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ility from Parallel Dimensions RAW novel - Chapter 58
58. 오소리파
먼저 덤빈 덩치는 서정우의 발에 얼굴을 걷어차이고 뒤로 나자빠졌다.
그 틈에 구석에 있던 다른 놈이 쇠파이프를 잡았다. 그놈은 파이프를 잡자마자 허공에 휘두르며 소리를 질렀다.
“이 새끼야! 죽여버린다!”
서정우가 소파 앞에 있던 탁자를 발로 콱 밀었다. 높이가 낮은 탁자가 쭉 미끄러져 쇠파이프를 든 놈의 정강이에 충돌했다.
“아악!”
그놈은 탁자에 걸려 앞으로 엎어졌다. 서정우가 엎어진 놈의 머리를 툭 걷어차 기절시켰다.
순식간에 셋 중에 둘이 뻗었다.
서정우가 오소리파 두목에게 물었다.
“소상현 지금 어디 있냐?”
두목은 겁을 덜컥 먹었다. 부하들이 너무 쉽게 당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두목이라고 일단 반항은 했다.
“너 이 새끼! 네가 누군지 알아내서…….”
협박하려던 두목의 눈에 바닥에 쓰러진 부하 두 놈이 보였다.
‘가만 안 둔다는 말이 먹힐 놈이 아니야. 이놈 진짜 싸움꾼이다!’
그는 얼른 협박의 내용을 바꾸었다.
“고소할 거다! 너 이 새끼 폭행으로 고소할 거야!”
서정우는 고소당하는 걸 걱정하지 않았다.
고소는 살아 있어야 할 수 있다.
그는 지금은 이놈들에게 단순히 정보만 캐러 왔지만, 오소리파가 그가 누군지 알아낸다면 처리 방법을 바꿀 의도가 얼마든지 있다.
서정우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고소?”
두목이 침을 꿀꺽 삼켰다. 그는 다른 건 몰라도 생존본능 하나는 칼치파보다 나았다.
‘무, 무슨 사람 눈빛이…….’
두목이 즉시 몸을 굽실거렸다.
“아, 아닙니다. 말이 그렇다는 거지, 설마 진짜 고소하겠습니까? 저희가 찔리는 게 되게 많은 놈들입니다. 절대로 안 합니다. 고소.”
“같은 질문을 세 번이나 하게 하네? 소상현 지금 어디 있냐?”
“그건 저희도 모르…….”
서정우가 창가로 가 창문을 활짝 열었다.
두목이 물었다.
“차, 창문을 왜…….”
“널 던지려고.”
“예?”
“그 새끼가 어디 있는지 모른다고 하면 여기서 던지려고.”
“사, 삼 층인데요?”
“괜찮아. 다리부터 떨어지면 안 죽어.”
“그, 그래도 운이 나쁘면…….”
“이 기회에 네 운을 한번 시험해봐. 살아남으면 꼭 로또 사고. 그래서 모른다고?”
두목이 바로 굽실거렸다.
“제가 모른다고 해서 누가 아는지까지 모르는 건 아닙니다. 알만한 놈을 압니다.”
“누구냐.”
“상현이 그 새끼는 자잘한 건만 저희한테 넘깁니다. 진짜 큰 건을 거래하는 상대는 따로 있습니다. 이렇게까지 하시는 걸 보면 큰 건수 때문에 오신 것 같은데, 그쪽에 한 번 알아보시는 게 어떠신지요?”
“이름.”
두목이 잔머리를 굴렸다. 그가 엄지와 검지를 비벼 보이며 말했다.
“저기. 그 이름은 저도 어렵게 알아낸 건데, 맨입으로 말씀드리기가 좀……. 흐흐.”
“머리부터 떨어지게 던져줄까?”
“김중득이라는 놈이 있습니다! 상현이 그 새끼가 곧 큰돈이 들어온다고 하면서 돈을 빌려 갔으니까 분명히 그놈하고 거래할 겁니다!”
“김중득? 장물아비냐?”
“아닙니다. 외국에 상품을 수출하는 회사 사장입니다.”
서정우의 표정이 굳었다.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깨달았다.
‘미친 새끼. 성물을 외국으로 빼돌릴 생각이구나.’
* * *
서정우가 김중득의 집을 찾아갔다.
백 평이 넘는 땅에 이 층으로 지어진 그 집은 성벽처럼 높은 담장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담장 위에는 CCTV도 달려 있었다.
서정우는 그 CCTV의 바로 뒤쪽으로 접근했다. 그쪽이 사각지대였다.
