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ility from Parallel Dimensions RAW novel - Chapter 317
318. 세계평화 III
서정우가 BH 테크 회장 이병훈을 만나 작은 상자를 내밀었다. 상자는 손으로 쥘 수 있을 정도로 작았다. 이병훈은 깜짝 놀랐다.
“억! 혹시 이 반지를 대신 전해달라는….”
“설마요. 그냥 반지 상자만 재활용 한 겁니다.”
그런 반지 상자는 서소라의 방에 많다. 그는 그중 하나를 슬쩍 집어 왔다.
김칫국을 마신 이병훈이 조그마한 반지 상자를 열었다.
“그럼 이건 뭔…. 억! 이, 이건!”
이병훈이 도청방지장치를 확인하고 물었다.
“몬스터 스톤이잖습니까?”
몬스터 스톤은 몬스터의 체내에서 가끔 발견되는 돌이다. 균열 소멸장치를 쓰려면 몬스터 스톤이 있어야 한다.
“이거 전략물자인데 어디서… 훔쳤습니까? 아! 철가면을 쓰고 이런 것 까지 손을… 이제 본격적으로 괴도 철가면이 된 겁니까?”
“훔친 거 아닙니다.”
저쪽 세계는 몬스터 스톤이 넘쳐난다. 과거에 격렬했던 전투 현장에 가면 발에 차이기도 한다.
“기존 몬스터 스톤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테스트 좀 해주시죠. 우리 소멸장치에 쓸 수 있는지.”
이병훈은 서정우에게 특별한 뭔가가 있다는 건 안다. 그게 뭔지는 모르지만, 캐묻지는 않았다.
“조용히 처리하겠습니다.”
* * *
며칠 뒤에 이병훈이 서정우를 만났다.
“테스트하라고 주신 몬스터 스톤 말입니다.”
“결과가 어떻게 나왔습니까?”
“균열 소멸장치에 충분히 쓸 수 있습니다.”
“다행이군요.”
아직 문제가 다 해결된 건 아니다.
서정우가 물었다.
“기존 몬스터 스톤과 다른 점은 없었습니까?”
차이가 너무 많이 나면 출처를 둘러댈 방법이 없다. 그럼 이쪽에서는 써먹기 어렵다.
“원래 몬스터 스톤이라는 게 나오는 몬스터 종류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잖습니까? 딱 그 정도 차이였습니다.”
“허용범위 안이라는 거군요.”
이병훈은 궁금해졌다.
‘허용범위인지 아닌지가 왜 궁금한 걸까?’
이병훈이 침을 삼킨 후에 물었다.
“그런데 그건 어디서 구하셨는지….”
“샀습니다.”
저쪽 세계에서는 폐기물 취급받던 몬스터 스톤에 가격표가 붙기 시작 했다. 이번에 테스트용으로 준 건 한 개에 천 원쯤 한다.
“아. 사셨군요.”
‘샀겠지. 샀을 거야. 전략물자를 누가 팔았는지는 모르겠지만.’
* * *
정부에서 비공개 게이트 대책회의가 열렸다.
참석자는 대통령, 총리, 국무위원 중에서 게이트 대책 업무를 맡은 몇 사람, 군 장성 중에서 게이트를 전 담하는 장군, 그리고 게이트 대책본 부장 정도였다.
오정화가 벽면을 가득 채운 대형 모니터 앞에서 상황을 설명했다.
“현재 국내게이트 통제 상황은 안정적입니다. 그동안 우리 국토에서 발견된 균열은 모두 게이트로 변하기 전에 소멸시켰습니다. 놓친 균열은 하나도 없습니다.”
국무위원 중 한 명이 물었다.
“디나인이 하늘이나 바다도 경고했을 텐데?”
디나인은 세계 최고의 게이트 및 몬스터 분석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디나인이 서정우라는 건 이 회의에 참석한 사람 중에서도 일부만 알고 있다.
“전 세계 어느 바다에서도 게이트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비행 몬스터도 없습니다.”
“그럼 그쪽 위험은 없는 건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고 해서 안 심할 순 없습니다. 디나인은 계속 수색하고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습니다.”
“그거야 그렇지만, 물자의 선택과 집중이라는 문제가 있으니까 말이야. 대공 화기의 비중은 좀 줄여도 되겠군.”
오정화가 계속 보고했다.
“균열 소멸장치 공급에 차질이 예상됩니다. 아시다시피 소멸장치에 사용되는 몬스터 스톤은 소모품입니다. 그건 일부 몬스터의 사체에서만 발견됩니다. 즉, 몬스터를 잡아야만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오정화가 화면에도표를 띄웠다.
“게이트의 몬스터는 서너 번의 몬스터 웨이브 후에는 공격을 멈춥니다. 그 후에는 게이트 자체가 소멸 하거나, 유지되더라도 가끔 정찰병으로 추정되는 몇 마리가 나오는 게 고작입니다.”
