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Dweller RAW novel - Chapter (115)
>[Episode 26] 고리 원자력 발전소 (4)〉
‘여기까지 흡혈귀 놈들이 침투한 건가?’
그리 놀랍지는 않았다.
흡혈귀 놈들의 본거지는 울산이었고, 부산까지 찾아와 영역을 넓혔던 놈들이었다.
이곳은 부산과 울산의 중간쯤에 위치하고 있으니 흡혈귀 한두 마리가 있다고 해서 이상할 것은 없었다.
‘이 놈을 처리하면 전초기지 건설 조건이 채워지려나?’
울산에서의 경우와는 조금 달랐다.
울산 홈플러스에 있던 놈은 인간들 무리에서도 우두머리 역할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러나 눈앞에 있는 흡혈귀 놈은 완전히 신입 취급을 당하고 있었다.
게다가.
“신입이 우리 목숨을 구해준 셈이나 다름없어요. 야, 민준아. 진짜 고맙다.”
이야기를 듣자하니 중급 흡혈귀가 사람들의 목숨을 구해줬다는 것 같았다.
“그럴 리가 없는데?”
지금까지 수많은 흡혈귀들을 만나봤지만, 죄다 피에 미쳐 있는 족속들이었다.
평범했던 인간도 흡혈귀가 되면 인간성을 잃고 피에 굶주리는 괴물로 변했다.
그런 흡혈귀가 사람 목숨을 구했다니.
믿기 힘들었다.
[김건씨. 본부장님께 최근에 죽은 사람이나 실종된 사람이 없는지 물어봐주시겠어요?]내 질문을 들은 본부장은 손사래를 치며 대답했다.
“그런 일은 없습니다. 저희 꼭 직원들은 오래전부터 여기서 일하고 있어서 서로 얼굴을 다 아는지라 누가 없어지기라도 했으면 곧바로 보고가 들어왔을 겁니다. 군대 쪽도 아침저녁으로 인원 보고를 하기 때문에 누군가 사라졌다면 금세 알아차렸을 거고요.”
그의 말을 들으니 고민이 될 수밖에 없었다.
‘정말로 착한 흡혈귀인가?’
지금까지 아무런 피해도 발생하지 않은데다 눈앞에 있는 사람들의 목숨도 구해줬다고 하니 헷갈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정말로 자신의 본능을 억누르며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려 노력하는 그런 흡혈귀가 존재할 수도 있는 걸까?
그때 김건이 무리에서 살짝 빠져서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재현님. 무슨 일이십니까?”
아주 작은 목소리였지만, 절대자의 눈을 활성화 시킨 상태인 내게는 아주 잘 들렸다.
[이민준이라는 저 남자, 흡혈귀입니다.]“…그것들이 아직까지도 남아 있었나 보군요.”
[울산 전체를 집어삼켰던 놈들이니까요. 지금도 어딘가에서 세력을 늘리고 있을지도 모르죠.]“처리할까요?”
[흐음. 글쎄요. 김 건씨 생각은 어떤가요? 착한 흡혈귀라는 게 존재할 수 있는 걸까요?]김 건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불가능합니다.”
너무나도 확고한 태도에 의문이 생겨 물었다.
[어떻게 그렇게까지 확신하실 수 있는 거죠?]분명 나와 같은 내용의 대화를 들었을 것임에도 이렇게까지 확신하는 데에는 어떤 이유가 있는 게 분명했다.
“흡혈귀전 이후에 울산에 남아 있던 흡혈귀 놈들을 처치할 때 있었던 일입니다. 흡혈귀로 변한 엄마를 변호하던 여자 아이가 있었습니다. 제발 엄마를 한 번만 살려달라고 했었던 그 아이는 자신의 엄마에게 물려 죽었습니다.”
“흡혈귀였던 엄마 쪽은 당시 하급 흡혈귀로 이성과 살아생전의 기억도 가지고 있었던 개체였습니다. 착한 흡혈귀라는 게 존재할 수 있다면, 그런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겁니다.”
그 이야기를 들으니 나도 확신할 수 있었다.
“네.”
그러나 저렇게 신임을 받고 있는 사람을 무턱대고 죽여버릴 수도 없는 일이었다.
[확실한 증거가 필요하겠네요.]이민준은 밤이 되길 기다렸다.
‘흐흐. 드디어 밤이군.’
이 조직은 확실히 성가셨다.
원자력 발전소라는 중요 시설에 관여되어 있는 만큼 폐쇄적인 문화가 형성되어 있었고, CCTV를 비롯한 보안 시스템이 철저해서 자기가 판을 벌이기 굉장히 힘든 환경이었다.
그러나.
