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Dweller RAW novel - Chapter (177)
178화 [Episode 39] 아바타 (1)
집구석 영역 바깥으로 나갈 수 있다.
아바타를 생성할 때부터 짐작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직접 확인해 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진짜 나갈 수 있을 줄이야.’
뒤를 돌아보니 투명 장벽의 존재가 어렴풋이 느껴졌다.
‘어렴풋이?’
그제야 뒤늦게 한 가지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본체와의 연결이 약해졌다.’
영역 바깥으로 나오기 전만 해도 본체와 모든 의식이 공유되고 있었다.
아바타의 형태로 분리되기는 했지만, 본체가 절대자의 눈으로 보고 있는 광경을 실시간으로 전달받는 상태였다.
굳이 입을 열어 말하지 않더라도 의사 전달이 가능했는데, 지금은 본체의 의식이 느껴지지 않았다.
‘인벤토리.’
띠링!
텅 비어 있기는 했지만, 다행히 잘 작동되는 모습이었다.
‘거래소.’
거래소도 마찬가지.
관리자인 본체가 보던 것과는 약간 다르지만, 평범한 시민들이 보는 거래창과 완벽하게 동일한 모습이었다.
아무래도 나에게도 시민들에게 적용되는 버프가 그대로 적용되는 듯했다.
‘그럼, 신뢰의 힘 같은 건 어떻게 적용되는 거지?’
본체의 눈으로 본 내 상태창에도 신뢰도나 충성도 따위는 없었다.
‘충성도는커녕 솔직히 신뢰도 100도 자신 없는데…….’
나 자신을 100퍼센트 믿는다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지 않은가.
게다가 스스로 진심으로 충성한다니?
개소리도 그런 개소리가 없었다.
‘보유 금액도 없는 걸 보면 일반적인 시민들과는 조금 다른 건 분명한데…….’
경험치 분배율이나 정산금 분배율도 없었다.
퀘스트 부여도 마찬가지고.
‘뭐, 이건 몬스터를 직접 사냥해 보면 알 수 있는 문제니까.’
그때였다.
[밖에 공기는 좀 어때?]머릿속에서 내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야…….”
[왜?]“그냥. 좀 이해가 가서.”
[뭐가?]“시민 중에서 나를 신처럼 떠받들어 주는 사람들이 있는 이유.”
시민 구원교와 같은 극단적인 세력을 제외하더라도 나를 대상으로 기도를 올리거나 과하게 떠받들어 주는 사람들은 의외로 흔했다.
나를 신격화하지 않더라도 시민들 대다수가 두터운 신뢰와 지지를 보내 주는 편이었다.
솔직히 나는 이런 현상을 보고 시스템 차원에서의 ‘세뇌’가 반드시 존재한다고 봤다.
신뢰도가 오르거나 충성도가 오르는 것에서 일종의 정신지배가 작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까지 의심했었다.
그런데 그게 어느 정도 확신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진짜 신기하네.’
텔레파시를 전해 오고 있는 대상이 본체인 ‘나’라는 것을 분명하게 인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머릿속에서 들려오는 나의 목소리에서 경건함을 느꼈다.
‘평범한 텔레파시와는 다르다.’
김다빈과 매번 텔레파시를 주고받았던 경험 덕분에 차이를 더욱 확실하게 인지할 수 있었다.
세뇌나 정신 지배라고까지 표현하기엔 애매했지만, 텔레파시를 받는 당사자가 호감을 가지게 할 정도의 힘은 분명히 존재했다.
그러한 내 생각을 눈치챈 것인지 말하지도 않았는데, 본체 쪽에서 먼저 물어 왔다.
[역시 정신 계열의 효과가 있는 거냐? 시스템에.]“약간은. 근데 그게 엄청나게 강한 건 아닌 거 같아. 그 가능성을 인지한 순간 너에 대한 반발심이 생겨났거든. 아, 나라고 해야 하나?”
[그건 장담할 수 없어. 네가 일반적인 경우보다 정신력 수치가 압도적으로 높아서 가볍게 느끼는 것일 수도 있으니까.]“……확실히.”
나라서 그런지 똑똑하네.
[어쨌든 너도 눈치챘겠지만, 네가 영역 밖으로 나간 순간 의식의 공유가 끊어진 상태야.]“완전히 끊어진 건 아니지 않나?”
[음. 잠시만.]이것저것 확인해 보는 것인지 짧은 침묵 후에 본체가 텔레파시를 전해왔다.
