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ility from Parallel Dimensions RAW novel - Chapter 26
26. 반응
AKX 픽처스 사장 김성준은 회사로 가는 차에서 그가 오늘 경험한 일을 계속 분석했다.
‘서정우 형사는 그 짧은 시간에 천상이 새끼의 계획을 모두 파악했어. 나에게 누명을 씌웠다는 것도, 윤미만이 아니라 회사를 빼앗으려 한다는 것도, 그리고 윤미가 어디로 납치됐는지까지.’
김성준은 영화와 드라마, CF 업계에서 잘나가는 제작자다. 투자자를 설득해 제작비를 모으는 능력도 뛰어나다. 지금까지 스스로 머리가 나쁘다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천재는 아니라도 수재는 된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어떻게 그 짧은 시간에 그 모든 걸 알아낼 수 있는지 짐작도 안 가. 작은 단서만 가지고도 내가 상상할 수 없는 고차원적인 분석을 해내는 능력이 있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어. 그럼 역시.’
“서정우 형사. 진짜 천재구나.”
* * *
서정우는 일찍 퇴근한 후에 PC방에 들러서 인터넷으로 이쪽 세상의 정보를 수집했다.
그런데 그 전에 먼저 할 게 있다.
“남들은 라면도 먹고 과자도 먹는데 저건 어떻게 주문하는 거지?”
옆자리에서 게임을 하던 고등학생 정현수가 손가락으로 화면을 가리키며 말했다.
“아저씨. 거기 그거 눌러서 라면 시키면 돼요.”
“이거?”
“아니, 그거 말고 그 옆에 있는 거요. 그거 말고요! 아. 답답해. 아저씨 어떻게 이런 것도 몰라요? 바보도 알 텐데.”
“바보 아니고 경찰이야.”
“아저씨가 경찰이면 난 형사네요.”
서정우가 경찰 신분증을 슬쩍 보여주었다.
“그럼 너 이런 거 있냐? 난 있는데.”
정현수는 경찰 신분증을 바로 알아보았다. 그는 총 쏘는 게임을 조용히 종료시킨 후에, 인터넷 창을 열어 검색창에 ‘미분과 적분’이라고 입력했다.
“저 진짜 공부 때문에 찾아볼 게 있어서 왔어요. 이상한 게임 하러 온 거 아니에요.”
“누가 뭐래?”
저쪽 세계는 게임에 연령제한이 없다. 그곳은 고등학교 정규 수업 과정에 국영수와 함께 사격과 전투, 생존 과목이 있는 세상이다. 그런 곳에서 겨우 총 쏘는 게임에 연령제한을 거는 건 아무 의미가 없다.
서정우가 마우스로 화면 한 부분을 눌렀다. 여러 가지 음식을 주문할 수 있는 화면이 떴다.
“와! 맛있는 게 되게 많다. 그럼 먼저 라면부터 시키고, 과자도 시키고, 콜라도 시키고. 야. 고딩. 너도 뭐 먹을래?”
“와! 진짜요? 라면하고 콜라요!”
“짜식. 먹을 줄 아네.”
서정우가 라면을 먹으며 감탄했다.
“크으. 이 맛이지!”
정현수도 라면을 먹으며 말했다.
“여기 라면 되게 잘 끓여요.”
“미리 한 그릇 더 주문해야겠다. 다 먹고 바로 또 먹게. 그런데 넌 이름이 뭐냐?”
“정현수요. 아저씨는요?”
“서정우.”
“아. 서정우…. 네?”
“왜 놀라?”
“아저씨가 혹시 24시간 연쇄 살인마를 잡은 그 서정우 형사세요?”
“네가 그걸 어떻게 아냐?”
“우리 동네에서 잡았잖아요! 그 뉴스 보고 나서 인터넷 기사 쫙 다 검색했죠! 아저씨 이름 나온 기사가 하나 있었어요. 그거 보고 이름을 알았어요. 우와! 우와? 어?”
“왜 또?”
“온몸이 엄청난 근육으로 덮여 있을 줄 알았는데, 근육 다 어디 갔어요? 진짜 서정우 형사님 맞아요?”
“맞으니까 라면이나 먹어.”
“아닌 것 같은데.”
“근데 넌 학교 안 가냐? 날라리냐?”
