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Dweller RAW novel - Chapter (200)
201화 [Episode 41] 불사의 군단 (13)
해골의 손은 텅 비어 있었으며 마찬가지로 몸에도 아무것도 걸치고 있지 않았다.
갑옷은 물론이고,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모습이었지만, 결코 만만하게 볼 수 없었다.
그야.
「불사의 망령(Lv. 81)」
레벨부터 심상치 않았으니까.
‘81레벨이라니…….’
앞자리가 8로 시작하는 몬스터는 아이스 드래곤 이후에 처음 마주하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파지직―!
놈이 가까워지는 것에 비례하여 보랏빛 기운이 점점 더 강성해지고 있었다.
덜그럭- 덜그럭-
초라한 모습의 해골이 걸어오고 있을 뿐이었음에도 가신 중 누구도 쉽사리 움직이지 못했다.
그들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만났던 괴물들과는 격이 다르다는 것을.
“유한길 씨. 괜찮으신가요?”
멍하니 해골 쪽을 바라보고 있던 가신들은 내 목소리를 들은 후에야 간신히 정신을 차린 듯했다.
이름을 불린 유한길이 한 템포 늦게 내 말에 반응했다.
“……아! 네. 더, 덕분에. 괘, 괜찮습니다.”
그의 목소리는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목소리뿐만 아니라 눈동자도 심하게 떨리고 있었는데, 극심한 공포를 느끼고 있는 듯했다.
그리고 공포를 느끼고 있는 것은 비단 유한길뿐만이 아니었다.
이 자리에 있는 가신들 모두가 공포에 짓눌려 한마디도 내뱉지 못하고 있었으니까.
특히나.
“……아빠. 괜찮아요?”
다른 이들과는 달리 아빠에게는 강화를 사용할 수 없었다.
검은 기운의 보조 없이 보랏빛 기운에 노출됐던 아빠는 이곳에 있는 사람 중 가장 부담이 심했을 것이다.
“……이 정도쯤이야.”
누가 봐도 무리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북대문 개방.’
지이잉―
곧바로 문을 열고 말했다.
“아빤 돌아가세요.”
“……괜찮다. 버틸 만해.”
“고집부리지 말고 제 말 들으세요. 어차피 검은 기운을 사용하지 못하면 제 영역 밖으로 나갈 수도 없어요. 유한길 씨도 마찬가지입니다. 김 건 씨를 데리고 지금 당장 여기서 벗어나세요.”
가족들부터 먼저 챙기려는 이기적인 마음 같은 게 아니었다.
아빠의 전력은 분명 대단하지만, 이번만큼은 별개였다.
‘사방이 보랏빛 기운으로 가득차 있다.’
저 해골은 보랏빛 기운을 사용해 검기나 마법을 발현하던 그것들과는 격이 다른 존재였다.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주변에 휘몰아치고 있는 보랏빛 기운의 주인이 바로 저놈이라는 걸.
‘그래서 그런 거였어.’
까마귀들이 죽어 나가는 모습을 보고 집구석 영역이 확장되던 순간을 떠올렸던 이유.
그것은 그 두 가지 케이스가 너무나도 흡사했기 때문이었다.
‘집구석 영역과 같다.’
보랏빛 기운이 휘몰아치고 있는 이곳은―
‘여긴 저놈의 영역이야.’
그간 내 영역 안에서 최후를 맞이했던 몬스터들이 이런 기분이었을까?
강렬한 존재감이 온몸을 짓누르는 듯한 기분이었다.
사방에서 조여 오는 보랏빛 기운의 힘이 강렬해질수록 내 영역이 조금씩 쪼그라들고 있었다.
강화를 받지 못하는 아빠는 영역 바깥으로 나가는 순간 보랏빛 기운에 당할 것이 뻔했다.
신격에 대항할 수 있는 힘은 오로지 신격뿐이다.
그래서 아빠를 보내려 하는 것이다.
“제발요, 아빠.”
간절한 내 마음이 닿은 것일까, 아빠는 더 이상 고집을 부리지 않고 북대문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조심해라, 아들.”
“걱정 마세요.”
정찰에 특화된 능력을 가진 유한길을 돌려보내려는 이유도 마찬가지였다.
있어 봤자 짐만 될 테니까.
그렇게 유한길과 아빠가 떠나가고, 남아 있는 가신들을 향해 말했다.
“모두 잘 들으세요.”
놈도 이쪽의 존재를 알아차렸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처음 발견했을 때처럼 덜그럭거리는 소리와 함께 천천히 걸어오는 게 전부였다.
아무래도 우리를 굉장히 얕보고 있는 것 같은데, 덕분에 준비 시간은 충분했다.
“각자 가장 강력한 한 방을 준비해 주세요.”
솔직히 말해서 가신들의 힘으로 저 존재를 어떻게 할 수 있느냐고 물으면 회의적이었다.
