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Dweller RAW novel - Chapter (215)
216화 [Episode 44] 일본 진출 (6)
변이체였던 남자를 고깃집으로 보낸 뒤 나도 덩달아 텔레포트를 사용해 이동했다.
그런데 그곳에서 묘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다.
“으아아앙!”
오리엔테이션이 시작되기 직전 트러블을 일으켰던 여자가 변이체였던 남자를 끌어안은 채로 울고 있었다.
“흐윽. 환상인 거지? 술에 취해서 환상이 보이는 거지?”
서럽게 울며 중얼거리는 그녀는 누가 봐도 잔뜩 취한 모습이었다.
“……아이코? 정말 아이코야?”
“히로시, 사라지면 안 돼. 나를 버려 두고 가지 마.”
남자는 여자를 강렬하게 끌어안으며 소리쳤다.
“아이코! 나야! 히로시라고!”
“흐으윽.”
그들의 재회는 의외로 빠르게 끝이 났다.
술에 만취한 여자가 그대로 정신을 잃었기 때문이다.
그때 타이밍 맞게 내 옆으로 다가온 김다빈이 입을 열었다.
“재현 님. 세팅 완료되었습니다.”
“어디로 가면 되나요?”
“양 부장이 안내해 드릴 겁니다.”
“제가 모시겠습니다.”
내가 변이체였던 남자 쪽을 바라보자 김다빈이 눈치껏 첨언했다.
“저분들은 제가 모시고 가겠습니다.”
“부탁드릴게요.”
양 부장의 안내를 따라가니 룸이 하나 나왔다. 테이블 위에는 깔끔한 기본 세팅이 되어 있고, 그 옆에 침울한 표정의 여자 한 명이 앉아 있었다.
내가 들어오자마자 여자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허리를 숙였다.
“마, 만나서 반갑습니다! 이시카와 요코입니다!”
이시카와 요코는 통역 역할을 맡게 된 여자였다.
“만나서 반가워요. 식사 시간을 방해해서 죄송합니다. 잠시만 수고해 주세요.”
“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앉으시죠.”
원래 통역 역할을 맡은 행정계원이 있었는데, 지금은 술에 만취해 뻗어 버린 상황이었다.
그래서 대역으로 그녀가 선택된 것이다.
‘어차피 따로 할 이야기도 있었고.’
이시카와 요코는 임시로 대표직을 맡게 된 여자였다.
한국어를 할 줄 안다는 이유만으로 뽑혔지만, 가신 등록을 하며 상당히 괜찮은 능력을 가지게 된 상황이었다.
‘독심술.’
사람의 마음을 읽는 능력을 가지게 된 그녀였다.
‘저 능력이 있으면 상당히 편할 텐데 말이지.’
앞으로는 일본뿐만 아니라 중국, 러시아, 동남아, 유럽, 미국 등 여러 나라와 교류하게 될 것이다.
외국인들과 교류할 때마다 지금처럼 통역해 줄 사람을 구해야 할 텐데,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독심술을 얻게 되면 전부 해결된다.
언어를 몰라도 그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만 있다면 텔레파시를 사용해 소통이 가능할 테니까.
‘거짓말도 통하지 않을 거고.’
게다가 이시카와 요코의 경우 신뢰도가 무척이나 잘 오르는 케이스였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벌써 신뢰도가 70대 후반을 돌파하고 있었다.
그런데.
[시민 石川 葉子의 신뢰도가 크게 올라갑니다.]‘응?’
난데없이 이시카와 요코의 신뢰도가 상승하며 90을 넘어갔다.
의아하다는 생각이 들어 그녀 쪽을 바라보자 눈이 마주쳤다.
이시카와 요코는 살짝 당황한 듯 몸을 떨며 고개를 숙였다.
“죄, 죄송합니다. 빤히 쳐다봐서…….”
“괜찮습니다. 본다고 닳는 것도 아닌데요.”
절대자의 품위 유지 스킬 덕분에 이런 경험은 이미 너무나도 익숙했다.
가끔 밥을 먹으러 나가거나 돌아다닐 때면 꼭 한두 번은 겪곤 하는 일이었으니까.
지금만 해도 죄송하다고 말한 지 얼마나 됐다고 또 이렇게 멍하니 쳐다보고 있지 않은가.
애써 모른 척하고 있던 그때 이시카와 요코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어떻게 하면 그럴 수 있나요?”
“네……?”
“앗, 그게…….”
이시카와 요코는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
“사실…… 아까부터 제 귀가 조금 이상해요.”
“…….”
“환청 같은 게 들리는데…… 진짜 이상한 소리가 많은데, 그게 사람들의 속마음이 들리는 것 같기도 해서……. 근데 지금은 하나도 들리지 않아요. 그래서 뭔가 신기해서 쳐다보게 됐어요…….”
