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ility from Parallel Dimensions RAW novel - Chapter 76
76. 뉴스 II
사건이 일어난 호텔에 있던 사람이 인터넷 게시판에 올린 내용 정도는 기자들도 이미 파악하고 있었다.
기자들은 그날 세미나에 참석한 사람 중에 산업스파이 조직에서 노릴만한 사람을 찾았다.
후보가 몇 명 나왔다. 모두 유명한 과학자들이었다. 그런데 그중에 한국계 미국인 정기훈 박사가 있었다. 기자들은 정기훈에게 연락을 시도했다.
정기훈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경찰서에서 상황을 설명하던 중이기 때문이다.
다른 후보는 모두 전화를 받아 사건과 관련이 없다고 대답했다. 오히려 무슨 일인지 묻는 사람이 많았다.
기자들은 확신했다.
“이 사람이다!”
“범인들의 목표는 정기훈 박사다!”
곧바로 그런 추측 뉴스가 쏟아졌다.
경찰은 대놓고 부인하지 못했다. 사실이기 때문이다.
기자들은 정기훈이 어떤 과학자인지를 기사로 내보냈다. 물리학과 기계공학 양쪽에서 유명한 과학자라는 것도 알려졌다.
과거 업적만 기사로 내보내면 재미가 없다. 발로 뛰는 기자들은 그날 정기훈의 행적을 조사했다. 다른 기삿거리를 찾기 위해서다.
그러다가 새로운 사실을 알아냈다.
“어? 정기훈 박사에게 경호원이 있었어?”
“정부에서 나온 경호원이라고?”
“소속이 어디야!”
현장에 제일 먼저 출동한 형사들은 서정우가 이번 일을 해결했다는 것을 안다. 그들은 그 사실을 직접 떠들고 다니지는 않았다. 그래도 서정우가 현장에 있었다는 이야기가 형사들 사이에 조금씩 퍼졌다.
다른 형사들보다 좀 더 아는 것이 많은 형사 한 명에게 기자가 달라붙었다.
“조 형사. 정말 이렇게 나올 거야?”
“내 담당이 아니라서 나도 잘 모른다고. 위에서 공식 발표할 때까지 기다려.”
“에이. 그럼 다른 건 안 물을 테니까 그 경호원 이름만 말해줘. 그러면 어떤 사람인지는 내가 직접 조사할게.”
“이름 들으면 어떤 사람인지 다 알 텐데 직접 조사는 무슨.”
기자의 눈이 번뜩였다.
“어? 그게 무슨 소리야? 이름만 들으면 알다니. 유명한 사람이야? 경찰이라며? 경찰 중에 유명한 사람이야?”
형사는 당황했다.
“아니. 그게 아니라…….”
“어디 보자. 유명한 경찰이라면.”
형사가 주변을 재빨리 둘러본 후에 조용히 말했다.
“이거 내가 말했다는 거 알려지면 나 징계 먹어.”
“당연하지. 취재원 보호는 확실히 해줄게.”
“서정우.”
“응? 서정우? 그 사람은 형사인데?”
“서정우가 오늘 하루만 정기훈 박사를 경호했다고 하더라.”
“이유는?”
“이유까지는 나도 몰라. 아. 몰라. 더는 말 못해. 비밀 확실히 지켜.”
형사가 기자를 뿌리치고 가버렸다.
기자는 그 자리에 서서 생각을 정리했다.
“서정우면 칼을 든 범인들을 맨손으로 때려잡았다는 그 형사인데.”
그는 혹시 서정우가 이 사건을 해결했나 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바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에이. 설마. 아니지. 이번엔 열네 명이나 되는데. 총을 가진 놈들도 많았다는데. 당연히 경찰특공대가 총을 쏴서 잡았겠지.”
그렇게 생각하고 넘어가려고 했지만, 아무래도 이상했다.
