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Dweller RAW novel - Chapter (195)
196화 [Episode 41] 불사의 군단 (8)
임팩트 버스트.
아바타가 직접 붙인 기술명이었다.
검은 기운과 혼합되며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게 된 호신강기의 기운을 주먹에 한계치까지 응축시켜 폭발시키는 기술.
강력했지만, 범위가 넓은 만큼 그 위력이 반감된다는 단점도 존재했다.
그 덕분이었다.
해골 기사단 중 일부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덜그럭-
엄밀히 말하자면 놈들이 임팩트 버스트를 맞고도 살아남을 만큼 튼튼한 건 아니었다.
정확하게는.
“저놈은 뭐 하는 놈이야?”
검을 든 채로 임팩트 버스트를 막아 낸 ‘데스나이트’의 뒤쪽에 있었기에 운 좋게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뿐이었다.
[절대자의 눈으로 보이는 정보에 의하면 데스나이트라고 적혀 있네.]“……내가 아는 그거?”
웹소설을 즐겨 읽었던 만큼, 데스나이트에 대한 정보는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
[아마도.]“그럼 이 난리의 원인이 저놈이라는 거야?”
[그건 아닐 거야. 고작해야 50레벨에 불과한 몬스터니까.]“겨우 50레벨?”
아바타는 투시를 사용해 녀석을 자세히 훑어봤다.
놈이 들고 있는 롱소드에는 보랏빛의 불길한 기운이 넘실거리고 있었다.
“……레벨이 낮은 것치고는 심상치 않은 기운인데.”
[나도 동의해.]데스나이트의 검에서 넘실거리고 있는 보랏빛 기운.
그것에서 신격이 느껴지고 있었다.
유심히 놈을 관찰하고 있던 그때, 놈이 땅을 박차며 아바타를 향해 전속력으로 돌진해 오기 시작했다.
아바타는 인벤토리에서 창을 한 자루 꺼내곤 곧장 놈을 향해 던졌다.
하동건에게서 얻은 ‘던지기’ 스킬이 발동하며 검은 기운에 휩싸인 창이 데스나이트를 향해 빠르게 쏘아졌다.
그러나 무슨 자신감인지 데스나이트는 피하지 않고 창을 향해 검을 마주 휘둘러 왔고.
공기를 찢어발기며 나아간 창과 놈의 보랏빛 검기가 마주치는 순간.
콰아아앙!
거대한 폭발이 일어나며 데스나이트의 몸체가 뒤로 날아갔다.
그 직후.
슈슉-
허공으로 떠오른 데스나이트의 위로 아바타가 텔레포트를 사용했고.
우우웅-
그의 주먹에는 검푸른 빛의 기운이 단단하게 뭉쳐 있는 상태였다.
아바타가 주먹을 휘두르는 순간, 밀집되어 있던 기운이 풀려나며 거대한 주먹으로 화했다.
[2,100,000,000 원이 소모됩니다.]광범위한 공간을 쓸어버리던 직전의 공격과는 달리 한 점에 집중된 임팩트 버스트의 단일 공격 버전.
이것저것 실험해 보던 와중에 찾아낸 개량형이었다.
콰아아앙!
효과는 확실했고, 바닥에는 전신의 갑옷과 뼈가 박살 난 데스나이트가 꿈틀거리고 있었다.
스르륵―
얼마 지나지 않아 움직임이 멈추고 시체가 증발하며 아바타의 경험치가 되어 주었다.
그 이후로 남아 있던 해골 기사단도 전부 아바타의 손에 깔끔하게 정리됐다.
주변을 정리한 아바타가 혼잣말을 했다.
“불길한데.”
마침 나도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북대문 개방.’
지이잉―
아바타는 갑자기 열린 문을 보고 조금 밝아진 얼굴로 물었다.
“드디어 쉴 수 있는 건가? 하긴, 너무 오랫동안―.”
희망 회로를 돌리는 나의 말을 급하게 잘라내며 말했다.
[켈리칸을 보내 줄 테니 좀 더 북쪽을 확인해 줘.]“…….”
잠시 후, 북대문을 통해 위풍당당한 기세의 켈리칸이 모습을 드러냈다.
-끼에에에엑!
그러나 아바타와 눈을 마주친 직후 잠시 흠칫하더니 입을 꾹 다물었다.
-…….
분위기는 참 잘 읽는 녀석이었다.
[부탁 좀 할게.]“하아…… 알겠어.”
* * *
켈리칸을 타고 북쪽으로 향하며 북한 전체가 잠식된 시체들로 가득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어마어마한 숫자군.’
끝도 없이 몰려든다는 표현이 이보다 더 알맞은 적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두렵지는 않았다.
