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ility from Parallel Dimensions RAW novel - Chapter 68
68. 레몬플라워 II
조기혁은 서정우의 발차기 한 방에 뒤로 날아가 나자빠졌다.
뒤에 서 있던 세 놈은 그걸 보고 바짝 긴장했다.
“뭐, 뭐야!”
강서준과 권경철은 얼마 전에 경찰서 앞 드라마 촬영 현장에서 서정우를 처음 만났다. 그들은 그때 서정우가 보여준 그 놀라운 움직임을 똑똑히 기억한다. 게다가 강서준은 서정우가 스토커를 잡을 때 찍힌 영상도 여러 번 보았다.
강서준이 앞으로 나와 두 주먹을 들며 외쳤다.
“이 새끼들! 내가 너희들을 용서하지 않겠다! 덤벼! 덤비라고!”
권경철도 앞으로 나서며 손짓을 했다.
“어이. 거기 너. 나한테 죽여버린다고 소리친 거기 너 말이야. 너 이리 와. 넌 내가 직접 접어버린다. 하. 새끼. 봐준 줄도 모르고.”
서정우가 생각했다.
‘여기는 목격자가 너무 많아. 소라까지 있는 곳이니까 이놈들은 그냥 적당히 패서 쫓아버릴까? 뼈는 부러뜨리지 말고.’
세 놈 중 하나가 안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조금 전에 이선화와 권경철을 향해 소리를 질렀던 바로 그놈이었다.
강서준은 그걸 보고 화들짝 놀라서 뒤로 물러났다.
“카, 칼?”
권경철도 멈칫했다.
“어? 이게 아닌데.”
서정우의 표정이 살짝 변했다.
‘칼을 뽑은 놈은 그냥은 못 보내주지.’
서정우가 그놈에게 경고했다.
“야. 너. 그거 꺼내면 뒈진다.”
그놈은 당황했다.
“이, 이거 휴대폰인데.”
서정우도 강서준처럼 당연히 그놈이 칼을 꺼내려는 줄 알았다.
“알아. 처음부터 휴대폰인 거 알고 있었어. 왜? 패거리 더 부르게? 아. 그래. 나도 생각이 바뀌었다. 부를 수 있는 놈은 다 불러라.”
서정우가 두 팔을 옆으로 활짝 벌렸다.
“다 불러들여라. 한 번에 싹 다 쓸어버리게.”
“아, 아니. 난 그냥 어떻게 할지 물어보려고.”
그 세 놈은 이미 싸울 의지를 잃었다.
그들은 원래 권경철 한 명만 해도 쉽게 이길 자신이 없었다. 조금 전에 소리를 지른 것도 기가 죽은 걸 숨기려고 일부러 더 크게 소리친 것이다.
그런데 서정우까지 나타났다. 그들은 서정우가 누구인지 알아보지는 못했지만, 먼저 공격한 조기혁을 한 방에 날려버린 실력자라는 건 안다.
세 명이 쑥덕거렸다.
“협박으로 해결하긴 글렀는데?”
“이선화까지 있는데 폭행으로 걸려들면 뒷감당이 안 돼.”
“조 실장이 주먹 좀 쓴다고 들었는데 한 방에 날아갔어. 싸운다고 이길 것 같지도 않아.”
“역시 형님에게 물어보고 결정해야겠지?”
소리를 질렀던 놈이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 전화가 연결되었다.
“형님.”
그 순간 서정우가 앞으로 휙 튀어나가 상대의 휴대폰을 탁 잡아챘다.
통화를 하려던 당황했다. 서정우의 움직임이 너무 빨라서 피할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휴대폰을 빼앗겼다.
“어? 어? 어?”
휴대폰에서 남자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 일은 다 끝났냐?
서정우가 말했다.
“네가 이 양아치들을 보냈냐?”
잠깐 침묵이 흘렀다가 다시 남자 목소리가 나왔다.
– 누구냐? 너. 레몬플라워하고 무슨 사이냐?
아무 사이도 아니다. 뒤에 있는 두 명이 레몬플라워라는 이름으로 활동한다는 것도 지금 알았다.