“서정우가 정기훈 박사의 일일 경호원인데, 오늘 놈들이 노린 사람도 정기훈 박사잖아. 서정우가 박사를 지키기 위해서 싸웠다면? 어디서? 호텔에서?”
생각 하나가 퍼뜩 떠올랐다.
“가만! 호텔 쪽에서는 총소리가 안 났잖아! 그거구나! 호텔 쪽에서는 서정우가 싸운 거야!”
서정우가 정기훈을 경호했다는 뉴스가 나갔다.
쌍둥이가 보는 커뮤니티 게시판에도 그 뉴스가 올라왔다.
– 와. 서정우는 범인만 잘 잡는 줄 알았더니 경호도 잘하는구나.
– 이 기사는 과장이 좀 심한 것 같은데.
– 경찰 관계자의 말이라는데요?
– 익명의 관계자가 말했다는 기사 치고 제대로 된 게 없던데요.
서정우가 정기훈을 경호했다는 부분은 믿는 사람이 많았다.
그런데 서정우가 호텔에서 적을 무찔렀다는 말은 믿지 않는 사람이 더 많았다. 기자가 기사에 그랬을 가능성이 있다는 정도로만 썼기 때문이다.
쌍둥이는 그 기사를 믿었다.
“역시 디 형사님! 이번에도 한 건 하셨구나!”
“사건이 있으면 어디든지 나타나는 디 형사님!”
“이쯤 되면 디 형사님이 사건을 직접 만들어서 해결하는 거 아냐?”
“최종 보스 디 형사님!”
윤나나가 서소라를 졸랐다.
“얼른 전화해봐!”
서소라가 스마트폰을 누르며 짜증을 냈다.
“이미 해보고 있어! 안 받아. 꺼놨나 봐!”
“다쳐서 못 받으시는 거면 어떻게 해?”
“나나야. 정신 차려. 쌍둥이가 우리 오빠를 방송에서 봤다잖아. 리포터 뒤로 멀쩡히 걸어가고 있었다며!”
쌍둥이가 즉시 말했다.
“내가 분명히 봤어!”
“나도 봤어! 평소처럼 걸어가더라!”
윤나나가 물었다.
“진짜지?”
“언니는 속고만 살았나!”
“쩔뚝이지도 않았다!”
서소라가 투덜댔다.
“형사 일 그거 되게 위험하네. 지구대에 있을 때는 안 이랬는데 왜 이렇게 사건에 자꾸 말려들지? 부적이라도 써야 하나?”
짧은 시간에 그 사건에 대해 온갖 추측 기사가 터져 나왔다. 그중에는 사실에 근접한 것도 있었지만, 엉뚱한 이야기도 많았다. 그 엉뚱한 이야기 중에는 부정적인 것도 있었다.
경찰은 결국 기자들을 모아놓고 수사 진행 상황을 설명했다. 아직 경찰도 상황파악이 다 안 됐지만, 안 그러면 기사 대신 소설이 써질 판이라서 어쩔 수가 없었다.
수사를 담당한 경찰 간부가 사건 개요를 간단히 말했다.
“이번 사건은 외국의 산업스파이 조직이 미국 국적인 과학자를 노린 사건입니다. 우리 국민이나 국내 기술을 노린 사건은 아닙니다. 그리고 사건 발생 즉시 국제 산업스파이 조직원 열네 명 전원을 우리 경찰이 일망타진했습니다.”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제시카 정을 구출하는 작전에 경찰특공대를 몇 명이나 투입한 겁니까?”
“어. 그게. 경찰특공대가 아니라…….”
경찰 간부가 머뭇거리자 다른 기자가 얼른 질문을 던졌다.
“그럼 군 대테러 특수부대입니까?”
“아닙니다. 우리 경찰이 해결한 건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예? 경찰특공대가 아니라면서요.”
“우리 형사가 해결했습니다.”
“아. 예. 형사들이……. 예?”
