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ility from Parallel Dimensions RAW novel - Chapter 21
21. 반응
서정우는 아침 일찍 일어나 동네를 가볍게 산책한 후에, 집으로 돌아와 아침밥을 준비했다.
“고기. 고기.”
서정우는 이쪽 세계의 고기가 너무 맛있다. 너무 맛있어서 아침에도 고기가 먹고 싶다.
하지만 삼겹살은 이쪽 세계의 평범한 아침 메뉴는 아니다.
그는 삼겹살 대신에 베이컨을 구웠다. 달걀 프라이도 두 개나 했다.
“계란이 이렇게 쌀 줄이야.”
저쪽 세계는 닭이 귀하고 달걀도 비싸다.
닭은 도시 안에서 키울 수 있다. 소나 돼지보다는 공간의 제약을 덜 받는다.
문제는 사료다.
사람은 몬스터 고기를 먹어도 괜찮지만, 닭은 몬스터 부산물로 만든 사료를 먹지 않는다. 억지로 먹이면 알을 낳지 않거나 죽는다. 합성 밀가루 사료도 온갖 문제를 일으킨다.
그래서 저쪽 세계는 대규모 양계장이 없다.
“식빵에는 역시 잼.”
부드러운 식빵에는 딸기잼을 발랐다. 합성 밀가루로 만든 빵도 아니고, 사카린으로 단맛을 내고 딸기향을 넣어 만든 합성 잼도 아니다. 진짜 빵에 진짜 딸기잼이다.
“커피. 커피.”
커피메이커로 내린 커피도 머그잔에 가득 부었다.
“크으. 향 좋다.”
서정우가 아침을 차리고 식탁에 앉자마자 서소라가 하품하며 방에서 나왔다.
“흐아아아암. 내 거는?”
“너도 아침 먹게?”
“어제 녹음하느라 고생해서 배고파. 먹을 거야.”
서소라가 접시를 가져와 서정우의 음식을 덜어갔다. 베이컨은 넉넉하게 구웠고, 달걀 프라이도 세 개나 있다. 그녀가 베이컨 몇 개와 달걀 프라이 하나를 가져갔다.
“빵은 살찌니까 난 이것만.”
“베이컨은 살 안 찌냐?”
“이건 부피가 작으니까 괜찮을 거야. 그런 느낌이 되게 강하게 들어.”
저쪽 세계의 서소라도 이런 식의 현실도피를 곧잘 한다.
서정우가 피식 웃으며 TV를 켰다.
TV에서 뉴스가 나왔다.
“음?”
뉴스 내용이 의외였다.
“연쇄 살인마에게 납치됐다가 기적적으로 구출된 윤나나가 가수 데뷔? 야. 저 뉴스 뭐냐?”
“왜? 말했잖아. 우리 금방 데뷔할 거라고. 사장님이 그래서 오빠한테 도와달라고 부탁한 거고.”
“그거야 알지만, 이건 너무 빠른 거 아니냐? 내가 창피는 안 당하겠다고 하자마자 바로 녹음했냐?”
“지금 아니면 홍보할 기회가 없어서 그래. 우린 무조건 나나 납치 뉴스에 묻어가야 해. 우리 회사는 돈이 없거든. 어제는 녹음실도 외상으로 빌려서 녹음했어. 홍보비 같은 건 나올 구멍이 없어.”
“회사에 돈이 그렇게 없냐?”
“없어. 직원도 다 나가고 사장님하고 매니저님만 남았어.”
“윤나나의 허락은 받았고?”
“당연하지. 나나가 제일 적극적이야. 자길 팔아먹어도 좋으니까 이번에 꼭 뜨재.”
“진짜 멘탈이 강철이네.”
“우리 애들이 원래 다 사차원이야.”
“너 보면 그럴 것 같다. 그런데 팀 이름이 포캣츠야? 너 보면 타이거가 어울릴 것 같은데?”
“그것도 후보에 나왔거든? 근데 나나가 호랑이는 안 귀여워서 싫대. 걔가 원래 귀여운 거 엄청 좋아해.”
* * *
서정우가 경찰서로 출근했다.
먼저 사무실에 와 있던 형사 조민석이 말했다.
“정우야. 기사 봤냐?”
“무슨 기사요?”
“네가 구출한 윤나나 씨가 가수로 데뷔했더라. 오늘 아침에 곡도 발표했다던데?”
