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ility from Parallel Dimensions RAW novel - Chapter 261
262. 함정 II
서정우가 백룡 클랜 마스터 강현호에게 말했다.
“아참. TV에서 가끔 봤습니다. 잘 나가시던데.”
강현호가 활짝 웃었다.
“하하. 덕분이지요. 아. 이번 공략에 참여하실 줄은 몰랐습니다. 구출의 프로페셔널이 오셨으니 안심하고 게이트를 공략해도 되겠습니다.”
서정우는 게이트 공략이 아니라 저쪽 세계의 이선화를 구하려고 이곳에 왔다.
“그냥 둘러보러 온 겁니다. 오늘 밤만 있다가 돌아갈 거니까, 안심하지 말고 긴장하시죠.”
“아. 그렇습니까? 아쉽습니다. 우리 클랜 애들이 많이 배울 기회인데.”
“백룡 클랜은 실력 좋다고 소문났던데요.”
“아직 멀었습니다. 아. 지금 막 오신 거면, 지낼 곳은 아직 못 구하셨겠습니다?”
“하룻밤만 있을 거니까 공용 텐트를 쓸까 합니다.”
이곳에 차단선을 친 육군 대대는 헌터들을 위해서 24인용 군용 천막을 여러 개 쳤다. 헌터들에게 이 정도 편의 제공은 다른 부대도 다들 한다.
강현호가 손을 흔들었다.
“그럴 수는 없지요. 우리 클랜의 예비 텐트를 추가로 치겠습니다. 10 인용이니까 편안하게 지내십시오.”
“그래도 되겠습니까?”
“제가 신세 진 게 얼마인데 당연한 말을요. 하하하. 뭐 더 필요한 게 있으면 말씀만 하십시오.”
서정우는 정보가 필요하다.
“그럼 이쪽 게이트 상황을 좀 들을 수 있겠습니까? 내일 차단선 너머로 잠깐 들어가 봐야 해서.”
“우리 지휘 텐트로 가시죠. 당장 작전 회의를 열겠습니다. 거기서 브리핑을 받으시고, 우리 작전에 조언도 좀 해주십시오.”
백룡 클랜은 주변 정찰에 신경을 많이 쓴다. 그건 강현호가 옛날에 정보 부족으로 죽을 뻔한 후에 생긴 방침이다.
서정우가 생각했다.
‘일이 쉬워지겠네.’
그런 정보를 받아먹으면서 조언 정도도 못 해줄 이유는 없다.
“그러시죠.”
서정우가 강현호와 백룡 클랜 지휘 텐트 쪽으로 걸어갔다. 같이 차를 타고 온 헌터 세 사람이 그들의 뒷 모습을 보며 당황한 얼굴로 말했다.
“네임드가 왜….”
“저 사람, 초보 아니었어?”
“아닌 가 봐. 되게 친해 보이잖아.”
“강현호가 저 초짜, 아니, 저 사람 한테 아주 깍듯이 대하는데? 아니, 왜?”
“그럼 저 사람도 네임드 헌터인가?”
경기관총 사수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내가 헌터 나오는 방송을 얼마나 많이 봤는데. 네임드 특집도 많이 봤는데 처음 보는 얼굴이야.”
유탄 사수가 서정우의 뒷모습을 보며 궁금해했다.
“그럼 도대체 누구지?”
헌터 세 명은 의문을 풀지 못하고 얼떨떨한 상태로 대대 지원소대를 찾았다.
지원소대의 병사가 24인용 텐트를 가리키며 말했다.
“여기 있는 동안 저 3번 텐트에서 지내시면 됩니다. 일단은 한 텐트에 열두 명씩 쓰게 되어 있는데, 현재 다섯 자리가 남아 있으니 세 분이 새로 들어가셔도 공간은 넉넉할 겁니다.”
병사가 다른 쪽을 가리켰다.
“식사는 저쪽에서 하루 세 번 나옵니다.”
“공짜?”
“비상상황이 아니니 당연히 돈 내고 드셔야 합니다.”
“짬밥 주면서 돈까지 받는 건 너무 한데.”
“탄약이나 전투식량이 필요하시면 여기서 구입하실 수 있습니다. 몬스터 사체는 저쪽에서 매입합니다.”
유탄 사수가 물었다.
“사체 매입단가는?”
