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ility from Parallel Dimensions RAW novel - Chapter 248
249. 제시카
이선화는 서정우가 최근에 선물한 희귀 작살 카멜레온 가죽 가방을 들고 오늘 오전 경찰 행사에 참석했다.
서정우가 그 가방의 방어력을 생각 했다.
‘이 가죽은 좀 약한데.’
저쪽 이선화는 방탄 핸드백을 가지고 다닌다. 그 핸드백을 분해 후 재조립하면 간단한 심장 보호 갑옷이 된다. 그 갑옷은 칼날 사마귀의 앞 발이나 소총용 철갑탄을 완벽하게 방어한다.
반면에 지금 이선화가 들고 있는 이 가방은 소재로 쓴 가죽이 약하다.
‘아줌마가 이 가죽 한 겹으로는 총알을 못 막는다고 했지만, 그건 철갑탄 기준이지. 두 겹이면 저런 38 구경 권총탄 정도는 버티겠지.’
서정우가 이선화의 어깨에서 손을 놓으며 그녀의 가방을 잡았다.
“이거 좀 쓸게요?”
“네? 어디에요?”
“일단 내 뒤에서 있어요.”
“네!”
이선화는 서정우가 이번에도 이길 거라고 확신했다. 좀 전에 총알이 날아올 때는 놀라서 소리를 지르긴 했지만, 두 번이나 피한 후부터는 겁먹지 않았다.
서정우가 몬스터 가죽 가방을 들고 김진석을 향해 걸어갔다.
“김진석. 널 체포한다.”
2선 의원 김진석이 웃었다.
“크크크. 멍청한 새끼. 이선화와 일직선으로 서서 뭐?”
김진석이 서정우를 정확히 조준했다.
“네가 피하면 이선화가 총에 맞는 건 알겠지? 그러니까.”
김진석이 방아쇠를 당겼다.
“죽어!”
총알이 정확히 서정우의 가슴을 향해 날아갔다.
서정우는 처음부터 피할 생각이 없었다. 그는 김진석이 방아쇠를 당기는 순간 가방을 들었다.
38구경 권총탄이 날아와 첫 번째 가죽을 파고들었다. 몬스터 가죽은 보통 질기지만, 작살 카멜레온의 가 죽은 좀 약하다. 총알이 가방의 가죽을 뚫고 들어갔다.
가방안에 있던 물건들도 총알에 맞아 퍽퍽 뚫렸다. 하지만 가방의 반대쪽 가죽은 뚫리지 않았다. 그쪽 가죽이 조금 볼록해졌지만 그뿐이었다.
가방에는 총알구멍이 딱 하나만 생겼다.
뒤에서 있던 이선화가 깜짝 놀라 비명을 질렀다.
“제시카!”
서정우는 처음에는 정기훈 박사의 딸인 제시카 정이 이곳에 나타난 줄 알았다.
그게 아니라는 건 바로 깨달았다. 이선화는 그가 들고 있는 가방을 보고 비명을 질렀다.
서정우가 당황해서 물었다.
“이 가방에 이름을 붙였어요?”
“제가 제일 아끼는 애니까요!”
“어….”
“구멍 났어요?”
“한쪽만.”
이선화가 입에서 불을 뿜었다.
“저놈 잡아요! 복수할 테다!”
“잡으러 가고 있습니다.”
서정우가 김진석을 향해 걸어가며 제안했다.
“포기하고 잡히지? 그럼 수갑으로 끝낼 수 있는데.”
김진석은 당황했다.
“어? 어?”
그는 총알이 설마 여성용 가방에 막힐 줄은 몰랐다.
‘젠장. 그렇다면!’
그가 총구를 위로 올려 서정우의 얼굴을 조준하고 방아쇠를 당겼다. 서정우는 상대가 방아쇠를 당기기 직전에 총알이 날아올 궤도를 계산 했다.
이선화는 서정우의 등 뒤에서 자세를 살짝 낮추고 팔 사이로 앞을 보고 있다.