“아. 네. 생각보다 빨리 냈더라고요.”
“이건 빨라도 너무 빠른데? 혹시 윤나나 씨가 그 회사 사장한테 착취당하는 거 아닐까? 내가 좀 조사해 볼까 싶다.”
“제가 이미 알아봤는데, 아니라던데요. 윤나나 본인이 제일 적극적이라던데 착취는 무슨.”
“이야아. 너 벌써 형사 다 됐네. 벌써 그런 것도 알아보고. 그런데 본인이 제일 적극적이라니?”
형사 백성민이 들어오면서 말했다.
“뻔하잖아. 납치당했을 때는 죽도록 무서웠겠지만 어쨌든 무사히 구출됐잖아. 그럼 이제 이 기회를 이용할 때라는 거지. 이야아. 진짜 대단한 아가씨야. 적어도 납치 트라우마는 없겠어.”
조민석이 걱정했다.
“트라우마가 있는데 감추려고 더 적극적으로 나서는 건지도 모르죠.”
“어쨌든 공포에 질리는 것보다는 긍정적인 상황이잖아? 기왕이면 그 노래 떴으면 좋겠다.”
“윤나나 씨를 위해서요?”
백성민이 씩 웃었다.
“노래가 빵 뜨면 윤나나 씨하고 같이 사진 찍고 사인이라도 받게. 우리가 구해줬는데 설마 그 정도도 안 해주겠냐?”
강력팀장 권병철이 서류철로 백성민의 등을 탁 쳤다.
“야. 넌 그때 한 거 없잖아. 사진 찍고 사인을 받더라도 네가 아니라 정우가 받아야지.”
“저도 정우 찍을 때 같이 찍으면 되겠네요. 정우야. 윤나나 씨한테 사인받을 때 나도 꼭 불러라.”
서정우가 대답했다.
“사인 안 받을 건데요.”
“아, 왜! 이럴 때 아니면 우리가 언제 연예인이랑 사진 찍겠냐!”
* * *
24시간 연쇄 살인마가 잡힌 날은 공중파부터 인터넷, 종이 신문까지 온통 그 뉴스로 도배됐다.
그건 여전히 괜찮은 기삿거리지만, 기자들은 새로운 이야기를 원했다.
그런 때에 납치됐다가 구출된 윤나나의 가수 데뷔가 알려졌다. 사장 오동철이 적극적으로 전화도 돌렸다. 기자들의 입맛에도 맞는 이야기라서, 여러 언론사에서 기사화했다. 그녀의 이름도 인터넷 검색어 순위에 올랐다.
뉴스에 나오고 실시간 검색어에도 오르면, 그 노래가 어떤 건지 들어보는 사람도 많아진다.
박문호도 그런 사람이다.
그는 포켓츠의 데뷔 기사를 보고 윤나나를 비난했다.
“와. 피해자라서 불쌍하다고 생각했는데, 납치됐다 구출된 지 며칠 지났다고 벌써 가수 데뷔를 해? 진짜 지독하네. 노래라는 게 그렇게 급하게 부른다고 되는 건 줄 아나?”
그는 비웃어줄 마음으로 ‘다시 만날 수 있다면’을 검색했다.
1분짜리 미리 듣기가 떴다.
그는 미리 듣기 버튼을 클릭하며 툴툴댔다.
“하여간 가수는 개나 소나 다 하는 건 줄 안…….”
불평하던 입이 저절로 다물어졌다.
‘다시 만날 수 있다면’은 전주부터 듣기 좋았다. 곧바로 포캣츠의 노래가 시작됐다.
그는 그대로 아무 말도 않고 1분 동안 노래를 들었다.
노래가 중간에 끊어졌다. 정신이 퍼뜩 들었다. 미리 듣기 시간이 끝났다.
“어! 이런!”
그는 급히 곡을 결재했다. 노래 한 곡은 얼마 하지도 않았다.
이번에는 볼륨을 키워놓고 처음부터 집중해서 들었다.
곡도 좋고, 노래도 잘 불렀다. 기존 노래에서 느끼던 것과는 좀 다른, 개성이 팍팍 튀는 노래였다. 그런데 그 튀는 부분이 듣기 좋았다.
가사와 달리 곡은 흥겨웠다. 가사는 분명히 그리움을 말하고 있는데, 노래는 흥겹게 불렀다.
