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ility from Parallel Dimensions RAW novel - Chapter 81
81. 기지 방어
서정우가 낡은 건물의 CCTV 사각지대로 접근했다.
창문에는 센서가 설치되어 있었다.
‘제시카가 갇혀 있던 건물에 있던 것과 같은 센서야.’
그는 창문을 부수고 들어가려다가, 화장실 창문에는 센서가 제대로 설치되지 않은 것을 발견했다.
‘이놈들은 잔당이라 그런가? 꼼꼼하지가 않네?’
그는 그 창문으로 들어간 후에, 화장실 문을 열었다.
건물 안에서 다섯 사람이 짐을 싸고 있었다.
그중 한 명이 서정우를 발견했다. 적은 상황판단을 하지 못하고 잠시 멈칫했다.
“어? 누구?”
이놈들을 쏘기 전에 정말 국제 산업스파이 조직인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제임스 커튼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순 없기 때문이다.
서정우가 짧게 말했다.
“아틀라스 프로젝트. 폴리스.”
그 말을 듣자마자 적이 옷 속에 숨겨둔 권총을 뽑으며 외쳤다.
“들켰다! 죽여!”
일본이든 한국이든 총기 사용 금지 국가인 건 마찬가지다. 일본이 한국보다는 총을 구하기 쉽지만, 두 나라 다 보통 사람은 총을 가지고 다니지 않는다.
다른 놈들도 첫 번째 놈의 말을 듣자마자 옷 속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손을 따라 총의 윤곽이 보였다.
이쯤 되면 더 볼 것도 없다.
‘이놈들이 확실해.’
그가 국제 산업스파이 조직의 목표였던 아틀라스 프로젝트를 언급하고 경찰이라고 하자마자 다섯 놈 모두 총을 꺼내려 했다.
‘총부터 꺼내는 걸 보면 돌아가는 사정도 다 아는 놈들이고.’
서정우가 권총을 뽑았다. 총을 뽑으려 한 건 상대가 먼저지만, 방아쇠를 당기는 건 서정우가 빨랐다.
방아쇠를 짧게 당기자마자 약실에서 화약이 폭발하며 총탄을 밀어냈다. 연발로 발사된 두 발의 총알이 적의 몸을 관통했다.
“크아악!”
이 총은 소음총이 아니다. 커다란 총소리가 실내를 쩌렁쩌렁 울리다 못해 건물 밖까지 퍼져나갔다.
그 틈에 다른 놈들이 권총을 뽑았다. 총구가 서정우 쪽으로 움직였다.
서정우는 권총의 발사 모드를 연발로 하고 이곳에 들어왔다. 그는 방아쇠를 꽉 당기며 수평으로 쭉 긁었다.
열여덟 발의 총알이 적들을 덮쳤다.
“으아악!”
나머지 네놈이 비명을 지르며 거의 동시에 고꾸라졌다. 쓰러지면서 총을 쏘는 놈들도 있었지만, 그 총알은 천장이나 바닥에 꽂혔다.
교전 시간은 짧았다. 연발 사격으로 한 탄창을 비우자마자 싸움이 끝났다.
그는 권총을 두 자루를 가져왔다. 아음속탄을 쓰는 소음권총도 허리에 차고 있지만, 그건 뽑을 필요도 없었다.
그는 일단 실내를 수색했다. 다른 놈은 없었다.
그가 탄창을 교환하고 권총을 권총집에 넣었다. 그 후에 적이 쥐고 있는 권총 두 자루를 들고 벽과 천정을 쏘았다. 요란한 총소리가 계속 건물을 울렸다.
그는 총을 쏘면서 건물 내부를 수색했다.
놈들이 싸던 짐에서 달러와 엔화가 나왔다.
‘오만 달러에, 오백만 엔.’
그는 일단 그 돈을 가방에 챙겨 넣었다.
무기와 위조 여권도 나왔지만 그건 필요 없었다.
“이놈들 규모를 생각하면 돈이 이게 다가 아닐 텐데. 나머지 돈은 어디 은행 비밀계좌에라도 넣어놨나?”
여기 있던 놈들을 다 죽여버렸으니 그걸 찾기는 어렵다.
