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ility from Parallel Dimensions RAW novel - Chapter 87
87. 의심과 확신
백성민이 기사의 한 부분을 손으로 짚었다.
“ES 엔터테인먼트 내부의 믿을만한 소식통에 의하면 이 두 사람이 다른 멤버들보다 친한 건 사실이라고……. 정우야. 너 쌍둥이랑 친하냐?”
서정우가 피식 웃었다.
“ES 엔터에는 사람이 사장하고 매니저 한 명밖에 없는데, 그 둘이 그런 소리를 할 리는 없어요. 그 둘 외에 무슨 소식통이 또 있다고. 기자가 아주 소설을 쓰네.”
“그치?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말이야.”
오동철이 서정우의 뒷모습이 나온 사진을 손으로 가리켰다.
“그럼 이 사진은 뭐냐?”
“역시 안 믿었네.”
“믿었어! 네가 그럴 리 없다고 믿었어! 그런데 사진이 있잖아!”
“같이 치킨 사러 가서 잠깐 기다리는데 가게 사장님이 얘를 알아보고 서비스로 음료수하고 간단한 거 조금 준 거예요. 이거 술이 아니라 음료수라고요.”
“아아. 그렇……. 어? 네가 왜 쌍둥이하고 같이 치킨을 사?”
“어. 그게.”
“봐봐. 설명하기 어렵잖아. 야. 이거 지금 간단한 문제가 아니야. 미성년자가 성인이랑 술 마시고 연애한다는 스캔들 기사란 말이야. 이거 빨리 수습 못 하면 포캣츠는 신인이라서 한 방에 무너진다.”
“아니라고 밝히면 되잖아요.”
“이 기사 다시 봐봐. 사진 있지? 우리나라 사람 중에 뉴스 기사를 철석같이 믿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아냐? 이렇게 사진까지 있으면 더 잘 믿지. 나도 믿었는데.”
“음……. 곤란하게 됐네.”
“그러니까 왜 얘랑 치킨을 사러 간 건데?”
서정우는 잠시 고민했다.
이 사진은 포캣츠에게 춤을 설명해주다가 간식으로 치킨을 사러 나온 날 찍힌 사진이다.
“여동생이랑 쟤들이 친해요. 그렇게 발표하면 되나?”
“어? 진짜냐? 야. 포캣츠랑 친한 예쁜 여동생이 있으면 말을 했어야…….”
백성민이 고개를 흔들었다.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야. 여동생이랑 친한 거랑 스캔들이 아닌 거랑 무슨 상관인데? 오히려 여동생 통해서 꼬셨다고 더 의심하겠지!”
“형이 지금 그렇게 의심하는 것 같은데.”
“아니야. 난 아닌데, 남들이 안 믿는다고!”
“나 같은 사람이 연예인을 꼬신다고 넘어온다는 게 더 이상하네. 사람들은 왜 그런 말을 믿지?”
백성민이 가슴을 두드렸다.
“아오. 답답해. 넌 범인 잡을 때는 그렇게 엄청난 능력자면서, 이런 일은 왜 이렇게 아무 생각이 없어? 이 사진 속 남자가 너라는 게 밝혀지면 어떻게 될 거 같냐?”
“잘 해결되겠죠.”
“네가 일반인이냐?”
“형사죠.”
“스타 형사지! 네가 얼마나 유명한데!”
“어. 뉴스에 몇 번 난 게 다인데.”
“그게 그냥 났냐? 어? 연쇄 살인마 잡고, 다른 사건도 막 해결하고, 그러다 지난주에는 십사대 일! 그것도 총격전까지 하면서 그놈들을 싹 다 잡았잖아! 너 지금 경찰 최고의 스타야! 스타! 그런 네가 그 인기를 이용해서 미성년자를 꼬셨다고 주장하는 가짜 기사라도 나오면? 야. 지금 이 뉴스는 아무것도 아니야. 뉴스가 지금보다 열 배는 쏟아져 나올 거다!”