신나는 박자에 흥겨워하다 보면, 문득 아련함이 느껴졌다. 가수는 밝게 노래하고 있지만, 곡에서 안타까움이 묻어났다.
그 두 가지 다른 감정이 그의 감성을 크게 자극했다.
4분짜리 노래가 끝났다.
그는 잠시 멍하니 앉아 있다가, 겨우 입을 열었다.
“어우야.”
그는 진심으로 감탄했다.
“노래 진짜 좋네.”
노래만 좋은 게 아니다. 포캣츠도 잘 불렀다.
그는 ‘다시 만날 수 있다면’을 다시 틀어놓고 평소에 가던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을 찾았다.
“이렇게 좋은 글은 내가 추천이라도 해야……. 이미 많네.”
그 게시판에는 이미 포캣츠의 ‘다시 만날 수 있다면’에 대한 글이 여럿 올라와 있었다. 많은 사람이 본 베스트 글에는 댓글도 잔뜩 달려 있었다.
그는 그 베스트 글을 열었다. 그가 느낀 것과 비슷한 감상이 잘 정리되어 있었다.
그 아래 잔뜩 달린 댓글도 확인했다.
– 신나게 따라 부르다가 갑자기 눈물 날 뻔.
– 갑자기 데뷔한다길래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려고 대충 곡 사다가 부른 건 줄 알았는데.
– 대충 곡을 사다니요.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다. 곡의 완성도를 보세요. 이미 오래전부터 준비하다가, 데뷔 직전에 윤나나 씨가 납치됐던 게 확실합니다!
– 살인마 개새끼. 이런 훌륭한 분을 납치하다니!
서정우 이야기도 끼어 있었다.
– 와. 그 살인마 잡은 경찰 진짜 표창장 줘야 합니다. 제 미래의 아내를 구해주셔서 고맙습니다.
– 제 아내입니다.
– 위의 두 분! 윤나나 씨가 무슨 죄가 있다고!
– 그런데 그 경찰한테 당연히 표창하겠죠?
– 물론이죠. 승진도 시킬걸요? – 승진이 범인 하나 잡았다고 막 되고 그런 겁니까?
– 그냥 범인도 아니고 연쇄 살인마를 잡았으니까 되지 않을까요?
ES 엔터테인먼트 사장 오동철이 게시판의 댓글들을 보며 웃었다.
“크크크큭. 반응 봐라. 반응.”
김형진이 말했다.
“범인을 잡은 형사가 소라의 친오빠라는 것도 같이 기사로 냈으면 더 홍보가 됐을 텐데, 그게 아쉽습니다.”
“나도 그러고 싶지만, 그 형사가 바로 이 노래를 만든 사람인데 어떻게 그러냐. 자기가 누군지 비밀로 해달라잖아. 그 문제는 우리는 그냥 입 다물고 있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가족 관계까지 안 써먹어도 이 노래는 뜰 거야. 확실히 뜰 거야.”
“그래도 나중엔 결국 알려지겠죠?”
“기자들이 형사의 가족 관계까지 관심을 가지고 파진 않겠지. 그런데 우리 애들이 뜨면 소라의 가족 관계는 팔 거야. 그때가 되면 자연스럽게 알려지지 않을까? 그런데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야.”
오동철이 손을 비비며 웃었다.
“소라 오빠한테 곡을 더 받아야지. 행사 뛰려면 부를 노래가 최소한 세 곡은 있어야 하니까. 크흐흐흐.”
* * *
포캣츠 네 명도 카페에 모여서 인터넷으로 반응을 확인하며 꺅꺅댔다.
윤나나가 말했다.
“와. 진짜 이렇게 한 방에 확 뜰 수도 있구나.”
박하연이 포크를 위로 들었다.
“디멘션을 경배하라!”
박다연이 꿀 바른 빵을 씹으며 맞장구를 쳤다.
“경배하라!”
윤나나가 상기된 얼굴로 말했다.
“진짜 거기 갇혔을 때는 죽을 것처럼 겁났는데, 며칠 사이에 너무 많은 게 변했어.”
서소라가 조금 걱정했다.
“그때 일 이야기해도 괜찮아?”
“응. 괜찮아. 구출될 때 그 형사님의 후광이 내 두려움도 다 날려버렸어.”
“나나야. 그거 후광이 아니라, 어두운 데서 밝은 데를 보니까 눈부셔서 그런 거라니까.”
