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Dweller RAW novel - Chapter (170)
171화 [Episode 37] 확장 (2)
가신들로 편성한 8개 팀의 팀장들은 철저하게 ‘작위’로만 판단했다.
영지를 만들기 위해서는 결국, ‘작위’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특히나 작위가 높으면 높을수록 더 넓은 영지를 만들 수 있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팀장을 맡은 이들은 나와 오랫동안 함께한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제일 먼저 오언주와 하동건이 선별됐다.
둘 다 이미 영지를 건설한 경험이 있다는 점에서 가산점을 받았다.
아무래도 영지를 건설할 때 고통을 견뎌 내야 하는 만큼 경력자들에게 맡기는 게 좋다는 판단이다.
그다음으로 선정된 이들은 문병호, 김가영, 김 건, 강덕수, 이준혁, 장성준.
이렇게 여섯 사람이었다.
‘모두 자작 칭호를 가지고 있지.’
하동건 파티가 뿔뿔이 흩어지게 된 것은 아쉽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작위 시스템은 결국, 얼마나 큰 공헌도를 가지고 있느냐로 결정된다.
일반적으로 각성 능력이 있는 상태에서 가신으로 임명되면 ‘기사’ 작위부터 시작하는데, 여기에서 자작이 되기 위해서는 최소 11만 포인트가 필요했다.
남작이 되기 위해 1만, 자작이 되기 위해 10만.
이 정도의 공적 포인트를 가지고 있는 것은 하동건 파티 말고는 없었다.
‘이왕이면 하동건 파티는 갈라 놓고 싶지 않았는데 말이지.’
최대한 넓은 지역에 안전지대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아무튼 최종적으로 정리하자면 이렇다.
1팀장 오언주.
2팀장 하동건.
3팀장 문병호.
4팀장 김가영.
5팀장 김 건.
6팀장 강덕수.
7팀장 이준혁.
8팀장 장성준.
이들을 필두로 각 팀 당 10명씩 총 80명의 가신들이 움직인다.
평소 내가 운용하는 절대자의 눈 채널은 약 30개 정도이다.
그러나 현재는 각 팀마다 하나씩 총 8개만 활성화한 상태였다.
그 상태로 소통의 반지를 이용하여 가신들에게 말을 전했다.
[모두 알다시피 오늘의 메인 목표는 정찰입니다.]1팀은 광주, 2팀은 대전, 3팀은 대구, 4팀은 강원도, 5팀은 인천, 나머지 6팀부터 8팀까지는 경기도.
인구수와 인구 밀집도를 감안하여 배치한 작전 구역이었다.
각 팀의 작전 구역에 등장하는 몬스터 수준을 파악하는 것.
그것이 첫 번째 목표였다.
작전이 시작됐다.
* * *
제일 먼저 작전 구역에 도착한 것은 5팀이었다.
그들이 맡은 지역인 인천은 서울에 별채가 건설되면서 사실상 안전지대 바로 앞이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사실상 작전 시작과 동시에 작전 구역에 도착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더군다나 팀장인 김 건이 까마귀들을 다루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작전 지역이 안전지대와 가까운 5팀부터 8팀은 켈리칸을 보급받지 못했지만, 대신 김 건이 부리는 거대 까마귀를 타고 날아다닐 수 있는 것이다.
그들은 현재 바다를 지나 인천공항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때 김재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벌써 인천 공항이군요. 다들 준비되셨습니까?]이곳은 다른 곳에 비해 정보가 많이 밝혀진 지역이었다.
지리적으로 부천의 바로 옆이었기 때문이다.
양하영이 이끄는 집단이 부천을 본거지로 삼고 있었기 때문에 인천에 대한 정보는 상당히 디테일했다.
5팀에 양하영을 비롯하여 그녀의 부하들이 배치된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었다.
홈그라운드 이점은 무시할 수 없는 법.
어쨌든 정보라면 충분했으며, 시민들의 구출도 이미 상당히 진행된 지역이었기에 이들의 목표는 다른 팀들과는 조금 달랐다.
5팀의 목표는 인천 공항에 있는 몬스터.
그것도 사냥이 아닌.
[여왕은 반드시 생포해 주시기 바랍니다.]김재현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위이이잉―
몬스터들이 등장했다.
투명하고 강력한 날개.
날카로운 턱과 보석처럼 빛나는 두 눈.
그 사이로 돋아난 더듬이.
주황색 검은색 줄무늬 패턴이 그려진 몸통.
거대한 말벌의 형상을 한 곤충형 몬스터의 등장이었다.
하나하나가 김건이 거느리고 있는 급성장 까마귀보다도 커다란 덩치를 가지고 있는 괴물 집단으로―
투두두두두―
수백 대의 헬기가 허공을 가르며 다가오고 있는 것은 압박감이 느껴졌다.
