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Dweller RAW novel - Chapter (199)
200화 [Episode 41] 불사의 군단 (12)
예상대로 백두산은 시원하게 폭발해 있었다.
사방으로 흘러내리는 용암과 쉼 없이 올라오는 화산재의 범위가 상상을 초월하여 멀리서도 그 모습을 확인할 수가 있었다.
‘서울까지 날아온 화산재는 극히 일부였구나.’
화산재의 대부분은 바람을 타고 동해로 퍼져 나가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서울의 하늘은 화산재가 해를 가려 칙칙하고 어두운 회색 하늘이었다.
‘시기가 여름이라 다행이야.’
여름철에는 편서풍의 영향이 강한 덕분에 화산재의 대부분이 동쪽으로 날아가고 있는 중이었다.
북동풍의 힘이 더 강력한 겨울철이었다면 백두산의 화산재가 모조리 이리로 날아왔을 테니까.
지금은 화산재가 공기중에 흩날리고 여름치고는 날씨가 시원해진 게 전부였지만, 겨울이었다면 하늘에서 화산재가 함박눈처럼 내려왔을 것이다.
‘뭐, 그렇다고 해도 투명 장벽이 화산재를 막아 주고 있는 이상 직접적인 피해는 없었으려나.’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는 포격 덕분에 집구석 선포의 레벨은 43이 되어 있었고, 그에 따라 부산에 있는 본진은 경상남도 지역의 대부분을 서울에 있는 별채는 수도권에 해당하는 경기도 지역의 대부분을 안전지대로 만든 상태였다.
뿐만 아니라 전국 각지에 퍼져 있는 전초 기지와 영지들까지 포함하면 사실상 대한민국의 주요 도시는 모두 점령했다고 볼 수 있었다.
영지 건설 이후에 주변에 있는 생존자들을 적극적으로 구출하면서 사실상 대한민국에 살아남은 국들은 대부분이 합류한 상황이었다.
‘전부라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어쨌든 대규모 화산재가 내려온다고 해서 커다란 피해로 이어지지는 않을 거란 소리다.
작은 집구석에서 시작한 게 어느새 나라 단위로 커져 있는 것을 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새삼스럽지만 내 능력, 대단하구나.’
아이스 드래곤 때도 그렇고, 화산재도 그렇고, 대자연의 재앙 속에서마저 확실하게 내 사람들을 지킬 수 있는 힘이라니.
‘저런 것도 막을 수 있으려나?’
백두산 폭발의 후폭풍은 단지 화산재와 용암뿐만이 아니었다.
백두산의 천지에 고여 있던 20억 톤에 달하는 물이 폭발과 함께 넘쳐흘러 반경 수십 킬로미터에 물이 범람하고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저 재앙에 휩쓸린 것이 북한 주민이 아닌 시체 군단이라는 점이다.
‘방사능이나 추위, 화산재까지 막는 걸 보면 홍수도 충분히 막을 수 있을 것 같기는 한데…….’
정확하지는 않으나 투명 장벽이 걸러 내는 것의 종류는 내 무의식에 의해 결정된다.
레벨 업과 동시에 영역이 늘어날 때 고블린이나 오크와 같은 몬스터들은 모두 제거되는 반면, 다람쥐나 생쥐와 같은 동물들은 임시 자격을 부여해 안전지대 안에서 살아갈 수 있게 해 주는 것과 비슷한 원리일 것이다.
사실상 내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들은 모조리 배제해 버리는 셈이다.
‘이 힘은 도대체 뭘까?’
나는 내 손에서 피어오르는 검은 기운을 내려다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제는 범국가적인 규모의 힘이 되어 버린 데다가 웬만한 자연재해 정도는 끄떡도 없는 결계.
그러나.
‘……과연, 진짜 내 힘이기는 한 건가?’
오래전부터 나를 괴롭히던 질문이었다.
정말로 이 힘은 내 힘이 맞는 것인가?