“오늘 개교기념일인데요.”
서정우는 라면을 먹으면서 인터넷으로 정보를 수집했다. 인터넷에 나오는 정보는 오류가 많지만, 그런 정보라도 많이 수집하면 세상이 돌아가는 모습을 어느 정도는 파악할 수 있다.
‘양쪽 세상이 참 많이 다르네.’
저쪽 세상은 21세기 내내 몬스터와 전쟁 상태다. 공장은 군수품 위주로 돌아갔고, 기술 개발도 군사 무기 쪽에 집중됐다.
그동안 이쪽은 안정적으로 기술이 발전했다. 저쪽이라고 기술 발전이 없던 건 아니지만, 대규모로 투자가 이루어져야 하는 첨단기술과 질병 치료용 제약 분야는 이쪽이 확실히 더 앞서 있었다.
그는 인터넷 검색만으로 정보를 모으는 건 아니다.
“형 간다.”
서정우가 일어서자 정현수가 고개를 꾸벅 숙였다.
“안녕히 가세요. 다음에 라면 또 사주시고요.”
“나도 이 동네 살아. 길에서 보면 짜장면 사줄게.”
그는 바깥을 돌아다니며 양쪽 세상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눈으로 직접 보고 확인했다.
대형 쇼핑몰도 들렀다.
동네 슈퍼마켓만 봐도 놀랐는데, 대형 쇼핑몰에는 먹을거리가 훨씬 더 많이 쌓여 있었다. 그는 과자가 산처럼 쌓여 있는 곳에서 입을 떡 벌렸다.
“와아. 진짜 어마어마하네.”
저쪽 세계는 이렇게 큰 건물을 짓는 경우가 많지 않다. 무기 연구 시설이나 생산 시설 같은 곳은 크게 짓기도 하는데, 그건 무너졌을 때의 손해를 감수하고 짓는 것이다.
이전에 지어진 큰 건물이 아직 남아 있으면 그냥 쓰는 경우는 많다. 그런데 단순히 물건을 많이 팔려고 새 건물을 이렇게 크게 짓지는 않는다.
“과자 좀 사서 넘어가고 싶다. 이번엔 속이 꽉 찬 과자로.”
오늘은 김성준과 이윤미를 구하기 위해 차원 텔레포트 스킬을 이미 사용했다. 저쪽으로 넘어가려면 내일이 되어야 한다.
서정우는 관광하는 기분으로 도시 조사 활동을 한 후에, 저녁때 집으로 들어갔다.
그가 들어가자마자 서소라가 소파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허리를 직각으로 꺾으며 인사했다.
“오셨습니까!”
서정우는 당황했다. 저쪽 세계의 서소라도 이렇게는 안 한다.
“너 또 무슨 수작이냐?”
서소라가 몸을 세우며 웃었다.
“히히. 순위 때문에 그러지.”
“응? 무슨 순위?”
서소라는 살짝 당황했다.
“어? 뭐야. 안 봤어? 우리 노래 순위!”
“벌써 가요 톱 텐 순위에 올랐냐?”
“뭔 소리야? 당연히 투데이 음원 순위지! 오빠가 곡을 만들었으면서 왜 안 찾아보는데! 궁금하지도 않냐!”
서정우가 대충 둘러댔다.
“범인 잡느라 바빴다.”
“살인마 잡은 건 며칠 전인데 왜 아직도 바빠!”
“오늘 한 놈 더 잡았다.”
서소라가 멈칫했다.
“어? 설마 또 연쇄 살인마가…….”
“연쇄는 아니고, 살인하기 전에 잡았다.”
“와. 다행이다.”
서소라가 소파에 털썩 앉아 옆을 탕탕 두드렸다. 그녀의 손에는 어느새 과자 봉지가 들려 있었다.
“무슨 사건인지 설명 좀 해봐. 얼른!”
서정우가 오늘 있었던 일을 간단히 설명했다. 다만, 범인을 직접 때려잡았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서소라는 과자를 먹으면서 손뼉을 쳤다.
“와. 쩐다!”
“지금 공중에 뿌리고 있는 부스러기는 네가 치워라.”
“로봇 청소기가 치워 줄 거야.”
“뭐? 우리 집에 로봇이 있어?”
