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Dweller RAW novel - Chapter (230)
231화 [Episode 49] 구조대 (1)
라멘을 먹으면서 자신이 수행해야 할 업무와 시스템 전반적인 내용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구조대의 주된 목적은 사람들을 구출하여 전초기지로 데려와 시민권을 획득하게 하는 것이에요.”
그를 위해 구조대가 해야 하는 일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시민 구출과 몬스터 사냥.
“시민 구출 업무를 맡은 팀에는 벽을 마음대로 통과하거나, 순간 이동이 가능하신 분처럼 사람들을 구출하는 데 특화되어 있으신 분들이 많아요. 반대로 몬스터 사냥을 맡으신 분들은 말 그대로 몬스터를 사냥하는 데에 스페셜리스트들이 모여 있죠.”
이 중 얀마가 소속되는 팀은 몬스터 사냥을 맡은 곳이라고 했다.
그가 그곳에 배정된 이유는 어렵지 않게 추측이 가능했다.
“제 역할은 변이체와 몬스터를 감별해 내는 일이군요.”
“정답입니다. 그게 얀마 씨가 맡게 될 일이에요.”
몬스터와 조우하게 될 시 변이체인지 아닌지를 구별하는 일.
직접 전투를 벌이지 않아도 된다는 면에서 안심이 되긴 했지만, 생각보다 무겁게 다가왔다.
얀마는 불안한 마음으로 물었다.
“……제가 만약 변이체인지 알아보지 못하면 어떻게 되는 거죠?”
실수로 변이체를 일반 몬스터로 착각하게 된다면?
그래서 그 사람이 죽게 된다면.
나카모토 히로시가 진지한 눈빛으로 눈을 마주치며 말했다.
“얀마 씨는 잘 해내실 수 있을 겁니다. 저희는 느낄 수 있어요.”
자신을 구원해 준 나카모토 히로시의 말이었지만, 너무 추상적이었다.
변이체인지 아닌지 머리에 적혀 있는 것도 아니고, 단순히 느낄 수 있다니.
그가 처음부터 자신이 변이체라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을 생각해 보면 구별이 가능하다는 것은 사실인 듯 했으나, 만약에 그게 나카모토 히로시만 가지고 있는 능력이라면?
여러 가지 불안이 뭉쳐져 한 가지 질문이 되었다.
“……저 같은 놈이 할 수 있을까요?”
기본적으로 교육이나 연수를 마친 다음에 구조에 투입되어야 하는 것 아닐까?
실제로 변이체인 사람들을 알아보는 훈련도 해야 하고 또…….
그때 나카모토 히로시가 강한 어조로 말했다.
“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진지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해야만 합니다.”
“…….”
잠시간 침묵이 흘렀다.
이야기를 들으며 라멘 한 그릇을 모두 비운 상태라 딴청을 피울 수도 없는 상황.
국물까지 싹 비운 그릇을 내려다보고 있던 그때 나카모토 히로시가 입을 열었다.
“이건 시간 싸움입니다.”
그 말을 들으니 그와 대치하던 상황에서 자신을 제압했던 아이코라는 여자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변이체였던 사람들에게 시간이 어떤 의미인지 모르냐고 말했었지.’
그녀가 손속을 과하게 쓰면서라도 자신을 제압한 데에는 합당한 이유가 있었던 것 같았다.
그게 아니더라도 나카모토 히로시는 지속적으로 ‘시간’에 대해 몇 번이나 언급했다.
지금만 해도 시간을 아끼기 위해 식사를 하면서 업무에 대한 일을 설명해 주고 있었지 않은가.
나카모토 히로시가 그 이유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인간으로 돌아올 수 있는 골든타임이 존재합니다. 그러니까 변이체 상태인 사람들에게는 타임 리미트가 존재한다는 뜻이에요.”
시간이 지나면 되돌릴 수 없게 된다는 것.
“그때가 되면 그 사람들의 인격은 다시 허무의 공간으로 추방되고 말 거예요.”
“……!”
허무의 공간.
그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듣지 않아도 그곳이 어디를 말하는지는 단번에 이해할 수 있었다.
자신도 변이체였으니까.
아무것도 볼 수 없고, 어떤 냄새도 맡을 수 없고,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지옥.
그곳으로 다시 돌아가게 된다는 생각만으로도 소름이 끼친다.
그제야 나카모토 히로시가 이토록 절박하게 시간을 아끼려는 이유가 이해가 갔다.
얀마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이렇게 되면 선택지는 한 가지 밖에 없지 않는가.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해 보겠습니다.”
해 보는 수밖에.
나카모토 히로시가 미소를 띤 채로 말했다.
“얀마 씨는 분명 잘 해내실 겁니다.”
* * *
나는 두 사람의 대화를 들으며 결심했다.
‘이제는 시간이 흘러도 상관없다는 말은 굳이 하지 않아도 되겠군.’
사실 나카모토 히로시의 생각은 오해였다.
변이체의 원인이 되던 오로치가 사라지며 인격이 상실되는 일은 더 이상 진행되지 않는다.
