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Dweller RAW novel - Chapter (193)
194화 [Episode 41] 불사의 군단 (6)
중국 헤이룽장성의 성도이자 부성급시에 해당하는 대도시, 하얼빈.
몬스터가 등장하기 전까지만 해도 인구 1,000만에 육박하는 규모를 가지고 있었다.
하나 이곳의 살아 있는 인구가 0가 된 것은 전 세계에 몬스터가 등장하는 것과 거의 동시였다.
그것은 그날, 하얼빈에 강림한 한 존재가 원인이었다.
죽음을 거부하고 짓밟아 신격을 획득한 존재.
악몽과도 같은 그 존재가 등장하는 것과 동시에 인구 1,000만의 도시는 언데드 1,000만 군세가 있는 도시로 변해 버렸으니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파괴의 흔적은 거의 없었다.
도시 전체가 불길한 침묵을 지켰다.
죽은 것이나 다름없으나, 죽지 않은 모습.
도시는 주인의 모습을 닮아 있었다.
그곳의 중심에서.
덜그럭.
뼈가 덜그럭거리며 움직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새하얀 백골로 이루어진 몸.
텅 빈 눈동자.
언뜻 보기에 초라해 보이는 해골에서는 어딘가 초연한 분위기가 흘러왔다.
그의 텅 빈 눈동자가 향하고 있는 곳은 남쪽.
그는 느끼고 있었다.
남쪽에서부터 커다란 힘의 파장이 전해져 왔고, 그와 동시에 자신에게 생명력을 전달해 주던 무수한 존재들이 바스러졌음을.
…….
남쪽으로 시선을 고정한 채로 아무런 미동조차 보이지 않던 그때.
쏴아아아아―!
해골을 중심으로 불길한 기운이 휘몰아치더니 세 개의 해골이 모습을 드러냈다.
철컥.
전신을 뒤덮는 검은색 풀플레이트 아머와 롱소드 한 자루를 손에 쥐고 있는 데스나이트.
백색의 로브와 고풍스러운 지팡이 하나를 들고 있는 리치.
회색 로브에 거대한 검은 낫을 들고 있는 사신.
무시무시한 존재감을 피워 내는 세 존재는 자신들의 중심에서 한 곳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해골을 확인하더니, 그의 시선이 향하고 있는 곳으로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잠시 침묵이 이어졌고,
스르르륵.
세 존재가 거의 동시에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그들이 사라진 직후.
쿵!
하얼빈을 중심으로 사방으로 불규칙하게 뻗어 나가며 영역을 넓혀 가던 시체들이 일제히 걸음을 멈추었다.
그리고.
저벅―
모두가 한 방향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북쪽으로는 러시아, 서쪽으로는 몽골과 중국 일대로 퍼져 나가며 죽음을 퍼뜨리던 시체 군단이 모두 일제히 남쪽을 향해 방향을 돌린 것이다.
그와 동시에.
하얼빈의 중심에 자리한 초라한 행태 해골의 텅 빈 두 눈이 초승달처럼 휘어졌다.
* * *
[명경지수(明鏡止水)가 발동합니다.]한동안 멍하니 절대자의 눈을 통해 전해져 오는 광경을 지켜봤다.
화르르륵.
불타오르는 땅과 나무, 폭발의 여파가 뒤집어엎어 놓은 땅, 그것은 단 한 방에 주변 환경을 완전히 뒤바꾸어 놓았다.
‘여기는 쇠 구슬이 떨어진 곳에서 몇 킬로미터는 떨어진 곳인데…….’
이 거리의 먼 곳에 이 정도 영향력이라니.
미친 파괴력이었다.
그 광경을 멍하니 지켜보던 때.
“으으윽.”
아바타가 신음하며 깨어났다.
그의 몸 상태는 그리 좋지 못했다.
한쪽 팔은 골절된 뼈가 밖으로 튀어나와 달랑거리고 있었고, 두 다리도 불가능한 방향으로 뒤틀려 있었다.
우우웅.
뒤늦게 그의 상태를 눈치챈 내가 세계수의 생명력을 불어넣어 주며, 동시에 염력을 사용해 돌아간 팔다리를 끼워 맞췄다.
우드득.
“끄아아악!”
아바타는 단말마와 함께 기절해 버렸다.
덕분에 작업은 수월했다.
‘내가 다 아프네.’
물론, 진짜로 아픔을 공유하고 있는 건 아니었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아바타의 감각을 공유받을 수 있었지만, 반대로 감각을 아예 차단하는 것 또한 가능했다.
지금은 완전히 차단한 상태였다.
우드득- 우득!
염력으로 뼈대를 맞추고 나면 세계수의 생명력이 상처 부위 속으로 급속도로 흡수되며 회복을 도왔다.