“뭐래. 그걸 농담이라고 하는 거야? 됐고, 그놈이 범인인 건 어떻게 알았어?”
“처음 체포된 사람은 보자마자 범인이 아니라는 느낌이 딱 들었거든.”
“웃기시네! 관심법이라도 하냐!”
사실이다. 관심법은 아니지만 감지 스킬이 있어서 상대가 살인을 저지른 직후인지 아닌지 정도는 구분할 수 있다.
“그래서 그 사람의 주변을 좀 조사했지.”
저쪽 차원으로 넘어가서 김성준의 주변을 차근차근 조사했다.
“조금 조사하니까 바로 답이 나오더라.”
이천상 패거리에게 총알을 몇 발 먹이면서 대답을 들었다.
서소라는 감탄했다.
“오! 쩌는데! 이런 능력자인 줄을 내가 왜 그동안 몰랐지?”
서정우가 대화의 방향을 얼른 돌렸다.
“음원 순위가 어떤데 그래?”
서소라가 노트북 화면에 떠 있는 음원 순위를 보여주었다.
“이게 오늘 판매 순위인데, 봐봐. 10위에 진입……. 꺅! 9위야! 또 올랐어! 우리 진짜 이러다 막 1등도 하고 그러면 어떡하지?”
저쪽 세계의 음악은 주로 MP3 파일로 판매된다. CD 생산 공장 자리에 폴리카보네이트 방탄판 제조 공장을 지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디지털 음원 순위는 저쪽 세계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 저쪽 세계에서 9위면 굉장히 높은 순위다.
그런데 그는 이쪽에서 9위가 어느 정도 가치인지는 모른다. 그래서 물었다.
“반응 좋은 거지?”
“쩌는 거지!”
“하긴. 노래가 어디 보통 좋아야지.”
‘다시 만날 수 있다면’은 저쪽 세계에서 히트했던 노래다.
“재수 없긴 하지만 사실이니까 인정. 근데 이번엔 우리 나나를 팔아서 홍보한 것도 컸어.”
윤나나는 24시간 연쇄 살인범에게 납치됐다가 구출되었다.
ES 엔터테인먼트는 망해가는 중이라 홍보에 쓸 돈이 없다. 그래서 오동철은 그녀의 동의를 얻어 서둘러 음원을 출시했다. 뉴스에 묻어가기 위해서였다.
노래가 아무리 좋아도 신인의 곡이 사람들에게 알려지려면 시간이 필요한데, 한창 이슈가 되는 사건에 묻어간 덕분에 홍보는 확실히 되었다.
그렇게 노래를 들어본 사람들의 실제 음원 구매율은 꽤 높았다.
서소라가 손가락 두 세를 세워 V를 만들었다.
“내가 또 실력파 가수잖아. 내가 진짜 잘 불렀지.”
“그래. 넌 노래라도 잘해야지.”
“서로 얼굴 욕은 하지 말자고!”
서정우는 문득 어색함을 하나 느꼈다.
그는 지난 며칠 동안 서소라가 거실에서 노트북을 쓰는 걸 본 기억이 없다.
그리고 이 노트북은 서정우가 인터넷에서 본 최신형 제품이다.
“노트북 되게 좋네?”
서소라가 갑자기 배시시 웃으며 작곡 프로그램을 실행했다.
“오빠가 작곡 천재니까, 같은 유전자를 물려받은 나도 잘할 수 있을 거 같아서 작곡 연습하는 중이야. 천재 싱어송라이터 서소라. 진짜 너무 멋있잖아?”
서정우가 속으로 애도했다.
‘아니야. 우리에게 그런 유전자는 없어.’
그 곡을 실제 작곡한 사람은 저쪽 세계의 헌터 박철우다.
‘그런데 이 노트북 가격이 백오십만 원쯤 할 텐데?’
“말 돌리지 말고 순순히 대답해라. 너 이 노트북, 원래 가지고 있던 거 맞냐?”
서소라가 눈알을 굴리다가 갑자기 머리를 푹 숙이며 외쳤다.
“오빠!”
“너의 지금 그 인사, 매우 불길하다.”
“사장님 카드로 긁었어.”
“응?”
그녀가 머리를 들며 설명했다.