그런데 그쪽 담장은 보통 사람이 오를 수 없을 정도로 높았다.
서정우는 땅을 박차 위로 솟구친 후에, 벽 위에 난 작은 돌기를 발끝으로 디디며 위로 다시 솟아올랐다. 높은 담장의 끝에 손이 닿았다. 그는 그대로 몸을 쓱 끌어올려 담장을 소리 없이 넘었다.
안으로 들어가자 2층 창문이 조금 열린 것이 보였다. 그는 그대로 건물 벽을 타고 올라가 그 창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갔다.
지금 그가 하는 행동은 경찰이 해도 되는 일이 아니다. 경찰이 아니라 보통 사람이 해도 불법인 건 마찬가지다.
불법이긴 한데, 서정우는 원래 그런 걸 크게 따지는 사람이 아니다.
그가 침입한 곳은 2층 서재였다.
‘이미 사리를 사들였다면 여기에 있을까?’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는 일단 서재를 뒤졌다. 책상이나 서랍 등을 뒤져봤지만 쓸만한 단서는 나오지 않았다.
‘어디에 숨겼을까?’
감지 스킬은 보조 효과로 눈썰미가 좋아진다. 그의 감에 벽에 걸린 액자가 걸렸다.
‘뭔가 어색한데?’
그는 그 액자를 슬쩍 당겨 보였다. 액자 뒤에 금고가 숨겨져 있었다.
‘이거네.’
일단 비밀 금고는 찾았다.
문제는 이 금고를 열 방법이다. 다이얼 방식이라면 잘 돌려서 열어보겠지만, 이건 숫자를 누르는 전자식 잠금장치가 달린 금고다.
‘부술까?’
그 생각은 바로 버렸다.
‘아니야. 만약 김중득이 아직 소상현을 만나지 않았다면, 금고가 부서진 걸 보면 움츠러들겠지. 어설프게 건드려서 경계심만 키우는 건 곤란해.’
그가 김중득을 바로 치지 않은 건 성물이 어디 있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김중득을 쳤는데 소상현이 그걸 눈치채고 도망치면 일이 어려워진다.
* * *
세 시간이 지났다. 서재 문이 열리면서 김중득이 들어왔다.
그는 액자 뒤에 숨겨진 금고를 열었다. 번호는 네 자리였다. 금고 안에는 다른 물건들과 함께 대포폰이 들어 있었다.
김중득이 대포폰을 켠 후에 들어온 메시지를 확인하고 전화를 걸었다.
“물건은 확실하겠지?”
– 제가 언제 물건을 속인 적 있습니까? 오천을 주시면 이 사리는 사장님 겁니다.
“알았다. 내일 밤에 만나지.”
김중득은 시간과 장소를 정한 후에 전화를 끊었다.
그는 대포폰의 전원을 끄고 나서 주머니에 넣으며 짜증을 냈다.
“처음엔 넙죽 엎드리던 도둑놈 새끼가 많이 컸네. 가격도 올릴 줄 알고. 이 새끼를 어쩐다.”
그가 금고의 문을 닫으며 말했다.
“이 새끼하고 거래를 오래 하긴 했지. 이 새끼 꼬리도 꽤 길어졌을 테고. 이번 거래를 마지막으로 이 새끼는 정리해야겠군.”
김중득이 방을 나갔다.
서정우가 구석에 있는 장식품 뒤에서 조용히 나타났다.
그는 그곳에서 세 시간 동안 김중득이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시간 확인. 장소 확인. 내일 저녁 9시에 두 놈이 만난단 말이지.”
성물이 이미 김중득의 손에 있다면 지금 당장 덮치겠지만, 소상현에게 있는 걸 확인했으니 그럴 수는 없다.
“내일은 선화를 먼저 만나야겠다.”
서정우는 바로 그곳을 떠나지는 않았다.
“금고 안에 뭐가 있으려나.”
금고의 비밀번호는 안다. 방금 김중득이 금고의 비밀번호를 누를 때, 어깨의 움직임을 보고 손가락이 어디를 누르는지 알아냈다.
그는 그 순서대로 비밀번호를 눌렀다. 금고가 열렸다.
“돈은……. 없네.”
금고 안에는 돈 대신에 두툼한 노트가 두 권 들어 있었다.
그 노트를 펼쳐보았다. 뇌물 장부였다.
“이쪽 세계에서는 정치인이든 경찰이든 공무원이든 뇌물을 먹으면 안 된다던데.”
저쪽 세계에서도 뇌물이 문제가 안 되는 건 아니다. 그런데 뇌물을 먹는 놈이 워낙 많아서, 액수가 적을 때는 보통 경고 정도만 하고 넘어간다.
