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Dweller RAW novel - Chapter (130)
131화 [Episode 30] 휴거 (1)
정현수는 고무되어 있었다.
‘드디어……!’
14만 4천 명의 산 제물이 한자리에 모였다.
‘모든 준비는 끝났다.’
며칠 전에 자신을 찾아왔던 의문의 남자를 받아들이지 못한 것은 너무나도 아쉬웠지만, 정현수는 그와 다시 만나게 되리라 확신하고 있었다.
‘굳이 내가 있는 70층을 찾아왔을 정도라면 내게 용건이 있다는 소리겠지.’
다시 찾아온다면 이번에는 놓치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그가 다시 이곳을 찾을 때쯤에는.
‘내 격이 달라져 있을 테니까.’
창밖으로 보이는 석촌 호수는 이제막 피어오르는 태양빛을 머금고 반짝이고 있었다. 그 풍경을 내려다보던 정현수가 가만히 입을 열었다.
“스페이드, 다이아, 클로버, 하트. 모두 고생했다.”
한쪽 무릎을 꿇은 채 대기하고 있던 12명의 남녀를 향해서였다.
하얀색으로 깔맞춤 한 제복을 입고 있는 그들의 오른쪽 어깨에는 각자 부대를 뜻하는 문양이 새겨져 있었고, 왼쪽에는 K, Q, J의 문자가 박혀 있었다.
정현수는 등을 돌려 그들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천상의 신민들에게 알려라. 전원 복장을 갖추고 아침 기도에 참가하라고.”
““예.””
기사들이 나간 이후 목욕재계를 시작했다.
욕조에 준비된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근 채 한참을 즐기던 정현수가 입을 열었다.
“은혜야. 거기 있느냐?”
“네, 주님.”
바깥에서 대기하고 있던 박은혜가 대답했고.
“안으로 들어와라.”
“네.”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간 박은혜를 향해 그는 물을 참방거리며 말했다.
“이리로.”
박은혜는 그가 원하는 대로 복종하며 목욕 시중을 들었고, 욕정을 털어 낸 정현수는 목욕물에 부정을 씻어 내고 몸을 정갈히 했다.
밖으로 나오자 박은혜가 준비한 막 내린 커피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후루룩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던 그때, 그의 그림자에서 튀어나온 조커가 보고했다.
“모든 준비가 끝났습니다.”
“그래.”
정현수는 복장을 갖추고 기도장으로 내려갔다.
그곳에서는 새하얀 옷을 차려입은 수백 명의 광신도들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주님!”
“사랑합니다!”
“아아!”
그들의 환호를 받으며 무대 위에 올라간 정현수는 따스한 미소와 함께 설교를 시작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님.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아시겠습니까?”
““아멘!””
“그러면 지금 우리가 여기 모인 이유도 알고 있겠군요?”
““아멘!””
“아멘! 드디어 휴거의 때가 찾아왔습니다!”
정현수의 선언과 함께 신도들의 열렬한 환호가 여기저기에서 터져 나왔다.
통제가 되지 않은 환호성에는 광기가 가득했다.
뿌듯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던 정현수가 오른손을 들어 올리자, 거짓말처럼 장내에 침묵이 내려앉았다.
그리고 정현수의 목소리가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오늘! 우리는 천국으로 향할 것입니다. 여러분들은 진정한 의미의 천상의 신민이 될 것이며, 영원을 약속받게 될 것입니다. 아멘!”
그와 동시에 정현수가 힘을 발동했다.
“우와아아아!”
그의 몸에서부터 시작된 빛이 사방으로 퍼져 나갔고, 이내 성역의 모든 땅을 뒤덮었다.
그리고.
쿠구구구구―
땅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쩌적―!
중심에 모여 있는 그들은 알지 못했지만, 성역 전체가 하늘로 천천히 올라가고 있었다는 것을.
그리고 성역의 일정 거리 안에 존재하는 인간들이 일제히 정신을 잃고 쓰러지기 시작했다는 것을.
그들은 모두 정현수의 피가 첨가된 초콜릿을 먹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었다.
수많은 영혼이 성역을 향해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 * *
갑작스레 발생한 일련의 사태는 상상해 보지도 못한 것이었다.
‘땅이…… 하늘로 떠오르고 있어?’
JHS가 성역이라고 주장하는 지역의 땅이 공중으로 떠오르고 있었다.
그것만 해도 충격적이었는데, 본격적인 사건은 놈들의 성역이 충분한 높이에 올랐을 때부터 시작이었다.
“수빈 씨! 정신 좀 차려 봐요!”