‘공중으로 날아가서 벽에 박히겠네.’
서정우는 김진석이 방아쇠를 당기는 순간 고개를 슬쩍 젖혔다. 총알이 그의 얼굴 옆을 지나갔다.
“그냥 수갑 차지?”
김진석은 당황했다. 분명히 얼굴을 노리고 쐈는데, 서정우는 고개만 젖혀 그걸 피해버렸다.
그가 총구를 다시 내려 서정우의 심장을 조준했다.
“이것도 피해 봐라!”
서정우가 가방을 들어 그 총알을 가볍게 막았다.
“아. 또 구멍 났다.”
이선화가 비명을 질렀다.
“제시카아아아!”
김진석은 패닉에 빠졌다. 서정우를 향해 지금까지 다섯 발이나 쐈는데도 효과가 없다.
“으아아아!”
공포에 질린 김진석이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지르며 방아쇠를 당겼다.
이번에는 서정우가 아니라, 옆으로 고개를 내밀고 눈에 힘을 빡 주고 있는 이선화를 향해 발사했다. 서정우가 가방을 옆으로 움직여 그녀의 앞을 방어했다.
총알이 그 가방에 박혔다.
이선화는 바로 눈앞에서 가방 한복판이 볼록 솟아오른 것을 보았다.
그녀는 서정우와 만나고 나서 총에 대해 공부했다. 그래서 김진석의 권총이 여섯 발 짜리라는 걸 안다. 이미 여섯 발을 쐈다는 것도 안다. 그녀가 서정우의 옆으로 나와서가 방을 손으로 쓰다듬었다.
“아아. 제시카. 넌 언니를 위해서 이렇게 장렬하게….”
“가방 수리해줄 테니까 걱정 마요.”
“진짜요? 그럼 총알 더 맞아도 돼요! 야! 너 총알 더 없어?”
이선화는 이미 겁을 상실했다.
그녀는 서정우와 만나면서 칼든 스토커부터 테러리스트, 선상 폭발사건까지 다 겪었다. 이제 이 정도는 그리 무섭지 않다.
서정우가 말했다.
“저놈 총알 떨어졌는데.”
“알아요. 막 재미있어졌는데.”
김진석이 발작적으로 방아쇠를 당겼다. 총알이 나가지 않았다.
그가 혼란에 빠진 얼굴로 말했다.
“이건 말이 안돼. 어떻게 바로 앞에서 총알을 막아? 여섯 발이나….”
서정우가 김진석의 손을 잡아 손목을 확 꺾으며 총을 빼앗았다. 부러 뜨리지는 않았지만, 그 직전까지 꺾었다.
김진석이 비명을 질렀다.
“으아악!”
서정우가 상대의 복면을 잡아당겨 벗겼다. 김진석이 다급히 왼손을 휘 저었다.
“아, 안돼!”
이미 늦었다. 김진석의 얼굴이 환한 대낮에 공개됐다.
서정우가 말했다.
“의원님. 25년 전 살인사건은 공소 시효가 지났지만, 지금 이 살인 미수는 어쩔 건데?”
“아, 아니야. 이건 다 오해야!”
“법정에서는 좀 더 참신한 변명을 생각해봐.”
* * *
주택가에서 총소리가 났다는 신고가 빗발쳤다. 그중에는 목격자도 있었다.
– 복면을 쓴 놈이 경찰에게 총을 쐈습니다!
같은 신고가 몇 건이나 들어갔다. 당연히 경찰에 비상이 걸렸다.
지구대 경찰들이 제일 먼저 권총을 들고 달려왔다. 지구대장도 순찰차를 타고 왔다가 서정우를 보자마자 활짝 웃었다.
“서 형사!”
“아. 오셨어요?”
“이야아. 너였어?”
“아. 예.”
“범인도 벌써 잡았구나? 어디 안다쳤지?”
옆에서 이선화가 말했다.
“제시카가 총에 맞았어요. 많이.”
지구대장은 화들짝 놀랐다. 그는 이선화의 동료 연예인이 총에 맞았다고 착각했다.