‘나에게는 이 능력이 있지.’
손가락을 씹어 박쥐로 변한 이민준은 조심스럽게 숙소를 빠져나왔다.
그리고 미리 확인해 두었던 CCTV를 피해서 서주원의 방안으로 조심스럽게 침투했다.
스르륵
확실하게 방 안으로 들어온 이민준은 변신을 풀고 미소를 지었다.
침대 위에서 이불을 덮고 있는 서주원의 모습을 보니 군침이 돌았다.
‘이게 며칠만의 포식이지?’
이민준은 인간 시절에도 맛있는 것부터 먼저 먹는 습관을 가지고 있었다.
흡혈귀가 되며 인간성을 잃은 이민준에게 그 시절의 기억은 아무래도 상관없는 일이었지만, 그 기질은 그대로 자신에게 남아 있는 상태였다.
‘제일 맛있어 보이는 놈.’
고만고만한 능력을 가진 놈들 중에서도 그나마 가장 나은 놈이 바로 서주원이었다.
그래서 첫 시식 상대로 고른 것이다.
서주원의 침상 앞에 서서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잘 먹겠습니다.”
이빨을 드러내며 이불을 들추려던 그 타이밍에.
딸깍!
등 뒤쪽에서 스위치를 누르는 소리가 들려왔고, 동시에 전등이 켜지며 방 안을 환하게 비추었다.
“응?”
그리고.
“거기까지다.”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서 낯선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민준은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허공을 노려봤다.
얼마 지나지 않아.
스르륵-
휴대폰으로 촬영을 하고 있는 문병호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의 얼굴을 확인하자마자 이민준은 사색이 되어 외쳤다.
“너, 너는-!”
이민준의 두 눈이 빠르게 진동했다.
왜냐하면 지금 자신의 눈앞에 있는 얼굴은 자신의 트라우마 속에서 각인된 얼굴이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상급자였던 상급 흡혈귀가 눈앞의 남자의 손에 쪽도 못 써보고 죽는 것을 두 눈으로 똑똑히 목격했다.
그때 당시 이민준이 문병호의 얼굴을 보고도 살아나갈 수 있었던 것은 박쥐의 모습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문병호가 이민준을 노려보며 물었다.
“나를 아나?”
“아, 아니! 모른다! 몰라!”
다급하게 박쥐로 변하려 했지만.
다음 순간 거짓말처럼 문병호의 신형이 사라졌고, 이내 자신의 코앞에서 나타났다.
그리고.
푸욱!
그의 단검이 자신의 심장을 찔러 들어왔다.
“끄어어-.”
바람 빠지는 소리와 함께 이민준의 심장이 멈추었고, 그의 시체가 사라져갔다.
[중급 흡혈귀(Lv. 38)를 사냥하셨습니다.] [대량의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집구석 절대자의 지갑에 2,133,619,548 원이 입금되었습니다.] [시민 문병호가 ‘고리 원자력 발전소’의 우두머리를 해치웠습니다.] [고리 원자력 발전소에 전초기지 건설이 가능해집니다.]조건이 갖춰질까 조금은 우려스러웠는데, 다행히 원하는 대로 됐다.
‘전초기지 건설.’
[해당 시설은 너무 넓습니다.] [건설 기간과 비용을 보정합니다.] [해당 시설은 건설 기간(30일) 동안 ‘기사’급 이상의 칭호를 가진 시민 3명을 필요로 합니다.] [정말로 설치하시겠습니까?] [예/아니오]건설 기간이 크게 늘어난 것은 물론 비용을 확인해보니 10배가 늘어나 있었다.
‘130억이면 나쁘지 않지.’
건설비용은 괜찮았다.
신경 쓰이는 것은 건설 기간이다.
‘한 달이나 걸리는 건가.’
자그마치 720시간이었다.
크리스탈 72개가 들어가야 즉시 건설이 가능하다는 소리였다.
‘일단 진행해봐.’
아직 비장의 한 수가 남아 있었다.
[건설 현장에 ‘기사’급 이상의 칭호를 가진 시민이 10명 이상 모여 있습니다.] [건설 효율이 200% 증가합니다.] [전초기지 시설 건설 완료까지 남은 시간]-239시간 59분 59초
추가 효과로 인해 건설 속도가 300%가 되면서 시간이 3분의 1토막이 나 버렸다.
과할 정도로 가신들을 투입한 보람이 있었다.
‘이 정도면 됐어.’
초기 각오했던 크리스탈 개수보다는 많았지만, 고리 원자력 발전소의 위험도와 면적을 생각하면 합리적인 소비였다.
‘즉시 완료.’
