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Dweller RAW novel - Chapter (183)
184화 [Episode 40] 적응 (1)
그림자 주인을 처치하고 이면세계를 없애 버린 뒤로는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되었다.
광주 외곽에 백작의 영지는 무탈하게 완성되었고, 전남의 거점이 되어 나주나 담양에 있던 생존자들을 대거 흡수했다.
3팀이 담당하는 대구에도 반경 3km에 달하는 자작의 영지가 완성되어 안전지대를 확보한 상태였다.
그리고 강원도의 경우 춘천, 홍천, 횡성, 평창, 영월, 강릉, 양양, 속초, 고성, 인제 등 총 열 곳에 전초기지를 건설하고 생존자들을 받아들였다.
강원도에서 받아들인 시민들은 전부 서울로 이주시킨 다음에는 대부분의 전초기지가 버려졌다.
애초에 생존자들의 숫자가 극도로 적어서 영지를 건설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강원도 전역에서 구출한 인구는 채 1만 명이 채 되지 않았다.
‘아무래도 버티기 힘든 환경이었으니까.’
대도시에 비해 물자는 너무 부족했고, 산에는 몬스터들이 넘쳐났다.
먹잇감을 찾아 도시로 내려오는 몬스터에게 저항할 만한 힘을 갖춘 세력만 살아남은 것이다.
그렇기에 주요 거점에 전초기지만 건설하고, 생존자들을 빠르게 받아들이는 것으로 강원도 공략은 끝이었다.
가신들 한 명 한 명이 아쉬운 지금, 이 시점에 전초기지 유지를 위해 10명이나 되는 인원을 낭비할 수도 없었기에 과감하게 버린 것이다.
대신 그만큼 다른 곳에 힘을 줄 수 있게 되었다.
‘대전 공략도 스무스하게 진행되고 있고.’
대전에 넘쳐나는 몬스터 물량은 마찬가지로 물량전으로 해결했다.
차승현의 짐승 군단과 정소라의 정령 군단을 필두로 총 39명의 가신들이 투입됐고, 서울 수복 작전 때 투입됐던 사냥팀까지 모두 활용했다.
등장하는 몬스터의 평균 레벨이 높았던 서울에서는 위태로운 모습을 보여 주었던 사냥팀들도 고작해야 고블린이 떼로 등장하는 대전에서는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 주었다.
‘직업의 효과도 꽤 컸지.’
모든 원거리 공격에 버프를 받는 사수들의 존재는 고블린들에게는 악몽과도 같았다.
총탄의 위력이 배가되면서 한 발에 몸이 터져 나가곤 했으니까.
게다가 지금도 모든 신경을 이곳에 쏟아부으며 그들을 지원하고 있었다.
덕분에 영지 건설 완료를 코앞에 두고 있는 상황이었다.
‘경기도야 말할 것도 없고.’
애초에 광주나 대전에 대거 투입된 가신들이 모두 인천과 경기도 등 수도권 지역을 맡은 가신들이었다.
그들을 다른 곳에 투입할 수 있었던 것은 작전 진행 중에 내가 레벨 업을 하면서 서울에 지어진 별채의 영역이 넓어진 덕분이었다.
인천과 경기도 일부를 포함하게 되면서 5팀부터 8팀까지가 담당하던 지역이 안전지대가 되어 버렸으니까.
새롭게 영역이 넓어지며 시민권을 부여받은 생존자들의 숫자만 해도 10만 명을 넘어가고 있었다.
덕분에 지금 경기도에는 가신들보다도 안전지대 내에서 생존자들을 찾아가 인도하는 구출 팀이 더욱 활약하고 있는 중이었다.
대한민국의 인구가 밀집되어 있던 서울과 수도권에 지어진 탓인지 어느새 그곳에 머무르는 인구가 부산에 있는 인구를 초월해 있었다.
‘사실상 지금에 와서는 별채가 땅이 더 넓기도 하고.’
이것은 집구석 영역의 중심이 ‘부산’이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별채는 집구석 영역의 절반 정도 크기에 불과했지만, 영역의 절반 이상이 바다를 포함하는 집구석 영역과 달리, 모든 영역이 땅을 포함하고 있었다.
덕분에 지금 당장은 서울에 있는 별채가 더 땅이 넓은 것이다.
‘부산의 생존자들이 서울로 옮겨 가기도 했으니.’
지금도 수도권 곳곳에서 사람들을 구출하고 긴급 지원 물자를 뿌리고 있는 구조 팀, 건물을 수복하고 건설하는 건설 팀, 새롭게 유입된 생존자들에게 기본적인 정보를 가르치고 인도하는 행정 팀, 각종 사업 확장을 위해 진출한 시민들까지.
다양한 이유로 몰려든 사람들 덕분에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옛 모습을 빠르게 되찾아 가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새롭게 유입되는 시민들도 빠르게 적응하며 저마다 기여해 나가고 있었다.