“어. 그건 좀 곤란한데.”
서정우도 그건 달갑지 않았다.
이름이 점점 알려지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는 아직 모르는 것이 많고, 누군가 그가 모르는 과거를 가져와 물어오면 난감해진다. 그래서 이쪽 세상에 익숙할 때까지는 사람들에게 덜 알려졌으면 했다. 사람은 구해야 하니까 나서기는 했지만, 인터뷰는 피했다. 이쪽 세상에 적응할 시간을 벌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상황이 좀 복잡해졌다.
백성민이 목소리를 낮췄다.
“그치? 곤란하지? 야. 넌 이 스캔들에 말려들면 안 돼. 큰일 나.”
“그럼 얘는 어쩌라고요?”
“그러게. 어떡하지? 네가 숨기면 사람들이 이 기사를 더 믿을 텐데.”
* * *
ES 엔터테인먼트 사장 오동철의 목소리가 떨렸다.
“아, 아니지? 이거 아니지? 제발 아니라고 해줘.”
박하연이 말했다.
“와. 당연히 아니죠. 어떻게 그런 의심을 해요?”
박다연이 투덜댔다.
“사장님이 우리를 못 믿으시는 듯.”
오동철은 의심을 완전히 버리지 못했다.
“진짜 아니야?”
서소라가 나섰다.
“사장님. 기사 좀 봐요. 이 기사에는 여기 찍힌 애가 하연이인지 다연이인지 안 적혀 있어요. 쌍둥이라고만 적었다고요. 기자도 사진 속에 얘가 누군지 모르는데 연애하고 있다는 것까지 어떻게 알아내요? 전부 뇌피셜이지.”
오동철이 벌떡 일어났다.
“그렇지! 그거야! 으하하하! 하연아! 다연아! 난 너희들을 믿고 있었다!”
쌍둥이가 고개를 휙 돌렸다.
“우린 사장님 안 믿어야겠어요.”
“엄마한테 일러야지.”
옆에 있던 윤나나가 물었다.
“그런데 이 사진이 너희 둘 중 하나인 건 맞잖아. 그럼 맞은편에 이 남자는 누구야?”
박다연이 대답했다.
“그거 디 오빠인데.”
윤나나는 멈칫했다.
“어? 다, 다연아. 그럼 이 기사 아니지? 사귀는 거 아니지?”
“나나 언니도 미친 듯.”
“확실히 대답해!”
“아니라고! 우리 춤 봐주실 때 나랑 같이 밖에 간식 사러 간 날 있잖아! 그날 치킨 사다 찍힌 거라고!”
“아! 그날! 어머. 다연아. 당연히 그럴 거라고 생각했어. 난 널 믿었거든. 진짜야.”
“나나 언니가 약을 판다!”
오동철이 말했다.
“그럼 여기 믿을만한 소식통도 실제론 없는 놈이겠네?”
매니저 김형진이 항의했다.
“사장님. 혹시 지금까지 절 의심한 겁니까?”
“아니야! 아니라고! 난 아무도 의심하지 않았어! 이 기사 쓴 기자 이놈! 내가 가만두지 않겠다!”
“일단 기사 내리게 하는 것부터가 문제입니다.”
“당장 전화해서 내리라고 해야지!”
“기사가 여러 언론사에서 재생산돼서 한 곳만 내려서는 의미 없습니다.”
“그럼 반박 기사를 내야지!”
“뭐라고 내시게요?”
“그야 당연히 다연이하고 같이 있는 이 사람은……. 어?”
김형진이 문제점을 지적했다.
“디멘션이라고 하면 당연히 안 됩니다. 그럼 뒷감당 못 해요. 그렇다고 서정우 형사라고 밝히면 그냥 폭탄 터지는 겁니다. 해명할 게 정말 많아져요.”
오동철은 당황했다.
“어? 어? 그럼 이거 어떻게 하지? 이렇게 놔두면 우리 다 망하는데…….”
서소라가 말했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오빠한테 물어볼게요.”
