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ility Succession Characteristics RAW novel - Chapter 166
이능 계승잔데 특성이 있다 166화
홋카이도, 혼슈, 시코쿠, 규슈를 끝으로 은성은 일본에서의 사냥을 중단했다.
제대로 된 먹잇감이 더는 볼 수 없었다.
던전이라도 있으면 좋을 텐데 아직은 등장할 시기가 아니다.
그래서 이참에 중국도 돌아보기로 마음먹었다.
오희연이 했던 말도 있고.
일왕과의 친분과 교역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었기에 자신의 사냥 중단에 대해 일왕에게 전하기로 했다.
모든 게 폐허로 변한 땅에서 은성의 모습은 자취를 감추었다.
그런 그가 다시 모습을 드러낸 곳은 일왕의 직무실이었다.
“김 공!”
일본 최고의 이능 계승자이기 이전에 일국의 국왕인 센카는 나름 해야 할 업무도 있었기에 2, 3일에 한 번은 꼭 직무실에 머물렀다.
오늘이 바로 그날이라 바로 이곳으로 공간이동했다.
이러한 행동은 자칫 상대의 오해를 살 수 있는 일이었지만 이미 허락을 받은 일이기에 이를 걱정할 이유는 없었다.
실제 일왕도 은성은 몹시 반겼다.
“바쁘신가 보네요. 그럼 본론만 짧고 말하겠습니다.”
“우리 사이에 그 무슨 섭섭한 말씀이십니까? 다시는 그런 말씀 마세요. 자리에 앉으십시오. 제가 차를 내오겠습니다.”
다른 이를 불러 해도 될 일을 일왕은 손수 했다.
쪼르르.
일왕이 직접 내린 커피를 한 모금 마신 뒤에 은성은 찾아온 목적을 밝혔다.
“당분간 일본은 오지 못할 것 같습니다.”
“예?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혹여, 저와 제 신하들이 김 공의 마음을 불편하게 해드렸습니까? 그런 것이라면 저희가 백 번이고 천 번이고 고치겠습니다. 그러니 노여움을 거두시고 부디 아국을 도와주십시오.”
“그런 건 아닙니다. 오해는 마세요.”
“그럼 왜?”
“중국을 살펴볼 생각입니다.”
“하긴, 중국은 대한민국과 육로로 이어진 곳이니 그쪽의 몬스터가 내려올 수도 있겠군요. 참, 북한은 어찌 되었습니까?”
“세력이 여러 개로 쪼개져 각자의 영역을 지키며 버틴다고 들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동 수단도 없는 듯하고요.”
“비행선 말씀입니까?”
“예.”
“원시적인 상태군요. 하긴 그게 아니더라도 김 공께서 떡하니 버티고 있는데 그들이 뭘 할 수 있겠습니까? 전처럼 도발하면 그길로 망하겠죠.”
은성이 분노하여 교토를 공격한다면 교토의 방어력으로도 은성을 막기 힘들다.
그에겐 공간과 공간을 뛰어넘는 가공할 이능과 그 이능도 무색하게 만드는 이능, 아니 그건 권능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신만이 가질 수 있는.
일왕조차 이러한 생각을 하고 있는데 하물며 다른 이들이야 말해 무엇 하랴.
지금은 웨이브로 인해 일시 중단된 한풍가와의 교역을 통해 카오루와 그녀를 따르는 일본인 무리를 통해 교토 내 다수의 일본인들이 은성의 형상을 한 조각을 집에 모시고 기도를 올리고 있었다.
그를 신으로 모신 것이다.
신들의 나라 아니랄까 봐.
참고로 이번 웨이브로 교토가 위험에 처했을 때 다수의 일본인들이 은성을 향해 기도를 올렸다고 한다.
그리고 그 기도에 응답하듯 은성이 나타난 일로 은성에 대한 신앙심이 빠른 속도로 전파되고 있었다.
일본 정부 입장에선 못마땅한 일이었지만 현실적인 문제로 인해 알고도 모른 척했다.
“몬스터를 상대하기도 바쁜데 사람을 대상으로 싸울 마음은 없습니다. 필요하다면 피할 생각은 없지만 먼저 칠 생각은 없습니다.”
