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ility from Parallel Dimensions RAW novel - Chapter 260
261. 함정
국제 살인청부팀 퍼시픽 하이에나는 이선화와 전동현을 충청남도 외진 곳에 있는 별장으로 끌고 갔다. 그곳은 납치 현장에서 그리 멀지 않았다. 타지 사람이 가끔 별장으로 쓰는 그곳은 평소에는 비어 있었다.
별장 주변은 공터와 풀밭만 있고 나무가 없었다.
두목이 부하들에게 지시했다.
“넌 이 주변에 위험요소가 없는지 확인해. 넌 별장 내부 다시 확인하고, 너하고 너는 차에서 장비 가져 와.”
“예!”
이선화와 전동현은 손목과 발목을 케이블타이에 묶인 채 벽에 등을 기대고 앉아 있었다.
로드 매니저 전동현은 두들겨 맞을 때 잠깐 기절했다가 깨어났다. 그가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살아서 돌아가면 미소한테 프러포즈 하고 싶어요.”
미소는 전동현의 여자친구 이름이다.
이선화가 물었다.
“당분간 결혼 생각 없다더니?”
“이런 꼴이 되니까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드네요.”
“너 결혼할 때 내가 축가 불러줄게. 무사히 돌아가면 디멘션한테 졸라서 축가용 노래 하나만 받아야지.”
“기왕이면 남수정 씨가….”
“난 공짜로 불러줄게.”
“누나가 꼭 불러주세요.”
긴장을 풀기 위해 그런 대화를 해도 불안감이 사라지지 않았다. 전동현이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누나. 혹시 우리 죽어요?”
“안 죽어. 내가 협상 중이야.”
“몸값 때문에 우리를 납치한 거예요? 다행이다. 사장님이 누나 몸값은 얼마든지 낼…. 제 몸값도 내줄까요?”
“우리가 아니라 정우 씨를 노린 거야.”
전동현의 맞아서 부은 눈이 좀 커졌다.
“네? 저 새끼들이 다 죽고 싶어서 환장했대요?”
“날 이용해서 정우 씨를 잡을 함정을 파겠대. 내가 그렇게 둘 줄 알고? 정우 씨에게 전화 연결해도 난 한마디도 안 할 거야.”
“저놈들이 누나를 막 칼로 찌르면서 고문해도요?”
“너 축가 불러준다는 거 안 할래. 이게 어디서 겁을 주고….”
두목이 다가왔다. 그의 손에는 이선화의 스마트폰이 있었다.
“자. 이제 서정우를 여기로 불러볼까?”
이선화가 각오를 단단히 했다.
“비밀번호는 절대로 말 안 해! 동현이를 찔러도 안 해!”
전동현은 화들짝 놀랐다.
“나 따위 찔러봤자 누나는 눈도 깜짝 안 해요! 그냥 돈 받으세요! 선화 누나는 아직 계약 기간이 남아 있으니까 사장님이 십억이라도 낼 거예요!”
두목이 묶여있는 이선화의 손을 잡고 비틀었다. 그녀가 비명을 질렀다.
“악! 아프잖아!”
두목이 이선화의 엄지손가락을 스마트폰의 지문인식 버튼에 댔다. 잠금이 순식간에 풀렸다.
두목이 말했다.
“요즘은 이게 참 좋아. 생체인식. 굳이 비밀번호를 물어볼 필요도 없거든.”
이선화가 입술을 한 번 깨물고 나서 다시 소리를 질렀다.
“정우 씨한테 전화 걸면 함정이라고 소리칠 거얏!”
“지문인식 말고도 좋아진 게 하나 더 있지. 다들 전화통화보다 메신저를 더 많이 쓴단 말이야.”
두목이 이선화의 스마트폰에서 메신저를 열어 서정우와 이전에 주고 받은 대화를 대충 읽어보았다.
“둘이서 이런 패턴으로 대화하는군.”
두목이 곧바로 메신저에 글을 썼다.
-정우 씨. 영화 관련 중요 회의 때문에 충청도 별장에 와 있어요. 이따가 밤에 파티도 작게 할 건데, 그때 여기 와서 내 파트너 해주면 안돼요?
그가 그 메시지를 서정우에게 보냈다.
곧바로 답장이 왔다.
-주소 보내요.
두목이 화면을 흔들어 보이며 웃었다.