“정부 고시 가격 그대로입니다.”
“에이. 고시 가격은 후려친 가격이잖아.”
“여기는 도시에서 꽤 멀리 떨어진 곳입니다. 수송차량 따로 부르는 비용 생각하면 그냥 저기에 파시는 게 나을 겁니다.”
“그야 그렇지만.”
경기관총 사수는 서정우의 정체가 계속 궁금했다. 그렇다고 이 병사가 그에 대해 알 것 같지는 않았다. 그는 서정우가 백룡 클랜 마스터 강현호와 아는 사이라는 걸 떠올리고 물었다.
“혹시 백룡 클랜 사람들은….”
옆에서 탄약을 챙기던 헌터가 말했다.
“아. 우리 클랜이요? 우리는 주문 제작한 텐트를 가지고 다니고 보급품도 어지간하면 우리 걸 씁니다. 그래도 몬스터 사체는 희귀 개체만 아니면 우리도 여기서 팔고 갈 겁니다. 그걸 다 가져가려면 답이 안 나 오니까요.”
경기관총 사수가 그때서야 그 헌터의 옷에 새겨진 백룡 마크를 발견했다.
“아. 백룡 클랜….”
똑같은 마크를 옷에 새긴 사람이 그쪽으로 급히 다가왔다.
“야. 너 왜 아직도 여기 있어?”
백룡 클랜 헌터가 챙겨놓은 탄약을 가리켰다.
“보면 모르냐? 표준 탄약 소모량이 예상보다 많아서 미리 보충하고 있잖아.”
“너 무전기 고장 났냐? 긴급 작전 회의 소집이다.”
“왜? 희귀 몬스터라도 발견했대?”
“무안 게이트 사태 때 마스터를 구출한 헌터 말이야. 지금 여기 왔단다.”
탄약을 챙기던 헌터는 깜짝 놀랐다.
“헉! 말로만 듣던 그 헌터가 왔어?”
“우리 작전 회의에 참석해서 컨설 팅해준다더라. 다들 모이래.”
헌터가 탄약 상자를 내려놓았다.
“그럼 당장 가야지.”
두 사람이 지휘 텐트 쪽으로 뛰어 갔다.
뒤에 남은 헌터 세 명이 서로를 보았다.
“지금 저 이야기 혹시….”
“그 초짜…가 아니라 그 사람 이야기겠지?”
“그런데 무안 게이트에서 고립됐었다는 게 무슨 소리야?”
헌터 관련 TV 방송 애청자인 경기 관총 사수가 설명했다.
“강현호는 옛날 무안 게이트 공략 작전 도중에 고립된 적이 있어. 중형 하급 게이트인 줄 알고 부주의하게 들어갔는데, 알고 보니 상급이었던 거지. 몬스터 무리에게 쫓기다 너무 깊이 들어가서 혼자 고립됐다더라.”
“역시 네임드는 다르네. 중형 상급 안쪽은 지옥이라던데 살아서 나오고.”
“아니. 그때는 네임드가 아니었어. 거기서 살아서 탈출한 후에 그 경험을 바탕으로 성장해서 네임드가 됐지. 그 후부터 백룡 클랜은 정찰에 엄청 신경 쓴다더라.”
“아아.”
경기관총 사수가 백룡 클랜의 지휘 텐트 쪽을 보며 말했다.
“TV 방송에서는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까지만 나왔지, 어떻게 빠져나왔는지는 안 나왔거든? 방금 들어보니까 그때 거기 들어가서 강현호를 구출한 사람이 있었나 봐. 그리고 그게….”
“우리하고 같이 트럭을 타고 온 그 사람….”
“중형 상급 안쪽이면 혼자서 탈출 하는 것조차 어려울 텐데, 거기 들어가서 사람을 찾아 데리고 나오려면….”
“얼마나 강해야 하는 거야?”
세 사람은 잠시 말을 잃었다. 그러다 경기관총 사수가 투덜댔다.
“이래서 헌터들도 몇 레벨인지를 군인들 계급장처럼 어깨에 붙이고 다녀야 한다니까. 그래야 바로 알아 보지.”
산탄 사수가 맞장구를 쳤다.
“내 말이. 그랬으면 아까 짐꾼 하라는 소리는 안 했을 텐데. 대신에 사인을 받았지.”