「자이언트 말벌(Lv. 30)」
총탄도 튕겨 낼 만큼 단단한 갑피와 치명적인 독침, 인간의 목 정도는 가뿐히 잘라 버리는 턱까지.
그런 괴물들이 수십도 아니고, 수백 마리가 무리 지어 다가오고 있었지만, 5팀의 그 누구도 두려워하는 기색이 없었다.
김 건이 팀원들을 향해 말했다.
“전투 개시.”
팀장의 허가가 떨어지자마자 팀원들을 태운 아홉 마리의 까마귀가 일제히 산개하며 흩어졌다.
그리고 그중 한 마리가 전방으로 나아갔다.
그 위에는 어젯밤 양하영을 위로해 주던 최수빈이 타고 있었다.
말벌 떼를 바로 앞에 둔 그 순간 까마귀가 급강하하며 지상으로 떨어져 내렸다.
그렇게 벌떼의 밑에 자리를 잡은 순간.
철컥―
공중으로 향한 최수빈의 오른팔이 순식간에 기다린 쇳덩이의 모습으로 변모했고, 이윽고 거대한 화염을 뱉어 냈다.
화르르르륵!
최수빈의 공격에 죽어 나간 말벌은 겨우 서너 마리 정도였다.
그러나.
투툭- 투두둑―
연약한 날개가 불에 타 버린 말벌 수십 마리가 우수수 떨어져 내렸다.
그리고.
양하영의 부하 중 하나인 우수현.
촤락-
그가 손에 들고 있던 부채를 펼치더니 말벌들을 향해 휘둘렀다.
퍼어―엉!
무언가 폭발하는 듯한 소리와 함께 거대한 공기의 흐름이 생겨났다.
최수빈이 만들어 낸 뜨거운 공기가 일제히 뒤쪽에 있는 말벌들로 향하며 날개를 일부 녹여 버렸다.
그와 동시에 백 단위의 말벌들이 하늘에서 균형을 잃고 비틀거렸다.
치명적인 피해를 입은 것은 아니지만, 전투를 수행하는 것은 불가능한 모습.
두 사람의 합공으로 말벌 쪽의 전력 2할 정도가 전투 불능에 빠져 버린 것이다.
그렇게 만들어 낸 빈틈으로 나머지 여덟 명이 파고들었다.
그들이 돌진하는 곳에는 말벌들의 벌집이 있었고.
투두두두!
말벌들은 그들을 막기 위해 필사적으로 저항했다.
그러나 상대가 좋지 못했다.
퍼억!
까마귀의 등 위에서 복싱을 하듯 양손을 올리고 있는 여자, 정예슬은 반경 5m 안에 들어오는 적을 향해 주먹을 뻗어 댔다.
그럴 때마다 말벌의 머리가 수박처럼 터져 나가며 그대로 절명했고.
“아, 정말 귀찮게.”
나무 목검을 들고 있는 남자가 가볍게 말벌들을 향해 검을 휘두르자.
서걱!
말벌 서너 마리의 몸통이 두 동강 나 버렸다.
그 누구 하나 만만한 사람이 없었다.
그 순간.
투두두두두―
자이언트 말벌보다도 배는 더 커다란 덩치를 가진 놈들이 나타났다.
「자이언트 병정 말벌(Lv. 37)」
그러나 그놈들이 별다른 활약을 하기도 전에.
“후우.”
어느새 땅에 두 발을 딛고 선 양하영이 자신의 몸에서 기다란 뼈창을 뽑아냈다.
푸욱
피 흘리며 뽑아낸 뼈창은 점점 그 크기를 불려 나갔다.
꾸드드득―
이내 그것은 178에 달하는 그녀의 키보다도 길어졌고, 양하영이 한손으로 잡기에도 힘들 만큼 굵게 변했다.
평범한 인간이라면 감히 들어 올리기도 힘들어 보이는 그 거대한 뼈창을 양하영은 장난감처럼 들어 올렸다.
그리고 천천히 자세를 잡은 뒤.
“후읍!”
그대로 벌집을 향해 투척했다.
그와 동시에.
콰아아아앙!
말벌들이 나오던 벌집이 굉음과 함께 폭발하며 사방으로 그 잔해들을 쏟아 냈다.
* * *
[자이언트 말벌(Lv. 29)를 사냥하셨습니다.] [자이언트 말벌(Lv. 31)를 사냥하셨습니다.] [자이언트 병정 말벌(Lv. 37)를 사냥하셨습니다.]……
……
개박살 나는 말벌집을 보며 생각했다.
‘……여왕벌이 살아 있을까?’
여왕벌을 사냥했다는 시스템 로그가 뜨지 않는 것을 보면 다행히 살아 있는 것 같았다.
‘어마무시하군.’
양하영.
