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Dweller RAW novel - Chapter (117)
> [Episode 27] 방사능 유출 (2) >
혹시나 싶어서 새롭게 전초기지로 편입된 고리 원자력 본부를 확인해봤다.
고리원자력 본부에는 총 8개의 원자로가 있었다.
고리 1호기부터 4호기. 그리고 바로 옆에 있는 신고리 1호기부터 4호기까지.
노후화되어 영구 정지된 고리 1호기를 제외하고는 정상적으로 작동하며 전기를 생산해내고 있는 중이었다.
원자로에서 생성되는 전기의 양이 어마어마했는데, 여기서 생산되는 전기만으로도 모든 시민이 사용하는 전기를 커버 하고도 남을 정도로 많았다.
‘태양광 발전 시설과 마찬가지로 잉여 전기는 모두 돈으로 환전되어 들어오는 방식인 것 같고.’
이것 하나만으로도 전국에 있는 원자력 발전소를 점령할 이유는 충분했다.
하루에 들어오는 돈이 달라질 테니까.
‘문제없군.’
다행히 고리 원전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현재 내 영역 중에서 월성 기지가 위치한 경주에서 가장 가까운 곳은….’
울산 홈플러스 전초기지였다.
월성 기지에 문제가 생겼다면 가장 가까이에 있는 울산 쪽에서도 무언가 변화가 일어났을 가능성이 컸다.
‘절대자의 눈.’
울산 홈플러스에 생성된 전초기지를 살펴봤지만, 처음에는 별다른 차이점을 찾을 수 없었다.
사람들은 평소와 같은 일상을 영위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오늘은 어디로 갈 거야?”
“북구 쪽으로 가 봐야지. 아직 그 쪽으로는 많이 안 가봤으니까.”
“아, 오늘도 어제처럼 멀쩡한 외제차 하나만 발견됐으면 좋겠다.”
흡혈귀들의 왕, 진조의 존재감 때문인지 몬스터가 적었던 탓에 울산에는 상대적으로 멀쩡한 차량이 많았다.
거기다 공업 도시라 그런지 비싼 외제차를 포함한 고급 차량이 많았는데, 이를 줍기 위해 많은 시민들이 울산을 찾고 있었다.
저들도 그런 파티 중 하나였다.
“외제차까지는 안 바라니까 제대로 된 거 하나만 발견했으면 좋겠네.”
“그렇긴 하지.”
중고차라고는 해도 수백 수천 단위에 거래가 되기 때문에 사람이 몰릴 수밖에 없었다.
덤으로 몬스터 사냥과 빈집에서 필요한 물자를 구할 수도 있었다.
주변을 돌아다니는 고블린을 감당할 수 있는 수준만 된다면 울산은 보물창고나 다름없는 것이다.
‘사람이 엄청 많아졌네.’
그동안 인스턴트 던전에서 레벨을 열심히 올린 이들은 이제 맨몸으로 싸워도 고블린 몇 마리 정도는 가뿐하게 압도하는 신체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거기다 3명에 하나 꼴로 총기까지 대여해주고 있으니 울산을 돌아다니는 것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은 무척이나 적었다.
‘평균 레벨도 높은 편이고.’
고블린이 나오는 인스턴트 던전을 졸업한 이들답게 모두가 20레벨을 넘기고 있었다.
아직 오크 사냥은 버겁지만 총이 있으면 감당할 수 있고, 고블린 무리 정도는 맨몸으로도 상대할 수 있는 수준의 파티들.
딱 그 정도가 울산에서 활동하는 파티의 레벨이었다.
‘일단 전초기지 안에는 문제가 없어 보이네.’
시야를 옥상으로 이동해 투명 장벽의 바깥을 확인해봤다.
구름이 잔뜩 끼어 있는 것 말고는 별다를 것 없어 보이는 평화로운 하늘이었다.
그러나.
투둑- 투두둑-
“…뭐지?”
투명한 장벽 위로 무언가 모래알보다도 작은 먼지 알갱이들이 부딪혀 오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집중하지 않으면 눈치 채기 어려울 정도의 미세한 자극.
무언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낀 나는 곧바로 절대자의 눈에 검은 기운을 덧씌웠다.
화르륵-
그와 동시에 하늘의 풍경이 급변했다.
‘이건…!’
북동쪽.
그곳의 하늘에서부터 방사능에 오염된 공기가 대량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기류의 진행 방향이 반대 방향이라 이곳으로 다가오는 것보다 바다 쪽으로 날아가는 양이 더 많다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두두두-
투명 장벽에 쉴 새 없이 부딪히고 있는 자그마한 알갱이들은 방사선임에 분명했다.
