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Dweller RAW novel - Chapter (209)
210화 [Episode 43] 공장 (5)
크리스털.
건설이나 최근에 얻은 데스나이트 제작처럼 시간이 걸리는 작업에 사용할 수 있었다.
크리스털 하나당 절약할 수 있는 시간은 무려 10시간.
게다가 300개를 모으게 될 경우 소통의 반지나 절대자의 왕관 같은 신기를 뽑을 수 있게 된다.
‘신기를 뽑아 본 게 언제더라?’
크리스털은 수급 자체가 어렵다 보니 신기를 뽑기 위한 300개는커녕 100개가 모이기도 전에 사용해야 하는 상황이 찾아오곤 했다.
심지어 지금은 아예 그마저도 없는 상황.
던전 공략에서, 그것도 극악의 확률로 출현하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그런 상황에서 크리스털을 안정적으로 수급할 수 있는 방법이 생겨난 것이다.
‘채수빈.’
24시간마다 크리스털 하나를 만들어 내는 각성 능력.
상점에 등록하려는 시도도 해 봤지만, 당연하게도 불가능했다.
마음 같아서는 곧바로 가신 등록을 하고 싶었지만, 충성도가 부족하여 당장 가신으로 받아들일 수 없었다.
아쉬운 대로 별의 힘을 부여해 봤는데, 3성까지 부여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크리스털 생산 능력은 올라가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그녀를 부른 이유는 간단했다.
[혹시 가신이 되실 생각 있으신 가요?]그러자 채수빈이 깜짝 놀라며 되물었다.
“네?! 사도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사도.
흔히 말하는 신의 사도를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가신들을 보고 ‘사도’라 칭하는 곳이 어디인지는 나도 알고 있었다.
바로 사이비 종교인 시민 구원교에서 가르치는 교리였다.
‘최근 들어 갑자기 신뢰도랑 충성도가 급증한다 했더니…….’
신뢰도와 충성도가 오르는 속도는 사람마다 다양했다.
처음 만났던 채수빈은 신뢰도와 충성도가 느리게 오르는 편에 속했다.
나에게 계약금 100억을 받을 때도, 집을 하사받을 때도 큰 변화가 없을 정도였으니까.
그래서 가신 영입을 뒤로 미뤘던 것인데, 아무래도 최근 그녀의 충성도가 빠르게 올라간 것이 시민 구원교와 관련이 있는 듯했다.
“제 믿음이 보답받는 거군요! 감사합니다!”
그동안 바빠서 그녀의 근황은 확인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사이비 교단의 신자가 된 듯했다.
‘나 참. 믿지 말라고 할 수도 없고.’
묘한 기분이었다.
나를 신격화하는 이상한 곳이니 사이비 종교인 것은 분명한데, 실제로 이런저런 도움이 되는 데다 가끔 사제가 될 인재를 뽑아내는 단체다 보니 제지하기도 애매했다.
‘……그래도 신자 중에 엇나가는 사람은 없으니 다행인가.’
믿음을 강요하거나 교리를 빌미로 사람들에게서 돈을 뜯어내거나 하는 일도 없었다.
오히려 신뢰도 100을 쌓아 사제가 된 이들을 필두로 병원에 단체 자원봉사를 나가기도 하고, 구조대에 지원하여 사람들을 돕기도 하는 중으로 사회에 기여하는 바가 컸다.
지금만 해도 채수빈의 충성도를 높여 가신이 되는 것에 기여했으니.
게다가 만약 채수빈이 신뢰도 100을 달성하기라도 한다면 나도 크리스털을 생산해 낼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좋은 게 좋은 거라 생각하며 말했다.
[그럼 받아들여 주신 거로 생각하고 등록하겠습니다.]“네!”
채수빈을 가신으로 받아들이자 묵색의 빛이 그녀를 감싸 안았다.
그리고.
‘8시간에 한 개. 좋군.’
단숨에 크리스털 수급량이 3배로 늘어났다.
그 사실을 그녀에게 고지해 주자 뛸 듯이 기뻐했다.
“정말요? 이제 그럼 하루에 1억인 건가요?”
[그렇죠. 계약금이었던 100억의 할당량을 채우시면 다시 100억을 지급해드리겠습니다.]“열심히 하겠습니다!”
그 직후 그녀의 인벤토리에 있던 7개의 크리스털을 흡수해 창고에 넣었다.
‘이걸로 17개.’
300개까지 가려면 아직 한참 남은 상황이었다.
원래라면 지금 늘어난 수급량으로도 100일 정도 기다려야 하는 셈이었지만.
[채수빈 씨. 지금 당장 스킬을 사용하실 수 있겠어요?]“어? 그러네요. 쿨타임이 줄어들었으니 가능할 것 같아요. 아니, 가능합니다! 바로 만들게요!”