잠실한강공원에서 자신의 능력을 기부하고 있던 김다정의 환자가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그녀뿐만이 아니었다.
당장 주변에서 땅이 떠오르는 것을 구경하고 있던 사람들이 우후죽순으로 쓰러져 나가기 시작했다.
마치 끈 떨어진 마리오네트처럼 쓰러지는 사람들을 보며 진지하게 고민했다.
‘가신들을 불러들여야 하나?’
정확히 어떤 기준인지 알 수 없었으니 가신 소환을 고려한 것이었다.
그러나 고민이 끝나기도 전에 모든 상황이 끝나 버렸고, 가신 중에는 단 한 사람도 정신을 잃은 사람이 없었다.
JHS 교단의 영향력이 미치는 모든 장소에서 동시에 발생한 일이었는데, 가신들을 제외하고도 드물게 멀쩡한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의 공통점은.
‘배급을 받지 못하던 사람들이다.’
JHS 교단에는 들어가지 않은 채, 구걸하거나 다른 사람의 식량을 훔치기 위해 모여들었던 이들.
그들은 모두가 무사했다.
‘기절한 이들은 전부 교단의 신도들이다.’
뭔가 이상함을 느낀 나는 곧바로 행동을 시작했다.
‘북대문 개방.’
하늘에 뜬 땅의 모습이 잘 보이는 곳을 정해 북대문을 열었다.
공간의 일그러짐 너머로 하늘에 떠 있는 땅덩어리의 모습이 보였다.
그 상태에서.
‘절대자의 눈.’
내 앞에 검은 기운을 덧씌운 절대자의 눈이 소환됐다.
굳이 북대문을 개방한 것은 내 영역이 아닌 곳에서는 검은 기운을 사용한 스킬 강화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식으로 북대문을 활용하여 편법을 사용하는 것이다.
‘이건…….’
검은 기운이 덧씌워진 절대자의 눈에 비친 것은 하늘에 떠 있는 땅을 향해 수천, 수만의 영혼으로 추정되고 있는 것들이 빨려들고 있었다.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너무나도 갑작스럽게 발생한 일이라 상황을 따라갈 수가 없었다.
[다정 씨. 쓰러진 사람들의 상태 좀 확인해 주시겠어요?]그렇지 않아도 사람들의 상태를 확인하고 있던 김다정이 곧바로 대답했다.
“단순한 기절인 것 같습니다. 호흡도 정상이고 심장박동도 정상이에요. 갑자기 쓰러진 것만 아니라면 잠을 자고 있다고 생각할 정도예요.”
[잠을 잔다?]“네.”
그녀의 말을 듣자 기시감이 들었다.
그리고 이내 그 기시감의 정체에 대해 기억해 낼 수 있었다.
‘릴리트의 영역으로 납치되었던 사람들도 그냥 잠든 것처럼 보였었지.’
그때와 지금 상황이 겹쳐 보이는 건 왜일까.
‘동대문 개방.’
릴리트의 공간에 동대문을 만들어 주는 것과 거의 동시에 그곳에서 릴리트가 튀어나오더니 곧바로 내게 안겼다.
“와아! 주인님! 오랜만이에여!”
적당히 세계수의 생명력을 불어넣어 주자 기분 좋은 웃음을 지으며 입을 오물거렸다.
그녀의 식사가 끝날 때까지 잠시 기다려 준 뒤 물었다.
“릴리트. 네 눈에는 저게 어떻게 보여?”
“우왕. 예뻐여!”
단순히 하늘에 떠 있는 땅을 보고 있는 게 아니었다.
그곳을 향해 올라가고 있는 수많은 영혼의 모습이 릴리트의 눈에도 보이는 게 것이 분명했다.
‘무슨 짓을 벌이고 있는 거냐. 정현수.’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그때였다.
[건대 입구 역 전초기지 건설이 완공되었습니다.]전초기지 건설이 완료되었다는 알림이 나타났다.
그러나 새롭게 시민들로 받아들일 예정이었던 사람들은 대부분이 정신을 잃은 채로 쓰러져 있었다.
‘구해야 해.’
그들뿐만이 아니었다.
상황이 심상치 않았다.
JHS 교단의 핵심 인물들에 대한 것은 대부분 조사를 마쳤다.
그들 중 누구도 이런 일을 벌일 힘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러니 이것은 정현수가 벌인 짓이 분명했다.
‘환상을 실체화하는 능력으로 이런 짓까지 가능하다고?’
도대체 자신의 능력을 어떻게 활용한 것인지 감조차 안 잡혔지만, 가만히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다.
‘지금 쓰러진 이들이 나중에 정신을 되찾을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그렇다는 것은 정신을 잃은 사람들이 모두 허망하게 목숨을 잃게 되리란 걸 뜻했다.
