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ility from Parallel Dimensions RAW novel - Chapter 27
27. 쌍둥이
은행 강도가 총에 맞고 잡힌 사건은 뉴스에서 빠르게 사라졌다. 주요 언론은 그 사건을 굳이 파고들지 않았다. 다른 좋은 뉴스가 많이 나왔기 때문이다.
그 답 없는 수사에 발목을 잡히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수사 인력은 대폭 축소되어 형사 두 명만 남았다.
형사 오문성이 AKX 픽처스의 사장 커플과 고문 변호사 사이에서 벌어진 살인 미수 사건 기사를 읽었다.
“대한민국 경찰은 언제나 국민 여러분의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형사 이성훈이 다가와 그 기사를 같이 보았다.
“아. 이 사건이요? 24시간 연쇄 살인마를 잡은 경찰서의 관할 지역에서 터진 사건이잖아요. 그쪽은 대박 났네요.”
“피해자를 구출하고 범인을 체포하는 데까지 두 시간도 안 걸렸다. 그 경찰서 친구에게 들었는데, 저번에 살인마를 잡은 녀석이 이번에도 잡았대. 근데 순경이래. 순경.”
“그쪽 강력팀 사람들은 순경을 형사로 받을 때는 기저귀라도 갈아주라는 거냐고 불평 많이 했을 걸요? 그런데 뚜껑을 열고 보니 대박이 온 거죠. 무슨 순경이 벌써. 어우.”
“넌 경장인데 왜 순경이 하는 일도 못 해?”
“형님은 저보다 훨씬 더 높은 경위인데도 못 하잖아요.”
“그러게 말이다. 야. 철갑탄 분석은? 어디서 생산한 건지 나왔어?”
“모르겠다던데요?”
“왜 몰라? 총탄이 많이 찌그러져서?”
“그것도 그렇지만, 외국에서 생산된 권총용 철갑탄하고 비교해도 일치하는 걸 도저히 못 찾겠다네요.”
오문석이 머리를 벅벅 긁었다.
“돌겠네. 단서가 전혀 없어. 위에서도 눈치 까고 우리만 남겨두고 다 빠졌다.”
“단서도 없는데 퇴근하면 안 될까요? 어차피 위에서도 기대 안 하는 것 같은데요.”
“퇴근? 이 은행 총격전 사건에 매달리느라 미뤄둔 다른 사건들은 어쩌고?”
두 형사는 이 사건만 전담하는 게 아니다. 다른 사건들이 책상 위에 쌓여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도 야근이네요.”
“야근이지.”
* * *
서소라가 뷔페 식사권 두 장을 꺼냈다.
“에잇! 내가 쏠 테니까 그 입 다물라!”
서정우가 물었다.
“그게 뭐냐?”
“고급 뷔페에 가서 마음껏 먹을 수 있는 식사권!”
“뭐? 뷔페?”
그는 어렸을 때 뷔페를 가본 기억이 났다. 군침이 돌았다.
“그것도 설마 내 이름을 대고 긁은 건 아니겠지?”
“아니야. 사장님이 우리 띄우는 데 쓰겠다고 주변 선물용으로 산 거야. 내가 선물은 오빠한테 제일 먼저 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주장해서 두 장 받아왔어. 물론 공식적으로는 내가 받은 거야.”
“잘했다! 그런 선물은 거절하면 예의가 아니지! 당장 가자!”
서정우는 뷔페에 들어가자마자 자기도 모르게 입을 떡 벌렸다.
“우와! 놀랍군!”
클로렐라로 만든 합성 밀가루와 합성 쌀, 그리고 몬스터 고기가 주식인 저쪽 세계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장관이 펼쳐져 있었다.
“음식이 백 가지도 넘겠다.”
서소라가 핀잔했다.
“뷔페 처음 와 본 사람처럼 왜 이래?”
그는 거의 20년 만에 뷔페에 왔다.