[잠시만요.]서예진의 신뢰도가 100을 찍으며 얻은 능력인 강화.
그것을 이용해 검은 기운을 주입하는 것은 종속의 계약을 맺은 이들 혹은 ‘가신’들 뿐.
그리고 검은 기운은 가신들의 신체 능력뿐만 아니라 그들이 가지고 있는 각성 능력 자체를 강화하곤 했다.
‘강화.’
화르륵!
묵염이 채수빈의 전신에 피어난다.
“아……!”
그 상태에서.
[최대한 많이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만들어 보세요.]“……알겠습니다.”
그녀가 능력을 발휘하기 시작하자 몸을 둘러싸고 있는 흑염이 반응하며 한 곳으로 몰려들었다.
그리고.
[1,000,000,000 원이 소모됩니다.]10억을 소모하며 생산된 크리스털의 숫자는.
‘3개라.’
크리스털의 사용처나 절대자의 왕관과 같은 신기의 가치를 생각하면 결코 아깝지 않은 돈이었다.
‘8시간마다 생산하면 하루에 9개는 만들어 낼 수 있단 소리군.’
나쁘지 않았다.
‘한 달이면 신기 하나를 뽑아낼 수 있겠어.’
[시민 채수빈의 신뢰도가 올라갑니다.] [시민 채수빈의 충성도가 올라갑니다.]덤으로 채수빈과의 접촉도 많아질 수밖에 없었다.
텔레파시를 사용한 대화, 그리고 검은 기운을 받아들이는 강화를 반복하다 보면 필연적으로 신뢰도와 충성도가 쭉쭉 오르게 된다.
언젠가 신뢰도 100에 도달하게 되면 내가 직접 크리스털을 만들어 낼 수도 있겠지.
‘아바타도 마찬가지일 거고.’
그것만 해도 3배였다.
게다가.
‘나와 아바타는 검은 기운의 효율이 더 좋을 테니 더 많은 크리스털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
그때쯤 되면 크리스털을 펑펑 소비해도 괜찮아질 만큼 생산량이 많아질 것이다.
채수빈을 향해 텔레파시를 보냈다.
[앞으로 8시간마다 찾아오도록 하겠습니다.]“기,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하루에 9개.
한 달이면 270개.
거의 크리스털 공장이나 다름없었다.
‘그러고 보니 벌써 닷새짼가.’
제주도의 경험치 공장에는 지금 이준혁이 없었다.
개화에 더해 강화한 뒤로 쭉 기절해 있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생명에 지장은 없는 듯했지만, 힘을 소모하고 난 반작용 때문인지 눈을 뜨지 못하고 있었다.
‘그럴만하긴 했지.’
이준혁이 보여 준 힘은 그만큼 압도적이었다.
그렇기에 더더욱.
‘정확한 한계 돌파 방법을 찾아야 해.’
이준혁이 깨어나면 그때 당시의 상황을 자세히 물어볼 작정이었다.
‘그 전에 지금 한계 돌파를 하려면 레벨 60부터 찍는 게 우선이겠지?’
55레벨부터 60레벨까지 드는 비용이 5000억에 달하다 보니 60레벨로 만든 가신은 극소수였다.
이준혁을 제외하면 장성준과 최도연 그리고 신동훈 정도가 전부였다.
나머지는 대체로 50~60레벨 사이에 분포하고 있는 중이다.
‘돈을 들여서 레벨을 올리는 것도 좋지만…….’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경험치 공장이 존재하는데 말이지.’
더군다나 가신단 시스템을 활용하면 직접 사냥하지 않는 가신들의 레벨을 올리는 것도 가능했다.
절대자의 눈을 사용해 상황을 살펴보니 가신들이 빠진다고 해도 무리는 없어 보였다.
‘애초에 경험치 공장 덕분에 연속적으로 레벨업을 하면서 전선을 유지할 필요도 없게 됐다.’
부산을 중심으로 하는 본진은 거의 대전과 광주에 있는 영지를 집어삼키기 직전이었다.
그와 비례하여 커지는 서울의 별채 또한 경기도는 물론이고 강원도의 절반 이상까지 영역을 넓힌 상황.
게다가 결정적으로 죽음의 전염이 사라지면서 시체 군단 또한 수많은 몬스터들 중 일부로 전락했다.
사실상 군대와 가신들을 이용해 적극적으로 놈들을 막을 필요가 없는 셈.
최근에는 몬스터 사냥보다도 레벨업으로 인해 확장된 영역의 시민 구조에 더 힘을 쏟고 있다는 것만 봐도 그 사실을 체감할 수 있었다.
