사격 금메달리스트 출신이나 근접 격투의 달인처럼 최고의 전투 전문가들을 모았습니다. 사격으로 겨뤄보든, 격투로 겨뤄보든, 아니면 모의 시가전을 하든 이번에도 우리가 이길 겁니다.”
백성민이 서정우에게 속삭였다.
“근접 격투 달인은 네 이야기일 거야.”
오정화가 백성민을 보며 인상을 살짝 썼다.
“최고가 아닌 분이 섞여 있는 것 같지만.”
백성민은 그 정도 구박으로는 기가 죽지 않는다. 오히려 손을 들고 물었다.
“그러니까 경호원 겸 선수가 필요하신 거군요?”
“아뇨. 경호는 기존에 배치된 팀이 있어요. 이제 와서 손발을 맞춰보지 않은 인원을 추가하는 건 어렵습니다. 여러분이 경호 전문가도 아니고요.”
“전 아니지만 정우는 경험이 있는데….”
“여러분은 교류 행사의 선수로 선발됐습니다. 그러니까 기존 팀의 동선에 방해되지 않는 위치에서 대기….”
백성민이 툴툴댔다.
“고위급 회담인 줄 알았는데 선수라니. 경호 경력도 안 생기고, 이겨도 메달 안 나오고. 헛걸음했네.”
오정화가 백성민을 째려보았다.
서정우가 말했다.
“우린 그냥 놀다 간다 생각해. 우리가 경호하는 것도 아니잖아.”
“그럴까?”
그 다섯 명은 형식상으로만 경호 예비팀으로 편성됐다.
그날 오후에 백성민이 서정우에게 말했다.
“오늘 우리한테 설명해준 오정화 씨 말이야. 행정관이라더라.”
“근데?”
“생각보다 높은 곳에 계신 분이잖아.”
“어차피 또 볼 일 없을 텐데 그게 뭐 중요한가?”
“되게 젊은데 행정관이야. 별정직 특채겠지?”
“고시 출신일 수도 있지.”
“저 미모에 고시까지? 에이. 설마.”
“고시 보는데 외모가 무슨 상관인데?”
백성민이 실실 웃었다.
“하여간 정우야. 난 내일 뭐 하나 터졌으면 좋겠다.”
“진심이야?”
“그럼 내가 그 사건을 멋지게 해결하고, 나도 뉴스에 따악 나오는 거지. 단독 인터뷰도 하고.”
“뉴스에 나가서 뭐하게?”
“천상계에 있는 네가 내 마음을 어찌 알겠냐.”
“천상계라니?”
“넌 인기 폭발이고, 난 소개팅만 하면 망하잖아.”
“그거야….”
서정우가 해결한 사건 중 일부는 백성민의 소개팅 장소 근처에서 터졌다. 그때마다 백성민의 소개팅도 망했다.
“어…. 이번엔 아무 일 없을 거야.”
“알아. 그냥 뉴스에 내 얼굴이 나오면 청춘사업이 잘 될까 싶어서 해본 소리야.”
임시 경호 예비팀으로 편성된 다섯 명은 여러 기관에서 모였다. 군 특수부대도 요원을 보냈다. 다들 자기네 기관에서 한 가닥 한다는 소리를 듣는 사람들이다.
그래도 그중에서 제일 유명한 사람은 서정우다.
다른 기관에서 온 세 사람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서정우를 훑어보았다.
서정우의 힘과 민첩 등은 전투 스킬의 보정 효과로 강해졌다. 그래서 겉모습만 보면 다른 사람들보다 날씬했다.
‘예상보다 근육량이 너무 적은데?’
‘저 몸으로 그런 싸움을? 뭐지? 어떻게 한 거지?’
‘혹시 소문이 과장된 거 아냐?’
결국 그들 중 한 명이 나섰다.
“서정우 형사. 내일 본 게임 전에 실력 좀 봅시다. 서로 발목은 잡지 말아야 하니까.”
서정우도 걸어오는 기 싸움을 마다하는 성격은 아니다.
“방법은?”
상대가 씩 웃었다.
“당연히 총이지요.”
지금 서정우는 근접 격투 전문가로 와 있다.
“여기서요?”
“여기 지하에 사격 훈련장이 있습니다.”
내일 그들은 실제 경호에는 참여하지 않는다. 교류 행사 외에는 다른 임무도 없다. 그래서 시간이 남았다.
다들 지하 사격 훈련장으로 몰려갔다.
남자가 총을 잡으며 말했다.
“아. 소개가 늦었군요. 김영환입니다. 아까 사격 금메달리스트 이야기가 나왔지요? 그게 바로 접니다.”
“아. 예.”
“올림픽에서 메달을 땄습니다. 종목은 공기권총입니다. 그런데 총이란 게 본질은 다 비슷해서, 다른 총도 연습만 좀 하면 잘 쏠 수 있더군요.”
김영환은 이 승부에서 이길 자신이 있다.
공기권총과 일반 권총은 다르지만, 그가 사격 특채로 정부 요원이 된 지 벌써 5년이다. 이제는 일반 권총도 명사수가 됐다.
“먼저 쏘겠습니다.”
김영환이 정확한 자세로 권총을 들고 표적지를 겨누었다.
‘클래스의 차이를 보여주지.’
그가 방아쇠를 당겼다. 총알이 날아가 표적지의 한복판을 꿰뚫었다.
그는 한발 한 발 차분히 사격해 탄창 하나를 다 비웠다.
‘오늘따라 총이 손에 착 감긴다.’
김영환이 귀마개를 벗고 표적지 회수 장치의 스위치를 넣었다.
표적지가 그들의 바로 앞까지 이동했다. 결과를 본 사람들이 가볍게 박수를 쳤다.
“이야아. 권총인데도 탄착점이 모두 한가운데에 모였군.”
“역시 금메달리스트!”
김영환이 웃었다.
“하하. 금메달리스트가 이 정도도 못 쏘면 죽어야지요.”
그가 서정우를 돌아보았다.
“서 형사 차례입니다만?”
서정우는 사격장의 권총 중에서 글록을 골랐다.
‘반자동이네.’
서정우가 귀마개를 끼고 왼손은 주머니에 넣은 채로 권총을 들었다.
김영환이 말렸다.
“두 손으로 제대로 잡고….”
서정우가 표적지를 향해 방아쇠를 연달아 당겼다. 너무 빨리 당겨 연사에 가까운 속도로 총알이 발사됐다. 열일곱 발짜리 탄창을 비우는 데 몇 초밖에 걸리지 않았다.
탄피가 바닥에 후드득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