어느 날 갑자기 생겨난 이 힘을 내 힘이라고 할 수 있는가를 논하는 게 아니었다.
내가 지닌 불안은 지금 내가 사용하고 있는 이 힘의 주인이 어딘가 다른 곳에 있는 존재이면 어떻게 하느냐는 점이었다.
만약에 주인이 따로 있는 힘이고, 나를 이용해 자신의 힘을 키우려는 것뿐이라면.
나중에 이 힘의 주인 되는 존재가 나타났을 때.
‘……이 힘은 끝까지 내 의지를 따라 줄까?’
결론은 항상 같았다.
‘내 편을 들어줄 리가 없겠지.’
원주인이 따로 있고, 어떤 의도를 가지고 일부러 내게 권한을 넘긴 거라면 반드시 보험을 깔아 두었을 것이라는 게 내 결론이다.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존재가 모든 것을 앗아 갈 수도 있다는 공포.
내 불안은 그곳에서 오는 것이었다.
‘어떻게 대비해야 하지?’
이 힘이 어디에서 온 것인지.
힘의 주인이 있다면 그놈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그 존재가 그리는 미래에 나와 내 사람들은 포함되어 있는 것인지.
‘정보가 너무 부족해.’
그때 까마귀의 등 위에서 가부좌를 튼 채로 집중하고 있던 유한길이 입을 열었다.
“이 주변에 있던 해골 병단은 완전히 전멸한 것으로 보입니다.”
화산재 때문에 시야가 제한적이긴 했지만, 천리안 능력을 가지고 있는 유한길 덕분에 정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백두산 폭발의 영향인지, 이 근처에는 시체 군단의 모습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다행히 백두산에 상당히 접근한 지금까지도 사신이나 리치는 나타나지 않고 있었다.
이렇게 되면 정말로 놈들이 전멸했을 가능성이 올라간다.
타격을 좀 입었다고 해서 물러날 존재들로는 보이지 않았으니까.
만약에 놈들이 살아 있었다면 이미 한참 전에 마주쳤어야 했다.
그런데 지금까지 마주치지 않았다는 건.
‘일반적인 물리 공격에 면역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아바타의 마지막 자폭 공격이 꽤 치명적이었던 게 아닐까?’
아바타의 자폭은 순수하게 검은 기운만을 활용한 공격이었다.
통제 불가능할 만큼의 힘을 가져다가 그대로 폭발시켜 버린 것.
그게 다였다.
하지만 쇠 구슬 메테오 오 연발에도 멀쩡하게 부활해 버리던 괴물들이 검은 기운이 섞인 호신강기에 무력하게 박살 나던 것을 감안하면, 신격 그 자체가 놈들에게 치명적으로 작용한다고도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정말 그런 거라면 자폭으로 인해 해골 군단의 핵심 세력이 전부 쓸려 나갔을 수도 있다.’
자폭으로 인해 아바타가 죽으며 경험치는 증발해 버렸지만, 지금 당장은 우리 진영에 위협이 되는 놈들이 제거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고무적이었다.
나는 정찰조에게 명령을 내렸다.
[수고하셨습니다. 작전대로 북쪽으로 전진해 주세요.]이번 작전의 핵심은 정찰이었다.
‘해골 병단이 북쪽에서 내려오던 중이라는 걸 생각하면 놈들의 본진은 여기에서보다 좀 더 북쪽에 있단 소리니까.’
그곳이 정확히 어디인지.
적의 진영은 얼마나 넓은 것인지.
적들의 규모는 얼마나 되는지.
데스나이트 군단장, 사신, 리치와 같은 존재들이 얼마나 더 있는 것인지.
그것들을 확인해 보는 게 이번 작전의 핵심 목표였다.
“알겠습니다.”
정찰조는 백두산을 지나쳐 더욱더 북쪽으로 나아갔다.
백두산에서 일정 거리 이상 멀어지자 다시 시체 군단의 모습들이 보였다.
적게는 수천, 많게는 수십만 단위로 뭉쳐 있는 시체들이 남쪽을 향해 똑바로 전진해 오고 있었다.
