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Dweller RAW novel - Chapter (132)
133화 [Episode 30] 휴거 (3)
고리에서부터 퍼져 나온 빛의 장막이 순식간에 거대한 구의 형태를 이루는 중이었다.
[지금입니다.]김 건에게 신호했다.
그가 북대문을 향해 들어오기 직전.
‘쇠구슬 소환.’
기도회장 상공에 소환했다.
하늘에서부터 사이비 신도들이 모여 있는 기도회장까지 붉은색 실선이 그어졌다.
쐐애애액―!
붉은 실선은 하늘에 떠 있는 땅을 꿰뚫고 지나가 가장 밑바닥에 닿았다.
콰아아아앙!
성역이 뜯겨져 나간 탓에 만들어진 깊은 구덩이 속에서 거대한 폭발이 일어나며 주변 땅을 뒤흔들었다.
“스읍, 하아.”
식은땀으로 가득한 이마를 닦아 내며 두 눈을 똑바로 떴다.
[사이비 신도{천상}(Lv. 15)를 사냥하셨습니다.] [사이비 신도{천상}(Lv. 15)를 사냥하셨습니다.] [사이비 신도{천상}(Lv. 15)를 사냥하셨습니다.]……
……
놈들의 성역에 커다란 구멍이 뚫리는 것과 동시에 기도회장은 반파되었고, 그 폭발의 여파에 휘말린 수많은 신도가 즉사했다.
롯데타워를 비롯해서 주변에 있던 모든 고층 건물들이 쓰러지거나 박살 나 있었다.
내 손으로 만들어 낸 참상이었다.
피와 시체가 난무하는 모습을 보며 순간적으로 구역질이 나올 것 같았지만, 이를 악물고 참아 냈다.
‘전부 죽이지 못했다.’
쇠구슬이 놈들의 땅을 아예 꿰뚫어 버린 탓에 의도했던 것보다 충격이 덜했다.
그 직후.
번쩍!
빛의 장막이 완벽한 구를 완성시켰다.
그 순간.
“하, 하.”
“하하하하!”
“아하하하하!”
살아남은 신도들 사이에서 광란의 웃음이 피어났다.
정현수만의 웃음소리가 아니었다.
모두가 미친 듯이 웃고 있었다.
쿠드득―
그들의 등 뒤쪽이 부풀어 오르더니 새하얀 날개가 예복을 찢고 튀어나왔다.
피로 얼룩진 예복처럼 그들의 날개 또한 붉은 핏기가 묻어나 있었다.
날개가 돋아난 수십 명의 신도가 일제히 날아올랐다.
그리고 그 순간.
번쩍―
다시 한번 빛이 점멸하더니 미친 듯이 웃으며 하늘을 날아다니던 신도들과 그들의 성역이 순식간에 자취를 감추었다.
거의 동시에 북대문의 지속 시간이 끝이 나며 문이 닫혔다.
내 옆에서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던 릴리트를 향해 물었다.
“어떻게 생각하니?”
“릴리트가 살고 있는 곳과 비슷한 거예요!”
“역시 그렇구나.”
정현수가 십만 명이 넘어가는 정신체를 제물로 만들어 낸 영역은 릴리트가 만들어 냈던 그곳과 많은 것이 닮아 있었다.
“그렇다면 혹시 이런 것도 가능할까?”
“뭔데여?”
“그러니까…….”
내 질문을 경청하던 릴리트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컨트롤 타워를 점령할 수만 있다면 가능할 것 같기도 한 거예요!”
“그래?”
“넹!”
현재 놈들의 성역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가신들이 다섯 명 있었다.
하동건, 강덕수, 오언주, 이준혁, 장성준.
모두가 무력 하나만큼은 손에 꼽을 만큼 강력한 이들이었다.
한 가지 문제가 있다면.
‘절대자의 눈.’
치지직―
현재 그들에게 절대자의 눈을 사용하면 노이즈가 낀 상태의 화면이 보인다는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여러분 들리시나요?]“네.”
“들립니다.”
소통의 반지는 제대로 작동한다는 점이었다.
더군다나 이들은 굳이 내 보조가 없더라도 충분히 강력한 이들이었다.
그들의 힘을 믿는 수밖에.
[여러분은 지금부터 그곳의 중앙을 목표로 움직여 주세요.]그리고.
[살인을 최소화하라는 명령은 철회하도록 하겠습니다. 적들을 상대로 모든 기량을 토해 내 주십시오.]* * *
“흠.”
강덕수는 주변을 둘러봤다.
“곤란하군.”
김재현에게 명령을 받은 대로 중앙으로 이동하고 싶었다.
그러나 도통 어디가 중앙으로 가는 길인지 알 수 없었다.
왜냐하면.
“여기가 도대체 어디야?”
보이는 것이라고는 복잡하게 얽혀 있는 레일들과 자욱하게 끼어 있는 안개뿐이었다.