“회사가 지금 돈이 없어. 우리가 연습생을 몇 년이나 해서 그동안 이리저리 비용 들어간 것도 많고. 그래서 빨리 정산해 달라고 하기 어려워. 우린 아마 꽤 나중에 돈을 받을 거 같아. 그런데 회사가 곧 정산해야 하는 게 하나 있잖아. 오빠 곡 값.”
“그래서?”
“거기서 까기로 하고 사장님 카드로 긁었어.”
“그러니까 내 이름을 팔았네?”
“히힛! 내가 새 곡 하나 금방 써서 바로 갚을게!”
서정우는 의문이 하나 풀렸다.
“너 내가 들어올 때 넙죽 인사한 게, 곡 순위 올라서 고마워서가 아니라 이 노트북 때문이었냐?”
“히히!”
“이거 돌려주고 당장 돈으로 바꿔 와!”
“아, 조금만 기다려! 내가 천재 유전자의 힘으로 히트곡만 작곡하면 금방 갚는다니까?”
“그런 날은 올 수가 없어!”
* * *
서정우가 처음 이쪽 세계로 넘어온 날, 그는 은행 강도 두 놈을 잡았다.
문제는 강도를 잡은 방식이다. 서울 한복판에서 권총을 네 발이나 쏴서 강도를 잡았다.
당연히 난리가 났다. 경찰은 그날 바로 대규모 인력을 투입해 사건을 수사했다.
그런데 사건에 투입된 경찰들은 곧바로 중요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단서가 전혀 없습니다.”
“수사를 오래 하면 할수록 ‘범인을 못 잡는 경찰의 무능함’이라는 기사만 잔뜩 나올 겁니다.”
사건의 특수성도 골치 아팠다.
“그 가면 쓴 사람이 총을 쏜 대상이 은행 강도라는 것도 문제입니다. 그것도 수십 명이나 인질로 잡고 엽총으로 위협하던 나쁜 놈들입니다. 그 가면을 체포해도 경찰이 칭찬을 듣기는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못 잡으면 무능하다고 욕을 먹을 겁니다.”
수사본부장이 한숨을 쉬었다.
“아. 똥 밟았구나.”
대책 회의를 열어봤지만 소용없었다.
결국 수사본부장이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성과 내는 건 포기하고 욕이라도 덜 먹어야겠다. 다른 사건을 띄워서 이 사건이 뉴스에 안 나가게 덮자.”
“그러고 싶지만, 이렇게 임팩트가 큰 대형 사건이 쉽게 나오는 게 아니라서…….”
그 걱정은 기우였다.
바로 그날 24시간 연쇄 살인마가 잡혔다. 그것도 윤나나가 납치되고 두 시간이 지나기도 전에 체포했다. 윤나나도 상처 하나 없이 안전하게 구출했다.
“이거다! 이거로 덮자!”
윤나나가 디지털 음반을 발표했다는 뉴스가 그렇게 널리 퍼진 건, 사장 오동철의 인맥 덕분만은 아니다. 경찰이 기자들을 뒤에서 부추겨준 덕도 컸다.
그러고 며칠 지나지 않아서 영화에 드라마 쪽에서 유명한 AKX 픽처스 사장의 여자친구가 칼에 찔리고 납치되는 사건이 일어났다.
경찰은 그녀가 살해되기 직전에 구출하는 데 성공했다. 사장 김성준이 쓸 뻔했던 누명도 바로 벗겼다.
수사본부장은 만세를 불렀다.
“이것도 써! 이것도 써서 덮어!”
다만, 두 번째 사건은 첫 번째 사건만큼 깔끔하진 않았다.
“피해자가 칼에 찔려 중상을 입었습니다.”
“그래도 경찰이 우수해서 일찍 구한 덕분에 살았잖아.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며!”
“처음에는 AKX 픽처스 사장을 용의자로 의심해 체포했습니다.”
“어떤 멍청한 새끼들이 수사했는데 그런 바보짓을 한 거야?”
“사건을 해결한 것도 그 팀입니다.”
“상황이 급하면 처음에는 주변 인물부터 조사하고 그러는 거지. 어떻게 처음부터 진범을 딱 집어내? 그게 다 우수한 수사기법의 정상적인 절차야.”
“그렇게 발표할까요?”
“당연하지! 당장 기자들 불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