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ility Succession Characteristics RAW novel - Chapter 179
이능 계승잔데 특성이 있다 179화
오희연은 확정 이능 강화석 하나를 선물로 남기고는 훌쩍 떠나 버렸다.
대단히 귀한 걸 선물로 받았지만 기뻐할 수 없었다.
그녀가 남긴 말이 심상치 않았기에.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나서 오희연의 말이 실제로 일어났다.
그녀를 비롯해 다수의 사람들이 한날한시에 혼수상태에 빠진 것이다.
영종도 한 곳만이 아니었다.
한풍과 충주 4대 가문에서도 그러한 자들이 나왔다.
그 수는 오희연을 포함하여 총 157명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에 깊은 우려를 표시했다.
이번 혼수 상태의 원인으로 멸망이 배후에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이후에도 또다시 이런 일이 벌어지면 어떡할까 걱정하는 이들도 많았다.
은성은 이런 일이 있을 거란 걸 알고 있었지만 그들에겐 함구했다.
그렇게 3일이 지나자 전날 오희연을 비롯해 모두가 깨어났다.
그런데 이걸 무사하다고 해야 할지.
“토, 통령이요?”
은성의 눈앞에 오희연이 앉아 있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정말 오희연이다.
그런데 그녀가 오희연이란 느낌이 들지 않았다.
눈빛, 표정, 말투 등등.
모든 게 자신이 알던 오희연의 반대였다.
거기다 기억의 일부는 소실된 상태.
지난 1년 6개월의 기억이 그녀에겐 없었다.
“그렇습니다. 오희연…… 국장.”
오희연은 은성이 말을 편히 하던 몇 안 되는 인물 중 하나였다.
그러나 깨어난 오희연에겐 전처럼 그리 대할 수 없었다.
겉모습만 같을 뿐 전혀 다른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
의사는 이를 단기기억상실증이라고 말하였지만 그건 의학적인 소견일 뿐 은성은 이를 믿지 않았다.
아니,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다.
오희연 한 사람의 문제라면 모르겠지만 그녀를 포함해 다른 156명이 모두 같은 현상을 보였으니까.
이 자리엔 박명수 총리를 비롯해 4국의 국장들이 동석했다.
다들 180도 바뀐 오희연의 모습에 할 말이 없는지 반쯤 넋이 나간 상태였다.
백호국 국장 장태호가 자신의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소리쳤다.
“오 국장님, 저 장태홉니다, 장태호! 저도 못 알아보시는 겁니까? 지금…… 장난하시는 거죠? 그런 거죠?”
“모, 몰라요. 죄, 죄송합니다.”
천하의 오희연이 장태호 국장에게 겁을 집어먹는다?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다.
“다, 당신 누구야? 우리 오 국장님 어디 있어! 너…… 귀신이냐? 그렇지? 귀신이지? 사람의 육신을 빼앗는 그런 녀석이지! 통령님, 퇴마사나 무당이나 성직자를 불러서 우리 국장님 몸에 들어간 저 귀신을 빼내야 합니다.”
가장 말이 안 되는 이야긴데 가장 말이 되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까닭을 몰랐다면.
“장 국장님.”
“예, 통령님.”
“입 다무세요. 귀 아프니까.”
최석주 대통령 사후 은성은 그의 자리에 앉았다.
사람들의 추대로.
하지만 국민들의 선거로 당선된 것이 아니기에 대통령이란 직함을 그대로 사용하기가 애매하여 논의 끝에 통령이란 직함을 만들었다.
통령의 권한은 전제 군주 시절의 군주만큼 강력했다.
처음엔 그 권한을 이렇게까지 키워 줄 생각이 다들 없었지만 오희연 국장이 밀어붙인 덕분에 은성은 막강한 권한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죄, 죄송합니다. 이 상황이 너무 답답해서 저도 모르게 울컥하고 말았습니다.”
오희연이 이상해진 이상 오희연의 파벌에 속했던 자들의 대표라고 할 수 있는 장태호는 고립무원의 처지나 마찬가지다.
삼족오의 주요 인물들 역시 오희연과 같은 꼴이 났기에 사실상 삼족오는 빈집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니 장태호 국장 입장에선 오희연을 대신할 은성의 그늘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다.
그러니 그의 한마디에 쩔쩔맬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아.
은성은 속으로 나직이 한숨 쉬며 오희연을 응시했다.
진짜 저게 오희연이라고?
당최 적응이 안 된다.
“오희연 국…… 아니, 오희연 씨 상태창의 내용을 여기에 적으세요.”
은성이 내민 종이를 받아든 오희연은 망설이는 기색을 보이다 곧 체념했다.
슥슥.
성명 : 오희연(여).
이능 : 공간 이동(SS/SS).
스탯 : 근력(87). 체력(79). 민첩(85). 오러(60). 피해 감소+21%.