서정우는 통화 정보에 뜬 전화번호를 외웠다. 이 번호를 확인하려고 일부러 상대가 전화를 꺼내 연락하는 걸 보고만 있었다.
“딱 한 번만 경고한다. 손 떼라. 뒈지기 싫으면.”
서정우가 휴대폰을 바닥에 툭 떨어뜨린 후에 발로 콱 밟았다. 단단한 휴대폰이 단번에 부서졌다.
남은 세 놈은 긴장으로 침을 꿀꺽 삼켰다.
바닥에 자빠졌던 조기혁이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씨발. 매니저인 줄 알았더니 경호원이잖아. 레몬플라워에게 벌써 경호원을 붙였을 줄이야.”
조기혁이 뒷걸음을 쳐 거리를 벌리며 말했다.
“너 이 새끼. 잘 들어라. 오늘은 그냥 물러난다만…….”
서정우가 앞으로 훅 튀어나가 조기혁의 멱살을 한 손으로 움켜쥐었다.
“야. 그럼 그냥 물러나지 마.”
“아, 아니. 그게 아니라…….”
“더듬지 말고 하고 싶은 말 있으면 다 해. 네 인생 마지막으로 하는 말인데 더듬으면 좀 그렇잖아?”
조기혁은 서정우의 말이 농담으로 들리지 않았다. 점점 목이 졸려와 숨쉬기도 힘들어졌다.
“케켁! 죄, 죄송합니다.”
서정우도 여기서 일을 크게 벌일 생각은 없다.
‘여기는 목격자가 너무 많아. 지하주차장 CCTV도 있고.’
여기서 넷을 다 박살 내면 문제가 좀 커진다.
그는 이미 전화번호를 하나 확인했다. 조기혁과 다른 세 놈의 소속이 다를 수 있다는 것도 눈치챘다.
‘전화를 받은 놈은 뒤에 있는 세 놈의 두목이거나, 최소한 간부급은 되겠지.’
어느 쪽이든 상관없다.
그는 형사다. 적당한 핑계만 있으면 전화번호 주인이 누구인지 알아내는 건 어렵지 않다. 설사 대포폰이라 해도 위치 정도는 파악할 수 있다.
‘경고를 무시하고 문제를 일으키면 그때 쓸어버리지 뭐.’
서정우가 조기혁의 멱살을 놓고 손으로 툭 밀었다.
“가라. 가는 길에 로또 꼭 사라. 너 방금 죽다 살아났으니까.”
조기혁은 뒤로 몇 걸음이나 밀려났다.
“허억. 허억!”
그는 넘어지지 않으려고 허우적거리다가 중심을 잡자마자 후다닥 도망쳤다.
다른 세 놈도 그 뒤를 따라 도망쳤다.
네 놈이 다 사라진 후에, 쌍둥이가 두 손을 번쩍 들었다.
“역시 디!”
지금 여기는 포캣츠만 있는 게 아니다. 박하연이 얼른 뒷말을 바꾸었다.
“게 강한 서 형사님!”
“영화 찍는 줄 알았네!”
이선화가 빠른 걸음으로 다가왔다.
“어디 안 다쳤어요?”
서정우가 대답했다.
“방금 다 봤으면서 다쳤냐니. 질문에 영혼이 없군요.”
“걱정하는 척한 거예요. 나한테 이런 걱정 한마디 듣고 싶어서 목숨을 걸고 싸울 남자가 얼마나 많은 줄 알아요?”
서정우가 피식 웃었다.
‘이러는 건 선화가 타고난 성격인가 보다.’
저쪽 세계의 이선화는 이 단계를 넘어서 아예 상황을 설정하고 연기를 한다. 서정우도 예전에는 그녀의 연기에 여러 번 속았다.
서정우가 말했다.
“여긴 그런 남자가 없는 것 같은데.”
이선화가 고개를 돌려 강서준과 권경철을 째려보았다. 두 사람은 움찔하며 시선을 피했다.
이선화가 다시 물었다.
“그런데 정우 씨는 여긴 어떻게 온 거예요?”
“운전하러요. 차 몰 사람이 없다더군요.”
이선화가 뒤를 돌아보았다. 포캣츠가 보였다. 그녀의 눈이 서소라를 슬쩍 훑었다. 서소라는 지금 자랑하고 싶지만 꾹 참는 중이다.