그렇기에 시간이 흐른다고 해서 그들이 허무의 지옥에 갇히게 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다만, 그 전에 침식이 얼마나 적용되었는지에 따라 개인차는 있는 것 같지만.’
당장 얀마의 경우만 해도 그랬다.
나카모토 히로시나 이치카와 카나처럼 완벽하게 인간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후지타 유미처럼 괴물인 채로 인격만 돌아온 것도 아니었다.
인간과 괴물일 때의 모습이 절반 정도씩 섞여 있는 상태였다.
‘의사소통도 힘든 후지타 유미보다는 훨씬 괜찮은 상태이고 말이지.’
그저 이름을 잊었을 뿐, 정상적으로 생각하고 대화하는 게 가능했다.
그에 비해 후지타 유미는 딸에 대한 애정을 제외하고는 확연하게 남아 있는 것이 별로 없었다.
상당 부분 침식이 진행된 상태였기 때문이다.
‘개인 퀘스트도 통하지 않았었지.’
신격이 깃든 힘에 의해 오염된 것이기 때문인지 퀘스트 부여로도 후지타 유미의 상태를 되돌릴 순 없었다.
‘얀마 씨도 마찬가지겠지.’
그들이 대화를 나누는 가운데 한 가지 신기한 것을 목격했다.
얀마의 진짜 이름은 카와구치 하루토.
분명 대화를 나누기전까지만 해도 절대자의 눈에 그렇게 표시가 되어 있었다.
시민 정보에도 그렇고.
하지만.
‘이름을 지어 주는 순간 정보가 변했다.’
현재 그는 절대자의 눈으로 봐도, 시민 정보창을 통해서 봐도 ‘얀마’라는 이름으로 표기되어 있었다.
그 변화에 당황하면서 진짜 이름을 알려 줄 타이밍을 놓쳐 버린 상태였다.
‘일단은 알려 주긴 해야겠지.’
어찌 됐든 오염이 진행된 정도는 개개인이 모두 달랐고, 시민권을 획득하며 호전되는 정도도 달랐지만, 시간이 중요하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굳이 정정하지 않는 것은 시간이 부족한 것은 팩트였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면에서 말이야.’
우선, 변이체가 아닌 일반 일본 시민들은 지금도 서바이벌 상황에 처해 있었다.
부족한 식량.
넘쳐나는 괴물들.
조금이라도 생존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서두르는 게 정답이었다.
크리스탈까지 써 가며 오사카에 전초기지를 즉시 건설한 것도 시간을 아끼기 위한 선택이었으니까.
그리고.
‘변이체의 존재 때문에 구출 작업 난이도가 확 올라가 버렸지.’
변이체.
겉으로 보기에는 솔직히 일반적인 몬스터와 다를 바 없는 존재들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사람이었고, 시민권만 획득하면 인간으로 되돌아갈 수 있는 존재들이었다.
그런 그들을 죽일 수는 없으니, 몬스터 사냥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게 된 상황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인력이 너무 적다.’
변이체를 구분 가능한 사람의 숫자가 너무 적다는 게 문제였다.
구조대에 소속된 인원은 겨우 여섯.
얀마를 포함하면 이제 겨우 일곱이었다.
일곱 팀을 제외하고는 모두 변이체를 구분할 수 없는 상태로 구출 작업을 진행하게 된다는 소리다.
지금 현재는 오로지 선공을 가하거나 생존자를 공격하는 몬스터들만 사냥을 하고 있었다.
몬스터들에게 선공을 양보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구조대의 수준이 압도적이지 않았다면 써먹지도 못할 방법이다.’
가신들이야 당연히 말할 것도 없고, 사냥 팀들의 수준도 굉장히 높아진 상태였다.
광주, 대구, 대전을 비롯한 주요 도시를 공략할 때만 해도 사냥팀의 평균 레벨은 30대 중반 정도에 불과했다.
그러나 지금 현재 최상위권에 해당하는 사냥 팀의 평균 레벨은 무려 40대 후반에 달했다.
‘시체 군단과 제주도의 경험치 공장의 역할이 컸지.’
가신단 효과로 인해 폭발적인 레벨 업을 한 이들이 꽤 됐다.
당장 사냥 팀에 소속된 이들 중에서 50레벨을 넘어가는 이들의 숫자가 백 명을 훌쩍 넘긴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혜택을 받은 것은.
‘김명환이겠지.’
그의 레벨은 60.
사실상 한계 돌파를 하기 전인 만렙에 도달해 있는 상태였다.
웬만한 가신들 뺨을 칠 수 있는 레벨.
물론, 그게 가능했던 것은 내가 그를 선택했기 때문이었다.
‘제주도 경험치 공장의 혜택을 봤으니까.’
그의 누나이자 가신 중에서도 최측근인 김가영의 가신단에 소속되어 그녀가 사냥하는 흑충들의 경험치를 공유받았다.
이런 특혜를 준 것은 그가 김가영의 동생이기 때문은 아니었다.
그보다는.
‘정말 미친 듯이 노력하는 사람이었으니까.’