다행히도 아바타에게는 오언주의 스킬 중 하나인 ‘태고의 생명력’이 있었다.
[태고의 생명력]은 상처가 심각해지는 것에 비례하여 자연 재생력이 폭증하는 패시브 스킬.덕분에 세계수의 생명력을 스펀지처럼 흡수하며 금세 모든 상처가 회복됐다.
얼마 뒤 아바타가 다시 정신을 차렸다.
“으윽.”
그는 한차례 몸을 부르르 떨더니 자신의 몸 상태부터 확인해 나갔다.
그러곤 혼잣말로 말했다.
“뭔가 끔찍한 꿈을 꾼 것 같은데…….”
여러 가지로 혹사당한 아바타였지만, 아직 부탁하고 싶은 일이 남아 있었다.
[몸 상태는 좀 어때? 괜찮아?]몸을 풀며 이것저것 확인해 보던 아바타가 말했다.
“괜찮은 것 같기는 한데, 왜?”
[정확한 위력을 가늠해 보려고. 하늘로 이동할 수 있겠어?]그러자 아바타가 심각한 얼굴이 되어 물었다.
“방금 그거, 도대체 뭐야?”
[쇠 구슬을 강화해서 사용해 본 거야.]“강화? 그게 이렇게까지 효과가 크다고?”
[나도 이렇게까지 될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어.]아바타는 잠시 침묵하더니 입을 열었다.
“강화만 하면 아까와 같은 위력을 낼 수 있다는 거야?”
[그건 아마도 아닐 거야. 강화할 때마다 등장하는 스킬의 종류는 다 다르니까. 이번에는 순전히 운이 좋았던 것뿐일 수도 있어.]“그래? 그러면 폭발의 중심지에도 한번 내려가 봐야겠네. 회수할 수 있으면 회수하는 게 좋을 것 같으니까.”
[좋은 생각이네.]“오케이. 그럼 간다.”
폭발의 여파인지, 아니면 단순히 타이밍이 좋았던 것인지 지금 아바타가 있는 곳에는 비가 오지 않고 있었다.
덕분에.
슈슉―
하늘로 이동했을 때, 지상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확인하는 게 가능했다.
그 파괴의 현장을 두 눈으로 직접 내려다본 아바타가 먼저 반응을 보였다.
“허어…….”
쇠 구슬이 떨어진 장소는 한눈에 알아보는 것이 가능했다.
거대한 구덩이가 생성되어 있었으니까.
구덩이의 주변으로는 무서운 기세로 타오르는 불길과 바깥쪽을 향해 눕거나 부서진 나무의 모습들이 보였다.
지형을 보아하니 쇠구 슬이 떨어진 자리에 산 하나가 있었던 것 같은데, 그 흔적조차 보이지 않고 있었다.
지형을 뒤바꿔 버린 것이다.
그 모습을 한동안 멍하니 바라보던 아바타가 입을 열었다.
“일단 중심지로 내려가 볼게.”
[……그래.]슈슉―
텔레포트를 사용해 폭발의 중심지로 이동한 순간 절대자의 눈을 통해 후끈한 열기가 느껴졌다.
아바타는 호신강기를 펼치고 몸을 보호하며 중심지를 수색해 봤지만, 쇠 구슬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아쉽지만, 회수는 불가능할 것 같네.”
[어쩔 수 없지.]강화하면서 내구도와 강도가 오른 데다 5강에서 나온 자동 수복 기능까지 있어서 조금 기대를 했는데, 아무래도 그 충격을 버티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 같았다.
‘소모성이라.’
결과만 놓고 보면 아무리 돈이 들어도 충분히 투자할 가치가 있었다.
그야 방금 그 공격 한 번으로 지상의 모습을 뒤바꾸어 버렸다.
웬만한 몬스터는 모두 감당할 수 있을 것이다.
‘그때 봤던 아이스 드래곤도 이거 한 방이면 충분히 사냥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산 하나가 통째로 날아다니던 것 같은 아이스 드래곤이었지만, 강화한 쇠 구슬이 산을 날려 버린 것을 생각하면 충분히 가능성 있는 이야기였다.
‘[충격 신관] 스킬이 나올 확률이 얼마인지가 관건이긴 한데.’
정확한 확률은 몰라도 제일 처음 나타난 것을 보면 생각보다 높은 확률로 나타나는 것일지도 몰랐다.
‘시간 될 때 강화해 봐야겠네.’
어차피 앞으로 쇠 구슬 메테오를 사용할 일이 많을 것 같았다.
시체 군단의 진군이 계속해서 이어진다면 정기적으로 숫자를 줄일 필요가 있을 테니까.
‘실패작들은 숫자 조절용으로 사용하면 되겠지. 그나저나…….’
이번에는 너무 과하게 처리해 버렸다.