그 기자는 ‘형사들’이 아니라 ‘형사’라는 단어에 멈칫했다.
“설마 경찰이 해결했다는 그 말이, 경찰 한 명이 사건을 해결했다는 말씀은 아니지요?”
“에. 그게.”
조금 전에 쏟아진 뉴스 중에는 서정우가 정기훈을 경호했다는 것도 있다. 그 기사에는 서정우가 호텔에서 산업스파이 조직과 싸웠을 수도 있다는 추측이 들어 있었다.
얼마 전에는 서정우가 톱스타 이선화를 습격한 스토커를 잡는 동영상도 공개됐다. 그때 보여준 무술 실력이 꽤 크게 화제가 됐다.
그런데 이번에는 총격전이 벌어졌다. 무술 고수가 총까지 잘 쏘는 건 아니다.
그 기자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질문했다.
“혹시 서정우 형사가 그 총격전과 관계가 있습니까?”
경찰 대변인이 어쩔 수 없이 상황을 설명했다.
“정부에서는 그동안 정기훈 박사가 국내 방위 산업에 도움을 준 것에 대한 감사의 뜻으로, 오늘 하루 경호 지원을 제안했습니다. 정기훈 박사는 인터넷에 공개된 서정우 형사의 동영상을 봤다면서, 기왕이면 서정우 형사가 와줬으면 좋겠다고 요청했습니다. 저희는 서정우 형사의 일정을 확인하고 여유가 있다고 판단하여 경호 지원을 하였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된 겁니까?”
“첫 습격은 호텔에서 시작됐습니다. 처음에는 세 명이 정기훈 박사를 협박했습니다. 그들은 정 박사를 경호하던 서정우 형사가 제압했습니다. 그 직후에 대기하고 있던 네 명이 습격했습니다. 서정우 형사가 그들도 제압했습니다.”
“총을 쏴서 제압한 겁니까? 호텔에서는 총소리가 들리지 않았는데요?”
“아닙니다. 단순 경호 임무라 총은 가져가지 않았습니다.”
추측 기사를 쓴 기자가 뒤에서 활짝 웃었다.
‘내 생각이 맞았어! 서정우가 호텔에서 놈들을 물리쳤어!’
다른 기자가 물었다.
“호텔 밖에서 총소리가 많이 났는데 그럼 그건 어떻게 된 겁니까?”
“정기훈 박사의 딸인 제시카 정은 호텔의 다른 장소에서 납치되어 호텔 근처에 있는 건물로 끌려갔습니다. 서정우 형사가 그곳에 제시카 정이 갇혀 있다는 걸 알아냈습니다.”
“서정우 형사는 피해자가 거기 갇혔다는 걸 어떻게 알아냈습니까?”
“그 건물이 제일 수상해 보였다고 합니다.”
기자들은 당황했다.
“예?”
경찰 간부도 그 말을 듣고 당황했던 건 마찬가지다. 그런데 실제로 범인들이 그곳에 있었으니 안 믿을 수도 없다.
“서정우 형사가 가장 가능성이 큰 건물을 찾아내 내부를 확인하고 범인들을 발견했습니다. 범인들이 제시카 정을 살해하기 직전인 상황이었습니다. 서정우 형사는 즉시 그곳에 진입해 먼저 제시카 정을 구출하고, 그 후에 범인들을 제압했습니다. 알려진 총격전 소리는 그때 난 것입니다.”
다른 기사가 손을 들었다.
“잠깐만요. 방금 서정우 형사는 총을 가져가지 않았다고 하셨잖습니까? 그런데 총격전이라니요?”
“그래서 범인의 총을 빼앗아 사용했습니다.”
기자들이 다시 술렁였다.
“예?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까?”
경찰 간부도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는 똑같은 소리를 했다. 그래도 증거가 나왔으니 안 믿을 수도 없다.