“피, 피해자는 어디 있습니까?”
이선화가 가방을 들었다.
“여기요.”
가방에 총알구멍이 세 개가 나 있었다.
지구대장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제시카가….”
“얘요.”
그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아, 놀랐잖습니까?”
서정우가 말했다.
“그 가방 수리해준다니까요.”
이선화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요. 생각해보니까 이대로 가지고 다닐래요.”
“왜요?”
그녀가 방긋 웃었다.
“정우 씨가 날 구하려고 이 가방으로 총알을 막았잖아요. 이걸 왜 고쳐요? 이대로 자랑하고 다녀야지.”
“구멍 났는데.”
“총알구멍이 작아서 괜찮아요.”
서정우의 집은 경찰서에서 멀지 않다. 경찰서의 형사들도 곧바로 도착 했다.
백성민이 제일 먼저 달려왔다가 활짝 웃었다.
“야. 주소 보고 너일 줄 알았다. 총 맞았다는 경찰이 너라서 다행이다.”
“그게 왜 다행인데?”
“네가 총에 맞을 리 없잖아. 피하거나 막았겠지.”
“역시 각성했겠어.”
“무슨 소리야?”
“그런 게 있어.”
“그런데 범인은… 어? 김진석 의원?”
백성민은 당황했다.
“정우야. 그럼….”
“어. 날 죽이려고 왔대.”
“아니, 국회의원이 왜?”
“그건 이제부터 알아내야지.”
“아니, 그러니까 왜 직접….”
“증거를 남기고 싶지 않았겠지. 아니면 대신 보낼 놈이 없었든지.”
백성민이 김진석을 보며 걱정했다.
“야. 그런데 이제 어쩌냐?”
“이놈이 국회의원이라서? 이 상황에서도 빠져나가면 여긴 나라가 아니지.”
저쪽 세계에서는 빠져나가기도 한다.
저쪽은 몬스터와 전쟁 중이고, 거의 모든 성인이 총을 가지고 다닌다. 그러다 보니 총기사고도 잦다. 정치권력을 쥐고 있으면 이런저런 핑계를 대고 빠져나가는 게 불가능 하지는 않다.
“그게 아니라 너 어쩌냐고.”
“왜?”
“너 인터뷰 싫어하잖아. 게다가 이선화 씨도 있고.”
“근데?”
“네가 청장님 표창도 받고 승진까지 했는데, 우리 서에 기자들이 한 두 명이 왔겠냐? 그 사람들이 총소리 듣고 지금 몰려오고 있다.”
“어….”
“거기다 열애설까지 다시 터졌잖아. 그런데 여기 이선화 씨가 같이 있네? 야. 기자들이 이번엔 인터뷰 꼭 하려고 들걸?”
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골목 입구에 기자들이 나타났다. 그들을 서정우를 발견하고 소리를 질렀다.
“서정우다!”
“앗! 이선화가 같이 있다!”
“엇? 저건 김진석 의원? 총을 쏜 사람이 설마….”
“특종이다!”
* * *
정치권력을 가진 사람이 다른 사람을 죽인 예는 과거사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다만 시대에 따라서 방법은 좀 달라졌다.
해방 직후에는 총으로 쐈지만, 그 후에는 사고로 위장하는 방법을 선호했다.
그런데 그런 일을 정치권력을 가진 사람이 직접 하진 않는다. 보통은 부하를 시켜 사람을 죽였다.
시간이 더 지난 후에는 고문으로 폐인을 만드는 방법을 곧잘 썼다. 그때는 사법 살인도 여러 번 일어났다.
21세기로 넘어오면서 방법이 바뀌었다. 이젠 작은 죄를 크게 부풀리거나, 그게 안 되면 누명을 씌우거나, 그것조차 어려우면 주변 사람을 괴롭혀 적을 무너뜨린다.
그런데 서정우에게는 그 21세기의 방법이 전혀 먹히지 않았다.