시체 군단은 몰려오는 족족 집중 포격으로 인해 대부분이 사라지고, 남아 있는 녀석들도 가신들과 사냥팀에 의해 질 좋은 경험치로 변환되고 있었으니까.
만약에 힘이 부족해 밀려난다고 해도 상관없었다.
그때는 안전지대 안쪽에서 놈들을 상대하면 그만이었으니까.
‘그렇게 되면 사실상 일반 시민들을 동원해도 된다.’
대한민국은 성인 남성 대부분이 총기를 다룰 줄 아는 나라였다.
별다른 훈련 없이도 총기만 쥐여 준다면 바로 전력으로 투입이 가능한 것이다.
‘아직은 사냥팀들만으로도 충분한 것 같고.’
절대자의 시야로 살펴본 최전방 지역은 오히려 우리 쪽 진형이 밀어붙이고 있는 중이었다.
증강한 포병 전력이 시체 군단을 걸레짝으로 만들어 버리며, 최전방까지 살아서 전진해 오는 시체들이 거의 없어진 탓이었다.
살아서 진격해 온다고 해도 가신들이 형성한 전선을 뚫진 못했고, 몇 마리 정도 들어오는 것은 사냥팀들에 의해 빠르게 정리됐다.
처음에는 죽음의 전염을 극도로 경계하던 이들도 전투에 익숙해지자 조금씩 더 과감해지고 있었다.
사실상 근접전만 벌이지 않으면 그만이었으므로, 소총이 주 무기인 사냥팀들에게는 그다지 위험 요소도 아니었다.
덕분에 안전지대 근처까지 다가오는 시체는 단 한 마리도 없었다.
‘이 상태가 계속된다면 좋겠지만…….’
방금 아바타의 손에 처리된 데스나이트.
그런 놈이 여러 마리 있다면 문제가 될 수 있었다.
‘신격이 깃든 힘을 사용하는 몬스터라.’
흡혈귀전 이후로는 처음 겪는 케이스였다.
객관적인 무력만 보자면 데스나이트를 압도할 능력을 가진 가신들은 얼마든지 있었다.
우선 이준혁이나 장성준처럼 60레벨을 달성한 가신들은 혼자서도 충분히 상대 가능했다.
거기다 서울에서 영입한 양하영, 정소라, 차현승, 이강현 등의 리더들도 마찬가지였다.
강력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그들은 충분히 데스나이트를 잡아낼 수 있을 것이다.
‘나머지 가신들도 강화를 받으면 얼마든지 상대가 가능할 거다.’
문제는 데스나이트와 같은 존재가 가신들이 형성한 전선을 넘어왔을 때였다.
당장 사냥팀들 중에서는 놈을 상대할 만한 전력이 전무했다.
누구든 데스나이트와 마주하는 팀은 전멸할 것이다.
‘그보다도 더 큰 문제는…….’
가장 우려되는 것은 따로 있었다.
‘그렇게 침투한 놈이 투명 장벽을 뚫고 안전지대 안까지 침입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몬스터가 나타나고, 이 능력을 각성하게 된 이후로 투명 장벽이 뚫렸던 적이 딱 두 번 있었다.
‘한 번은 진조에게서.’
그리고.
‘그 다음번은 겨우 상급 흡혈귀였다.’
60레벨대에 육박했던 진조가 투명 장벽에 구멍을 냈던 것은 그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여자 흡혈귀의 경우, 50레벨도 되지 못한 상급 흡혈귀에 불과했었다.
그럼에도 단순히 투명 장벽에 구멍을 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안전지대 안으로 들어오기까지 했었다.
‘발각되자마자 처리하긴 했지만.’
어찌 됐든 투명 장벽이 뚫렸다는 것은 내게 있어 꽤 중요한 일이었고, 그 이후로도 한참 동안 생각을 정리했다.
진조는 어째서 자그마한 구먼만 만들고 떠나갔는가, 그 이후에 한참 레벨이 낮은 상급 흡혈귀가 안전지대 안쪽으로 침입할 수 있었던 것은 어째서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신격을 갖춘 힘은 투명 장벽을 뚫어 낼 수 있다.’
처음에 진조가 작은 구멍만 만들고 물러난 것은 그 이상 진입할 수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안전지대 안으로 들어오기에는 힘이 부족했던 것으로 추측된다.
그야 그 시점에서는 울산 전체를 뒤덮었던 그 의식이 발동되기 전이었으니까.
‘그 이후에 찾아왔던 상급 흡혈귀는 온몸에 붉은 기운을 두르고 있었지.’