이전에 유입된 시민들이 뉴비들을 이끌어 주는 선순환이 완성된 덕분이었다.
그때였다.
[‘자작의 영지’가 건설되었습니다.]드디어 대전에 자작의 영지가 완성되며 한숨 돌릴 수 있는 시간이 생겼다.
영지 건설이 완료되는 사흘간 계속해서 고통받아야 했던 하동건을 향해 말했다.
[고생하셨습니다, 하동건 씨.]“……끝났습니까?”
[네, 편히 쉬세요.]내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하동건은 곧바로 눈을 감으며 기절했다.
다른 가신들과 사냥팀에도 마찬가지로 작전이 종료됐다는 소식을 전했다.
[건설이 완료되었습니다. 다들 고생하셨습니다. 안전지대 안으로 복귀해 주세요.]명령을 내린 직후 가신들에게는 한 가지 배려를 해 주었다.
‘가신 소환, 정소라.’
그들을 각자의 휴식 공간으로 이동시켜 주었다.
정소라는 서울에 있는 아파트로.
부산에 집이 있는 이들은 부산으로.
차현승과 짐승 군단의 경우 북대문을 사용하여 용산으로 이동시켜 주었다.
교대로 작업을 이어 나가던 사냥팀과는 달리, 가신들은 모두 사흘간 잠 한 숨 못자고 임무를 수행 중이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대전은 사방에서 몰려드는 고블린의 숫자가 많았다.
그 증거로 사냥팀들이 복귀하고 가신들을 옮기자마자 고블린 떼가 자작의 영지를 보호하는 투명 장벽을 마구 두들겨 댔다.
실제로 건설 도중에도 몇 번이나 공격 받은 전력이 있었고, 하동건이 그 고통을 감내하며 끝까지 기절하지 않은 덕분에 건설이 완료된 것이었다.
[다들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이동과 동시에 씻지도 않고 쓰러지듯 잠드는 이들도 몇 명 있었다.
‘이제 대충 다 정리된 건가.’
중간 중간 몇 분 정도의 쪽잠을 제외하고는 이주 이상을 깨어 있었다.
초반 사나흘 정도는 괜찮았지만, 시간이 누적될수록 피로도 크게 몰려왔다.
그동안 가만히 깨어 있었던 것도 아니고, 계속해서 절대자의 눈과 능력들을 사용하며 정신력을 소모했었으니까.
당장이라도 침대에 누워 잠들고 싶은 욕구가 가득했다.
‘그래도 씻고 자야지.’
전신이 땀에 젖어 있어서 이대로 잠들기에 찝찝했다.
옷을 대충 벗어 던지고 따뜻한 물을 맞으며 지금까지 한 일과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을 점검해 나갔다.
‘이제 광역시 단위는 모두 끝났고.’
이제는 그곳들을 거점 삼아서 주변 지역에 영향력을 넓혀 나갈 때였다.
‘세종은 대전 옆이라 길만 잘 뚫으면 쉽게 해결될 거고, 전주나 군산 쪽에는 거점을 하나 더 만들어야겠지. 이제 슬슬 제주도도 정찰을 보내 봐야겠고…….’
꽤 많은 지역을 점령하는 데 성공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절반도 공략하지 못한 상태였다.
최선을 다하는 중이었지만, 야속한 시간은 멈추지 않고 흘러갔다.
시간이 흐를수록 생존자들의 부담은 늘어 가고, 지금도 살아 있는 사람들을 마주치는 빈도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었다.
설사 마주친다고 하더라도 죽기 직전이거나 시체나 다름없는 경우가 많았다.
절대자의 눈을 통해 마주한 그들의 현실은 지독하리만치 끔찍했다.
‘……피곤해.’
샤워를 마친 나는 염력을 사용해 물기를 모조리 털어 냈다.
순식간에 뽀송뽀송해진 몸으로 그대로 침대 위에 엎어졌다.
눈을 감자마자 잠이 몰려왔다.
희미해지는 의식 속에서 아바타의 감각이 느껴졌다.
현재 아바타는 영역을 돌아다니며 던전을 공략하고 있었는데, 예전 아빠가 맡았던 역할을 그대로 이어받은 것이었다.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는 데다 죽어도 죽지 않는 능력이 던전 공략에 안성맞춤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경험치 수급까지 가능했다.
‘아직 60레벨이 되려면 멀었나.’
[이각수(Lv. 41)을 사냥하셨습니다.]예상했던 대로 아바타의 사냥은 경험치가 누적되는 방식이었다.
아바타의 감각을 통해서 경험치가 들어오는 그 특유의 감각을 느낄 수가 있었다.
그러나 60레벨의 벽은 너무나도 높았다.
고작 던전 몇 개를 공략하며 보스급 몬스터를 잡아내는 것으로는 경험치가 모자란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꾸준히 사냥하다보면 언젠간 60레벨이 되겠지.’