“흐흐흐. 간단히 걸려드는군. 역시 이선화와 서정우의 열애설은 사실이었어.”
두목이 서정우에게 이곳의 주소를 보냈다. 그러고 나서 추가로 메시지를 보냈다.
-파티가 8시 반에 시작인데, 몇 시까지 올 수 있어요?
-퇴근하고 가면 8시에 도착할 겁니다.
“서정우에게 오늘 저격 정도는 심각한 일이 아닐 줄 알았지. 이선화가 부르면 야근 없이 퇴근하는 것도 예상대로야.”
두목이 이선화에게 메신저 내용을 보여주었다.
“미끼가 좋으니까 서정우가 바로 걸려들었어. 커플 위치 확인 앱도 깔려있군. 그러면 더 좋지. 조회하면이 별장이 나올 테니까.”
이선화가 두목을 째려보았다.
두목이 손가락을 하나 세웠다.
“아. 물론 서정우가 전화를 걸 수도 있지. 그때는 그냥 끊고 회의 중이라는 자동 메시지만 보내면 돼. 그러면 속을 수밖에 없지. 그러니까.”
두목이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서정우는 오늘 밤에 여기서 죽는다.”
* * *
서정우가 메신저의 주소를 확인했다. 그 주소를 검색해보니 중청도 외진 곳의 별장이 나왔다. 집도 크고 마당도 넓어서 파티하기 좋은 구조였다.
“어떤 놈이 선을 넘은 걸까?”
커플 위치확인 엡을 설치한 건 비상상황에 쓰기 위해서다. 그 위치도 보내준 주소와 정확히 일치했다. 그런데도 서정우는 이선화의 스마트폰에서 온 메시지를 믿지 않았다. 말투는 이선화와 메신저로 대화할 때 쓰던 느낌 그대로다. 그런데 만날 약속을 메신저로 잡았다는 게 문제다.
“약속은 전화로 잡아야지.”
서정우와 이선화는 메신저로 잡담은 한다. 하지만 만날 약속만은 전화통화로 잡는다. 메시지로 먼저 만 나는 이야기를 했다 해도, 반드시 확인 전화를 건다.
그건 저쪽 세계에서는 상식이다. 저쪽 세계에서는 사람을 유인해 죽이는 일이 곧잘 일어난다. 그런 세상에서 누군가와 만날 약속을 정할 때는, 서로 목소리를 듣고 확인하는 게 기본 중의 기본이다.
반면에 이쪽 세계에서는 목소리 확인 없이 메신저로 약속을 잡는 사람이 아주 많다.
이선화도 예전에는 서정우에게 메신저 메시지로 만날 약속을 잡곤 했다. 그런데 그럴 때마다 서정우가 전화를 걸어 본인이 맞는지 확인했다.
이제 이선화는 서정우와 만나는 약속은 꼭 전화를 걸어서 잡는다.
“주소는 확보했는데….”
다시 전화를 걸어서 진짜인지 확인 할 수는 있다. 그런데 그러지 않았다. 오늘 잡은 블랙 코브라는 그를 죽이려고 온 놈이다.
‘한 번 일어난 일은 한 번 더 일어 날 수 있어.’
서정우는 오늘 평소보다 몇 시간 일찍 퇴근했다.
아까 저격 전문 킬러 블랙 코브라를 잡은 후에 농담으로 사표 이야기를 했을 때, 경찰서장 염기훈은 반 차라도 자주 쓰라고 했다.
그래서 그는 오후에 네 시간짜리 반차를 썼다. 그러고 나서 집에 돌아와 해커 김수철이 보내준 자료를 보고 있다가 이 연락을 받았다.
그는 8시에 도착한다고 말은 했지만, 진짜로 그때 갈 생각은 아니다.
‘연락하자마자 바로 나타나는 건 예상하지 못하겠지.’
서정우가 바로 평행차원 텔레포트 스킬을 사용했다.
* * *
서정우가 몬스터와 싸우는 세계로 넘어왔다.
원래 집이 있던 곳은 여전히 폐허 상태였다.
그는 이쪽 세계의 집으로 돌아갔다. 거리는 가까웠다.
조연 배우 이선화는 오늘도 놀러와 거실에서 뒹굴고 있었다. 그녀가 서정우를 보더니 손을 내밀었다.
“맛있는 것을 내놓지 않으면 잡아 먹을 테다.”