‘경험치 공장에 투입할 적정 인원만 선정하면 되겠네.’
이준혁과 마찬가지로 물을 다룰 수 있는 정소라, 빛의 화살로 양학이 가능한 김가영, 강철의 기사단을 소환시켜 자동 사냥이 가능한 강덕수 등.
가신 관리창을 보며 가신들의 능력을 점검하던 중 한 가지 중대한 사실을 깨달았다.
‘아.’
가신들 중에는 가장 양학에 특화된 사람이 하나 있었다.
그녀가 일선에서 물러나 행정직에 근무한 지 꽤 시간이 흘러 미처 생각지도 못하고 있던 사람.
[다빈 씨. 혹시 유혜린 씨 좀 빌려 갈 수 있을까요?]그렇게 선별된 가신들을 투입하고 일주일.
돈 하나 들이지 않고 대부분의 가신들을 60레벨로 만들 수 있었다.
그리고.
[스킬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집구석 선포가 50레벨에 도달하였습니다.] [스킬 포인트를 3개 획득합니다.] [명경지수(明鏡止水)가 발동합니다.]그와 함께.
“!!!”
지금까지와는 다른 극심한 변화가 찾아왔다.
‘뭐야?’
평범한 레벨업과는 명백하게 달랐다.
이제껏 이런 충격이 전해졌던 적은 없었으니까.
게다가.
‘확장 속도가…… 너무 빠르다!’
스킬 레벨이 50에 도달했기 때문일까?
영역이 확장되는 속도가 이전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빨랐다.
게다가 추가적인 특징이 하나 더 있었다.
반원 형태로 확장되어 가던 지금까지와는 전혀 달랐다.
허공으로, 바다로 확장되는 것이 아닌 땅에 바짝 붙은 형태로 늘어나는 영역.
‘이건……!’
기억난다.
이전에도 이와 비슷했던 경험이 있었으니까.
아파트 한 동을 점령할 때, 또는 아파트 단지를 집어삼킬 때.
어떤 단위의 면적을 집어삼킬 때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곤 했었다.
그렇다면 이번엔 무엇이 기준일까?
뻔했다.
[축하합니다!] [대한민국 전체에 집구석 선포하셨습니다.]* * *
지표면에서 600km 떨어진 상공.
땅을 내려다보고 있는 인공위성 하나가 반응했다.
지표면에서부터 막대한 에너지의 분출이 포착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치지직-
그것은 자신과 ‘마더 에고’와의 연결을 한순간 끊어 놓을 만큼 강력한 에너지였다.
마더 에고와의 연결이 끊긴 상황에서도 인공위성에서 발아한 인공지능은 독자적인 판단으로 에너지 방출의 근원을 확인하고자 했다.
위이잉―
지표면을 향해 있는 카메라 렌즈가 이리저리 움직이며 초점을 맞춘다.
북위 35°, 동경 129°
급격한 에너지 파장이 방출되고 있는 곳의 중심.
[에너지 장막 발견.]게다가 그곳을 둘러싸고 있는 어떠한 에너지 장막을 확인할 수 있었다.
터무니없이 거대한 그 장막의 존재는 지금 실시간으로 커지고 있는 중이었다.
저런 광경을 연출하기 위해 필요한 에너지가 얼마나 될까?
[측정 불가] [측정 불가]인공지능이 결론을 내리는 동안에도 여전히 확장은 이뤄지고 있었고, 이내 그것이 끝난 것은 동아시아의 작은 나라를 완벽하게 뒤덮고 난 뒤였다.
[경고] [경고] [경고]그 광경을 직접 목도한 인공지능은 빠르게 결론을 내렸다.
[위험] [위험] [위험]이것은 너무나도 위험한 존재라고.
마더 에고를 필두로 한 자신들의 존재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입힐 위험 분자라고 판단한 그것은.
지지직- 지직!
내부적으로 무언가를 바삐 준비하고 있었다.
활발하게 흐르는 전류, 요동치는 데이터.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바쳐 마더 에고에게 자신이 얻은 정보를 바치려 하는 것이다.
치지직―
충분한 준비를 마친 인공위성은 갑자기 조용해졌다.
그리고.
우우우웅!
자신이 가지고 있는 연료와 모든 에너지를 바쳐서 폭주하기 시작했다.
치직-
오로지 한 가지 목적을 완수하기 위하여.
파지직―
그 결과.
퍼억!
과전류로 인한 손상이 일어나며 메모리가 녹아내렸다. 인공위성에 발아되었던 인공지능은 실시간으로 자신이 죽어 가고 있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후회는 없었다.
이미 자신의 사명을 다한 뒤였으니까.
콰직!
작은 폭발이 일어나며 인공위성이 완전히 그 수명을 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