지금 놈은 자신이 구했던 수십만 명의 생명을 한순간에 앗아 가려는 것이다.
‘애초부터 이 짓을 위해 사람들을 구했던 걸지도 모르겠군.’
이것으로 고민할 필요가 없어졌다.
‘놈을 죽인다.’
아무것도 모른 채로 정신을 잃은 수십만 명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잠실 근처에서 대기하고 있던 모든 가신을 향해 명령했다.
[여러분. 전투를 준비해 주십시오.]가신들이 일제히 켈리칸의 등에 탑승하는 것을 확인했고, 그것들을 향해 텔레파시를 보냈다.
[하늘에 떠 있는 땅으로 움직여.]사방에서 가신들을 태운 켈리칸들이 하늘에 떠 있는 땅을 향해 날아올랐다.
* * *
문병호는 김재현의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본격적으로 움직였다.
투명화 능력을 활용해 교단을 조사하는 임무를 맡고 있었던 터라 애초부터 광신도들의 기도 현장에서 대기하고 있던 상태였다.
투명화한 상태로 그들을 바라보고 있던 문병호의 손에.
우우웅―
대물 저격총 하나가 생성되었다.
그것이 문병호의 손에 닿는 순간 투명화가 진행되며 순식간에 주변 공간 속에 녹아들었다.
문병호는 자연스럽게 스코프 너머를 바라보며 타깃의 심장을 조준했다.
거리를 가늠하며 미세 조정을 거듭하던 그가 호흡을 멈추었고, 곧이어 그의 손가락이 천천히 방아쇠를 잡아당겼다.
타앙―!
소음기가 달렸음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소음이 들려왔지만, 상관없었다.
그의 총알은 확실하게 타겟의 심장을 향하고 있었으니까.
그러나.
팅―!
완벽한 경로로 날아가던 총알이 타겟의 일정 거리 안으로 들어간 순간, 허공에 얇은 막이 생겨나며 총알을 빗겨 냈다.
그리고.
스르륵―
짙은 그림자가 문병호가 있던 장소를 감싸더니.
콰직!
거대한 그림자의 입이 튀어나와 그를 집어삼켰다.
슈슉―
텔레포트를 사용해 긴급 탈출한 문병호는 방금까지 자신이 있던 포인트를 바라봤다.
건물 옥상에 큼지막한 그림자 덩어리가 튀어나와 있었다.
그 모습이 꼭 커다란 고래가 입을 다문 것처럼 보였다.
‘그놈의 능력이군.’
트럼프 기사단의 흑백 조커, 김준호.
녀석의 검은 고래가 분명했다.
퍼어엉!
그 직후 그가 있는 허공이 폭발했다.
폭발의 여파에 떠밀린 문병호는 기도장의 무대 위를 향해 날아갔다.
콰직!
무대 위에 자그마한 균열을 남기며 착지한 문병호를 바로 앞에는 정현수가 그를 바라보며 웃고 있었다.
“역시 다시 찾아왔군요.”
“…….”
“그 미로에서는 어떻게 빠져나간 것인지 알려 줄 수 있겠습니까, 형제여.”
“그게 왜 궁금하지?”
“순수한 호기심일 뿐입니다.”
문병호는 무표정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죽은 놈이 말이 많군.”
“네?”
정현수는 얼빠진 표정을 지었고, 동시에 주변이 시끌벅적해졌다.
“교주님!”
“주님!”
“꺄아아아악!”
그는 천천히 고개를 아래로 내렸다.
그리고.
화르륵!
그곳에서 검게 불타오르고 있는 창 하나가 자신의 심장 깊숙이 박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검은 기운을 덧씌운 하동건의 창이 그의 심장을 관통한 것이다.
“……쿨럭!”
그의 입에서 피가 흘러나왔고, 곧이어 화려하게 불타오른 검은 기운이 그의 전신을 뒤덮었다.
“꺄아아악!”
“교주님이 당했다!”
“악마! 악마가 나타났어!”
기도장은 단숨에 난리가 났고, 패닉이 찾아왔다.
하지만 그것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조용! 다들 정숙하세요!”
어느새 멀쩡한 모습으로 무대 위로 올라오고 있는 정현수의 모습 때문이었다.
멀쩡한 모습의 정현수를 발견한 사람들은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입을 벌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문병호 또한 마찬가지였다.
당황스러워하는 문병호의 두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정현수가 말했다.
“이제부터 당신은 나의 충실한 종이 되는 겁니다. 아시겠어요?”
정현수의 두 눈이 붉게 빛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