“급히 오느라 오늘은 아무것도 없다.”
“그래? 그럼 먹던 거 먹어야지.”
그녀가 옆에 있는 과자를 집어 먹었다.
이쪽 세계에서는 TV와 라디오의 역할이 크다. 그녀가 TV를 보며 말했다.
“오늘 전기가 가끔 깜빡거려. 동네 발전소 상태가 나쁜 가 봐.”
이쪽 세계는 주택가 곳곳에 연료전지 발전기가 설치되어 있다.
게이트와 몬스터 때문에 대규모 발전소도 펑펑 터져나가고 고압 송전선도 툭하면 끊긴다.
그래서 연료전지 발전기가 지역 전기 공급의 중요한 축을 담당한다. 대용량 발전기 한 대면 한 구역의 전기를 공급할 수 있다. 그런 발전기가 도시는 물론이고 마을에도 깔려 있다.
“그냥 예비 발전기로 전환해서 써.”
이 집에는 가정용 연료전지 발전기가 따로 설치되어 있다.
서정우가 거실의 무기 거치대를 열었다.
이선화가 몸을 일으켰다.
“뭐야? 지금 일 나가려고?”
“어.”
“이번엔 어디로 가는데?”
“충청남도.”
“구출 대상자는?”
“너.”
“응?”
저쪽 세계의 이선화를 구출하러 간다.
이선화가 다시 드러누워 베개를 껴 안았다.
“농담하는 거 보니까 간단한 일인 가 보다.”
서정우가 저쪽 세계에서 가져온 노트북을 열어 게이트 대응센터 홈페이지에 접속했다. 일단 충청남도에 발령된 게이트 경보상황을 확인했다.
‘주소 보고 느낌이 싸하더라니.’
저쪽 세계에서 메신저를 통해 받은 주소 근처에 중형 게이트가 열렸다. 사람이 살지 않는 지역이라 군에서는 차단선만 친 상태였다.
서정우가 무기 거치대에서 개조 강화된 총은 놔두고 기본형 소총과 권총을 챙겼다.
조연 배우 이선화가 물었다.
“누구 구하러 가냐니까?”
“너 구하러 간다고.”
* * *
충남 천안까지는 버스가 다녔다.
거기서 게이트가 열린 곳까지는 평소에는 차가 다니지 않는다.
그런데 지금은 육군 특별 수송 트럭이 하루에도 몇 번씩 왕복했다. 서정우가 그 트럭을 얻어탔다.
군용 트럭의 짐칸은 위쪽까지 장갑판이 둘러져 있었다. 장갑판에는 총을 쏠 수 있는 여닫이문이 많았다. 이쪽 세계의 어지간한 차량은 탑승 공간이 장갑판으로 덮여 있다. 이 군용 트럭은 병력 수송용으로도 쓰기 때문에 짐칸에도 조립식 지붕이 있었다.
사람들은 짐칸에 고정된 간이 의자에 앉았다. 안전벨트는 장갑판에 연결되어 있었다.
짐칸에는 다른 헌터 세 명이 더 타고 있었다.
육군이 이 특별 수송 트럭을 운용 하는 이유는, 헌터를 게이트까지 더 쉽게, 더 많이 모으기 위해서다.
헌터가 하는 일은 몬스터 사냥이다. 그들이 미리 몬스터의 수를 줄여놓으면, 나중에 본격적인 토벌 작 전 때 병사들의 피해가 줄어든다. 소형 게이트라면 군대가 나서지 않고 헌터들만으로 처리하는 경우도 많다. 지금은 중형 게이트라 그건 어렵지만, 그래도 이런 사전 작업은 게이트 공략작전에 큰 도움이 된다. 서정우의 앞자리에 앉은 사람이 경기관총을 두드리며 말했다.
“전쟁터에서는 무조건 많이 갈기는 게 최고라니까. 백 발짜리 대용량 탄창 하나 비우면 얼마나 시원한데.”
그 옆자리의 헌터가 샷건 탄환을 흔들었다.
“위력이 강한 게 최고지. 이 대몬스터 슬러그탄에 맞으면 소형 몬스터 정도는 껍질이 그냥 뚫린다니까.”
서정우의 옆자리에 앉은 유탄 사수가 끼어들었다.
“한 방이라면 누가 뭐래도 유탄이지. 이건 맞으면 통째로 쾅 터져.”