유탄 사수가 손바닥으로 얼굴을 덮었다.
“그런 소리 그만하자. 아까 생각만하면 부끄러워서 얼굴을 못 들겠으니까.”
* * *
서정우는 백룡 클랜에서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진입 계획을 세웠다.
“내 목적지까지 가는 길의 반 정도는 백룡 클랜에서 정찰해 놨네.”
그는 그 정보를 바탕으로 진입 계획을 왔다.
몬스터 점령지에서 사람을 구하는 일은 사전 정찰 정보 없이 해야 할 때도 많다. 그래도 정보가 있다면 활용하는 쪽이 당연히 낫다.
이번에 목적지까지 가는 동안 피해야 할 건 두 가지다. 몬스터가 모여 있는 무리와 중형 몬스터다.
이 게이트에서 중형 몬스터는 딱 한 마리만 발견됐는데, 다행히 방향이 달랐다.
“무리 지어 있는 곳만 피해서 들어가면 되겠네.”
이튿날, 그는 기본 소총과 권총만 가지고 차단선을 넘었다.
목표 장소의 중간 지점까지의 상황은 사전에 입수한 정보와 비슷했다. 그는 그다음부터는 3차원 공간 분석 스킬과 감지 스킬을 적절히 활용해 교전을 피하며 이동했다.
그가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사용한 탄약은 겨우 한 탄창밖에 되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소형 몬스터다섯 마리를 잡았다.
서정우가 목표 지점에 소총과 권총을 숨겨놓았다.
“이걸 다시 찾으러 올 일이 있을지 모르겠네.”
기본형 소총과 권총 하나씩 회수하겠다고 여기까지 오는 건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 그래서 여기까지만 쓰고 버릴 생각으로 이 무기를 가져 왔다.
그는 전술 조끼도 벗었다.
지금 입은 옷은 저쪽 세계에서 산 것이다.
그는 이쪽 세계에만 있는 물품이 주머니에 없는지 다시 확인한 후에, 평행차원 텔레포트 스킬을 사용했다.
* * *
살인청부팀 퍼시픽 하이에나의 두목이 이선화의 스마트폰을 흔들어 보이며 웃었다.
“흐흐. 요즘은 스마트폰 메신저로 다들 약속을 잡으니까, 우리 일이 편해졌단 말이지.”
두목이 스마트폰을 탁자 위에 올려 놓았다.
이선화가 머리를 굴렸다.
‘정우 씨는 만나자는 약속을 할 때면 꼭 전화로 확인하잖아. 그럼 이 정도로는 안 속지 않을까?’
확신은 없었다.
‘회의 중이라고 못 받는다는 메시지를 믿으면, 진짜 올지도 몰라. 그럼 위험해.’
그녀는 마음이 급해져서 두목에게 물었다.
“왜 이렇게까지 하는데? 돈 더 준다니까? 얼마야? 킬러로서의 자존심 때문이야? 얼마주면 네 그 자존심을 살 수 있어?”
“넌 지금 상황을 오해하고 있군. 이건 자존심 때문이 아니다.”
“그럼 왜!”
“서정우는 너무 위험한 놈이니까.”
“뭐?”
“돈을 받고 널 풀어 주면, 서정우가 나중에 우리를 찾아내겠지. 그러니까 그놈은 오늘 죽여야 해. 그래 야 뒤탈이 없지.”
두목이 무전기의 송신 버튼을 누르고 말했다.
“여덟 시까지 세 시간 남았다. 서정우가 예정보다 일찍 올 수 있으니까, 한 시간 안에 함정 설치를 끝내라. 다들 들어와서 도면 확인하고 장비 챙겨가.”
그의 지시를 받고 복면을 쓴 남자 넷이 거실로 들어왔다.
두목이 명령했다.
“넌 탈출 경로 점검하고, 넌 매복 포인트 확인해라. 너하고 넌 동작감지기와 열화상 카메라 설치하고.”
넷 중에 셋은 그의 말대로 움직였다.
그런데 탈출 경로를 점검해야 할 한 명이 이선화 쪽으로 걸어갔다. 두목이 짜증을 냈다.
“이 새끼가 지금 이선화를 보고 눈이 돌아갔나? 지금 그런데 신경 쓸 때가 아니야! 서정우를 못 죽이면 우리가 죽는다!”