“후광이 있어서 더 눈부셨던 거 아닐까?”
“응. 아니야.”
박하연이 윤나나에게 물었다.
“언니. 그 경찰 아저씨 잘생겼어?”
“몰라. 후광 때문에 얼굴이 안 보였으니까. 형사님들이 사건 조사하러 병원에 찾아왔을 때도 그분은 안 오셨더라고.”
서소라는 접시의 빵을 향해 포크를 움직였다. 박다연이 워낙 빨리 먹고 있어서 빵이 얼마 남지 않았다.
“다연아. 너만 먹지 말고 나도…….”
윤나나가 말했다.
“인터넷에서 기사 찾아보고 이름만 겨우 알아냈어. 서정우 형사님이래.”
서소라의 포크가 공중에서 딱 멈췄다.
그 틈에 박다연이 얼른 빵을 포크로 찍어가 버렸다.
“아싸아!”
서소라가 윤나나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응? 이름이 뭐?”
“서정우 형사님.”
서소라의 머리가 팽팽 돌았다. 오래 생각할 것도 없었다.
‘우리 오빠가 지구대에만 있다가 그날 처음 그 경찰서 형사가 됐는데? 우리 오빠 이름도 서정우인데? 어? 어?’
“소라야. 왜 그래?”
서소라가 조용히 일어났다.
“나 잠깐 어디 전화 좀 하고 올게.”
그녀가 카페 밖으로 나간 후에 서정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 여보세요?
“오빠. 내가 지금 이상한 말을 들었어. 우리 나나를 구출한 형사 이름이 서정우래.”
– 그게 왜 이상해?
“그 경찰서에 서정우라는 이름을 가진 형사가 또 있지?”
– 있겠냐?
“그럼 오빠가 우리 나나를 구출한 거야?”
– 어.
서소라가 소리를 빽 질렀다.
“그 말을 왜 안 했는데!”
– 안 물어봤잖아.
“아, 진짜! 그걸 왜 물어봐야 대답하는데!”
– 괜히 소문내지 마라. 기자들이 너희랑 내 사이를 캐다가 그 곡이 나한테서 나왔다는 것까지 알려지면, 다음 곡은 없을 줄 알아라.
다음 곡이라는 말이 나오자마자 서소라가 즉시 굽신거렸다.
“물론입지요. 제 입이 얼마나 무거운지 아시잖습니까요.”
– 모른다.
서소라가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그런데 오빠. 다음 곡이면, 곡을 또 줄 거야?”
– 하는 거 봐서.
“충성충성!”
서소라가 카페로 돌아왔다.
박하연이 물었다.
“언니. 무슨 전화인데 막 소리쳤다가 굽신거렸다가 그래?”
서소라가 손으로 긴 머리를 휙 넘기며 자랑했다.
“별거 아니야. 디멘션하고 다음 곡 이야기 좀 했어.”
세 사람의 상체가 그녀를 향해 확 기울어졌다.
박하연이 급히 물었다.
“주신대? 응? 주신대?”
서소라가 가슴을 내밀고 시원하게 웃었다.
“안 주면 빼앗아서라도 받아올 테니까 우리 쌍둥이는 나만 믿어. 오호호홋!”
“믿습니다!”
윤나나가 물었다.
“소라야. 디멘션 님을 네가 사장님한테 소개했다고는 들었는데, 되게 잘 아는 사이인가 봐? 친해?”
“어? 어. 그게…….”
“사장님이 디멘션 님에 대해서는 완전 비밀이라고 하시잖아. 너를 통해 소개받았다는 것도 비밀로 해야 한다고 하셔서 더 못 물어봤는데, 어떤 분이야? 우리끼리만 알고 있을게.”
서소라는 대답이 궁색해졌다.
서정우의 평소 늘어진 모습을 말해주자니, 어떻게 그걸 아는지 설명할 방법이 없다.
그녀는 경찰 서정우를 생각해보았다. 경찰 생활을 어떻게 하는지는 원래 잘 모른다. 그래도 연쇄 살인마를 혼자 잡았다는 건 안다. 그건 뉴스에 났기 때문이다.
“싸, 싸움을 잘한대. 되게 잘한대.”
윤나나가 미국을 생각했다.
“갱스터? 막 총 쏘고 그래?”
“에이. 아니야. 한국에 사는데 총은 무슨. 그럴 리가 없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