저쪽 세계가 뇌물죄에 그렇게 관대한 이유는, 법을 집행하는 쪽에도 뇌물을 먹는 놈이 워낙 많기 때문이다.
금고 속에는 장부가 하나 더 있었다. 서정우가 두 번째 장부를 펼쳤다.
그건 뇌물 장부가 아니었다.
“이놈 진짜로 문화재를 밀반출하는 놈이구나. 그것도 자기네 회사 수출 상품에 숨겨서.”
* * *
서정우는 일단 그곳을 빠져나왔다.
집으로 돌아왔더니 서소라가 기다리고 있었다.
“오빠. 오늘은 우리 노래 평가 이메일 안 보냈더라?”
“바빴어.”
게이트 방어선 근처에서 주술 교란이 터져서 USB 메모리에 담아둔 녹음 파일이 날아갔다. 그래서 박철우의 조언을 받아오지 못했다.
“진짜 바빠서야?”
“어? 어. 왜?”
서소라가 바로 메신저 단체방에 글을 썼다.
– 우리가 너무 노답이라서가 아니라, 바빠서 안 보낸 거래.
윤나나의 글이 즉시 올라왔다.
– 이선화가 오늘 우리 동네에 나타났다는 소문이 있던데 혹시?
서소라가 물었다.
“왜 바빴는데?”
“도둑놈 잡으려고.”
그녀가 다시 글을 올렸다.
– 엄청난 악당을 잡느라 바빴대. 그리고 이선화가 왜 우리 오빠 따위를 만나주냐고. 그거 다 스토커를 유인하려고 연기하는 모습이 사진에 찍힌 거라고 밝혀졌잖아.
쌍둥이도 글을 달았다.
– 난 내 노래가 너무 완벽해서 고칠 곳이 없는 건 줄 알았는데.
– 언니들은 이제 우리도 경배하라!
서소라가 메신저 대화 내용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쌍둥이들이 ‘작은 아기 고양이들’ 부르면서 엄청 허세 부리고 있어.”
“걔들은 좀 그래도 돼.”
그 노래는 박철우가 쌍둥이를 위해서 만든 노래다.
“오빠 너무 쌍둥이만 편애하는 거 아냐? 다음엔 나를 위한 노래도 만들어줘! 내 솔로곡에 얘들은 코러스 정도 넣게 하는 거야!”
“소라야.”
“응!”
“김칫국은 네가 이렇게 벌컥벌컥 마시는데 난 너한테 줄 떡이 없네?”
“우이씨!”
* * *
서정우는 이튿날 경찰서에 출근해 평소처럼 보냈다. 그날 저녁때는 일부러 퇴근을 안 하고 경찰서에 남았다.
백성민이 놀라서 물었다.
“정우야. 너 왜 이래? 네가 조퇴하는 건 자주 봤어도 여섯 시를 넘겨서까지 일하는 건 한 번도 못 봤는데?”
“일하는 거 아닌데요?”
“인터넷 하면서 노는구나? 그래. 이래야 정우지. 와. 난 일 되게 많은데. 저 도둑놈 자백도 받아야 하는데.”
서정우가 수갑을 찬 채 앉아 있는 도둑놈을 쓱 보았다.
“저놈 대신 털어줘요?”
백성민이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
“어! 털어줘!”
서정우가 일어났다.
“그럼 어디 조용한 곳으로 끌고 가서…….”
도둑놈이 그 말을 듣자마자 외쳤다.
“그 지갑 제가 훔쳤습니다!”
백성민은 어이가 없었다.
“아니. 이게? 야. 그렇게 아니라고 버티던 놈이 너무 쉽게 자백하잖아!”
조민석이 끼어들었다.
“어? 진짜 이놈 왜 이렇게 쉽게 자백하지? 혹시 정우가 조사하면 다른 죄까지 들킬까 봐?”
백성민이 책상을 쳤다.
“그거네! 이 새끼 이거 더 큰 죄가 있구만! 너 이 새끼! 정우가 어떤 능력자인지 뉴스에서 봤지? 정우가 조사하면 네가 지은 다른 죄 전부 다 금방 다 밝혀진다. 그럼 넌 형량 있는 대로 처맞는다고. 그 전에 그냥 자백하지?”
도독놈이 서정우의 눈치를 살피다가 고개를 푹 숙였다.
“저 앞에 금은방도 제가…….”
“어? 뭐? 야. 그거 범인이 너냐? 와. 이 새끼. 그리고 또?”