“디나인은 그 이유가 뭐라고 하던가?”
“디나인은 저쪽 세계에 있는 몬스터들이 기존 균열은 포기하고 새로운 균열을 다른 곳에 뚫으려 한다고 분석했습니다. 문제는.”
오정화가 도표를 가리키며 설명했다.
“이대로 가면 머지않아 우리나라가 보유한 몬스터 스톤을 모두 소모하게 된다는 겁니다. 몬스터 스톤이 없으면 균열을 소멸시킬 수 없습니다.”
바로 이 문제 때문에 이 비공개회의가 열렸다.
다른 장관이 물었다.
“어떤 대책이 있습니까?”
“여러가지 방법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사람이 살지 않는 지역에 균열이 발생하면, 그 균열을 소멸시키지 않을 생각입니다.”
“일부러 게이트가 열릴 때까지 기다린다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그 새 게이트에서 나오는 몬스터를 잡아 스톤을 확보하는 것이 미국이 준비한 대책입니다.”
“그 계획의 위험성은 어떻습니까?”
“아직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디나인의 분석은?”
“오늘 회의에서 나온 의견을 모아서 접촉할 예정입니다.”
* * *
꽤 긴 회의가 끝난 후에, 오정화가 서정우를 비밀리에 만났다.
서정우는 미국의 계획을 듣고 인상을 찌푸렸다.
“지나치게 위험한 계획입니다. 그균열에서 지금까지 발견된 놈들만 나온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지금보다 더 큰 놈이나 더 위험한 놈이 나오면 감당이 안 될 겁니다.”
“미국 측에는 그렇게 경고할게요.”
“우리나라에서 그런 바보짓을 하진 않겠지요?”
“우리나라는 사람이 안 사는 지역이 거의 없어요. 그러니까 쓸 수는 없는 방법이에요.”
그녀가 도청방지장치를 확인한 후에 말했다.
“중국은 게이트에 병력을 투입해 몬스터를 직접 사냥할 계획이에요.”
“만만치 않을 텐데.”
저쪽 세계에서는 불가능한 방법이다.
그런데 이쪽은 저쪽보다는 사정이 낫다. 이쪽 세계의 게이트는 휴대용 미사일을 가지고 통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어느 게이트로 들어간답니까?”
게이트는 몬스터 웨이브를 몇 번 막으면 알아서 닫히는 것도 있지만, 안 닫히는 것도 있다.
특히 입자가속기 폭발사고가 원인이 돼 열린 열 개의 게이트는 2년이 넘었는데도 닫히지 않았다. 그 게이트들은 퍼스트 게이트라고 불린다.
“중국에 있는 퍼스트 게이트요.”
“우리나라도 그럴 겁니까?”
한국도 경기도에 퍼스트 게이트가 하나 있다.
“다른 방법이 없어요. 중국이 하는 걸 보고 결과가 좋으면 우리도 시도 할 계획이에요.”
“헌터를 이용해서 적극적으로 게이트를 공략한다라….”
오정화가 물었다.
“네? 헌터라니요? 그게 뭐죠?”
저쪽 세계에서는 몬스터와 전문적으로 싸우는 사람을 헌터라고 부른다. 주로 각성자가 헌터를 한다. 그런데 이쪽 세계에는 그런 직업이 없다. 서정우가 둘러댔다.
“중국이 게이트에 들어가서 사냥한 다고 해서 그냥 그렇게 부른 겁니다. 중화기로 무장한 몬스터 사냥꾼. 헌터.”
“잘 어울리는 호칭이네요. 헌터. 공식 호칭으로 제안해볼게요.”
* * *
서정우와 비밀회의를 마치고 게이트 대책본부로 돌아온 오정화에게 직원이 당황한 얼굴로 말했다.
“큰일 났습니다.”
“무슨 일인데요? 비상은 걸리지 않았는데?”
“그게 아니라, 창고에 보관된 휴대용 미사일이 한 발 모자랍니다.”
오정화는 당황했다.
“네? 뭐가 모자라요?”
“대전차미사일을 소형으로 개조한 대몬스터 미사일 말입니다. 그게 가방째로 사라졌습니다.”
“무기 관리를 도대체 어떻게 했길래! 그게 언제 어떻게 없어졌는데요?”
“어떻게 없어졌는지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만, 없어진 것으로 추정한 날짜는….”
직원이 메모를 슬쩍 보여주었다.
“이날입니다. 이날 오 행정관님이 창고에 들어가셨습니다만….”
“아! 이날은….”
오정화는 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생각났다. 그때 서정우가 그 미사일을 보더니 하나 달라고 했다. 그녀는 당연히 농담인 줄 알았다. 그런데 그날 미사일이 사라졌다.
그녀는 어떻게 된 일인지 깨달았다.