이건 숫자를 조금 줄여 놓는 수준이 아니라 아예 공백을 만들어 버린 셈이었다.
산 하나를 통째로 날려 버리며 주변에 있는 시체 군단을 모조리 지워 버렸으니까.
이 공백은 최전방에도 그대로 전해질 것이다.
‘뭐, 상관없나. 중간에 휴식도 필요할 테니까.’
지금 이러는 동안에도 포격은 이어지고 있었고, 실시간으로 정산금이 입금되는 중이었다.
절대자의 지갑을 확인해 보니, 보유 금액이 다시 조 단위를 넘어가고 있었다.
대충 계산해 봐도 새로 들어온 돈이 8천 억을 넘어가고 있었다.
겨우 10분 만에 벌어들인 금액이었다.
‘게다가.’
서울에 설치된 별채의 경우 집구석 영역의 크기에 비례하여 함께 넓어지게 된다.
그런데 이번 41레벨의 경우 집구석 영역이 넓어지는 크기가 특히나 더 컸다.
창원을 완전히 집어삼키고 난 이후로도 계속해서 영역을 넓혀 가고 있는 중이었다.
그와 함께 서울의 별채도 현재 인천과 파주를 완전히 집어삼켜 가는 중이었다.
그렇게 별채의 안전지대가 이준혁이 전투를 벌이고 있던 임진강 근처까지 영역을 넓혔을 때.
우우웅.
레벨 업 효과가 끝이 나며 영역의 확장이 멈췄다.
‘이러면 플랜B로 가도 되겠는데?’
플랜A는 전초기지와 영지를 활용해 새로운 휴전선을 만들자는 것이었다.
전초기지의 조건을 잘만 활용하면 방어선을 형성할 수도 있지 않겠냐는 거였는데, 아직 여러 가지로 불완전한 계획이었다.
우선 이미 오언주나 하동건처럼 높은 직위를 가지고 있는 가신들이 영지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 문제였다.
그것들이 집구석 영역이나 별채에 완전히 편입되기 전에는 새로운 영지를 가질 수 없었으니까.
남은 것은 자작도 아닌 남작의 영지였는데, 겨우 반경 1km의 영역인 만큼 그다지 효율이 좋지 못했다.
‘주요 지점을 틀어막고 서로 연계하며 시체 군단을 감당한다는 게 플랜A였었지.’
그런데 포병 대대가 벌어다 주는 경험치가 생각보다 많았다.
게다가 40레벨이 넘어 가며 영역이 넓어지는 정도도 커진 편이었다.
‘이러면 차라리 발사 버튼을 누르는 이들만 가신들로 만드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
현재 보통 시민들의 경우 내가 사냥했을 때와 비교해서 경험치와 정산금 효율이 3배였다.
그런데 격발 버튼을 누르는 이들을 가신으로만 받아들여도 당장 그 효율이 9배로 늘어나게 된다.
‘이건 고민할 필요가 없네.’
병사들은 비각성자들이었지만, 그들이 운용하는 자주포는 각성자들을 웃도는 파괴력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게다가 앞으로 이들을 계속해서 키울 생각이기도 했고.
‘가신 등록.’
다행히 가신을 등록하는 기준 자체는 그리 높을 필요가 없었다.
사실상 시스템에 편입되며 내 이름을 알게 되면 신뢰도와 충성도 기준을 만족시키는 것은 어렵지 않았으니까.
그 증거로 모든 군인이 기준치를 넘어서 있었다.
제일 먼저 알파 포대원들을 가신으로 받아들였다.
알파, 브라보, 차리 셋 다 각각 10문의 자주포를 운용하고 있었지만, 셋 중에서도 알파 포대가 보여 주고 있는 화력이 단연코 압도적이었다.
[증식하는 포탄]이 10문 모두에 적용되어 있는 포대는 알파 포대가 유일했으니까.가신이 된 이들은 저마다 각성 능력을 가지게 되었지만, 예상대로 특별히 눈에 띄는 능력을 각성하는 경우는 잘 없었다.
그러나 실망스럽지는 않았다.
[잠식된 시체(Lv. 23)을 사냥하셨습니다.] [잠식된 시체(Lv. 22)을 사냥하셨습니다.] [잠식된 시체(Lv. 29)를 사냥하셨습니다.]……
……
[집구석 절대자의 지갑에 61,099,232,477 원이 입금되었습니다.]이제는 알파 포대의 자주포가 불을 뿜을 때마다 600억의 정산금을 벌어다 주기 시작했으니까.
‘좋아.’
그렇게 하나씩 가신 등록을 이어 나가던 그때.
[가신의 숫자가 100명에 도달했습니다.] [가신단 형성이 가능해집니다.]가신과 관련된 새로운 기능이 개방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