가신으로 등록하기 전에 이미 각성 능력만으로 50레벨을 달성한 괴물 중의 괴물이었다.
그런 괴물이 시민권을 얻으며 전체적인 능력이 몇 배는 상승하고, 거기에 가신 등록까지 더해지며 한층 더 강력해졌다.
게다가 그녀는 가신으로 등록 될 때부터 [창술사]의 칭호를 가지고 있었는데, 이미 직업 연구소에서 연구를 끝낸 직업이었기에 전직을 시킬 수 있었다.
그렇게 창과 관련된 모든 공격력이 증가한 결과가 이것이었다.
양하영뿐만이 아니었다.
그녀를 따르던 최수빈, 우수현, 정예슬 등등.
상상 이상의 활약을 보여 주고 있었다.
‘따로 활동할 때는 이렇게 합이 잘 맞으리라고는 예상 못했는데.’
더군다나 그들은 난생 처음 겪는 공중전을 아무렇지 않게 소화해 내는 전투 센스까지 갖추고 있었다.
‘딱히 내가 할 게 없군.’
몬스터들과 본격적인 전투를 치르는 것은 5팀이 유일했기에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집중하고 있었건만, 자그마한 부상도 없이 말벌집을 공략해 버렸다.
말벌들의 숫자가 워낙에 많아서 아직까지 현재 진행형에 불과했지만, 그리 큰 문제는 아니었다.
‘이 정도면 따로 힘을 쓸 필요도 없겠네.’
행정부와의 회의 중에서 한 가지 아이디어가 나온 게 있었다.
몬스터 리젠과 관련된 가설로 어쩌면 몬스터들의 생성 속도가 그 지역의 몬스터가 죽어 나가는 속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 아니냐 하는 것이다.
필드마다 몬스터의 총량이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것.
이러한 가설이 등장한 배경에는 아이스 드래곤이 있었다.
놈이 초토화시키며 지나간 지역은 대부분의 몬스터가 몰살당했다.
당연히 처음에는 그 지역 근처에는 몬스터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런데 얼음이 녹을 때쯤에는 다른 지역에 뒤떨어지지 않을 만큼의 몬스터들이 생성돼 있는 것이다.
만약에 애초부터 그곳에 몬스터가 생성되는 속도가 빨랐다면, 서울을 정찰하는 과정에서 티가 났어야 했다.
그런데 그런 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몬스터가 많이 죽어 나간 지역에는 그만큼 더 몬스터 리젠 현상이 활발하게 이루어진다는 것.
‘만약에 그렇다면 빠르게 증식하는 몬스터를 일부러 방치한다면 어떻게 될까?’
그것이 이번에 저 말벌 여왕을 생포한 이유였다.
‘평균 레벨도 높으며, 빠른 속도로 증식하는 몬스터.’
게다가 여왕이 중심이 되는 집단.
그런 몬스터의 여왕을 ‘종속의 계약’을 통해 길들이게 되면 어떻게 될까?
‘어쩌면 말벌 군체 전부를 컨트롤할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그때였다.
“재현 님. 여왕을 찾았습니다.”
아까 양하영의 공격으로 박살 난 말벌집 안에서 공포에 떨고 있는 여왕벌의 모습이 보였다.
‘성공할지 실패할지는 반반이다.’
여왕이 존재하는 몬스터를 고른 이유 서예진이 길들인 여왕 랫맨의 존재 때문이다.
서예진은 여왕 랫맨들을 통해 자신이 길들이지 않은 개체까지도 통제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그녀의 능력인 진화나 강화, 그리고 감각을 공유하는 것은 불가능했지만, 여왕 랫맨을 통해 행동을 통제하여 인간을 사냥하지 못하게 하는 것 정도는 할 수 있었다.
‘그 정도만 해도 충분하다.’
인간이 아닌 몬스터만을 사냥하는 몬스터.
동시에 몬스터 리젠까지 억제할 수 있다면 일거양득인 것이다.
‘북대문 개방.’
북대문을 개방하자 눈앞에 여왕이 보였다.
「자이언트 여왕 말벌(Lv. 41)」
아마 여왕의 눈에는 북대문의 존재가 보이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다른 방법으로 내 존재를 알렸다.
‘보이지 않는 손.’
켈리칸들을 복종시키며 알게 된 사실이 하나 있다.
몬스터를 길들이기 위해서 가장 적절한 방법은 바로.
공포.
‘굴복해라.’
놈의 몸을 휘감은 보이지 않는 손에 검은 기운이 깃들었다.
그와 동시에 ‘종속의 계약’을 사용하며 텔레파시를 전달했다.
[내게 복종해라.]그러자.
파아앗―
밝은 빛이 여왕벌을 휘감았다.
「길들여진 여왕 말벌(Lv. 43)」
‘성공이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