복면을 쓴 서정우가 이선화의 앞에서서 두목 쪽으로 돌아섰다. 그가 복면을 벗으며 말했다.
“날 죽이진 못하니까, 그럼 너희가 죽으면 되겠네.”
두목은 그의 얼굴을 보고 경악했다.
“헉! 서정우?”
“어. 나야.”
서정우가 두목과 나머지 세 놈을 보며 말했다.
“야. 대가리 박고 항복하는 놈은 살려줄게.”
이선화가 활짝 웃었다.
“정우 씨! 구하러 왔군요!”
로드 매니저 전동현이 걱정했다.
“설마 이러다 서 형사님도 같이 잡히는 건….”
이선화가 발목이 묶인 상태로 전동현에게 발길질을 했다.
“이게 재수 없게!”
두목은 지금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어, 어떻게 벌써…. 넌 서울에 있는 거 아니었나?”
“오늘 오전에 스나이퍼 한 마리 잡은 기념으로 반차를 썼거든. 그런데 메신저 메시지 느낌이 너무 작위적이더라.”
“그, 그럴 리가. 기존에 너와 이선화가 주고받은 메시지를 보고 그대로 보낸 건데….”
“미묘한 차이가 있어. 넌 잘 모르는.”
이선화가 뒤에서 외쳤다.
“그래! 우리끼리만 통하는 게 있다고!”
두목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걸 설사 눈치챘다 해도, 방금 메시지를 보냈는데 어떻게 겨우 몇 분 만에….”
몇 분조차 걸리지 않았다. 서정우가 평행차원을 통해 이 별장 바로 옆으로 넘어왔을 때는, 메시지를 받은 지 30초쯤 지났을 때였다.
그는 넘어오자마자 별장 바깥을 점검하던 놈을 제압해 옷과 복면을 벗겨 입었다.
서울에서 충청남도까지 30초 만에 이동했다는 게 알려지면 뒷감당이 안 된다. 누구나 납득할만한 설명을 해야 한다.
서정우가 말했다.
“이선화 씨를 깜짝 놀라게 하려고 반차 내고 따라왔거든.”
최근에 두 사람의 열애설 기사가 났다. 그래서 아무도 그 말을 의심 하지 않았다.
당사자인 이선화까지 그 말에 속아서 활짝 웃었다.
“앗! 이벤트 준비한 거예요?”
“뭐, 그런 거지요.”
“그럼 우리 첫 이벤트가 진짜 대박 이네요.”
“우리가 이런 사건 사고는 많이 겪었잖아요.”
“그거랑 이벤트랑은 다르죠!”
두목은 뒤늦게 한 가지를 깨달았다.
‘가만? 저 옷을 빼앗긴 녀석은 총을 안 가지고 있었는데?’
한국에서 총을 구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권총 몇 자루를 겨우 구하기는 했는데, 다섯 명이 모두 무장 할 만큼은 되지 않았다.
그래서 한 명은 테이저건을 사용했다.
서정우에게 당한 놈이 바로 그 테이저건을 가진 놈이다.
두목은 서정우에게 총이 없다는 걸 깨닫고 여유를 찾았다.
“흐흐. 서정우. 한국 경찰은 휴가 때 총을 가지고 다니지 않는다지?”
“근무 때도 안 가지고 다녀.”
“너에게 당한 놈은 총이 없었지. 그 녀석에게 있던 건 테이저건뿐.”
“그렇더라고. 총이 있었으면 일이 더 쉬웠을 텐데.”
서정우는 이곳에 총은 가져올 수 없었다. 그러면 사건 뒤처리가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가 잡은 놈은 테이저건만 가지고 있었다. 한국에서는 그게 정상이다.
그는 처음에는 다른 놈들도 총이 없다고 판단했다. 그들이 권총을 가지고 있다는 건, 이선화가 잡혀 있는 거실에 들어오고 나서야 알았다. 두목이 실실 웃었다.
“맨손으로 우리 넷을 상대해? 네 무술이 아무리 강해도 그건 불가능 하지. 우린다 총이 있거든. 흐흐.”
서정우가 뒤를 돌아보지 않고 말했다.
“이선화 씨.”
“네!”
“눈 감아요.”
“네?”
“이제부터 피를 볼 거라서.”
두목이 권총을 뽑으며 외쳤다.
“갈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