* * *
AKX 픽처스 김성준에게 담당 직원이 보고했다.
“포캣츠의 ‘작은 아기 고양이들’을 배경 음악으로 쓴 CF가 내일부터 방송될 예정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스캔들이 터지는 바람에.”
“시끄러워졌다는 겁니까?”
“그 정도가 아닙니다. 광고주 쪽에서 이거 어떻게 할 거냐고 난리입니다. CF도 다시 제작해야 하지만, 제품은 출시했는데 광고를 못 하게 됐다고 화를 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노래를 제안한 게 사장님이라, 저쪽에서는 사장님이 책임지시라고…….”
김성준이 보고서에 첨부된 기사와 사진을 확인했다.
그는 서정우를 몇 번 직접 만났다. 그가 스토커를 잡던 모습이나 드라마 촬영 현장에서 찍힌 영상도 여러 번 돌려보았다. 그 영상에는 서정우의 뒷모습만 나왔다.
게다가 그는 포캣츠의 서소라가 서정우의 친동생이라고 생각한다. 친동생이 아니라면 최소한 친척 동생이라고 판단했다.
아는 정보가 다른 사람보다 많다 보니, 이 사진의 뒷모습만 보고도 누군지 알아보았다.
‘서정우 형사?’
그가 상황을 분석했다.
‘여동생과 같은 걸그룹 멤버와 사귄다고? 그런데 그 멤버가 여고생이야?’
곧바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서 형사가 그럴 리는 없어.’
그렇게 확신하는 건 그럴만한 근거가 있어서다.
‘이선화가 서 형사에게 대놓고 관심을 보이는데, 그걸 마다하고 얘하고?’
이선화는 연기력과 미모를 모두 갖춘 톱스타다. 김성준이 볼 때 쌍둥이는 그녀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
‘윤나나라면 혹시 비벼볼 수 있을지 몰라도, 쌍둥이 정도로는 이선화의 상대로 어림도 없지. 서 형사가 미성년자만 좋아하는 변태일 리는 없으니까 이 기사는 가짜야. 사진 한 장을 이용해서 일부러 가짜 뉴스를 만들었군.’
결론이 나왔다.
‘이건 그냥 오해하기 딱 좋게 찍힌 사진이 틀림없어.’
김성준이 슬쩍 웃었다. 좋은 생각이 났다.
“그 광고. 내일 그대로 내보내라고 하세요.”
“예?”
“이건 가짜 뉴스입니다. 어디선가 가짜 뉴스를 내보내서 포캣츠와 ES 엔터를 무너뜨리려 하는군요.”
“그럴 가능성도 있습니다만, 광고주가 순순히 믿어줄지…….”
“모든 건 내가 책임집니다. 그렇게 전하세요.”
‘진실이 밝혀지면 업계에 내 판단력에 대한 소문이 좋게 날 테고, 광고주나 투자자들도 앞으로 내 말을 더 신뢰하겠지.’
그러기 위해서는 이 기사의 실체가 광고가 나가기 전에 밝혀져야 한다.
김성준이 사진 속의 서정우를 보았다.
‘서정우 형사를 건드리다니. 누군지 몰라도 미쳤군.’
그가 아는 서정우는 단 두 시간이면 살인마를 찾아내서 체포까지 하는 능력자다.
“이 문제는 곧 해결될 겁니다. 어쩌면 오늘 저녁이 되기도 전에. 그러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하세요.”
문득 다른 생각이 들었다.
‘서 형사가 나선다면 범인은 결국 잡히겠지만, 살인사건이나 납치사건이 아니라서 안 나선다면? 아니, 나선다 하더라도 이쪽 바닥의 자료 수집이 어렵다면?’
그는 서정우가 엄청난 능력을 가진 형사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번 일은 살인도 아니고 납치도 아니다.
‘강력범죄는 바로 범인을 찾아내지만, 가짜 뉴스의 범인을 알아내는 건 좀 다르지 않을까? 누구 짓인지 알아내는 데 시간이 걸린다면?’