경기관총 사수가 서정우에게 물었다.
“그런데 젊은 친구는 자동소총 한 자루? 그것도 노멀 타입이네? 중형 게이트에 그 정도 무장으로 온 걸 보면… 초보구만?”
서정우가 강화 개조된 무탄피 소총이 아니라 일반 자동소총을 가져온 건, 한 번 쓰고 버릴 생각이기 때문이다.
산탄 사수가 맞장구를 쳤다.
“그러게. 방어구도 따로 없고. 초보가 중형 게이트를 노리는 건 자살행위인데….”
유탄 사수도 충고했다.
“아직 뭘 몰라서 그런 것 같은데, 그러다 죽어요. 초보 때는 소형 하급부터 차근차근 공략하면서 실력을 쌓아야지. 여긴 중형이라고.”
서정우가 말했다.
“그냥 잠깐 들른 겁니다.”
“아. 간 보러 왔군요? 그럼 외곽에서 구경만 해요. 괜히 깊게 들어가면 목숨이 열 개라도 모자라니까.”
산탄 사수가 큰소리쳤다.
“아니면 날 따라다니던가. 배당만 안 가져간다면 날 따라다니면서 배워도 되는데.”
경기관총 사수가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맞아. 초보 때는 짐꾼 일도 하면서 전쟁터에서 어떻게 살아남는지 배우는 거지.”
서정우가 슬쩍 웃었다.
틀린 말은 아니다. 실전 경험을 쌓기 위해 베테랑 헌터의 보조사수부터 시작하는 사람은 꽤 많다. 그런 보조사수의 일 중 하나가 몬스터를 사냥하고 나온 전리품을 운반하는 것이라서 짐꾼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 * *
육군은 대대 병력을 동원해 게이트 주변의 주요 이동로에 차단선을 쳤다.
군용 트럭이 대대의 지휘 본부에 도착했다. 이곳에는 대대본부만 있는 게 아니라 대대 직속 보급부대도 같이 있었다. 그래서 헌터들도 일단 이곳에 모였다.
경기관총 사수가 트럭에서 내리며 서정우에게 말했다.
“아직 전쟁을 잘 몰라서 그러나 본데, 짐꾼부터 시작하면서 내 노하우를 배워야 오래 살아남….”
서정우가 짐칸에서 바깥으로 툭 뛰어 내렸다.
총을 든 채로 그냥 뛰어내리는 그 모습을 보고 유탄 사수가 걱정했다.
“어우. 그러다 무릎 나가는데.”
먼저 내린 산탄 사수가 주변을 둘러보다가 한 사람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앗! 강현호다!”
막 차에서 내린 경기관총 사수가 그 방향을 보며 감탄했다.
“이야아. 맞네. 강현호. TV에서 본 모습 그대로네. 실물이 더 잘생겼다.”
유탄 사수가 마지막으로 내리면서 말했다.
“여기가 중형 중급 게이트라서 그런지 네임드가 공략에 참여하네.”
“백룡 클랜도 왔겠지?”
“당연하지. 클랜 마스터가 혼자 왔을 리 없잖아. 중형 중급 공략이면 당연히 클랜의 주력 헌터들을 데려 와야지.”
산탄 사수가 부러운 얼굴로 말했다.
“강현호는 더블이라던데.”
헌터 TV 애청자인 경기관총 사수가 자기 일처럼 자랑했다.
“사격과 블링크로 더블이야. 전투 스킬 중 최강인 사격에, 공간기동 스킬의 꽃인 블링크. 캬아! 스킬 조합 진짜 죽이지?”
“그러니까 네임드가 됐지. 강현호. 부럽다.”
그들이 강현호의 이름을 자꾸 이야기하는 바람에, 강현호가 그들 쪽을 슬쩍 돌아보았다.
강현호는 그들 쪽을 보자마자 깜짝 놀란 표정을 지으며 빠른 걸음으로 걸어왔다.
세 사람은 당황했다.
“어? 어? 우리한테 오나?”
“사, 사인해 주려고?”
“그러려고 오는 게 아닌 것 같….”
백룡 클랜 마스터 강현호가 세 사람을 지나쳐, 막 그곳을 벗어나려던 서정우에게 다가가며 활짝 웃었다.
“이게 누구십니까! 그동안 안녕하셨습니까?”
서정우도 여기서 강현호를 만날 줄은 몰랐다.
“아. 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