벌써 여기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을 보고나서야 확신할 수 있었다.
‘월성 기지가 터졌다.’
방금 고리 원전까지 전해져왔던 그 미세한 진동은 월성 원자력 발전소가 폭발하며 생겨난 진동이라는 것을.
나는 곧바로 소통의 반지를 활용하여 모든 가신들에게 전했다.
[지금 당장 모든 시민들을 안전 구역 안으로 대피시켜 주세요.]그리고 김다빈에게서 얻은 텔레파시 능력을 사용했다.
[모든 시민들에게 알립니다.]김다빈의 텔레파시 능력에는 한계가 있었다.
우선 텔레파시 대상자의 얼굴과 이름을 알고 있어야 한다는 조건이 있었고, 텔레파시의 대상자가 반경 10km를 벗어나면 전달할 수 없었다. 이것도 레벨이 오르고 별의 힘이 가미되면서 많이 늘어난 수치였다.
하지만 예외가 하나 존재했는데, 바로 나와의 텔레파시였다.
김다빈과 나와의 거리가 얼마나 멀건 간에 그녀가 내 영역 안에만 있으면 텔레파시를 받을 수 있었다.
집구석 선포가 된 모든 영역이 내 정신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덕분에.
[지금 당장 안전 구역 안으로 복귀하십시오. 그리고 당분간 안전 구역 밖으로 나가서는 것을 금지하겠습니다.]영역의 근처에 있는 시민이라면 누구든지 텔레파시를 전달할 수가 있었다.
집구석 영역 자체가 텔레파시 능력을 증폭시켜주는 촉매가 되어주는 것이다.
[다시 한 번 알리겠습니다. 모든 시민들은 지금 당장 안전 구역 안으로 복귀해 주십시오.]김재현의 빠른 대응 덕분에 수많은 시민들이 방사능 피폭을 면할 수 있었지만, 모두가 그럴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안전 구역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있던 이들에게는 김재현의 텔레파시가 닿지 않았다.
백승민 부장이 이끄는 구호 팀 또한 그러했다.
그러나 그들은 그 누구보다도 사태의 심각성을 피부로 느끼고 있는 이들이었다.
“쿨럭!”
피를 토하는 어린 아이를 바라보는 백승민의 얼굴이 심각하게 굳어졌다.
김재현에게 선택 받아 종속의 계약을 맺고 힘을 각성한 그였다.
그의 능력은 자신의 생명력의 일부를 나눠주는 것으로 응급 상황에 놓인 사람들을 구하는 데 유용하게 쓰이곤 했다.
그러나 눈앞에 있는 환자에게는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아무리 힘을 쏟아 부어도 상태가 호전될 기미가 보이질 않았다.
‘그 폭발이 있고 난 이후부터다.’
심상치 않은 규모의 폭발이 있었고, 그 이후로 어린 아이들이 피를 토하기 시작했다.
‘그게 도대체 뭐길래?’
소방대원 출신인 사람들로만 구성된 백승민의 팀은 시민권을 받지 못한 사람들에게 물자를 지원하고 원하는 사람들에 한해서 안전 구역으로 인도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다.
그들이 울산에서부터 산을 넘어 이곳 강동까지 온 것은 울산에서 만난 어느 한 생존자의 부탁 때문이었다.
가족들을 구해달라는 간절한 부탁에 응해서 여기까지 온 것이었다.
“아저씨..”
“응?”
“저・・・ 주, 죽는 건가요? 쿨럭!”
아이의 피부는 방사능 피폭으로 인해 엉망으로 변하고 있었다.
내부 장기가 망가진 것은 물론이고 붉은 발진과 피부가 벗겨지는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중이었다.
“주, 죽기 싫어요…!”
백승민은 이를 꽉 깨물며 아이를 향해 자신의 생명력을 쏟아 부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의 고통은 끝이 났다.
죽음을 슬퍼할 새도 없이.
“백부장님! 다른 사람들도 쓰러지기 시작했습니다!”
이제는 어른들까지 심상치 않은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쓰러지고, 피부에 붉은 발진이 일어났고, 심한 이들은 피를 토했다.
사람들의 증상을 확인하던 대원 하나가 심각한 표정으로 백승민에게 다가와 말했다.
“백부장님. 이거 방사능 피폭 증상인 것 같습니다.”
“방사능 피폭이요?”