‘오히려 처음보다 듬성듬성하네.’
지평선을 가득 채우며 다가오던 시체 군단의 위용에 비하면 한참이나 부족해 보이는 물량이었으나 결코 적은 양은 아니었다.
게다가 저것들이 한반도에 진입할 때쯤에는 아마 마찬가지의 모습으로 변해 있을 것이다.
한반도에 진입하며 좁아지는 길목과 압록강에 의해 병목 현상이 벌어질 테니까.
그리고 실시간으로 등장하는 몬스터들이 죽음에 전염되며 그 세를 불려 나갈 것이다.
그런 과정을 거쳐 종국에는 지평선을 가득 채울 정도로 빽빽하게 늘어선 시체 군단이 완성되는 거겠지.
하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오히려 좋았다.
‘그래 봤자 포탄을 더 맞추기 쉬울 뿐이니까.’
빽빽하게 늘어서 있는 덕분에 어디를 쏴도 잭팟이었다.
강화 포병들이 든든하게 버텨 주고 있는 이상, 시체 군단은 좋은 경험치 수급 수단에 지나지 않을 테니까.
‘해골 군단 같은 건 보이지 않는군.’
굉장히 긍정적인 사실이었다.
‘김다빈의 예측이 맞을 수도 있겠어.’
데스나이트 군단장, 사신, 리치.
이 세 마리의 위에 누군가 존재하리란 예상한 나와는 달리, 김다빈은 그놈들이 수뇌부였을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정말로 그 세 놈이 시체 군단의 머리이고, 놈들을 처리한 것이라면 이제는 무한정 주어지는 경험치를 이용해 편하게 레벨 업 하는 일만 남은 것이다.
김다빈의 희망적인 예측이 맞아떨어졌기를 바라던 어느 순간.
“!!!”
“무슨 일이야?!”
문병호와 장성준, 김가영이 탑승하고 있던 까마귀들이 예고도 없이 추락했다.
‘강화.’
이상을 확인한 그 즉시 가신들에게 힘을 부여했다.
문병호는 텔레포트를 사용해 강덕수가 탑승한 까마귀로 옮겨 타고, 장성준의 경우 염력을 사용해 허공에 멈춰 섰다.
마지막으로 추락하는 김가영은 아빠가 직접 텔레포트를 사용해 낚아채며 상황이 종료되었다.
“가, 감사합니다.”
양하영이 몸속에서 뼈 창을 꺼내 들며 말했다.
“적습인가?”
다른 가신들도 곧장 긴장감을 끌어 올리며 주변을 경계했지만, 공격은 없었다.
그 대신.
“떨어진다!”
나머지 까마귀들도 차례로 날갯짓을 멈추더니 그대로 땅으로 추락했다.
“어어? 으아아악!”
“꺄아아악!”
“……!!”
갑작스러운 상황에서 제일 먼저 움직인 것은 염력을 사용해 자신의 몸을 허공에 고정해 두었던 장성준이었다.
그의 주변에 있던 이준혁, 유한길, 양하영을 마찬가지로 염력을 사용해 낚아챘다.
나머지 또한 마찬가지였다.
내가 지원하기도 전에 각자의 방식대로 힘을 발휘해 위기를 모면했다.
파아앙!
정소라가 바람의 정령을 소환해 천천히 땅으로 내려갔고, 문병호는 강덕수와 함께, 아빠는 김가영을 데리고 텔레포트하여 지상으로 이동해 있었다.
쿠궁! 콰아앙!
뒤늦게 까마귀들이 추락하며 굉음이 울려 퍼졌다.
‘뭐지?’
제일 먼저 든 의문은 지상에 아무것도 없다는 점이었다.
듬성듬성하긴 했지만, 곳곳에서 시체 군단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 이 주변에는 시체 군단은커녕 개미 새끼 한 마리 보이지 않았다.
‘어떻게 된 거지?’