이선화는 확신했다.
‘진짜 친인척이다. 최소 사촌 동생. 내 촉으로는 남매!’
윤나나도 다가왔다.
“정우 오빠. 고마워요. 큰일 나는 줄 알았어요.”
서정우가 윤나나에게 물었다.
“방금 그놈들은 누구야?”
“글쎄요. 전 처음 보는 놈들이라.”
이선화가 얼른 설명했다.
“양복 입고 덤비다가 정우 씨한테 얻어터진 놈은 알아요. 윈드 기획의 실장이에요. 아. 개인적으로는 모르고 행사에서 얼굴을 몇 번 본 적 있어요. 윈드 기획에서는 ES 엔터 망하기만 빌고 있다던데 여기서 마주치네요.”
“그놈들은 왜 ES 엔터가 망하기를 빌어요?”
“디멘션을 ES 엔터 혼자 독식한다고 되게 싫어한대요.”
서소라가 화를 냈다.
“흥! 이제 디멘션의 곡이 윈드 기획으로 갈 일은 절대로 없어!”
이선화는 오늘 식사 자리에서 서소라와 말을 놓기로 했다. 쌍둥이와도 자연스럽게 말을 놓았다. 윤나나만 거리를 살짝 두느라 말을 놓지 않았다.
이선화가 서소라의 말을 듣고 얼른 물었다.
“오늘 일을 디멘션에게 말하려나 보네? 그런데 연락처까지 알고 이런 이야기까지 할 정도로 잘 알아? 디멘션은 진짜 누구야?”
“이, 있어요.”
“뭘 긴장해? 그냥 궁금해서 물어본 거야. 대답 안 해도 돼.”
이선화가 레몬플라워를 돌아보았다.
“아. 맞다. 쟤들도 윈드 기획 소속 가수인데.”
레몬플라워의 윤미소가 서정우에게 고개를 꾸벅 숙였다.
“구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아니. 뭐. 나야 항상 하는 일이라.”
“혹시 서정우 형사님이세요? 방금 선화 언니가 정우 씨라고 부르셔서…….”
“아. 예. 뭐.”
옆에서 최수아도 고개를 꾸벅 숙였다.
“진짜 고맙습니다!”
서정우가 물었다.
“어떻게 된 일입니까?”
“저놈들은 저희를 따라온 거예요. 저희가 윈드 기획하고 계약이 곧 끝나요. 재계약을 안 한다고 했더니, 처음에는 이리저리 달래다가 안 되니까 저런 깡패 새끼, 죄송, 제가 화가 많이 나서요. 저놈들을 보내서 협박까지 해요.”
최수아가 이를 갈았다.
“재계약 절대로 없어! 절대로!”
윤나나가 걱정했다.
“윈드 기획이면 꽤 유명한 곳이잖아요. 거기서 언론을 움직여서 방금 그 일에 관해 나쁜 기사라도 내보내면 정우 오빠한테 안 좋은 거 아녜요?”
이선화가 큰소리를 쳤다.
“훗. 나 이선화예요. 감히 정우 씨에게 그딴 수작을 부리면 누구 말이 기자들에게 더 먹히는지 확실히 보여주겠어!”
주먹까지 쥐고 큰소리치던 그녀가 멈칫했다.
‘그런데 얘는 왜 자꾸 정우 씨를 오빠라고 불러? 같은 동네에 살아서 그러나?’
윤나나도 그녀에게 불만이 있다.
‘언제부터 알았다고 정우 씨라고 하는데?’
윤나나는 일단 더 중요한 문제부터 따졌다.
“그러다 문제가 커져서 형사 그만두게 되면 큰일이잖아요.”
갑자기 드라마 남자 주인공 강서준이 끼어들었다.
“우와. 서 형사님이 경찰에서 잘리면 우리 감독님이 되게 좋아하겠다.”
권경철이 맞장구를 쳤다.
“형사 그만두면 바로 배우로 스카우트하겠지?”
“당연하지. 우리 감독님만 그러나? AKX 픽처스에서도 서 형사님하고 영화나 드라마 찍고 싶어 한다던데.”