그때가 되면 다시 스킬 포인트 3개를 획득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에 아바타가 벌어다 준 스킬 포인트 3개는 집구석 수복과 창고에 각각 하나씩 투자한 상태였다.
집구석 수복 스킬이 3레벨이 되면서 추가적으로 토용이들을 생산할 수 있었는데, 그 숫자가 꽤 많았다.
기존에 겨우 30마리에 불과했던 인원이 100마리까지 늘릴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별채가 지어진 서울과 영지가 생겨난 광역시들을 비롯하여 인력이 들어갈 일이 많았기 때문에 최대치까지 고용한 상태였다.
서울의 수복 속도가 빨라진 것도 이 때문이었고.
6레벨이 된 절대자의 창고는 보관 가능 질량이 크게 늘어났다.
이제는 30톤까지도 보관이 가능해지면서 한계가 크게 늘어나게 된 상태였다.
겨우 10kg에 불과했던 시민들의 인벤토리의 용량도 100kg으로 확대되었다.
절대자의 왕관 효과를 더하면 200kg까지 보관이 가능해진 것이다.
집구석 수복과 절대자의 창고 스킬 모두 새로운 기능이 나타나지는 않았지만, 기존에 있던 성능이 만족스러울 정도로 강화된 상태였다.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절대자의 상점 스킬을 위해 묵혀 두고 있는 중이다.
이제 슬슬 슬롯이 가득 차려 하고 있기에.
아바타의 감각을 느끼며 잡다한 생각이 뻗어가던 어느 순간, 나는 잠에 빠져들었다.
* * *
대한민국 수도 서울.
을지로에서 광화문까지 수많은 고층 건물이 존재하던 그곳에는 지금 공사가 한창이었다.
여러 가지 건물 중에서도 고층 호텔들 위주로 수복이 진행 중이었는데, 사람들을 수용한다는 면에서 이만큼 효율적인 시설도 없었기 때문이다.
공간 대비 많은 사람들을 수용 가능한 데다 목욕 시설이나 수영장, 헬스장 등의 편의 시설도 가득했다.
몬스터가 판을 치는 아포칼립스 사회에서 집단으로 뭉친 이들이 한꺼번에 몰려 살기에도 최적화되어 있는 시설이었다.
그렇기에 수요가 넘쳐났고, 고층 호텔들을 최우선으로 하여 수복하고 있었다.
꾸륵!
(일하자 일!)
그런데 그때.
꾸르르륵! 꾸륵!
(여기는 내 구역이야! 저리 가!)
꾸륵? 꾸르르륵?
(그런 게 어디 있어? 다 같이 힘을 합쳐 열심히 일하면 되는 거 아니야?)
작업 공간이 겹치며 사소한 다툼이 일어났다.
토용이들이 대거 투입되면 왕왕 벌어지는 기 싸움이었는데, 그런 다툼은 보통 겹치는 작업 공간의 업무가 완전히 마무리될 때까지 이어지고는 했었다.
그러나 요즘에는 조금 다른 광경이 펼쳐지곤 했다.
꾸르륵? 꾸르륵?!
(뭐라고? 너 몇 기야?!)
……꾸르륵.
(……2기입니다.)
꾸르르르륵! 꾹!
(짬도 없는 놈이! 저리가!)
철저한 계급 사회.
기존에 있던 30기의 토용이들과 최근에 새롭게 추가된 70기의 토용이들 간에서 생겨난 계급이었다.
꾸르르륵!
(죄송합니다!)
2기 토용이가 물러나며 다툼은 빠르게 마무리가 되었다.
그 모습을 본 1기 토용이는 의기양양한 표정이 되어 작업을 속행했다.
그러면서도 근처에 있는 2기 토용이를 갈구는 것을 잊지 않았다.
꾹. 꾸르륵, 꾸르륵.
(쯧쯧. 느려, 느려.)
……꾸우욱.
(……죄송합니다아아.)
실제로 1기 토용이들과 2기 토용이들 사이에는 확실한 격차가 존재했다.
지금까지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며 경험을 쌓은 1기 토용이들의 작업 속도가 훨씬 빨랐던 것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이 보기에는 뭣도 아닐 수 있는 차이가, 토용이들에게 있어서는 중요한 기준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일을 신성시하는 토용이들에게 업무 속도가 빠르고 실력이 좋다는 것은 그 격이 높다는 것과 마찬가지였으니까.
꾸르르―.
(어휴―.)
심지어는.
꾸르르륵. 꾸르르륵!
(그렇게 아하는 게 아니라. 이렇게 하는 거라고!)
일부 작업 공간을 침범해 시범을 보여 주기까지 하고 있었다.
토용이들의 사회에서는 굉장히 폭력적인 일이었음에도 2기 토용이는 오히려 기뻐하며 받아들였다.
꾸르르륵! 꾸르르르륵!
(감사합니다! 잘 보고 배우겠습니다!)
자신의 격을 높일 수 있는 기회였으니까.
이러저러한 상호작용 덕분에 2기 토용이들의 수복 실력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