진 인벤토리 : 1(3).
사람들은 오희연이 순순히 자신의 상태창에 있는 내용을 종이에 기입하는 모습에 크게 놀랐다.
이능 계승자에게 상태창이란 은밀한 사생활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걸 적어 내다니.
그것도 놀랍지만 그보다 더 놀라운 건 오희연의 능력이었다.
‘공간 이동이 오 국장의 이능이었다고? 어쩐지 신출귀몰하더라니.’
‘미친…… SS등급이었어? 거기다 오러? 저건 무슨 스탯이지?’
‘진 인벤토리는 뭐야?’
‘저게 가능한 스탯이라고?’
여기 있는 국장들 모두 최상급 스탯석 구간엔 발도 딛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최상급 스탯석 구간은 군주를 사냥해야 하는데 한반도엔 군주가 등장하지 않았기에 아예 기회가 없었다.
그래서 다들 상급 스탯석 구간 정점에 머물러 있었다.
그런데 오희연은 이미 최상급 스탯석 구간에 들어가 있었으니 그들 입장에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 감정도 공간 이동이란 이능 앞에선 수긍했다.
외국엔 군주 몬스터가 등장한다는 말은 이미 들었으니까.
바로, 자신들의 통령에게서.
오희연의 작성한 내용을 본 은성, 겉으론 내색하지 않았지만 속으론 많이 놀라고 있었다.
반면 은성이 주목한 내용은 오러였다.
자신보다 10이 더 많은 수치에 놀랐다.
모두가 자신을 뚫어지게 바라보자 오희연은 당혹감을 느꼈는지 눈치만 살폈다.
이만한 능력이라면 눈치를 보는 게 아니라 오히려 줘야 정상인데, 역시 사람이 바뀌었다.
“당신이 알던 이전 상태창과 다른 점이 있습니까?”
“잠재력을 제외하곤 모두 변했어요.”
“당신에 대한 이능을 아무도 모르던데 처음부터 속인 겁니까?”
“아, 아니에요. 최석주 대통령님이 알리지 말라고 하셔서 밝히지 않았어요.”
최석주 대통령이 처음부터 오희연을 싸고돌았던 이유가 이제야 밝혀졌다.
그러나 지금은 중요하지 않다.
최석주는 이미 죽었으니까.
아니, 설사 살아 있더라도 은성이란 대세를 거스를 수 없으리라.
“많이 혼란스러울 텐데 조사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조사가 끝나자 박명수 총리가 사람을 불러 오희연을 내보냈다.
“통령님 앞으로 오희연 국장을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정확하게는 단체로 기억을 잃은 삼족오 국의 향방을 묻는 것이다.
박명수 총리의 질문에 즉각적인 반응을 보인 건 역시 4국의 국장들인데 그중 가장 뜨거운 반응은 역시 백호국 국장 장태호였다.
아니, 절박해 보였다.
“삼족오는 당분간 백호국 장태호 국장이 관리하도록 하세요.”
“으헉! 가, 감사합니다. 통령님, 저 장태호 통령님을 위해서라면 앞으로 끓는 기름 솥도 마다하지 않겠습니다. 으하하하.”
은성의 이와 같은 결정에 웃는 건 장태호 하나였다.
나머진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였지만 대놓고 반발하는 이들은 없었다.
“한마디만 하겠습니다. 우리의 목적을 잊지 마세요. 우리가 무엇 때문에 여기 있는지를.”
따끔한 일침을 남긴 은성은 그 자리에서 홀연히 자취를 감추었다.
* * *
중앙 대피소의 괴멸 소식을 접한 멤피스는 그야말로 초상집을 방불케 했다.
그때로부터 시간이 제법 흐른 지금도 수뇌부들에게선 의욕을 찾아볼 수 없었다.
일단 오리건의 괴멸은 대중에겐 비밀에 부쳤다.
알렸다간 그 즉시 생길 혼란이 눈에 선했으니까.
패터슨 소장의 명령으로 멤피스 대피소의 핵심들이 회의실에 착석했다.
그들의 표정만큼이나 회의장에 감도는 공기는 무겁고 우울했다.
얼마 전 오리건의 소식을 접한 간부 중 한 명이 가족과 함께 자살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한 탓이기도 했다.
하지만 언제까지 패닉에 빠져 있을 수 없었기에 패터슨은 활로를 모색하기 위해 불면의 나날을 보냈다.
그리고 결정했다.
은성이 다녀간 이후.
“오리건 사건은 우리 모두에게 큰 충격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로 인한 불미스러운 사건 역시 우리에겐 잊지 못할 고통입니다. 하지만 언제까지 그에 얽매여 있을 순 없습니다.”
몇몇이 패터슨 소장의 의견에 동의했지만, 대부분은 여전히 오리건의 일에 매여 있는 모습을 보였다.
그중 한 명이 입을 열었다.