서소라는 접시에 가벼운 음식을 조금씩 담아 자리에 앉았다.
서정우는 접시 두 개에 음식을 산처럼 쌓아 왔다. 너무 절묘하게 잘 쌓아서, 주변 사람들이 감탄한 표정으로 서정우 쪽을 힐끗거렸다.
그녀는 그걸 보고 욕을 했다.
“이 돼지 새끼가!”
서정우가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응? 뭐라고? 잘 안 들려. 잘 안 들려서 앞으로는 곡을 못 줄 것 같다.”
그녀가 포크를 콱 쥔 손을 위로 높이 들었다.
“돼지라고 부르는 새끼가 있으면 내가 콱 찔러버릴 테니까, 오빠는 안심하고 편안하게 많이 먹어.”
서정우가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맛있었다.
‘이쪽 세계 진짜 마음에 든다니까.’
그런데 서소라의 접시에는 음식이 조금밖에 담겨 있지 않았다. 풍족하게 살아온 게 느껴졌다.
저쪽 세계의 서소라였다면 서정우처럼 쌓아 놓고 먹을 게 뻔하다.
‘이쪽 세계로 데려올 방법이 없으니.’
텔레포트 스킬은 원래 1인용 스킬이다. 다른 사람은 데려갈 수 없다는 게 상식이다.
그가 두 접시를 기어이 다 비우고 새 접시에 음식을 담아왔다. 그때 옆 테이블 커플의 대화에서 익숙한 단어가 들렸다.
“‘다시 만날 수 있다면’ 이거 정말 좋지? 포캣츠란 신인 걸그룹이 불렀대.”
“내가 예뻐? 걔들이 예뻐?”
“당연히 네가 훨씬 더 예쁘지!”
서정우가 서소라를 보았다.
서소라는 실실 웃고 있었다.
“우리 노래가 정말 좋대. 히히.”
서정우가 그 모습을 보고 피식 웃었다.
‘그래도 얘는 행복해 보여서 좋네.’
* * *
서소라는 이튿날 오전 수업을 빼먹고 회사에 들렀다.
사장 오동철이 서소라를 보자마자 잔소리를 했다.
“소라 너 얼굴에 윤기가 흐르고 기운이 생생한 걸 보니까, 어제 준 뷔페 식사권을 벌써 써버렸구나? 도대체 얼마나 많이 먹은 거냐!”
“먹으라고 주신 거잖아요!”
“몸매 관리를 해야 카메라를 잘 받지!”
서소라가 눈을 반짝였다.
“카메라요? 우리 방송 잡혔어요?”
“아니.”
“그럼 행사가 잡힌 거예요?”
“노래 발표한 지 며칠이나 지났다고 벌써 그런 게 들어오겠냐? 음악방송 순위에는 아직 집계도 안 돼.”
“실시간 음원 순위에는 우리 떴잖아요! 오다가 보니까 벌써 3위던데!”
“그게 방송 순위에 적용되려면 시간이 필요하기도 하고, 또…….”
“또 뭐요?”
“예능프로에 좀 밀어보려고 했더니, 방송국에서 조심스러워하더라.”
“네? 우리가 방송국 사람들을 잡아먹기라도 하나요?”
“나나가…… 납치 피해자라서 당장 부르면 예능이 아니라 시사 프로가 된다더라. 질문 잘못했다가는 방송사가 욕을 퍼먹을 거고.”
“아.”
오동철이 큰소리쳤다.
“괜찮아! 한 일주일만 기다려. 그럼 내가 스케줄 팍팍 잡아줄 테니까. 형진이도 지금 영업 뛰러 나갔어.”
먼저 와 있던 윤나나가 말했다.
“오늘 스케줄도 없고 학교 수업도 없으니까, 인사하러 가야겠다.”
서소라가 물었다.
“인사? 어디에? 방송국?”
“아니. 경찰서.”
“잉?”
“나 구해준 형사님들한테 인사해야지. 고맙다고.”