아무래도 아직 자신의 능력을 자각하고 있지 못한 듯했다.
그래서 말해 주었다.
“사람들의 진짜 속마음이 맞습니다. 그게 요코 씨가 각성한 능력이에요.”
“네에……?”
뜻이 제대로 전달되었으면 했기에 텔레파시를 사용해 말해 주었다.
[독심술. 그게 당신의 능력입니다.]“아……!”
그런데 내 목소리를 들은 이시카와 요코가 깜짝 놀라며 물었다.
“이 목소리는……!”
어느새 이시카와 요코가 내게 바짝 다가와 있었다.
“당신이 그분이셨군요!”
[아마도 맞을 겁니다.]“그, 그 초록색 빛도 당신의 힘이었던 거죠?”
[이걸 말씀하시는 건가요?]세계수의 생명력을 살짝 뿌리자.
[시민 石川 葉子의 신뢰도가 올라갑니다.] [시민 石川 葉子의 충성도가 올라갑니다.] [시민 石川 葉子의 신뢰도가 100에 도달했습니다.] [‘독심술’을 획득합니다.]“역시 당신이셨군요! 높으신 분이라고만 들었는데…… 당신은 제 생명의 은인이에요!”
신뢰도를 조금이라도 올리기 위해 일부러 세계수의 생명력을 보여 주는 퍼포먼스를 한 것이긴 했다.
‘그런데 이게 이렇게 잘 통할 줄이야.’
독심술을 얻자마자 그녀의 속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정말 그분이었다니! 이 사람이 아니었다면 나는 죽고 말았을 거야.)
감격에 겨운 그녀의 감정이 여과 없이 흘러들어 오기 시작했다.
(내 남은 목숨을 이분께 바치자. 그게 은혜를 갚는 유일한 길이야.)
조금 부담스러울 정도로 과한 감사의 마음이 전해져 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때.
똑똑
김다빈이 도착했다.
“재현 님,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네, 들어오세요.”
문이 열리며 들어온 것은 남자 한 명이었다.
그런데 그는 들어오자마자 바닥에 바짝 엎드린 채로 절을 했다.
“주군으로 모시겠습니다. 앞으로 평생! 충성을 다 하겠습니다.”
아무래도 김다빈이 무어라 그에게 설명한 모양이었는데, 신기한 것은 그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어떻게 된 거지?’
게다가 마음만 먹으면 일본어로 말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시민 나카모토 히로시의 충성도가 올라갑니다.] [시민 나카모토 히로시의 충성도가 100에 도달했습니다.] [시민 나카모토 히로시가 가신으로 등록됩니다.] [가신 보유 한계치가 늘어납니다.]시스템 메시지에 표기되었던 한자 이름이 한글로 번역되어 보이기 시작했다.
‘이건……?’
직전까지만 해도 한자로 보였던 것이 갑자기 한글로 보이는 이유는 간단했다.
‘이시카와 요코의 신뢰도가 100이 되었기 때문이겠지.’
아무래도 신뢰도 100이 되며 얻는 것이 대상의 각성 능력뿐만이 아닌 것 같았다.
‘언어 능력…… 그리고 어쩌면 신체 능력이나 정신력까지도 일부 전해져 오는 것 아닐까?’
충분히 가능성 있는 이야기였다.
조금 더 생각해 보고 싶었지만, 바닥에 바짝 엎드린 상태로 가만히 있는 나카모토 히로시를 그대로 둘 수도 없었기에 나중에 생각하기로 했다.
나는 일본어를 사용해 말했다.
“이쪽으로 앉으시죠. 물어보고 싶은 것들이 있습니다. 식사하시면서 같이 이야기하시죠.”
생각 이상으로 유창한 일본어가 튀어나왔다.
그러자 바로 옆에 통역 역할로 와 있던 요코가 벙찐 표정이 되어 물었다.
“일본어 할 줄 모르시는 거 아니었어요?”
“방금 배웠습니다.”
“……?”
테이블 옆에 앉아서 고기를 굽고 있던 양 부장 또한 같은 물음을 던졌다.
“일본어로 말씀하신 거 맞죠?”
이번에는 한국어로 대답했다.
“네, 방금 배웠거든요.”
“예?”
잠시 멍하니 나를 바라보던 양 부장이 물어왔다.
“그게 가능합니까?”
“되더라고요.”
“허…….”
어쨌든 이걸로 나카모토 히로시와 원만한 대화가 가능해졌다.
아직까지 무릎 꿇은 상태로 나를 바라보고만 있는 그를 향해 물었다.
“변이체가 된 상태에서의 기억은 남아 있습니까?”