당시 오리건의 참상을 직접 목격한 감찰관 길버트였다.
“소장님의 뜻은 알겠습니다. 하지만 그 대단한 오리건도 그리되었습니다. 그보다 못한 우리에게 방법이 있겠습니까?”
“있습니다.”
확신에 찬 패터슨 소장의 말에 좌중은 놀라서 웅성거렸다.
“내가 생각한 방법은 이주입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충격이 가시자 반발이 쏟아졌다.
어딜 가더라도 달라질 게 없으니까.
그것은 합리적인 생각이었다.
“미쳤습니까? 이 시국에 어딜 간다는 겁니까?”
“말도 안 됩니다. 안 돼요.”
“일단 소장님의 이야기나 들어봅시다. 그래서 어디로 가자는 겁니까?”
“대한민국입니다.”
여기 착석한 사람들치고 은성의 능력을 모르는 사람들은 없다.
특히, 은성의 능력을 직접 본 자들은 패터슨 소장의 의견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길버트 감찰관도 그중 한 명이었다.
“비행선이 부족합니다. 모든 자원을 긁어모아도 여전히 부족할 겁니다.”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난 우리의 아이들, 우리의 젊은이들을 우선시할 생각입니다. 차후 그 비행선단이 돌아오면 남은 사람들을 태울 생각입니다. 이를 위해선 여러분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합니다. 이 일에 동참해 주시겠습니까?”
저들 모두 간부이기 이전에 아버지요, 어머니다.
자식을 위해서라면 어찌 수고를 아끼지 않으랴, 설사 목숨이라도 내놓을 용의가 있었다.
장내에 비장감이 흘렀다.
그것도 잠시.
“합시다, 그리합시다.”
“우리 아이들을 살립시다.”
“난 찬성입니다.”
회의장의 열기는 단숨에 뜨거워졌다.
“그런데 그 먼 길을 가기 위해선 호위가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김은성 씨가 그리 해주겠다고 합니까?”
“고맙게도 허락해 주더군요.”
패터슨이 불면의 밤을 떨치고 일어선 계기가 바로 은성의 확답이었다.
-도와드리죠.
바로 그 한 마디가 그를 일어서게 만든 것이다.
* * *
기다리고 기다리던 던전이 드디어 그 모습을 드러냈다.
던전 발견자는 영종도 소속의 김정구 과장이었다.
김정구 과장의 보고를 받은 현무국 이세희 국장은 즉시 공략대를 대동하고 던전으로 향했다.
하지만 이세희 국장의 공략대는 던전 입구에서 제지당했다.
장태호 국장의 연락을 받은 은성이 그 자리에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참고로 은성은 장태호 국장에게 인형 병을 하나 붙여 두었고, 장태호는 이를 통해 은성에게 연락을 취한 것이다.
“통령님, 그게 무슨 뜻인가요? 공략대를 해산하라니?”
“말했다시피 던전의 위험성을 확인한 뒤 공략의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뜻입니다.”
“저 던전은 현무국에서 최초로 발견했습니다. 당연히 권리는 저희 현무국에 있습니다.”
오희연의 상태창 내용을 알게 된 이후 이세희 국장은 성장에 대한 욕구가 부쩍 커진 상태였다.
그런 상황에서 던전이 발견되었으니 당연히 몸이 달아오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부랴부랴 달려왔는데 입구 컷이라니.
“던전 공략을 아예 포기하라는 건 아닙니다. 이번 던전은 나와 4국의 국장만 들어갑니다.”
“왜 그래야만 하는 겁니까?”
“일전에 말했다시피 이전에 알던 던전과 양상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직접 확인하고 그 경험을 부하 직원들에게 교육하라는 의미입니다.”
기분은 나빴지만 틀린 말도 아니기에 이세희 국장은 이를 받아들였다.
곧 현장으로 청룡국, 주작국 국장이 도착했다.
“자세한 이야기는 안에서 하죠. 들어갑시다.”
국장들은 서로의 표정을 살피며 은성의 뒤를 따라 던전으로 들어갔다.
던전 내부는 초원이었다.
은성은 히포그리프 기수 100기를 소환하여 정찰에 투입했다.
장관이었다.
그래서 다들 그 모습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들의 시선이 다시 자신에게로 향하자 은성은 던전 입구에서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입을 뗐다.
일전엔 외국에 군주급 몬스터가 있다는 언급만 했을 뿐 자세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딱히 달라질 게 없었으니까.
하지만 이젠 다르다.
그래서 군주가 보스인 던전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여기까집니다.”
그의 이야기에 사람들은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한반도와는 비교할 수 없는 난이도에 고통 받고 있는 외국의 적나라한 사례 때문이었다.
생각보다 심각한 상황인 것을 인지한 사람들은 한동안 입을 열지 않았다.
각자 복잡한 상념에 빠져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