쌍둥이 박하연과 박다연이 손을 번쩍 들었다.
“나도 갈래!”
“아싸! 학교는 오후도 땡땡이다!”
윤나나가 서소라에게 물었다.
“소라 너도 갈래?”
서소라가 어색하게 웃었다.
“어? 어, 어. 난 수업이 있어서…….”
서소라는 서정우와 마주쳤을 때 모르는 사람인 척 연기할 자신이 없다.
“잘 갔다 와. 잘.”
* * *
윤나나, 박하연, 박다연은 전철을 타고 경찰서를 찾아갔다. 그들은 아직 얼굴이 대중에게 공개된 적이 없다. 당연히 전철에서 그들을 알아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래도 형사들은 윤나나를 알아보았다.
서정우가 그녀를 구출할 때 같이 있었던 강력팀장 권병철이 반갑게 손을 들었다.
“어? 윤나나 씨!”
윤나나가 얼른 머리를 숙여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하하. 여기는 어쩐 일입니까?”
“그때는 제가 너무 정신이 없어서 고맙다는 인사도 제대로 못 드려서요.”
“인사는 병원에서 많이 받았는데요. 하하하.”
“다른 분께는 인사를 드렸는데, 그때 절 구해주신 형사님한테는 인사를 못 드렸잖아요.”
“아아. 정우한테 인사하러 오셨구나. 정우야. 너 찾아오셨다.”
서정우는 모니터를 보고 있다가 그 말을 듣고 고개를 윤나나 쪽으로 돌렸다.
“헉!”
그는 깜짝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형사 조민석이 백성민에게 말했다.
“정우가 일에 엄청 집중했나 본데요. 윤나나 씨 온 것도 모르고.”
“하다 하다 이젠 집중력까지. 순경이랑 너무 비교되니까 자괴감이 든다.”
서정우가 놀란 건 윤나나 때문이 아니다.
그는 윤나나와 같이 온 쌍둥이를 보고 경악했다.
‘쟤들이 왜 여기 있어!’
그는 저 쌍둥이를 안다.
직접 만난 적은 없지만, 박철우의 모니터 바탕화면에서 여러 번 보았다.
‘쟤들은 철우 아저씨의 쌍둥이 딸이잖아!’
헌터 박철우는 저쪽 세계에서 ‘다시 만날 수 있다면’을 작곡한 사람이다. 그의 아내와 두 딸은 몬스터 때문에 실종됐다. 저쪽 세계의 실종은 이쪽 세계와 의미가 다르다. 시체조차 남기지 못했다는 뜻이다.
박철우는 그때부터 복수를 위해 몬스터를 죽이는 헌터가 되었다. 저쪽 세계의 최전선에서 싸우는 헌터 중에는 그런 사연을 가진 사람이 많았다.
그런데 그 쌍둥이가 이곳에 나타났다. 사진 속에서 보던 어린 쌍둥이보다 훨씬 많이 자랐지만, 확실히 그 쌍둥이였다.
쌍둥이는 형사과를 구경하며 잡담했다.
“이런 데 오랜만이다.”
“진짜. 어릴 땐 자주 놀러 왔는데.”
서정우가 너무 크게 놀라는 바람에, 다른 사람들까지 살짝 당황했다.
형사 백성민이 분위기를 바꾸려고 웃으며 윤나나와 쌍둥이에게 말을 걸었다.
“하하하. 제가 네 분의 팬입니…… 어? 한 분은 안 오셨네요? 세 분의 팬입니다!”
박다연이 손뼉을 쳤다.
“와아! 팬! 우리 팬이 생기다니. 진짜 신기해요!”
“CD 있으면 사인 좀…….”
“네? 우리 아직 곡이 하나뿐이라 CD는 없는데요?”
“아. 그러시구나. 그럼 사진에 싸인을…….”
“홍보사진도 하나도 없어요. 사장님이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이 막 밀어붙이셔서, 진짜 녹음만 겨우 했어요.”