“저희 일본은 절대 김 공과 싸울 마음이 없습니다. 혹여라도 그러한 자가 있다면 그건 그자의 잘못이지 일본 전체의 뜻과는 무관합니다.”
일왕은 은성을 공경하는 만큼 그에 대한 두려움도 컸기에 교토로 이전한 야스쿠니신사의 폐쇄는 물론 욱일기 사용 역시 전면 금지했다.
이것도 모자라 일왕은 우익 인사들에 대한 대대적인 숙청도 단행한 바 있었다.
이 모두 은성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으려는, 아니 살기 위한 일왕의 자구책이었다.
일본이 자신에게 납작 엎드린 걸 어찌 은성이 모르랴.
그래도 상대의 체면까지 짓밟을 필요는 없었기에 은성은 좋은 말로 응대한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곧 은성은 그 자리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일왕은 그가 사라진 자리를 향해 고개 숙인 뒤 다시 업무에 집중했다.
* * *
중국엔 아는 곳이 없다 보니 은성은 그곳과 가장 가까운 이라고 하기엔 애매한 서울로 공간 이동했다.
이동을 마친 은성의 눈앞에 보인 건 자신과 가족들의 집이었다.
몇 개월 동안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정원은 거미줄과 잡초로 무성했다.
정원의 나무들 역시 자유분방하게 자라 산속 나무를 보는 듯했다.
변한 건 비단 이뿐만이 아니다.
집주인이 떠난 이곳을 객이 와서 주인 행세를 하고 있었다.
바로 좀비였다.
“크어아아아!”
“우어아아아아!”
한 놈이 괴성을 지르자 그 괴성을 듣고 저택 곳곳에 있던 놈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그 수가 못해도 기백은 된다.
은성이 있는 곳으로 앞다투어 달려온 놈들은 선착순으로 영원한 죽음을 맞이했다.
어디 그들뿐이랴.
좀비들이 자신의 집을 점거하고 있음을 안 은성은 스스로 의미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대대적인 청소에 나섰다.
‘소환.’
은성이 소환한 기사들이 곳곳을 다니며 몬스터란 몬스터는 죄다 죽여 버렸다.
그제야 옛집은 평화를 되찾을 수 있었다.
집 곳곳을 둘러본 은성은 마지막으로 자신의 유년 시절과 함께 한 별채를 끝으로 히포그리프에 몸을 실었다.
히포그리프가 날개를 펼치며 준비하던 그때.
은성의 신호를 받고 멈추었다.
히포그리프의 이륙을 잠시 막은 은성의 시선은 북쪽에 머물러 있었다.
* * *
북쪽 상공에서 한 척의 비행선이 전속력으로 내려오고 있었다.
해당 비행선은 영종도 소속, 정확하게는 현무국 소속의 비행선이었다.
누군가에게 쫓기기라도 하듯 전속으로 비행하던 이들 앞으로 웅장한 덩치를 자랑하는 히포그리프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갑작스런 등장에 비행선의 승무원들은 크게 놀랐으나 곧 안도의 한숨을 내불었다.
“은성 님!”
“오랜만이네요. 김정구 대리님.”
“대리 아니고 과장입니다. 하하.”
“참, 그랬죠.”
“과장이면 어떻고 대리면 어떻습니까?”
김정구와 짧게 인사를 나누는 동안 이 비행선의 함장인 천고은이 다가왔다.
야릇한 표정을 하고서.
“오랜만이에요. 김은성 대장님.”
“오랜만입니다.”
천고은은 현무국에 몸담고 있지만 다른 파벌에도 한발 걸치고 있는 인물이었다.
박명수 총리를 중심으로 뭉친 총리파의 핵심 인사이기도 하다.
이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극소수였다.
은성 역시 그 사실을 아는 극소수중 하나다.
은성은 이를 드러내지 않고 현무국의 간부로 그녀를 대하였다.
천고은 역시 그에 장단을 맞췄다.
김정구는 그 사이에서 아무것도 모른 채 떠벌렸다.
당연히 그 말은 한 귀로 듣고 한귀로 흘렸다.
“안 그래도 한풍가에 연락을 넣을 참이었습니다.”
천고은의 입에서 한풍가가 거론되자 은성은 내심 놀랐다.
독대도 아니고 김정구를 비롯해 여러 사람들이 있는 자리에서 비밀 동맹의 일원인 그녀가 한풍가를 거론했기 때문이었다.