투명 장벽을 뚫고 안전지대 안쪽으로 들어오는 데까지 성공한 녀석.
그때 상급 흡혈귀는 분명히 내게 반감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죽지 않았다.
나는 그 비밀이 신격에 있다고 확신했다.
그리고 방금 마주쳤던 데스나이트가 사용하던 보랏빛 기운에서는 그때보다 더 정제된 신격이 느껴졌다.
‘불길해.’
그때였다.
절대자의 눈에 그 불길함이 실체화된 모습이 비치고 있었다.
켈리칸의 등 위에서 멍하니 지상을 내려다보던 아바타가 중얼거렸다.
“……저게 뭐야?”
울퉁불퉁하게 이어지던 산맥이 끝나고 평야가 등장한 시점이었다.
정확히는 알 수 없으나 한쪽에 백두산이 보이고 있는 것을 보면, 북한과 중국의 경계선에 도착한 듯했다.
그곳에.
철컥- 철컥-
수십, 아니 수백만은 족히 넘어갈 것이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지 짐작하기도 힘든 규모의 병력이 오와 열을 유지한 채 진군해 오고 있었다.
여러 가지 종류의 몬스터들이 마구잡이로 섞여 규모만 제외하면 오합지졸로 보이던 지금까지의 시체 군단과는 그 격이 달랐다.
창병, 방패병, 궁수가 적절히 조합된 정예병들.
해골마 위에 올라탄 해골 기사들의 숫자만 해도 수만 기에 육박하는 듯했다.
화룡점정은 병력의 중심부에 밀집되어 있는 ‘데스나이트 군세’였다.
‘……저게 몇 마리야?’
대충 봐도 수백 기가 넘어갔다.
「데스나이트(Lv. 56)」 「데스나이트(Lv. 53)」 「데스나이트(Lv. 57)」 「데스나이트(Lv. 54)」 「데스나이트(Lv. 56)」……
그리고 그 중심에, 한눈에 봐도 범상치 않은 기운을 풍겨 대는 놈이 둘 있었다.
칠흑처럼 검은 전신 갑주를 입고 있는 놈과.
「데스나이트 군단장(Lv. 64)」
그 옆에서 백색의 로브를 갖춰 입은 존재.
「리치(Lv. 67)」
쏴아아아아―
쏟아지는 빗속에서도 놈들의 존재감은 묻히지 않고 있었다.
그때, 백색의 로브를 입은 리치가 고개를 들었다.
그러곤 천천히 지팡이를 들어 올렸다.
그 순간, 놈의 지팡이에서 안개와 같은 것들이 뭉게뭉게 피어오르더니 아바타가 있는 곳을 향해 폭발적인 기세로 쏘아졌다.
슈슉-
미리 준비하고 있던 아바타는 켈리칸과 함께 텔레포트하여 그 공격을 피해 낼 수 있었다.
-끼에에에에엑!
-꺄아아아악!
-아아아악!
그것이 지나쳐 갈 때마다 끔찍한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안개처럼 보이던 그것은 울퉁불퉁한 모양새였는데, 그것들 하나하나가 인간의 얼굴을 형상화하고 있었다.
하나하나가 굉장히 고통스러워 보이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어 더욱 끔찍해 보였다.
그리고.
-캬아아아아!!
이번에는 위쪽에서부터 아바타를 덮쳐 왔다.
아바타를 스쳐 지나갔던 그것들이 그대로 유턴하여 덮쳐 온 것이다.
슈슉-
다시 한번 텔레포트하여 그것을 피해 낸 아바타가 리치가 쏘아 낸 공격에 모든 신경을 집중하는 사이.
아바타의 뒤쪽에서 거대한 낫을 들고 있는 존재가 나타났다.
그것도 막대한 존재감을 뿜어내고 있는 놈이었다.
그런 놈의 정보를 절대자의 정보로 확인한 순간.
「사신(Lv. 66)」
나는 전력을 다해 소리쳤다.
[피해!]그러나 피하기에는 놈이 휘두르는 공격이 너무나도 빨랐고.
서걱!
거대한 낫에 켈리칸의 몸이 그대로 두 동강 나버렸다.
“으윽!”
리치가 공격한 순간부터 전신에 호신강기를 두르고 있던 아바타는 다행히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의 어깨에서부터 가슴까지 길쭉한 상처가 생겨난 상태였다.
부상을 입었단 사실에 아바타는 적잖이 당황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신격이 깃든 호신강기를 뚫었다.’
아바타가 전신에 두르고 있는 것은 검푸른 기운이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는 건.’
우우우웅
예상대로, 사신이 휘두른 낫에는 정제된 보랏빛 기운이 흉흉하게 빛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