“뭐. 돈 때문에 온 건 아니니까.”
그의 적이 된 놈들을 전멸시키러 왔다.
그는 권총 두 자루의 탄창이 다 빌 때까지 실내 여기저기를 쏘았다. 그 총의 총알이 떨어진 후에는 다른 놈들의 권총 두 자루를 집어 들고 다시 여기저기에 난사했다.
그 소리가 마치 격렬한 총격전 소리처럼 들렸다.
“이만하면 들을 사람은 다 들었겠지.”
이제 가짜 상황은 만들었으니 총소리 이외의 증거를 없앨 차례다.
서정우는 강화 소이탄 네 개를 꺼냈다. 크기는 작지만 불도마뱀의 체액에서 추출한 성분이 함유된 덕분에 화력 하나는 확실했다.
그는 강화 소이탄 네 개를 건물 안에 던졌다. 화장실을 제외하곤 대부분이 트인 공간이라서 골고루 던지기 좋았다. 네 개 중 하나는 그가 여기 들어올 때 쓴 화장실에 던져 넣었다.
그는 소이탄이 폭발하기 직전에 평행차원 텔레포트 스킬을 사용했다.
눈앞에 보이는 풍경이 확 바뀌었다. 방금 전투를 벌인 평화로운 세계가 아니라, 게이트가 열리고 몬스터가 돌아다니는 세계로 넘어왔다.
“활활 잘 타겠지.”
일본은 자원 수급의 문제로 저쪽 세계보다 힘이 많이 빠졌지만, 게이트를 닫고 몬스터를 사냥할 힘은 가지고 있다. 몬스터 고기와 클로렐라 가공식품도 충분히 공급돼서 굶어 죽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게이트 폐쇄의 핵심 전력은 육군이다. 해군과 공군도 병력 이동과 정찰, 물자 수송에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지상에 열린 게이트를 닫으려면 육군, 그중에서도 보병이 중요하다.
일본은 한국보다 약한 육군 전력과 더 넓은 면적의 국토 때문에 게이트 전쟁 초반에 큰 피해를 입었다. 그때 무너진 도시도 여럿 있다.
그때부터 치안 상황도 나빠졌다. 그건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인데, 그래도 한국은 최소한의 법체계가 살아있다. 일본은 한국보다 치안 상황이 좀 더 나빴다.
서정우는 차원 이동을 하자마자 옆쪽으로 권총을 겨눴다.
그곳에서 강도질하던 두 놈이 얼어붙었다.
그가 총구를 슬쩍 아래로 흔들었다. 두 놈이 들고 있던 권총을 조용히 바닥에 내려놓고 후다닥 도망쳤다.
서정우가 피해자를 보았다. 얼굴을 얻어맞긴 했지만 큰 부상은 아니었다. 그가 권총을 다시 흔들었다.
피해자도 눈치를 보다가 고개를 꾸벅 숙이고, 강도에게 당할 때 빼앗겼던 권총 한 자루만 챙기고 사라졌다.
서정우는 강도들이 버린 권총 두 자루를 확인했다. 굳이 챙겨갈 필요가 없는 싸구려 권총이다.
“집에나 가자.”
여기가 한국보다 치안이 좀 더 나쁘긴 하지만, 이 도시 자체가 무법천지는 아니다. 버스는 정상적으로 다녔다.
그는 버스를 타고 공항으로 갔다. 한국의 강릉 비행기지와 이 공항은 서로 오가는 비행기가 곧잘 뜬다. 민간 항공기는 잘 뜨지 않지만, 군 수송기는 매일 출발했다.
돌아가는 비행기에는 다른 손님도 있었다.
비행 중간에 맞은편에 앉은 이동훈이 서정우에게 물었다.
“군인은 아닌 것 같은데. 빽이 좋은 손님인가?”
“급한 볼일이 있어서 군 수송기를 얻어탄 건 서로 마찬가지 같은데?”
“난 정부 쪽 일을 하는 사람이라서.”
“좋겠네. 난 그냥 노는데.”
“하하. 정체를 말하지 않으시겠다?”
상대는 그의 말을 믿지 않았다.