이런 은성의 마음을 아는지, 아니면 의도한 것인지 천고은이 예의 그 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북한 지역에서 수를 헤아릴 수 없는 몬스터가 지금 남하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사실을 알리기 위해 본진으로 복귀하던 중이었습니다.”
웨이브의 힘은 아직 유효하다. 그러니 대규모 몬스터는 어디서든 나타날 수 있다.
적어도 한풍, 영종도, 충주 이 세 곳이 힘을 투사하지 않은 지역은 그렇다.
그리고 비행선이 내려온 방향은 세 세력 모두 힘을 투사하지 않은 곳이다.
“수를 헤아릴 수 없다?”
“예, 거기다 처음 보는 몬스터도 섞여 있었습니다.”
“처음 보는?”
“중국 쪽에서 넘어온 몬스터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어디서 오시는 길입니까?”
“황해북도에서 바로 내려오는 길입니다.”
영종도가 북쪽을 정찰한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정찰 범위가 황해북도까지인 줄은 몰랐다.
더욱이 지금은 웨이브의 힘이 아직 남아 있는 시기라 더욱 이해할 수 없었다.
대체 왜 그 먼 황해북도까지 올라갔던 것일까?
천고은과 둘만 있으면 바로 물어보았겠지만 주변에 김정구를 비롯한 승무원들이 다수 있었기에 그 이유는 묻지 않았다.
천고은이 곤란해선 안 되기에.
몬스터의 남침 소식을 접한 은성은 곧장 비행선을 나와 북쪽을 향해 이동했다.
그가 떠나는 모습을 빤히 지켜보던 김정구가 고개를 돌렸다.
“부장님, 은성님이 가셨으니까 상황은 종료된 거라고 봐도 되겠죠?”
“김 과장님.”
“예?”
“소속을 잊지 마세요. 우린 현무국 소속입니다.”
“하, 하하. 그렇죠. 우린 현무국이죠.”
“영종도로 전속 비행합니다. 실시.”
“예예. 들었지 전속 비행 실시!”
김정구를 쫓아낸 천고은은 은성의 모습을 더는 찾을 수 없는 허공을 응시하며.
‘이야기는 전해 들었지만 이제 가늠이 안 되네. 그의 강함이.’
과연 양부의 야망이 이뤄질 수 있을까?
아니, 모두의 야망이 실현될 수 있을지 은성을 보자 그녀는 회의감에 빠져들었다.
호랑이는 가만있는데 여우와 토끼 혼자 왕이 되겠다고 아웅다웅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 * *
대체 얼마나 많은 수의 몬스터들이 남하하고 있기에 기체의 무리를 감수하고 그처럼 전속 비행을 하였는지 내내 궁금했던 은성은 현장 상공에 도착하자 바로 수긍했다.
몬스터들의 이동이 흡사 땅이 움직이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였다.
저만한 규모의 몬스터가 남쪽에 풀린다면 살아남을 세력이 있을까 싶을 만큼 그 수가 어마어마했다.
그중 절반 이상이 지금껏 보지 못한 몬스터였다.
천고은이 언급한 바로 그 몬스터인 듯했다.
언뜻 보면 개를 닮았다.
그러나 지구상의 그 어떤 개도 저처럼 붉지 않다.
어디 그뿐이랴, 눈은 마치 불덩이를 보는 듯했다.
그리고 바람에 실려 올라오는 이 냄새는…… 유황이었다.
은성이 이 냄새를 바로 알아차린 이유는 일본에서 사냥하던 중 화산 근처에서 자주 맡아서였다.
놈들의 색깔은 매우 어두워 밤에 활동하면 코앞에 있어도 알아보지 못할 것 같았다.
불덩이를 연상케 하는 저 눈이 없다면.
거기다 덩치는 어찌나 큰지 가장 작은 놈이 송아지만 했다.
반대로 가장 큰 건 코끼리보다 1미터는 더 커 보였다.
천고은이 은성에게 저놈들을 이야기하면서 붙인 이름이 헬 하운드였다.
‘정말 지옥의 개 같군.’
지금보다 고도를 더 올려서 살펴봐도 여전히 몬스터가 없는 땅은 찾아볼 수 없었다.