잠을 줄여 가며 몬스터 사냥을 나가고, 항상 최전선에서 활동하는 그가 눈에 띄지 않기가 더 어려웠다.
좋은 누나를 뒀기 때문이 아니라, 자신이 있는 자리에서 항상 최선을 다하던 사람이었기에 선택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는 지금도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힘을 손에 넣은 지금도 최전선인 일본에 와서 활약하고 있는 것만 봐도 내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해 주고 있는 셈이다.
* * *
얀마는 무언가에 홀린 듯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나카모토 히로시는 현장에 투입되었고, 얀마는 구조팀의 인계를 기다리고 있던 상황.
바로 그때 머릿속에서 어떤 목소리가 들려왔다.
‘카와구치 하루토…….’
자신의 이름이라고 했다.
그런데 그 이름을 알게 된 과정이 굉장히 신비했다.
그 목소리의 주인은 바로 ‘김재현’이었으니까.
‘재현 님은 정말 인간일까?’
머릿속에 직접 들려온 그의 목소리 때문일까, 그의 존재가 더욱 신비스럽게 느껴졌다.
‘너무 말이 안 되는 능력이잖아.’
안전지대를 만들고, 거래소라는 시스템을 사용해 실시간으로 물건을 이동시킨다거나, 변이체가 된 몸을 인간으로 되돌리고, 다리가 뭉개지는 심각한 중상도 순식간에 치료해 버리는 능력이라니.
중요한 건 이게 끝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인벤토리.’
구조대에 소속되며 얻은 특혜.
개인 아공간을 가지게 되었다.
그 속에는 김재현에게서 지급받은 식량과 여러 가지 장비, 구급 물품이 가득 들어 있었다.
‘초능력을 부여할 수도 있다니.’
그뿐만이 아니었다.
나카모토 히로시는 자신이 그렇게까지 강력해진 것이 모두 재현 님의 덕분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상태창.’
이름을 포함한 간략한 정보가 표기되어 있는 홀로그램창이 나타났다.
레벨, 각성 능력 따위가 적혀 있는 상태창의 모습.
‘이런 힘을 시민들 모두에게 부여할 수 있는 능력이라니.’
그야말로 신의 능력과 다름없지 않은가.
‘그래도 덕분에 마음이 조금 놓이네.’
그런 대단한 사람이 자신의 뒤를 봐주고 있다고 생각하니, 불안했던 마음이 진정되는 것 같았다.
그때 남자 한 명이 하늘에서 커다란 새를 타고 내려왔다.
자신이 구출되던 당시에 신세를 졌던 놈과 비슷하게 생긴 새였다.
‘이름이 켈리칸이라고 했었지?’
대화를 할 수 있는 거리가 되자 그는 약간은 서툰 일본어를 사용해 크게 소리쳤다.
“처음 뵙겠습니다. 구조 101연대 3중대를 맡고 있는 조찬욱이라고 합니다!”
“어…… 반갑습니다.”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가시죠!”
“……네!”
조심스레 켈리칸의 등 위에 올라탄 뒤 빠르게 이동했다.
‘와아.’
하늘에서 내려다보니, 도시 전체적인 상황을 적나라하게 볼 수 있었다.
무너진 건물들과 박살 난 도로.
그리고 곳곳에 보이는 몬스터들.
전체적으로 위험천만해 보이는 도시였다.
변이체인 상태로 도시를 돌아다녀 봤기 때문에 몬스터들의 존재가 얼마나 위험한지는 잘 알고 있었다.
그들이 얼마나 강력한지도 대충 보면 알았고.
‘그러고 보니…….’
그런 몬스터 중에서 묘한 느낌이 드는 이들이 있었던 게 떠올랐다.
묘한 동질감이 느껴지던 존재들.
‘그게 나카모토 씨가 말했던 감각인가?’
무언가 알 것도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그때.
번쩍―
멀찍이 떨어진 곳에서 강렬한 빛이 번쩍였다.
그리고.
그곳에는.
‘……거인?’
거의 아파트 한 채만 한 크기의 거인이 서 있었다.
얼굴 절반을 차지하는 하나의 눈을 가진 괴물. 싸이클롭스였다.
꿀꺽.
그것의 존재를 본 것만으로도 온몸이 굳었다.
그런데.
“혹시 저 거인은 변이체인가요?”
“예?”
조찬욱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한국인은 너무나도 태연해 보였다.
황당해하면서도 거인의 모습에 집중해 보았다.
놈에게서는 동질감 따위는 느껴지지 않았다.
느껴지는 것은 두려움뿐이었다.
“……아니요. 그런 것은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 말을 들은 즉시 남자는 무전기에 대고 한국어로 무어라 말했다.
“아아. 브라보 8구역에 거대 몬스터 출현. 거대 몬스터 출현. 변이체는 아니라고 판단.”
그 직후.
서걱!
무언가 날카로운 것이 피륙을 베어 내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고.
“……어?”
싸이클롭스의 거대한 머리가 몸에서 떨어져 내리는 것이 보였다.
쿠우우우웅!
어마어마한 포스를 내뿜으며 등장했던 거인은 30초도 채 되지 않아 죽음을 맞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