‘이 남자가 진짜! 미사일을 왜 훔쳐!’
보고한 직원이 물었다.
“의심 가는 일이 있으신가 봅니다?”
“내가 확인해볼 테니까 일단은 비밀로 해요. 그 미사일은 도난이나 분실이 아니라, 그러니까, 비밀 작전에 쓴 것 같아요.”
* * *
오정화가 서정우에게 달려와 미사일 문제를 따졌다.
“대책본부 창고에 있던 휴대용 대전차미사일, 서 형사가 가져갔죠?”
서정우는 일단 잡아뗐다.
“아니요.”
“그럼 비상 걸고 현장 감식부터 해서 범인을 찾아야….”
“그럼 내가 가져간 거로.”
오정화가 발끈했다.
“서 형사! 미쳤어요? 미사일이잖아요! 그거 지금 어디 있어요?”
“썼습니다.”
“네?”
“균열 반대쪽 정보를 수집할 때 썼는데.”
오정화는 당황했다.
“그, 그럼 그때 균열을 아예 넘어간 거예요? 지금까지 균열이 열리는 도중에 진입한 장비는 돌아온 게 단 하나도 없는데요? 아니, 서 형사는 진짜 어떻게 아직 살아 있어요?”
“너무 따져 묻지 마시고. 다 잘 됐잖아요?”
“물론 서 형사가 그때 수집한 데이터 덕분에 균열 소멸장치를 만들기는 했지만… 그래도 말도 없이 미사일을….”
서정우가 슬쩍 웃었다.
“그러니까 미사일 건은 잘 덮어주시죠. 국가기밀인데.”
“후우. 미치겠네. 덮기엔 너무 큰데 안 덮을 수도 없고. 이게 내 힘으로 덮이는 건지도 잘 모르겠어요.
아, 진짜 어쩌지.”
서정우가 말을 슬쩍 돌렸다.
“중국 일본 연합의 부스트팩 연구는 어떻게 됐습니까?”
“후우. 중국은 프로젝트 담당자 몇 명이 숙청됐어요.”
“사람을 죽인 죄 때문에요?”
중국 일본 연합은 신체 강화 약물을 실험할 때 마약상을 이용했다.
“설마 그러겠어요? 프로젝트에 실패해서겠죠.”
“그럼 일본은요?”
“일본은 그런 짓을 했다는 걸 인정 하지 않고 있어요. 자기들은 모르는 일이라는 거죠.”
서정우가 혀를 찼다.
“쯧. 그럼 나중에 그 연구를 다시 시작할 수도 있겠네요.”
“어쩌면요.”
서정우가 턱을 긁으며 물었다.
“그 프로젝트 담당자 중에 국내에 들어와 있는 놈 있지요?”
“한 명은 소재를 파악했어요.”
* * *
형사 백성민이 물었다.
“정우야. 그런데 저놈 말이야. 아무리 마약에 살인까지 했다고 해도 일단 일본 외교관이잖아. 외교관 면책 특권을 주장할 텐데?”
“그래서 뭐? 우린 일단 잡는 거지. 외교특권 따져서 풀어줄지 말지 결정하는 건 우리가 아니잖아.”
“그치? 그럼 언제 잡을까?”
“지금.”
* * *
오정화가 서정우를 만나 말했다.
“누군지 가르쳐주자마자 체포해버리면 어떻게 해요?”
“그놈이 마약상하고 엮인 살인 용의자더라고요. 내가 원래 살인마 잘 잡는 거로 유명해서.”
“기사까지 났던데요.”
“내가 살인마를 잡으면 꼭 기사화 되더라고요.”
“국회도 난리가 났어요. 그놈이 이홍국 의원하고 커넥션이… 잠깐만요. 목표가 이홍국 의원이에요?”
“에이. 우연입니다.”
* * *
포켓츠와 남수정의 소속사인 ES 엔터테인먼트 사장 오동철이 거울 앞에서 옷맵시를 확인하며 물었다.
“김 이사. 나 어떠냐? 우리나라 음악계를 이끌어가는 회사 대표처럼 보이냐?”
ES 엔터테인먼트의 마지막 직원이던 김형진은 이제 이사가 되었다.
“사장님. 우리 회사가 아직 그 정도는 아닌데요.”
“내가 디멘션한테 곡 받아서 가수로 복귀하면 꼭 그렇게 만들려고.”
“가수복귀를… 어떻게 하시게요? 아직 목 상태가 그대로시잖아요.”
“SH 십자 제약에서 몬스터 추출물을 사용하는 약을 다양하게 개발 중이잖아. 내 목의 상처를 낫게 하는 약도 나올지 모르지.”
“아, 예. 그럼 복귀는 그런 약이 나오면 그때 생각하시고, 지금은 새 직원 면접부터 보시죠.”
“봐야지. 그러려고 옷도 새로 샀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