“그, 그게 답니다!”
백성민이 손가락 두 개를 도둑놈의 눈에 겨누었다.
“이게 누굴 호구로 아나! 확 그냥! 빨리 더 안 불어?”
백성민과 조민석이 도둑놈을 어르고 달래서 자백을 계속 받아냈다. 그동안 서정우는 도둑놈을 쳐다보는 역할만 했다.
도둑놈은 결국 다섯 건의 도둑질을 실토했다. 조서 작성까지 마치자 저녁 8시가 되었다.
서정우는 55분 동안 더 시간을 끈 후에, 정확히 저녁 8시 55분에 사람들에게 말했다.
“저 먼저 갑니다.”
백성민이 일어났다.
“나도 퇴근할 거다. 나도!”
강력팀장 전병철이 말했다.
“우리 다 퇴근하자. 가자!”
서정우는 경찰서를 나와 사람들과 헤어졌다.
다른 사람들이 같이 나오는 바람에 그는 9시 3분이 되어서야 혼자가 될 수 있었다. 그는 곧바로 CCTV가 없는 골목길로 들어갔다.
“예정보다 3분 늦었다.”
그는 그곳에서 평행차원 텔레포트 스킬을 사용했다.
눈앞의 풍경이 바뀌었다.
그는 컨테이너를 개조해 만든 이동식 병동을 찾아갔다.
그 이동 병원은 원래는 게이트 방어선 바로 뒤에서 사용하는 장비다. 이동 병원의 시설은 몬스터의 발에 맞아 배가 뚫린 부상자도 치료할 수 있을 정도로 좋다.
그런데 그 시설을 원하는 곳은 많다. 경기 북부 적성 게이트만 해도 방어선이 한 방향에만 있는 게 아니다. 모든 방어 진지에서 이동 병원을 원한다.
적성 게이트 한 곳만 해도 그런데 전국에는 전투가 빈발하는 대형 게이트가 한두 개가 아니다.
게다가 전투에 휘말리면 이동 병원은 순식간에 박살난다. 그럼 새로 생산해서 배치해야 한다.
당연히 수요에 비해 공급이 한참 부족하다.
그런 장비가 이곳에 배치되었다. 정부가 저주를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서정우가 컨테이너 병동으로 들어갔다.
이선화는 첫날에는 앉아 있었는데 지금은 누워 있었다. 얼굴도 어제보다 많이 창백했다.
그녀가 서정우에게 말했다.
“오빠. 아까하고 뭔가 좀 바뀐 기분이다.”
서정우는 저쪽 세계에서 하루를 보내고 돌아왔지만, 이선화의 시점에서는 그가 한두 시간 정도 나갔다 돌아온 것처럼 보였다.
“괜찮냐?”
“목이 되게 말라.”
“물 줄까?”
“마셨는데도 말라. 저주 때문이래.”
“젠장.”
갈증은 흡혈형 저주의 증상 중 하나다.
서정우는 안쓰러웠다.
저쪽 세계에서 본 이선화는 인기와 돈을 모두 손에 넣고 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 산다.
그런데 이곳에 있는 이선화는 인기도 별로 못 얻고 돈도 없다. 그걸로도 모자라서 지금은 몬스터와 싸우다 저주에 걸렸다.
“왜 그렇게 보는데? 씩씩하게 나가서 날 구할 방법이나 찾지?”
서정우가 피식 웃었다.
“그래. 이렇게 나와야 선화지.”
서정우가 침대 옆자리에 앉았다.
그녀가 컨테이너의 작은 창문으로 파란 하늘을 보았다.
“아. 콜라 마시고 싶다. 어릴 때 마신 콜라 진짜 맛있었는데.”
“기다려. 구해올 테니까.”
이번에는 그녀가 피식 웃었다.
콜라 공장은 모두 파괴됐다. 그것도 모두 곤충형 몬스터의 습격을 받고 무너졌다. 그 공장을 다시 지어봤자 다시 곤충형 몬스터의 습격을 받을 게 뻔하다. 그래서 콜라는 이제 생산되지 않는다.
심지어 제조 비법도 사라졌다. 개인이 비슷한 것을 수제품으로 만드는 경우는 가끔 있지만, 예전 그 콜라 맛을 그대로 재현하는 건 다들 실패했다.
그녀는 그의 말을 믿지 않았다. 기운 나라고 해주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맞장구는 쳐주었다.
“오빠. 콜라는 차가워야 맛있어. 꼭 차갑게 해서 가져와.”
“그래. 얼음처럼 차가운 콜라로 구해올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