광고 방송 전까지 진실이 밝혀지지 않으면, 방송을 밀어붙인 김성준에게도 좋을 건 없다.
“이 기사를 의뢰한 쪽이 있을 겁니다. 누구 짓인지 알아내도록 하세요. 빠르고 은밀하게. 증거까지 찾지는 않아도 되니까, 의심 가는 곳의 명단을 뽑아주시죠. 서두르세요.”
“예!”
* * *
톱스타 이선화는 서소라가 서정우의 동생이라는 걸 눈치챈 후부터 포캣츠를 관심 있게 지켜봤다.
그녀가 이번 스캔들 기사를 보고 웃었다.
“어머. 쌍둥이 연애하나 보다. 좋을 때다. 근데 지금 ES 엔터는 난리 났겠네. 미성년자와 나이 차이 나는 성인 남자 사이에 열애설 터지면 신인 걸그룹 하나 묻히는 거 순식간인데. 그러게 안 들키고 조심해서 연애하지 왜 사진은 찍혀서.”
그녀는 순수하게 걱정하고 안타까워하는 마음으로 기사를 마저 읽었다. 기사 아래쪽에 쌍둥이가 남자와 앉아 있는 사진이 있었다.
“이 남자인가? 뒷모습이 되게 잘 빠졌…….”
그녀의 표정이 굳었다.
“정우 씨?”
그녀는 서정우가 스토커와 싸울 때 그의 등을 보았다. 요즘도 그때 찍은 영상을 매일 돌려본다.
그런데 그 등이 지금 이 사진에 나타났다.
그녀가 벌떡 일어나 입에서 불을 뿜었다.
“이 도둑고양이 년이 감히! 고삐리면 고삐리답게 공부나 하지 어디서 연애질이야! 내 이년을…….”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가만. 윤나나는 어디 가고 쌍둥이가 나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정우 씨는 배우 하라는 제안을 단칼에 자를 만큼 경찰 일을 좋아해. 그런 사람이 미성년자하고 연애를 해?”
말이 되지 않았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이 있었다.
“내가 당겨도 안 넘어오는 사람이 겨우 얘한테? 윤나나라고 해도 자존심이 상할 판에 이 고삐리한테?”
이선화는 포캣츠 멤버 중에서 그나마 그녀에게 조금이라도 비벼볼 미모를 가진 사람은 윤나나 뿐이라고 생각했다.
“정우 씨가 변태일 리는 없어. 그럼 이 기사는……. 가짜 뉴스네. 그럼 그렇지.”
이선화가 안심하며 소파에 앉았다. 다시 기사를 확인했다.
‘기자는 이 남자가 정우 씨라는 걸 모르는구나. 알면 감히 이런 수작 못 부리지. 얘가 쌍둥이 중에 누군지도 모르고 사진 한 장으로 소설을 썼네. 그런데 이게 그냥 나올 그림이 아닌데?’
그녀가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가 손뼉을 쳤다.
“목적이 있는 가짜 기사네. 목표는 정우 씨가 아니라 쌍둥이, 아니, 포캣츠하고 ES 엔터겠지.”
그녀는 연예계 생활을 하면서 이런 식의 수작질을 여러 번 보았다.
‘그럼 기자 뒤에 설계자가 있다는 소리인데.’
결론은 간단히 나왔다. 이선화의 인맥이면 용의자를 몇 명으로 좁힐 수도 있다.
하지만 그녀의 인맥들은 입이 가벼워서 상황을 조용히 알아보지는 못한다. 그녀가 물어보고 다녔다는 것 자체가 기사로 나갈 수도 있다.
그녀가 씩 웃었다.
“더 좋은 해결 방법이 있지.”
* * *
서정우는 이선화의 전화를 받았다.
“네.”
– 저 지금 경찰서 근처예요. 커피 마실래요?
“놀러 온 거면 지금은 근무 시간이라서 곤란한데.
– 아니거든요? 오늘은 포캣츠 스캔들 문제로 할 말이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