“그, 그래요? 아니. 어쩌다가.”
“나중에 CD 나오면 사인 해드릴게요!”
“하하. 고맙습니다.”
서정우는 상황을 확실히 파악하기 위해 박하연과 박다연에게 물었다.
“두 사람은 몇 년생인지?”
“저희요? 2000년생인데요.”
“고삼입니다!”
애매했다. 서정우가 다시 물었다.
“생일은 몇 월?”
“삼월인데요.”
서정우는 평행차원 분기 이론을 떠올렸다.
‘얘들 어머니가 임신 중일 때 차원이 둘로 분기되면서 얘들이 이쪽 세계에서 태어난 거네. 임신 중일 때 차원이 분기됐으니까 얘들도 철우 아저씨의 친딸이 맞네.’
박다연이 박하연에게 말했다.
“그런데 사인해드릴 CD 만들려면 곡이 더 필요하잖아. 디멘션 님이 곡 주실까?”
“주시지 않을까?”
“꼭 주시면 좋겠다.”
서정우가 얼른 말했다.
“당연히 줘야지!”
‘앞으로 너희 아빠가 너희를 팍팍 밀어줄 거야. 자기 딸인데 당연히 밀어주겠지. 아. 쌍둥이가 이쪽 세계에 살아있다는 건 아직 말하면 안 되겠구나. 그래도 이따가 오후에 가서 곡부터 하나 받아와야겠다.’
박다연이 고개를 꾸벅 숙였다.
“그렇게 말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내가 더 고마워요.”
“네?”
“그런 게 있어요.”
곡이 잘 팔리면 그 수익은 서정우의 통장에 꽂힌다.
잠깐 어색했던 분위기가 금방 좋아졌다.
윤나나가 서정우에게 인사했다.
“고맙다는 인사를 꼭 직접 드리고 싶었어요.”
“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이젠 분위기가 대놓고 화기애애해졌다. 예쁜 사람이 셋이나 와서 인사하자 남자 형사들은 자기도 모르게 빙그레 웃었다.
형사 백성민은 세 사람과 같이 사진을 찍고 싶어서 옷깃을 여몄다.
‘따로따로 한 장씩. 그리고 세 명과 같이 한 장.’
윤나나가 서정우에게 제안했다.
“저. 같이 사진 좀…….”
“형사가 얼굴이 팔리면 잠복할 때 범인이 알아볼 수 있습니다.”
“아. 그렇겠네요.”
박다연과 박하연이 박수를 쳤다.
“와! 형사 오빠 멋있다!”
“진짜 멋있다!”
형사 백성민이 옷에 먼지라도 터는 시늉을 하며 물러났다. 그는 속으로 구시렁댔다.
‘아. 사진 찍어서 동네방네 자랑하고 싶었는데. 쟤들 분명히 뜰 텐데. 연예인이 뜨기 전에 같이 찍은 사진이 얼마나 귀한데.’
윤나나가 서정우를 가만히 보았다. 구출될 때는 햇살이 너무 눈부셔서 얼굴을 보지 못했다.
‘얼굴을 직접 보니까 되게 편안하다. 마치 잘 아는 사람 같아. 날 구해준 분이라서 그런 거겠지?’
아니다.
서정우가 그녀의 절친인 서소라와 얼굴이 닮아서 익숙해 보이는 것이다.
윤나나와 쌍둥이는 형사과에 인사를 쭉 돌리고 나서, 업무에 방해되지 않으려고 금방 돌아갔다.
세 사람이 가고 나서 백성민이 투덜댔다.
“아. 잠깐 샤랄랄라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는데, 천사들이 가고 나니까 다시 칙칙한 형사과로 돌아왔네.”
조민석이 그의 말을 고쳐주었다.
“엔젤스가 아니라 포캣츠잖아요. 천사가 아니라 고양이들이죠.”
“넌 좋겠다.”
“왜요?”
“니 팔뚝 굵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