“범인들이 맞은 총알은 범인들이 가지고 있던 총에 있던 것과 같은 종류입니다. 구출된 제시카 정도 그렇게 진술했습니다. 사실입니다.”
다른 기자가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서정우 형사는 지금 어디 있습니까!”
“지금 모처에서 사건 진술을…….”
“여기 있어야지요! 여기!”
당장 기사가 쏟아졌다. 이제까지의 중구난방 추측 기사가 아니라, 경찰 발표를 기반으로 한 진짜 뉴스였다.
곧바로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 실시간으로 글이 올라왔다.
– 14대 1! 한국 순경 클래스 쩐다!
– 와. 칼 든 놈들을 잘 잡는 건 알았는데, 총도 잘 쏘나 봅니다. 혼자서 총을 가진 놈을 몇 놈이나 잡은 건지.
– 진짜 못하는 게 뭘까요?
– 싸움만 잘할 겁니다. 다른 재능은 없을 겁니다! 거기도 작을 겁니다! 그래야 합니다! 어흑. 눈물 좀 닦고요.
쌍둥이는 아예 서소라의 집까지 따라왔다.
박하연이 거실에서 두 손을 높이 들고 흔들었다.
“디 형사님이 이제 국제적으로 뜬다!”
박다연은 방석을 들고 빙빙 돌렸다.
“풍악을 울려라!”
서소라가 외쳤다.
“이거 국제 전화야! 좀 조용히 해!”
그녀가 조금 작은 목소리로 전화기에 대고 말했다.
“아니야. 엄마. 친구들이 놀러 와서 그래. 오빠? 지금 이 난리에 전화를 받을 수 있겠어? 아. 괜찮아. TV에서 리포터 뒤로 멀쩡하게 지나가는 모습을 봤어. 여유가 넘쳤지. 다른 형사하고 잡담하면서 걸어가더라니까? 응. 아주 멀쩡했어. 붕대가 왜 있어? 그런 거 없었어. 알았어. 연락되는 대로 엄마한테 전화하라고 할게.”
그녀가 전화를 끊은 후에 소파에 몸을 던지며 한숨을 푹 내쉬다가 소리를 버럭 질렀다.
“왜 내가 오빠 대신에 엄마 잔소리를 들어야 하냐고!”
윤나나가 걱정했다.
“디 오빠가 총에 맞으셨으면 어떡하지?”
“나나 너까지 왜 그래? 멀쩡히 걸어 다니는 거 쌍둥이가 봤잖아!”
“총알이 스쳤을 수도 있잖아.”
“스친 정도로는 안 죽어!”
박다연이 TV 소리를 키우다가 갑자기 외쳤다.
“아!”
서소라는 서정우에게 무슨 문제가 생겼나 싶어서 얼른 물었다.
“왜? 다른 뉴스 나왔어?”
“피자 시키자.”
“어?”
박하연이 즉시 찬성했다.
“오늘은 여기서 자고 가도 된다고 허락받았으니까 흥청망청 시키자! 피자! 치킨!”
서소라가 외쳤다.
“야! 우리 저녁 먹고 왔잖아!”
쌍둥이가 요구 조건을 바꾸었다.
“그럼 간식!”
“우리에게 과자를 달라!”
서소라가 어쩔 수 없이 찬장을 열었다.
과자가 하나도 없었다.
“이럴 리가 없는데?”
그녀가 이번에는 서정우의 방을 열었다. 찬장에 있어야 할 과자가 그곳에 쌓여 있었다.
“햄스터냐!”
그녀는 그중 두 개를 집어서 쌍둥이에게 던졌다. 그러고 나서 다시 거실 소파에 널브러져 화를 냈다.
“이 난장판 이거 어쩔 거야. 전화만 돼 봐. 죽었어!”
서정우의 방에서 박다연이 외쳤다.
“수상한 가방 발견! 아싸아!”
서소라가 벌떡 일어나 서정우의 방으로 뛰어갔다.
“그만 좀 해! 이것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