“어디 보자. 일본에 있는 통제 불능 대형 게이트를 조사하러 갔다 오셨나? 아니면 수배자라도 잡으러 가셨나.”
상대가 손가락으로 권총 모양을 만들었다.
“데려오지 않은 걸 보니, 현장에서 빵빵?”
“흔적 분석 쪽 스킬을 각성했나 보네.”
“흐흐. 댁한테서 화약 냄새가 나는데, 이게 한두 발 쏴서 나는 수준은 아니라서. 오늘 그 공항 근처에는 게이트도 열리지 않았는데 말이야. 거 이야기 좀 하면서 갑시다. 비행시간도 긴데 궁금해서 이거 원.”
서정우가 피식 웃었다.
“궁금한 게 많아서 흔적 분석 스킬을 각성했나 보…….”
그의 표정이 굳었다.
그가 벌떡 일어나 조종실로 향했다.
“강릉 비행기지 쪽에서 연락 온 거 있습니까?”
“아니요. 그리고 지금 막 통신 장애가 일어났습니다. 레이더에는 나오는 게 없……. 어? 레이더도 먹통이 됐습니다!”
“젠장. 습격입니다.”
이동훈도 긴장한 얼굴로 조종실에 들어와 물었다.
“연료는?”
“다른 비행장으로 겨우 갈 만큼은 있는데, 그러다 공중에서 습격당하면 연료 부족으로 추락합니다.”
* * *
강릉 비행장은 비행 몬스터 떼의 공습을 받았다.
제트 전투기는 이런 상황에서는 뜨지 못한다. 전자식으로 제어되는 제트기를 띄웠다가 전자기 교란에 당하면 전부 다 추락하기 때문이다.
대공 미사일도 초반에 여러 발이 발사됐지만, 전자기 교란에 걸려서 모조리 무력화됐다. 처음 발사된 미사일 중 몇 발이 기지까지 도로 날아와 폭발하는 바람에 피해만 더 커졌다.
전자장비를 전혀 사용하지 않은 기계식 프로펠러 전투기는 주술교란 상태에서도 날 수 있다. 그 전투기는 강릉 비행기지에도 여러 대가 배치되어 있다. 하지만 그 비행기들도 뜨지 못했다.
비행 몬스터가 너무 많이 몰려왔기 때문이다. 숫자가 압도적으로 밀리는 상황에서 프로펠러 전투기 편대를 띄우면 학살당한다.
대신에 지상의 대공포가 미친 듯이 불을 뿜었다. 공중으로 오랜지색 예광탄이 계속 날아다녔다.
강릉 비행기지 사령관이 소리를 질렀다.
“있는 대로 다 갈겨!”
갑자기 관측병이 쌍안경으로 하늘을 보면서 소리를 질렀다.
“수송기 접근 중!”
강릉 비행기지 사령관은 당황했다.
“젠장! 여기 상황이 안 보여? 수송기가 도대체 여기를 왜 들어와! 연료가 모자라면 멀리 돌아가서 낙하산이라도 타고 뛰어내려야지!”
원거리 감시 스킬을 가진 관측병이 대구경 망원경으로 감시 장비를 교체하고 수송기의 상태를 확인했다.
“수송기가 자체 무장으로 저항 중입니다!”
“그걸로는 오래 못 버텨! 당장 비행기를 돌리라고 해!”
당장 꺼지라고 명령하고 싶지만, 무전까지 먹통이 되어서 그럴 수가 없다.
“신호탄이라도 쏴!”
“수송기 계속 접근 중!”
“혹시 손상이 심해서 못 돌아가나? 수송기의 피해는?”
“피해는……. 어…….”
사령관이 관측병에게 소리를 버럭 질렀다.
“보고 똑바로 못 하나!”
“없습니다!”
“뭐가 없어?”
“수송기에 피해가 없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야? 몬스터들이 그 수송기만 그대로 놔둔다는 거냐?”
“그게 아니라…….”
원거리 감시 스킬을 가진 관측병이 대구경 망원경에 눈을 댄 채로 보고했다.
“비행 몬스터들을 격추하면서 오고 있습니다.”
“뭐? 장갑 폭격기냐?”