그래도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순 없으니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공격을 준비하는 것이다.
“안전지대 밖으로 나가지 않는 선에서 최선의 공격을 퍼부어 주세요.”
제일 먼저 반응한 것은 강덕수였다.
“제가 시간을 벌겠습니다!”
다른 이들과는 달리 딱히 준비할 게 없던 강덕수가 제일 먼저 나섰다.
철컥철컥!
검은 기운을 두른 은빛 기사단이 불사의 망령을 향해 달려 나갔다.
기세등등하게 접근한 그들이었지만.
카가각!
그들이 휘두른 할버드는 해골에 생채기 하나 만들지 못했다.
오히려.
퍼석!
해골에 닿은 할버드가 급속도로 부식되며 바스러지기 시작했다.
놈을 공격한 은빛 기사단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데에는 채 1분이 걸리지 않았다.
지금까지 일당백의 모습을 보여 주던 은빛 기사단이 무력하게 박살 나는 모습을 지켜보던 강덕수가 망연자실한 채 중얼거렸다.
“이럴 수가…….”
은빛 기사단의 힘만으로는 놈의 진격을 단 1초도 저지하지 못한 것이다.
그 뒤를 이어 정소라가 나섰다.
화르르륵!
그녀가 소환한 최상급 불의 정령, 라이언 플레임하트가 용감하게 달려들었으나 이쪽은 은빛 기사단들보다 상성이 더욱 안 좋았다.
푸확!
가까이 접근하기도 전에 라이언 플레임하트의 몸이 터져 나가며 역소환되었다.
타앙―!
문병호의 저격총은 물론,
콰과과과과!
양하영의 뼈 창 또한 소용없었다.
마지막으로.
우우우웅!
검은 기운이 뒤섞인 김가영의 빛의 화살.
쐐애애액!
그것이 쏘아졌을 때, 드디어 놈이 걸음을 멈추고 손을 들어 올렸다.
그러자.
콰아아앙!
보랏빛 기운에 가로막힌 빛의 화살이 요란하게 폭발했고, 놈은 아무렇지 않은 모습으로 다시 걷기 시작했다.
너무나도 멀쩡한 그 모습을 보며 가신들은 전의를 잃어버린 듯했다.
“무슨……?”
“……괴물.”
아무런 타격도 입지 않은 듯한 그 모습에 아찔해지는 것은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도망가야 하나?’
하지만 도망간다고 하더라도.
‘도대체 어디로?’
어디로 도망가야 한단 말인가.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다.
저놈은 언젠가 서울까지 올 것이다.
느긋한 걸음걸이 덕분에 시간이야 좀 끌 수 있겠지만, 그게 전부였다.
‘아바타를 다시 소환할 수 있게 된다고 해서 저놈을 상대할 수 있을까?’
임팩트 버스트.
그 기술을 활용하면 저놈에게 타격을 주는 게 가능할까?
답은 바로 나왔다.
‘아니.’
당장 저놈보다 한참이나 수준이 낮은 사신조차도 처리할 수 없던 힘이다.
애초에 임팩트 버스트는 김가영의 기술을 개량한 것이었다.
아바타의 특성을 활용해 검은 기운이 훨씬 많이 함유되어 있다는 차이가 다였다.
‘겨우 손짓으로 김가영의 공격을 막아 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주변에 소용돌이치고 있는 보랏빛 기운이 방패가 되어 줬다.
임팩트 버스트라고 해도 비슷한 결과를 맞이하리란 것을 추측기는 어렵지 않았다.
‘그나마 대미지를 입힐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면, 마지막 순간에 보여 주었던 자폭뿐인가.’
순수하게 검은 기운을 응축시켜 폭발해 버리는 것.
놈에게 타격을 입힐 방법이 있다면 그것이 유일하다고 판단했다.
‘아바타가 한 일이다.’
기본적으로 아바타는 본체인 나의 다운그레이드 버전이라고 할 수 있었다.
각성 능력을 사용할 수 있는 용량이나 위력만 봐도 본체인 내 쪽이 훨씬 우월했으니까.
각성 능력에서도 그런데 하물며 검은 기운을 다루는 능력에서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의 차이가 존재했다.
그러므로.
화르륵!
‘내가 못 할 리가 없어.’
아바타가 죽으며 대부분의 경험이 소실되었지만, 그런 정보 없이도 어떻게 하는지쯤은 대강 감을 잡고 있었다.
일단은 내 힘이었으니까.
검은 기운이 끝도 없이 응축되어 갔다.
파지직―
아바타가 자폭하기 직전에 봤던 광경과 비슷한 모습이 내 몸을 중심으로 펼쳐졌다.
그러나 그때와는 확연히 달랐다.
파직―!