[그러네. 감각은 실시간으로 공유되고 있어. 절대자의 눈을 사용하고 있던 상태라 몰랐어.]“그거랑 비슷하네. 예진이가 사용하는 감각 링크.”
[확실히 유사한 점이 많네. 하지만 생쥐를 직접 조종할 수 있는 예진이랑은 다르게 내가 너를 마음대로 조종할 수는 없어.]“그건 알아. 방금 영역 안쪽에 있을 때 시험해 봤었잖아?”
이 신체를 조종하는 것에 대한 권한은 오롯이 나의 것이었다.
“바로 출발할 테니까 필요한 물자들만 내 인벤토리에 넣어 줘. 다행히 인벤토리는 제대로 작동하는 거 같으니까.”
[바로 출발하게?]“그래야지.”
아바타의 가장 큰 장점은 부담이 없다는 점이었다.
이 몸은 죽어도 사흘 뒤에 재소환이 가능한 몸이었으니까.
아직 정보가 부족한 이면세계라고 하더라도 부담 없이 진입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너무 무리하지 말고.]“알고 있어. 그보다 내 주변에 절대자의 눈이 발동되는 범위는 어떻게 되지?”
[평범한 시민들과 똑같아.]“그래? 2.5등급인가. 아쉽네.”
개인적으로 ‘영역’에 대한 등급을 세 단계로 분류해 두고 있었다.
내게 적대감을 가지는 것만으로도 목숨을 앗아 가는 게 가능할 정도로 절대적인 영향력이 행사 가능한 영역이 1등급.
절대자의 눈을 소환하여 이것저것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영역이 2등급.
직접적인 능력 발휘는 못하더라도 사냥에 성공한 몬스터 사체를 정산할 수 있는 정도의 영향력을 가진 영역을 3등급.
일반적으로 시민권을 가진 사람의 경우 주변에 3등급 영역이 펼쳐져 있는 셈이었다.
그것이 ‘상태창’이란 기능이 생기고 난 이후로는 굉장히 좁은 2등급 영역이 생성된 상태라고 할 수 있었다.
시민들의 몸에 딱 달라붙어 있는 제한적인 영역에만 절대자의 눈을 사용할 수 있었기 때문에 2.5등급이란 애매했다.
그에 반해 가신들은 처음부터 반경 5m에 달하는 2등급 영역을 주변에 두르고 있는 셈이다.
“그러면 내가 이면세계에 들어가면 박새롬의 경우처럼 완전히 연결이 끊어지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소리네.”
[그럴 가능성이 크지. 그나마 희망적인 건 감각이 공유되는 별개의 기능이 있다는 건데, 내가 볼 땐 이쪽도 끊길 가능성이 커.]“그렇겠지.”
근본적으로 감각이 공유되는 것도 시스템의 힘이었으니까.
박새롬과 연결된 시스템의 연결이 모조리 끊겨 나간 것을 보면 이쪽도 마찬가지일 가능성이 컸다.
“어쩔 수 없지. 조금 귀찮긴 해도 인벤토리를 활용해서 소통하면 되니까.”
광주 외곽 지역이었지만, 중심지까지 가는 방법은 어렵지 않았다.
나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봤다.
도시의 불빛이 죽어 버린 탓인지 밤하늘에 떠 있는 별빛이 보석처럼 반짝이는 요즘이었다.
달이 없어서인지 별빛이 더욱 화려하게 빛을 내뿜는 것 같았다.
그곳을 바라보며 능력을 사용했다.
‘텔레포트.’
슈슉―
그와 동시에 내 몸이 밤하늘 수백 미터 상공으로 이동함과 동시에 추락하기 시작했다.
놀이 기구를 탈 때와 같은 아찔한 감각을 느끼며 광주 중심부를 향해 시선을 옮겼다.
어둠에 집어삼켜진 도시 그 중심부를 바라보며.
‘텔레포트.’
다시 한번 능력을 사용했다.
슈슉―
어느 건물 옥상에 무사히 착지한 나는 주변을 내려다봤다.
1팀이 광주에 처음 왔을 때 조사했던 광주 유스퀘어였다.
그때보다 어둡긴 해도 절대자의 눈으로 봤던 풍경과 완벽히 일치했다.
‘제대로 찾아왔군.’
단 두 번의 텔레포트만으로 광주의 중심지로 이동한 것이다.
‘투시.’
투시를 사용하여 건물 안쪽에 있는 멀쩡한 거울을 찾아냈지만, 뚫어지라 보고 있음에도 이면세계로 넘어가거나 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거울 앞에 있어야 이면세계로 진입할 수 있는 것 같은데?]본체도 나와 똑같은 결론을 내린 모양이었다.