“아닙니다. 그냥 수송기입니다. 그것도 곧 도착하기로 예정된 우리 수송기입니다.”
* * *
수송기의 앞에는 수동식 20mm 기관포 포대가 설치되어 있다.
비행 중에 20mm 기관포를 쏘면 위력이 더 강해진다. 그 위력이면 가죽이 상대적으로 얇은 소형 비행 몬스터 따위는 찢어버리고도 남는다.
몬스터 몇 마리가 수송기를 노리고 날아왔다. 앞쪽에서 오는 놈들은 서정우가 쏘는 기관포에 갈려 나갔다.
측면에서 접근하는 놈도 있었다. 흔적 분석 스킬을 가진 이동훈이 상부 포탑에 올라갔다. 그의 사격술은 꽤 괜찮은 편이라서 측면에서 접근하는 잔챙이를 빠르게 제거했다.
하부 포탑에는 부조종사가 앉았다.
원래 군 수송기는 모든 포탑에 사수를 배치하지는 않는다. 그럴 병력이 있으면 최전선으로 보낸다.
손님이 전혀 없으면 사수를 한 명쯤 태우기도 하는데, 이렇게 손님이 있을 때는 그러지 않는다. 비행 몬스터가 나타나면 손님이 알아서 포탑에 올라가 사격하는 게 이쪽 세계의 방식이다.
서정우가 지상 대공포로 내리꽂히는 몬스터를 조준하고 방아쇠를 당겼다.
같은 이름의 스킬이라 해도 효과가 다 똑같지는 않다. 사격 스킬도 명중률이나 적용 무기의 범위 등이 다 다르다.
서정우의 사격 스킬은 기관포에도 통한다. 그의 레벨과 숙련도가 워낙 높아서 명중률도 높았다.
그 쏜 20mm 기관포탄에 몬스터가 그대로 갈려 나갔다.
수송기 조종사가 고개를 아래로 숙여 서정우 쪽을 보며 소리를 질렀다.
“진짜 끝내줍니다! 계속 기지 상공을 비행해도 되겠습니까?”
“지금 착륙하는 건 너무 위험하니까 차라리 그렇게 합시다.”
강릉 비행기지는 꽤 큰 피해를 입었지만 방어 능력을 잃지는 않았다. 대공포들은 여전히 불을 뿜으며 적의 수를 줄였다.
부관이 외쳤다.
“비행 몬스터의 숫자가 감소하고 있습니다!”
사령관은 주먹을 흔들며 좋아했다.
“됐어! 이대로 가면 우리 승리다! 그런데 저 수송기에는 도대체 누가 타고 있는 거야? 장갑 폭격기 편대라도 온 것 같잖아!”
비행형 몬스터가 줄어들면서 수송기 쪽에도 잠깐 여유가 생겼다. 상부 포탑에 있던 이동훈이 흥분해서 소리를 질렀다.
“으하하하! 다 덤벼! 다 덤비라고!”
서정우의 표정이 갑자기 굳었다. 갑자기 지금까지보다 훨씬 더 강한 살기가 감지됐다.
서정우는 이런 강력한 살기를 뿌리는 놈들을 안다.
“젠장. 보스 몬스터가 등장했다.”
* * *
관측병이 비명을 질렀다.
“와이번이 나타났습니다!”
기지 사령관이 당황해서 소리를 꽥 질렀다.
“그게 무슨 소리야! 갑자기 와이번이라니! 확실히 확인해!”
원거리 감시 스킬을 가진 관측병이 대구경 망원경을 옆으로 돌려 확인한 후에 외쳤다.
“확실합니다! 와이번입니다!”
와이번은 중형 몬스터다. 지금 나타난 놈은 길이가 30미터가 넘었다.
와이번은 크기만 큰 게 아니라 가죽도 질기다. 소총탄은 당연히 안 통하고 대공포탄도 파편 정도로는 별 타격을 못 준다.
기지 사령관이 소리를 질렀다.
“대공 미사일은 아직도 안 되나!”
“아무래도 저 와이번이 전자기 교란의 중심 같습니다! 교란이 점점 강해지고 있습니다!”
“뭐? 이런 제기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