“네. 아무래도 방금 그 폭발이 핵폭발이었던 것 같습니다.”
“…핵이요?”
백승민은 두 눈을 크게 뜨며 다시 물었다.
“방금 그게 핵폭탄이 떨어진 거였다고요?”
“아닙니다. 그게 아니라…”
백승민보다 나이가 많은 대원은 평생을 부산에서 소방대원으로 살았고, 여러 가지 상황에 대한 교육을 받은 사람이었다.
그렇기에 상황을 거의 정확하게 유추할 수 있었다.
“아무래도 월성 원자력 발전소가 터진 것 같습니다.”
“뭐라고요? 그럼…”
“한시라도 빨리 이곳을 떠나야 합니다.”
“하지만….”
백승민은 떨리는 눈동자로 쓰러져 있는 생존자들을 바라봤다.
망설이는 그를 재촉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렇게까지 급속도로 증상이 발현된다는 것은 엄청난 양의 방사능에 피폭되었다는 소리입니다! 조금이라도 살리시려면 빨리 움직여야 합니다!”
백승민은 두 눈을 질끈 감고 명령을 내렸다.
“지금 바로 대피하겠습니다. 증상이 심해진 사람들은…”
잔인한 말이지만, 조금이라도 살리기 위해서는 결단을 내려야만 했다.
“…버리고 갑니다.”
상황을 전파하고 구호 팀은 그곳을 떠날 준비를 했다.
이곳에 있던 사람들은 운이 좋은 사람들이었다.
흡혈귀의 영향으로 몬스터의 숫자는 적은데, 작은 시골 마을이었던 덕분에 흡혈귀들의 눈에서 벗어난 운 좋은 마을.
하지만 그 끝은 너무나도 가혹했다.
“끄윽. 끄으윽.”
아직 몸이 멀쩡해도 구호팀과 함께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가족과 함께 남아 죽음을 선택한 것이다.
죽어가는 어느 남자를 슬픈 눈으로 바라보던 노인이 말했다.
“떠날 사람들은 얼른 떠나 살 사람은 살아야지.”
“…미안합니다.”
백승민은 방치되어 죽어가는 이들을 바라보며 고개 숙였다.
“무얼. 세상이 망했다면서? 죽기 전에 이렇게 우리 아들 얼굴이라도 보고 죽을 수 있어서 나는 좋아. 우리 아들을 여기까지 데려와줘서 고맙네.”
그들이 안전구역까지 대피하는 동안 가장 약한 이들부터 무너져갔다.
절반을 넘어가기 전에 시민권을 받지 못한 이들이 대부분 죽었고, 도착하기 직전에는 소방대원들 중 몇 명이 정신을 잃고 혼절했다.
그렇게 만신창이가 된 채로 전초기지에 도착했을 때.
“수고하셨습니다.”
“재현님…?”
그들을 마중 나온 김재현과 만날 수 있었다.
시민들을 바로 불러모았음에도 불구하고 피해가 심각했다.
[시민 안호철이 사망하였습니다.] [시민 송무열이 사망하였습니다.]폭발이 일어난 뒤로 꾸준히 시민들의 사망 소식이 들려오고 있었다.
‘월성 기지가 폭발할 때 근처에 있었던 사람들이겠지.’
그나마 다행인 것은 방사능에 피폭된 사람들도 안전 구역 안으로 들어오는 순간 상태가 급격하게 호전된다는 것이다.
방사능에 피폭되어 방사선을 내뿜고 있던 백승민 일행이 투명 장벽을 넘어오자마자 괜찮아 진 것을 보면 알 수 있었다.
‘가신 소환.’
김다정을 소환한 다음 그녀에게 의식을 잃은 이들의 치료를 부탁한 다음, 백승민에게 물었다.
“어떻게 된 겁니까?”
“…보고 드리겠습니다.”
그에게 들은 이야기를 정리하자면 현재 방사능 유출은 몇 시간 만에 사람이 죽어나갈 정도로 심각한 상태라는 소리였다.
‘그래도 희망적인 것은 레벨이 높으면 방사능 피폭에도 영향을 덜 받는다는 점이다.’
정신을 잃은 이들은 전부 20대 초반의 레벨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었다.
그에 비해 30레벨을 달성한 백승민은 상대적으로 멀쩡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가신들 정도 레벨이라면 어느 정도 버텨낼 수 있다는 소리다.’
그렇다면.
‘잘만하면 이 사태를 해결할 수 있겠어.’
>[Episode 27] 방사능 유출 (2)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