그때쯤 충격받은 표정의 김 건이 내려와 까마귀들의 상태를 확인했다.
심각한 얼굴로 까마귀들의 상태를 확인하는 김 건을 향해 문병호가 물었다.
“어떻게 된 거야?”
김 건이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죽었어.”
“뭐? 그게 무슨―”
문병호의 말은 이어지지 못했다.
왜냐하면.
-키에에에엑!
김 건이 직접 상태를 확인하며 죽었다고 선언한 까마귀들이 괴성과 함께 몸을 일으킨 탓이다.
쐐애애액!
그 순간 검은 기운이 깃든 빛의 화살이 까마귀들의 머리를 꿰뚫었다.
눈앞에서 까마귀를 잃은 김 건이 곧바로 따져 물었다.
“이게 무슨 짓―!”
그러나.
“정신 차려, 김 건!”
이어진 김가영의 외침에 말을 잇지 못했다.
“지금 네 눈에는 저게 네가 기른 애들로 보여? 시체 군단의 일부가 된 거라고!”
“그럴 리가…….”
김 건이 멍한 눈으로 움직이는 시체가 된 까마귀들을 바라보았다.
땅에 떨어진 충격으로 머리가 박살 나고, 내장을 쏟아 내는 상태로 공격해 오는 모습.
강덕수가 소환한 은빛 기사단을 향해 이빨을 드러내는 그것들은 영락없는 시체 군단의 일부가 된 모습이었다.
이윽고.
콰과과곽!
검은 기운이 덧씌워진 뼈 창이 하늘에서 떨어져 내리며 남아 있던 까마귀들을 순식간에 정리해 버렸다.
지이잉―
정산이 시작되며 시체가 사라지는 그 모습을 김 건이 망연자실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어째서 갑자기 이렇게 된 거지?’
분명 절대자의 눈에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가신들 한 명 한 명에게 모두 절대자의 눈을 활성화시켜 둔 상태였기에 확실했다.
‘공격을 받은 건 아니야.’
까마귀들은 정말로 갑자기 죽음에 전염되었다.
그리고 어째선지 나는 그것을 보고 레벨 업으로 인해 영역이 늘어날 때 벌어지던 몬스터 학살을 떠올리고 있었다.
‘어째서지?’
나는 어째서 지금 이 현상에서 그 장면을 떠올리고 있는 것일까.
그 순간.
“커헉……!”
정찰조 중에서 가장 약한 유한길이 자신의 목을 부여잡으며 고통을 호소했다.
그 즉시.
[지금 당장 한곳으로 모이세요. 당장!]정찰조의 구성에는 전투력만 반영된 것이 아니다.
문병호, 이준혁, 장성준, 정소라까지.
신뢰도 100, 충성도 100을 달성한 가신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 이유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여 언제든지 그 스킬을 사용하기 위해서였다.
[서두르세요!]내 다급한 외침과 함께 허공에 떠 있던 가신들이 지상으로 내려왔다.
그 즉시.
‘영역 전개.’
우우웅!
사전 준비를 실행했다.
검은 기운이 사방으로 펴져 나가며 영역을 구축하자마자
“허어어억!”
이상 반응을 보이던 유한길이 숨을 깊게 들이쉬며 상태가 호전됐다.
그리고.
‘강림.’
번쩍―
그곳으로 직접 이동했다.
‘…….’
파지직-
영역의 크기가 평소보다 줄어들어 있었다.
게다가 최외곽에서는 무언가와 마찰하듯 계속해서 스파크가 일어나는 중이었다.
‘절대자의 눈.’
영역 안에서 전개된 절대자의 눈에는 검은 기운이 덧씌워져 평상시에는 볼 수 없는 것들을 볼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강화된 절대자의 눈에 보인 것은.
파지지직!
이 주변을 가득 채우고 있는 보랏빛 기운의 존재였다.
그리고.
덜그럭-
보랏빛 기운의 중심에.
덜그럭―
초라해 보이는 해골 하나가 이쪽을 향해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