“오늘 당장 잘리면 서 형사님은 바로 우리 드라마부터 출연할걸? 우리 작가님이 서 형사님이 들어오면 대본 새로 써서라도 배역 만들어낸다고 하는 거 내가 확실히 들었으니까.”
이선화도 그 분위기에 끼어들었다.
“이거 왜 이래? 정우 씨가 형사 잘리면 나랑 로맨스부터 하나 찍을 거야. 나한테 좋은 대본이 있는데 내가 출연한다고 하면 서 형사님을 바로 꽂아줄 수 있어. 처음부터 주연은 어렵지만 조연 자리 하나는 내가 확실히 밀어줄 거야.”
그녀가 말한 그 대본에는 그 조연과의 키스신이 많이 나온다.
그녀가 그걸 생각하고 음흉하게 웃었다.
“으흐흐흐.”
서정우가 그 대화를 종결시켰다.
“이 사람들이 왜 자꾸 내가 잘리길 바라지? 형사 그만둘 생각 없습니다.”
이선화가 혀를 찼다.
“쳇. 그럼 형사 하면서 로맨스를 찍어도 되는데.”
레몬플라워의 윤미소가 말했다.
“그런데 저희는 오늘 여기 오면 ES 엔터 회사 분들을 만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이선화가 물었다.
“어? ES 엔터는 왜?”
“저희 ES 엔터로 옮기고 싶어서요.”
옆에서 듣고 있던 서소라는 깜짝 놀랐다.
“네? 아니 왜요? 우리 회사 진짜 작은데요?”
레몬플라워가 인기의 정점을 찍은 건 예전이다. 지금은 전보다 인기가 떨어졌다. 그렇지만 망해가다 겨우 살아나는 회사로 옮길 정도로 인기가 없는 건 아니다. 심지어 ES 엔터테인먼트는 아직 다 살아난 것도 아니다. 당장 운영자금도 간당간당하다.
이선화도 이해가 안 가서 물었다.
“진짜 왜? 회사 옮길 거면 우리 회사에 이야기해줄까? 우리 회사도 좋은 곡만 구하면 가수 라인업 확대할 계획이라던데.”
윤미소가 설명했다.
“선화 언니네 소속사는 저희가 들어가 봐야 묻힐 것 같아요.”
“하긴. 우리는 연기 쪽이 주력이라서 가수 쪽은 지원이 좀 약하긴 해. 그런데 ES 엔터는 지원이 더 약할 텐데?”
“그래도 ES 엔터는.”
윤미소가 서정우를 쳐다보았다.
“소속 연예인이 전부 다 서정우 형사님하고 잘 아는 사이잖아요.”
서정우는 살짝 당황했다.
“저요?”
“물론 오동철 선배님이 좋은 분이시니까 ES 엔터를 양아치처럼 운영하진 않으시겠죠. 그것도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그런데 서정우 형사님을 오늘 만나니까.”
윤미소와 최수아가 서정우를 보며 눈을 반짝거렸다.
“서 형사님하고 잘 알고 지내면 되게 든든할 것 같아요.”
이선화의 표정이 싹 변했다.
‘이년들이!’
윤나나의 표정도 차가워졌다.
‘이 언니 년들이!’
이선화는 윤나나의 표정 변화를 보고 그녀의 생각을 눈치챘다. 윤나나도 이선화를 보고 같은 것을 깨달았다.
이선화와 윤나나가 서로를 마주 보며 인상을 썼다.
‘이년이?’
‘이 언니 년이?’
서정우는 어이가 없었다.
“나 때문에 ES 엔터하고 계약한다고요? 지금 그 말을 믿으라는 겁니까?”
윤미소가 배시시 웃었다.
“물론 그건 오늘 추가된 이유예요. ES 엔터로 가고 싶은 제일 큰 이유는 그게 아니에요.”
“그럼 그렇지요. 농담이었군요.”
“디멘션의 곡을 받은 곳은 ES 엔터밖에 없어서예요.”
“네?”
“저희도 ES 엔터에 가면 디멘션의 곡을 받을 수 있을까 싶어서요. 다른 회사들은 디멘션이 누구인지도 모르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