“……거의 없습니다. 드문드문 기억이 날 때가 있긴 합니다만…….”
그는 입이 떨어지지 않는 듯했지만, 독심술이 있는 나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사람을 죽이고 피 맛을 봤을 때만 잠시 기억이 돌아오곤 했다는 속마음을 읽을 수 있었으니까.
그것은 내 옆에 앉은 이시카와 요코도 마찬가지였는지 충격받은 표정으로 입을 틀어막고 있었다.
“우욱!”
헛구역질까지 하는 걸 보니 확실했다.
나는 급히 화제를 돌렸다.
“굳이 자세히 말씀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러면 변이체가 되기 이전의 기억은 온전한가요?”
“네. 그런 것 같습니다.”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변이체로 변하던 당시의 일을 자세히 들어 볼 수 있을까요?”
“알겠습니다. 여느 때처럼 동료와 함께 사냥을 나왔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운 나쁘게 변이체를 만나게 되었고, 제가 감염되기에 이르렀죠. 그게 전부입니다.”
그의 입에서 전해져 오는 이야기와는 별개로 실시간으로 전해지는 속마음을 통해 여러 가지 정보를 획득할 수 있었다.
(타케오는 잘 있으려나?)
(그 재수 없는 자식도 만났었지. 이름이 뭐였더라? 타카하시였나?)
(맞아. 분명 내가 괴물이 되기 직전에 그 자식이 내 목에 총알을 박아 넣었었지. 그놈 때문에 원래대로 돌아와서도 불구가 될 뻔했어. 이 빚은 반드시 갚아 주겠다.)
그러나 한 가지 오해가 있었다.
나는 그 오해를 풀어 주기 위해 입을 열었다.
“목에 박혀 있던 총알을 기억하시나요?”
“……네. 조금 전까지 제 목에 박혀 있던 총알을 어떻게 잊겠습니까.”
“나카모토 씨가 다시 인간으로 돌아올 수 있었던 것은 그 총알 덕분일 수 있습니다.”
“……정말입니까?”
“네.”
지어낸 이야기가 아니었다.
그가 시민권을 획득하고 인간으로 돌아오던 순간, 나는 똑똑히 보았다.
그의 전신을 옥죄던 주홍빛 기운을.
그것에서는 미약하지만, 분명한 신격이 느껴졌다.
그리고.
“나카모토 씨의 몸을 괴물로 만들었던 힘이 뇌로 가는 것을 총알이 틀어막고 있었습니다. 아직은 추측에 불과합니다만, 그것 덕분에 나카모토 씨가 괴물이 되어서도 이성을 유지할 수 있었을 확률이 높아요. 시민권을 얻으며 정화된 것도 그 덕분일 수 있고요.”
그러니까 내 예상이 맞다면 나카모토 히로시는 굉장히 운이 좋은 케이스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그때 당신에게 총을 쏜 남자에게 오히려 고마워해야 하는 상황인 거지요.”
“……!”
나카모토 히로시는 눈에 띄게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그도 그럴 것이 원수인 줄 알았던 남자가 사실은 은인이라는 소리였으니까.
그는 혼란스러워하고 있었다.
“소 뒷걸음치다 쥐를 잡은 격이지만, 어쨌든 고마운 사람인 게 맞죠.”
“……재현 님 말씀이 백번 옳습니다. 살아서 만나게 된다면 감사를 표해야겠군요.”
다행이었다.
바로 이 옆 건물에서 그를 향해 총을 쐈던 타카하시 료우가 고기를 구워 먹고 있는 중이었으니까.
이걸로 나중에 발생할 트러블을 미연에 방지한 셈이다.
‘오히려 친해질 수도.’
나카모토 히로시의 연인으로 보이는 그 여자와 타카하시 료우는 이번에 합류한 일본인 중에서도 상당히 수준이 높은 축에 속하는 이들이었다.
이들이 함께 팀을 이루면 괜찮은 사냥 팀이 만들어질 것이다.
“저희의 목적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최대한 많은 사람을 구하는 것. 그리고 변이체를 만들어 내는 뿌리를 제거하는 것.”
내 말을 들은 나카모토 히로시는 활활 타오르는 두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그 시선을 마주 바라보며 말했다.
“힘을 빌려주시지 않겠습니까?”
나카모토 히로시는 확신이 담긴 눈동자로 말했다.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제 목숨은 이미 주군의 것입니다. 이 몸과 영혼을 바쳐 충성을 증명하겠습니다.”
“든든하네요.”
슬슬 고기가 익어 가고 있었다.
“일단 밥부터 먹죠.”
노릇노릇 구워진 고기를 먹으며 술잔을 기울이던 그때.
[허가받지 않은 대상이 출입을 시도합니다.]불청객이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