[‘전초기지’ 시설 건설을 즉시 완료하시겠습니까?] [해당 시설의 즉시 완료를 위해서는 24개의 크리스탈이 필요합니다.]‘그래.’
그 순간.
우우웅-
[시민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조건을 만족하는 개체가 발견되었습니다.] [시민권을 부여하시겠습니까?]고리원자력 전체가 내 영향력 아래로 들어왔다.
[태양관 발전 시설을 발견했습니다.] [태양광 발전기의 효율이 900% 증가합니다.]시설 내부에 설치되어 있던 태양광 발전 시설이 시스템에 포함되며 효율이 급격히 증가했다.
그리고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원자력 발전 시설을 발견했습니다.] [건설 가능 항목에 ‘원자력 발전소’가 추가됩니다.]원자력 발전소 시설이 시스템에 포함되는 것과 동시에 새로운 에너지 동력원이 생겨나는 것이 느껴졌다.
원자력 발전소에서 생성되는 전기가 부산에 있는 영역 전체로 퍼져나갈 수 있게 개편되고 있는 것이다.
동시에.
[핵폐기물을 제거합니다.]내가 나서기도 전에 사용 후 핵연료들을 제거해 버렸다.
‘됐다.’
생각 이상의 성과였다.
‘이걸로 최악의 상황은 막아냈다.’
그렇게 상황이 마무리 된 듯 보였다.
[다들 고생하셨습니다.]이때까지의 나는 ‘예지몽’의 정확한 의미를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예지몽(夢)
현실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지를 미리 보여주는 꿈.
장호원은 찝찝한 심정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 꿈이 너무나도 생생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꿈을 꾼 당일에 모든 것이 해결되었다는 말을 들었음에도 어딘가 마음이 놓이질 않았다.
‘어째서 그렇지?’
이유는 잘 알 수 없었다.
그냥 직감이라고 해야 할까.
“그러니까 현찬이 형. 한번만 도와줄 수 없을까?”
“다 해결됐다고 하는데 왜 그렇게 불안해하는 거야? 너 울산 홈플러스 알지? 거기처럼 고리 원전 전체가 안전 구역으로 설정 됐다니까?”
“그건 아는데 내가 불안해서 그래.”
꿈을 꾸자마자 이준혁에게 보고했고, 상부에 맡기면 자기 역할은 끝일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평소처럼 던전 공략을 하며 일과를 보냈다.
그러나 도무지 집중을 할 수가 없었다.
“아니, 그렇게 걱정이 되면 직접 작전에 참여하겠다고 말씀드리지 그랬어.”
“나도 그럴 걸 하고 후회하는 중이야.”
예지몽을 꾼 당사자답게 모든 일이 해결되었다는 것을 자신의 두 눈으로 직접 확인했어야 한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질 않았다.
“후우. 알겠어. 여기 일은 내가 마무리해 놓을 테니까, 너는 사무실로 가 봐.”
“고마워, 형!”
장호원은 모닝을 타고 급히 아파트 단지로 복귀했다.
그리고 최대한 빠르게 달려 김다빈이 있는 행정본부 사무실에 도착할 수 있었다.
“허억. 헉.”
다짜고짜 문을 열고 들어가자 시선이 집중되는 것이 느껴졌다.
장호원은 그런 사소한 시선은 모조리 무시한 채로 곧바로 책임자인 김다빈을 향해 다가갔다.
그를 알아본 김다빈이 먼저 물었다.
“무슨 일이시죠?”
“혹시 저를 고리 원전으로 보내주실 수 있을까요?”
심각해 보이는 그의 얼굴을 바라보며 김다빈이 말했다.
“일단은 조금 진정하시고요. 또 예지몽을 꾸신 건가요?”
“아니요. 조금 다릅니다.”
“그럼…?”
“…느낌이 좋지 않아서요. 고리 원전에 한 번 가 봐야 할 것 같아요.”
김다빈은 물끄러미 그를 바라보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잠시만 대기해주세요.”
김다빈은 텔레파시를 이용해 김재현에게 보고하였고, 김재현은 흔쾌히 허락하며 동대문을 열어주었다.
지이잉-
곧바로 장호원의 앞에 고리 원전으로 통하는 통로가 생겨났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장호원은 사색이 되어 물었다.
“여기가・・・ 고리 원전이라고요?”
“네. 뭔가 문제라도?”
“제가・・・ 제 꿈에서 본 원자력 발전소랑은 달라요.”
“네?”
“여기가 아니에요! 터지는 곳은-!”
그 순간.
쿠궁- 쿠구구구-
동대문 건너편의 고리 원전의 땅이 미세하게 진동했다.
>[Episode 26] 고리 원자력 발전소(4)>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