김진석이 서정우를 노리고 가짜 뉴스를 퍼트렸다가 25년 전 살인이 들통났다. 뒤를 캐려고 고용한 해커도 바로 붙잡혔다. 서정우는 워낙 인기가 많아서 자잘한 걸 부풀렸다 가는 역풍만 맞는다.
김진석은 결국 옛날 방식으로 사람을 사서 서정우를 제거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의 인맥으로는 서정우를 죽일 킬러를 구할 수 없다. 남을 죽여 돈을 버는 킬러도 자기 목숨은 소중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김진석은 직접 권총을 들고 서정우를 찾아왔다.
국회의원이 총으로 사람을 쏘다가 체포됐다. 상대는 정복을 입은 경찰이다.
뉴스마다 난리가 났다.
아나운서가 말했다.
– 공소시효가 지나서 살인을 저지르고도 처벌받지 않던 국회의원이, 그 사건을 밝혀낸 현직 경찰을 권총으로 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 참담하기까지 합니다.
상황이 이쯤 되면 권력으로 덮는 건 불가능하다.
세상이 다 난리가 났는데, 정작 서정우는 일상처럼 받아들였다.
형사과에서 백성민이 말했다.
“야. 이 뉴스 봤냐? 아나운서가 참담하다고 하더라.”
“뭘 이 정도로 참담까지.”
저쪽 세계에서는 이런 일이 곧잘 일어난다.
저쪽 세계의 차기 유력 대권 후보인 강현민 의원은 몇 번이나 총격을 받았다. 그에게 탱킹 스킬과 레드 포션이 없었으면 벌써 예전에 죽었다.
저쪽 경찰차들은 모두 방탄판을 두르고 다닌다. 형사들은 항상 방탄조끼를 입는다.
각성사 수사대 같은 경우는 동료가 범죄자에게 습격당해 죽으면 대놓고 피의 보복을 한다.
그런 세계에서 살아온 서정우는, 김진석이 권총을 들고 나타난 걸 보고도 그냥 그러려니 했다.
이선화가 서정우의 옆에서 물었다.
“백 형사님. 제 가방은 언제 돌려 줄 거예요?”
“아. 그게 증거품이라서요. 조사 중 입니다.”
“총알 뚫고 들어간 건 딱 보면 보이잖아요. 그리고 그 가방,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거 아시죠? 흠집 내면 가만 안 있을 거예요.”
“예? 그렇게 귀한 겁니까?”
“모르셨어요? 정우 씨가 저한테 선물한 가방이잖아요.”
백성민이 즉시 서정우에게 말했다.
“정우야. 난 지갑 하나만.”
“그거 진짜 귀한 건데 돈은 있고?”
“있겠냐?”
“이 형이 진짜.”
“얼른 내놔.”
“가죽 자투리 남은 거 있으면 작은 지갑 하나 만들어달라고 할게. 없으면 못 만들어.”
“혹시 가죽이 모자라면 명함 케이스도 돼.”
“알았다고.”
* * *
이선화의 팬들은 크게 분노했다.
-어떻게 이선화에게 총을 쏴!
-김진석! 네가 그러고도 사람이냐!
-앞으로 그놈 당에는 단 한 표도 못 준다!
-지역구 어디냐?
-우리 동네인데, 지금 그놈 사무실로 쳐들어갈 겁니다.
-이미 체포돼서 거기 없습니다.
-그럼 당사로 쳐들어가겠습니다!
김진석 때문에 그의 소속 정당도 욕을 먹었다. 즉시 그 정당의 비선 댓글팀이 움직였다.
-진정들 하십시오. 아직 어떻게 된 건지 정확히 밝혀진 건 아닙니다.
-맞습니다. 서정우와 사이가 나빠서 싸운 거지, 이선화를 노린 건 아닙니다.
-제가 서정우 지지자인데, 이럴 때일수록 우리는 수사 결과를 기다려야 합니다.
댓글팀의 수작은 실패했다.
현장을 찍은 블랙박스 동영상이 인터넷에 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