“나도 같은 생각이야.”
현재 나는 신뢰도가 100을 찍으며 얻어 왔던 수많은 각성 능력을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었다.
아바타가 아닐 때도 유용하게 사용했던 텔레포트와는 달리 투시는 지금이 첫 경험이었다.
지금까지는 절대자의 눈을 사용하면 되니, 굳이 투시를 사용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렇게 유용해질 줄이야.’
다양한 종류의 각성 스킬을 복합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여러 가지 시너지 효과가 생겨난 셈이었다.
예를 들면.
‘텔레포트.’
기존의 텔레포트의 경우 눈에 보이는 곳으로만 이동이 가능하다는 제약이 붙어 있었다.
그런데 이것이 ‘투시’ 능력과 합쳐지게 되면.
슈슉―
이처럼 콘크리트 벽을 뚫고 순식간에 건물 안으로 이동하는 게 가능해지는 것이다.
밤이 되며 한층 더 어두워진 건물 내부의 화장실이었다.
완벽한 어둠에 둘러싸인 그곳에서 거울 너머를 보았다.
거울 속의 나와 눈이 마주친 느낌이 든 그 순간.
옆에서 기척이 느껴졌다.
‘보이지 않는 손.’
본능적으로 먼저 스킬을 발휘하려 했다.
그러나.
‘이런.’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지금의 나는 집구석 절대자와 관련된 스킬을 사용하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절대자의 문이라든가, 절대자의 창고, 절대자의 상점 등을 이용할 수 없단 소리다.
당연히 보이지 않는 손도 마찬가지.
평범한 시민들이 사용할 수 있는 거래소나 인벤토리 정도만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손은 사용할 수 없었지만, 당장 이 정도는 그리 큰 위협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투시를 사용하고 있는 상태였기에 어둠 속에서 움직이는 짐승의 형상이 훤히 들여다보였기 때문이다.
가볍게 한 걸음 물러서며 놈의 이빨을 피해 냈다.
그리고 염력을 사용해 허공에서 놈을 멈춰 세웠다.
-크릉?
영문도 모른 채로 허공에서 멈춘 그놈의 몸을.
꽈드득
통째로 짓이겼다.
그러자.
콰아앙!
박새롬에게 전달받은 대로 그림자 늑대의 신체가 그대로 폭발해 버렸다.
미리 대비하고 있었던 덕분에 피해는 없었다.
다만.
-크릉!
-크르르르
어느새 그림자 늑대 여섯 마리가 나를 둥글게 포위한 형태로 나타났다.
그와 동시에.
화르륵
놈들과 마찬가지로 늑대의 모습을 한 불의 정령들이 소환되어 놈들의 앞을 막아섰다.
-크르르륵!
화르르륵!
그림자 늑대들과 불의 정령들이 서로를 향해 달려들었고, 그림자와 불이 맞부딪히는 순간.
콰아아앙―!
아까보다 몇 배는 더 강력한 폭발이 일어나며 화장실이 박살이 났다.
염력을 사용해서 폭발의 여파를 완벽하게 막아 낸 나는 곧바로 ‘천리안’을 사용했다.
유한길처럼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서 정신을 집중할 필요도 없이 주변으로 시야가 빠르게 확장되기 시작했다.
유스퀘어 건물의 전체적인 모습.
건물 전체에 퍼져 있던 그림자 늑대들이 폭발이 일어난 화장실을 향해 모여들고 있었다.
건물 너머까지 확장되며 폐허가 된 건물들의 모습이 보였다.
밤이라 그런지 박새롬이 직접 녹화해서 보여 주었던 모습과는 조금 달랐다.
달빛이 없기 때문일까?
유리 조각이나 건물의 깨진 유리창 따위에서 빛이 쏟아져 나오는 모습은 없고, 도시 전체가 짙은 어둠에 휩싸여 있었다.
어두운 거리에 그림자 괴물들이 바글거렸다.
시야가 확장되는 것에 비례하여 더 강해 보이는 녀석들이 넘쳐나고 있었다.
덩치가 집채만 한 그림자 괴물도 있었고, 하늘을 날아다니는 놈들도 존재했다.
그렇게 거침없이 시야가 확장되던 어느 순간.
‘그것’이 보였다.
‘……이건.’
박새롬이 만난 생존자, 송태영이 말하던 그림자 성.
그러나 그것을 ‘성’이라고 지칭하는 것은 잘못된 표현 방식이었다.
그야.
쿠구구구구―
‘놈’은 건물 같은 게 아니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