‘대륙에 있던 몬스터란 몬스터는 죄다 여기 있는 건가?’
이런 생각이 들 만큼 그 수가 많았다.
과연 누가 있어 저들을 막을 수 있을까?
영종도? 그들이 가진 힘 전부를 투사해도 막기 힘들 것이다.
충주는 말해 무엇 하랴.
현재 은성이 거느린 병력은 기사 50기, 마법사 50기, 히포그리프 기수 250기다.
거기에 일반 병과는 검방병 500기, 궁병 400기, 창병 200기, 도끼병 200기, 방패병 200기가 있다.
‘저기 강이 있군.’
강을 보니 이번엔 인어 병을 투입해도 되리라.
인어 병은 본진에 둘 의미가 없었기에 500기 전원이 대기소에 머물러 있었다.
‘일반 병과를 저 앞에 던지는 건 자살행위야.’
방파제가 제아무리 높고 튼튼해도 해일 앞에선 아무 힘도 쓰지 못한다.
그러니 특수 병과로 적을 쳐야 한다.
하나의 점만 있던 상공에 다수의 점이 등장한다.
곧 이어진 은성의 지시에 250기의 히포그리프 기수가 지상을 향해 일제히 창을 던졌다.
가공할 속도로 날아간 250개의 창이 몬스터를 꿰뚫고 땅속 깊숙이 박힌 뒤 일제히 폭발했다.
산과 들이 형체를 잃었다.
모든 것이 뒤집어진 그곳엔 폭발에 의해 갈가리 찢겨 몬스터의 잔해로 뒤덮였다.
그 잔해는 이내 사라졌다.
자연 증발이 아닌 살아남은 몬스터에 의해.
갑작스러운 공격에 몬스터들이 동요했다.
저들의 괴성이 하늘을 향해 난무했다.
그래 봐야 귀만 아플 뿐 피해는 일절 없다.
제아무리 강력한 주먹도 맞아야 아픈 법.
기수들은 쿨타임이 돌아오면 재깍 창을 날렸다.
창의 파괴력은 대단했지만 마법사들의 광역 마법엔 비할 수 없다.
대량 학살은 역시 마법이 최고다.
‘한지영을 불러야겠어.’
아니, 한지영만으론 안 된다.
본진의 마법사를 모두 데려와야 한다.
은성은 지체하지 않고 그들에게 의념을 보냈다.
히포그리프를 타고 곧 날아오리라.
그사이 놈들의 진군을 최대한 막아야 하는데 기수의 투창에도, 마법사들의 광역 마법에도 놈들은 방향을 바꿀 생각이 없는 듯 남쪽만 고집하고 있었다.
대체 왜 저러나 싶을 정도로 우직했다.
놈들이 어느덧 강가에 도착했다.
강이 앞을 가로막고 있었지만 놈들은 주저하지 않고 그 안으로 몸을 던졌다.
이 강엔 인어 병 500기를 배치한 상태였다.
과연 그들이 버틸 수 있을까?
대기 중인 인어 병들이 은성의 명령을 받고 공격에 가담했다.
물속에 뛰어든 놈들은 죄다 목숨을 잃었다.
그래 봐야 전체에 비하면 한 줌이 안 된다.
지원군이 도착할 때까지.
놈들의 진군을 저지할 방법을 고려했다.
그런 제 군주의 마음을 아는지 인어 병들이 몬스터들의 진군을 막기 위해 강물을 일으켜 세워서는 이를 얼려버렸다.
미쳤다!
그제야 몬스터들의 진군이 멈췄다.
거대한 얼음벽 앞에서.
‘이런 것도 가능하다고?’
어마어마한 두께를 자랑하는 얼음벽, 그 얼음 속을 인어 병들이 자유롭게 이동하며 얼음벽에 접근하는 놈들의 대가리를 가르고, 꿰뚫었다.
몬스터의 사체가 기하급수적으로 쌓이다 이내 증발하며 스탯석과 부산물을 남겼다.
생각지도 못했던 인어 병들의 엄청난 활약에 힘입어 마나를 회복한 마법사들이 다시 광역 마법을 난사하며 압도적인 살상력을 자랑했다.
기사들은 얼음벽을 중심으로 전투에 가담하면서 인어 병의 부담을 줄여주었다.
‘잘하면 여기서 끝을 볼 수 있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