통제되지 못한 기운이 밖으로 삐져나오며 한눈에 봐도 불안정해 보이던 그때와 달리, 검은 기운은 완벽하게 내 통제를 따라 오른손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막대한 힘이 오른손으로 모여들기 시작한다.
그제야.
덜그럭-
해골이 걸음을 멈춰 섰다.
드디어 놈이 반응한 것이다.
그리고.
콰직!
갑작스레 놈의 발치에서 폭발음이 들려왔다.
그와 동시에 놈의 신형이 우리를 향해 쏘아지듯 날아왔다.
“온다!”
“막아!”
장성준이 모든 힘을 쏟아부어 만든 염력장으로 방벽을 세우고, 정소라의 정령들이 벽을 만들었다.
촤아아악!
염력장 안쪽으로는 이준혁이 만들어 낸 수룡이 버티고 섰다.
그러나 그들의 모든 노력이 무색하게도.
콰광! 퍼어엉!
해골 녀석은 자신의 앞을 가로막는 모든 것들을 양손으로 찢어발기며 들어왔다.
그리고.
놈이 내 영역 안으로 발을 들였을 때,
화르르륵!
미리 준비하고 있었던 보이지 않는 손들이 검은 기운을 머금은 채로 놈의 사지를 낚아챘다.
“미안하지만 일단, 여긴 내 영역이거든?”
그와 동시에 모든 준비가 끝났다.
나는 검은 기운이 응축되어 있는 손을 녀석을 향해 뻗었다.
그리고.
[1,000,000,000,000 원이 소모됩니다.]번쩍!
검은빛이 놈을 집어삼켰다.
콰과과과과―
강렬한 에너지가 길게 뻗어 나갔다.
후우우웅!
후폭풍을 버티기 위해서 가신들조차 자신들의 힘을 최대한으로 발휘하며 버텨야 할 정도였다.
그렇게 한바탕 폭풍이 지나간 자리에는.
“…….”
하늘과 땅이 반으로 갈라져 있었다.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효과가 좋았다.
그러나.
‘크윽.’
생각보다 반동이 심각했다.
‘두 번은 못 쓰겠네.’
손바닥이 찢겨 나갈 것 같은 고통은 참을 만했지만, 전신을 휩싸는 탈력감은 도무지 참아 낼 수가 없었다.
금방이라도 기절해 잠들 것 같은 상태였지만, 끝까지 정신을 똑바로 차렸다.
‘……제기랄.’
왜냐하면, 아직 정산 메시지가 나타나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놈이 죽지 않다는 소리다.
‘그걸 맞고도 살아있다고?’
덜그럭!
그때 바닥으로 해골 머리가 떨어졌다.
텅 빈 눈동자를 가지고 있는 두개골은 여기저기 금이 간 상태로 박살 나기 일보 직전의 상태였다.
그것에서.
화륵-
보랏빛 불꽃이 피어났다.
그와 동시에.
후우우웅!
넓게 퍼져 있던 보랏빛 기운이 해골을 향해 빨려 들어오기 시작했다.
‘힘이 다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강림을 위해 준비한 영역의 넓이가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한 번에 너무 많은 힘을 쏟아부으며 강림의 시간이 크게 줄어 버린 것이다.
‘어쩔 수 없군.’
아쉽지만 나도 더 이상 싸울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가신 소환.’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가신들을 먼저 돌려보내고, 나도 돌아가려던 그때였다.
[……멈춰라.]두개골만 남아 있던 해골은 어느새 모든 뼈를 재생한 상태였고, 그에 더해 위쪽으로 근육과 살이 재생되고 있었다.
놈은 분노로 일그러진 얼굴로 나를 향했다.
분명히 나를 향한 적개심을 불태우고 있음에도 시스템이 반응하지 않는 것은 저놈의 전신을 둘러싸고 있는 보랏빛 기운 때문이었다.
넓게 퍼져 있던 보랏빛 기운은 단단하게 뭉쳐 해골의 전신을 보호하는 막을 만들어 냈다.
본능적으로 알았다.
저 상태라면 어쩌면 가능할지도 모른다고.
강림을 풀어 버리며 돌아가려던 나는 방법을 조금 바꾸었다.
‘북대문 개방.’
본진으로 이어지는 문을 개방하고, 그곳을 향해 몸을 던졌다.
그러자.
[거기 서라!]어느새 인간의 형상까지 회복이 된 놈이 나를 추격해 왔다.
시민권이 없는 상태에서는 통과하지 못할 터인 북대문을, 놈은 통과하고야 말았다.
그 덕분에.
“우리 집에 온 걸 환영해.”
아까와는 완전히 반대 입장이 된 것이다.
강림을 사용했을 때에는 내가 상대방의 영역에 들어간 불청객이었다면, 이번에는 놈이 우리 집에 들어온 불청객이 된 상태.
[집구석 절대자에게 적대적인 개체가 발견되었습니다.] [제거합니다.]콰직!
주도권이 완전히 넘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