쿠구구
“음?”
그가 고민하고 있던 사이 멀리서부터 미세한 흔들림이 느껴졌다.
쿠궁― 쿠궁!
처음에는 미약했던 그 흔들림은 금세 강렬해졌고, 곧이어 안개 너머에서 열차 하나가 튀어나왔다.
“그러니까 그런 거구만.”
우우웅
강덕수가 힘을 발동하자 그의 전신을 강철의 갑옷이 뒤덮었다.
그는 평온한 표정으로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고속 열차를 바라봤다.
열차가 강덕수를 치기 직전.
“흐읍!”
간결한 기합과 함께 열차를 향해 몸통 박치기를 날렸다.
콰직!
맹렬한 기세로 달려오던 열차는 강덕수와 충돌하는 것과 동시에 보기 좋게 찌그러졌다.
그 직후.
“쿨럭!”
열차는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그는 한쪽 어깨에는 노란색 다이아몬드 문양을, 다른 어깨에는 대문자 A가 표기되어 있는 남자였다.
인간으로 돌아온 그는 목이 꺾여 회생 가능성이 없어 보였다.
스르륵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시체가 사라지며 정산을 알리는 시스템 알림이 나타났다.
“얼레?”
예상치 못한 전개에 강덕수가 얼이 빠져 있는 동안 주변 안개 속에서 날개 달린 인간들이 심각한 표정으로 토의하고 있었다.
전부 한쪽 어깨에 다이아몬드 문양이 새겨진 이들이었다.
그중 어깨에 Q의 문양을 새긴 여자가 K 문양을 새긴 남자에게 물었다.
“어떻게 된 거죠? 저 사람은 허락받지 못한 존재. 그런데 어째서 멀쩡한 거죠?”
“……놀랍게도 저 상태가 힘이 약화된 상태인 것 같다.”
“……?”
여자는 경악한 표정으로 강덕수를 바라보았다.
다른 기사들도 저마다 한마디씩 내뱉고 있었다.
“악마다.”
“성역에 악마가 들이닥치다니…….”
“빨리 퇴치해야 해.”
강덕수는 태연하게 스트레칭을 하며 혼잣말했다.
“오케이, 오케이. 이해했어. 그러니까 중앙으로 가려면 너희를 박살 내야 한다는 거지? 간단하네.”
한쪽 어깨에 K 문양을 새긴 남자가 강덕수의 이상 행동을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뭘 하려는 거지……?”
그때 강덕수가 입을 열었다.
“일어나라.”
강덕수의 부름에 강철의 기사단이 응답했다.
롤러코스터의 레일 위로 일곱 기의 강철의 기사가 솟아올랐다.
“……설마!”
K문양을 새긴 남자는 경악하고 말았다.
강덕수가 소환한 기사들의 숫자에 강덕수 본인을 더하면 지금 이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다이아몬드 기사들의 숫자와 정확히 일치했기 때문이다.
성역으로 이동하기 직전 하늘에서 떨어진 무언가에 의해 동료 기사 네 명을 잃은 탓에 여덟 명만 남아 있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철컥!
일곱 기의 강철의 기사단이 각자 안개 속을 향해 뛰어들었다.
“모두 도망……!”
명령을 내리려던 다이아몬드 K는 뒤늦게 자신의 심장을 관통한 할버드의 존재를 깨달았다.
역류하는 핏물을 억지로 되삼키며 물었다.
“어, 어떻게……?”
“다 들리던데.”
“!!”
그들이 멍청해서 말을 하며 위치를 노출한 것이 아니었다.
지금 이곳에 자욱하게 깔린 안개는 대상의 감각을 흐릿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었기 때문에 안심하고 이야기를 나눴던 것이었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불행하게도 강덕수의 감각은 인간의 범주를 아득히 넘어서 있었고, 흐릿해진 감각만으로도 그들의 위치를 모조리 파악하는 게 가능했던 것이다.
스르륵―
다이아몬드 기사단이 전멸하자 서서히 안개가 걷히기 시작했다.
시야 제한이 사라지자 중앙에 우뚝 서 있는 롯데타워의 모습이 보였다.
“저거…… 쓰러지지 않았었나?”
메테오가 떨어진 직후에 박살 난 광경을 봤었는데, 이곳에서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멀쩡한 모습으로 서 있었다.
덕분에 어디로 가야 할지 손쉽게 눈치챘다.
“저기네.”
* * *
“다가오지 마!”
클로버 기사단의 K 문양을 달고 있는 이영재는 뒷걸음질 치며 애원했다.
“그, 그만!”
눈앞에 있는 남자는 재앙이었다.
남자는 단지 손을 뻗는 것만으로 사람의 머리를 터뜨릴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이, 이 악마 자식!”
혼란스러웠다.
이 축복받은 땅에서 자신들의 힘은 몇 배나 더 강력해진 상태였다.
그리고 악마의 힘은 분명 약해졌을 것이다.
그런데도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자신들의 힘은 한 단계 성장하고, 악마들의 힘이 한 단계 낮아졌음에도 너무나도 압도적인 차이가 존재했다.
가장 두려운 것은 자신의 힘이 전혀 통하지 않았다.
스르륵―
이영재는 다시 한번 자신의 힘을 사용했다. 이번에는 공격을 위해서가 아닌 도망을 위해서였다.
유체화된 몸이 벽을 통과하려던 그 순간.
덥석
“커헉!”
무언가 자신의 목을 움켜쥐는 것을 느꼈다.
본래라면 아무도 자신을 만질 수 없어야 정상이었다.
그런데 악마의 힘은 너무나도 손쉽게 유체화된 자신을 붙잡았다.
강력한 힘으로 남자의 앞에 끌려온 이영재는 공포심에 발버둥 쳤다.
남자는 붉게 충혈된 눈으로 물었다.
“당신에게는 이곳의 비명이 들리지 않는 겁니까?”
“커헉, 컥!”
“악마는 당신들입니다.”
두 눈이 붉게 충혈된 남자, 장성준은 진심으로 분노하고 있었다.
그들이 성역이라고 주장하는 이곳에 갇힌 수많은 영혼의 절규가 들려왔기 때문이다.
바닥에, 벽에, 나무에, 공기에.
비명이 난무하는 이곳은 성역이 아니라 지옥 그 자체였다.
“그렇기에 저는 당신들을 용서할 수 없습니다.”
장성준의 염력이 한층 더 강력해지며 이영재의 명줄이 끊어졌다.
“후욱, 후욱.”
혼자서 클로버 기사단을 박살 낸 장성준은 영혼의 인도를 따라 중앙으로 이동했다.
* * *
정현수는 패닉에 빠져 있었다.
“도대체 저것들의 정체가 뭐야?!”
괴물들이었다.
성역이 완성되는 순간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했다.
이 공간에서만큼은 모든 것이 자신의 마음대로 돌아갈 예정이었으니까.
그러나 흘러가는 상황은 정반대였다.
“어째서!”
굳건해야 할 자신의 기사단들이 차례차례 박살 나고 있었다.
겨우 다섯 명에 불과한 불청객도 어쩌지 못하고 있는 실정인 것이다.
“쓸모없는 놈들!”
이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정현수가 보기에 그들이 가지고 있는 무력은 기존의 상식을 아득히 벗어나 있었다.
서울의 초인이라고 하는 그 누구도 저들처럼 압도적이지는 않았다.
‘게다가…….’
성역이 완성되기 전에 나타났던 그 거대한 폭발.
자신의 여분 목숨 수백 개를 한순간에 날려 버린 악몽.
‘도대체 그건 뭐였지?’
성역이 완성되는 게 조금만 늦었더라도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갈 뻔했다.
게다가 그것으로 인해 파괴된 시설을 복구하는 데 대부분의 에너지를 쏟아야만 했다.
만약 에너지가 넘쳐났다면 성역을 휘젓는 놈들을 충분히 상대할 수 있었을 것이다.
‘조금만 더 시간이 주어졌더라면……!’
그때였다.
콰직!
바닥이 박살 나며 창을 든 남자 하나가 나타났다.
정현수는 그의 손에 들려 있는 창이 벌써 몇 번이나 자신의 심장을 파헤쳤던 바로 그 창이라는 것을 알아봤다.
“이……!!”
남자는 정현수에게 창을 겨누며 혼잣말했다.
“도착했습니다.”
화르륵―
그와 동시에 그의 창끝에서 검은 불꽃이 피어올랐다.
그것을 본 순간 정현수의 눈이 뒤집혔다.
“멍청한 것……!”
몇 번이나 심장을 꿰뚫렸던 아까 전과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지금의 정현수는 14만 4천 명의 영혼의 힘을 사용할 수 있었으니까.
뿌드득―
그의 몸이 천천히 부풀어 올랐다.
근육질의 몸이 새하얀 예복을 찢어발기고, 이빨과 손톱이 날카롭게 돋아났다.
“크르르. 죽여 주마.”
콰아앙!
창을 든 남자의 심장에 손톱을 찔러 넣으려던 그 순간.
파아앗―
남자, 하동건에게서부터 밝은 빛이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그리고 정현수의 앞에 누군가 나타났다.
“!”
제일 먼저 느낀 감정은 경외였다.
정체도 알 수 없는 그의 존재감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 이후 밀려온 감정은 공포였다.
알 수 없는 심연을 들여다본 것 같은 감각에 고개를 숙이려 했다.
그리고 짧은 순간.
‘이 개자식이……!’
자그마하게 피어난 적개심.
그것이.
퍼억!
정현수의 머리를 터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