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Dweller RAW novel - Chapter (235)
236화 [Episode 50] 마더 에고 (3)
홍태준 파티는 꽤 오래전부터 전문적으로 사냥을 해 오던 파티였다.
바다 괴물들이 쏟아져 올라왔을 때는 ‘하늘 청새치’를, 한창 몬스터 고기가 유행하던 때에는 ‘자이언트 블랙 보어’를 사냥하며 돈을 벌었던 전문 사냥 파티.
오로지 ‘돈’을 위해서 움직이던 이들이 공익을 위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은 김재현이 목숨을 구원해 주었기 때문이었다.
“그땐 정말 아찔했었지.”
“뭐? 언제?”
“재현 님께서 우릴 구해 주신 날 말이야.”
유성민은 길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질리지도 않는구나. 벌써 골백번은 더 들은 것 같다, 야.”
홍태준은 친구의 질색하는 반응에도 아랑곳하지 않으며 말을 이어 나갔다.
“돼지고기나 얻으러 사냥을 나갔는데, 빌어먹을 오크들이 함정을 파고 우릴 기다리고 있었지.”
유성민뿐만 아니라 그의 팀에 있는 팀원들 모두 반응이 시원찮았다.
물을 마시며 목을 축이고 있던 팀원 중 하나가 홍태준의 말을 이어받았다.
“그 뒤에 오크들이 쏘아 낸 화살을 재현 님께서 친히 멈춰 버리고, 오크들을 모조리 쓸어버리셨죠. 캬.”
중간중간 들어가는 디테일한 이야기를 모두 스킵한 채 곧바로 결론을 축약해 버린 것이다.
어찌나 지겹도록 들은 것인지 팀에 홍태준의 팀에 오래 있었던 이들은 모두가 그 레퍼토리를 숙지하고 있었다.
“그래. 그리고 그날 다쳤던 성호가 가신으로 발탁되었지. 우리가 여기까지 성장할 수 있었던 것도 전부 그 덕분이고.”
굉장히 운이 좋다고 할 수 있었다.
그 뒤로 가신단 시스템이 활성화되고 시체 군단이 쳐들어오는 것에 맞물려 폭발적인 레벨 업을 하게 되었으니까.
옅은 미소를 띠고 있던 홍태준의 얼굴이 급격히 굳어 가기 시작한 것은 언덕 위에서 목적지가 내려다보이기 시작한 시점이었다.
홍태준이 말했다.
“신병. 이름이 뭐라고?”
그때 다른 이들과는 달리 풋내기 티를 내며 따라오던 남자가 대답했다.
“한정수입니다!”
“그래, 정수야. 내가 어젯밤에 했던 이야기를 지금 또 꺼내는 이유가 뭔지 아냐?”
“자, 잘 모르겠습니다!”
홍태준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나는 오크 놈들이 싫어. 빌어 처먹을 돼지 놈들이 굉장히 밉다고. 놈들 손에 뒈질 뻔했으니까.”
그의 두 눈에서 내비치는 광기에 한정수는 그저 고개를 빠르게 끄덕여 보일 뿐이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활잡이 새끼들.”
그 순간.
쐐애애액―
홍태준 파티를 향해 일제히 화살이 날아왔다.
“헉!”
한정수는 그것을 파악하고 기겁했다.
그도 신입이라고는 해도 나름대로 30레벨을 넘긴 사람이었기에 곧바로 위기를 감지하고 행동하려 했다.
그러나 이상했다.
‘왜 이렇게 여유로워?’
그가 파악한 것을 선배들이 인지하지 못했을 리가 없었다.
직전에 팀장인 홍태준이 활잡이를 언급한 것도 그렇고, 애초에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자신보다 훨씬 고레벨의 사냥꾼이었으니까.
그런데 아무도 나무 뒤로 숨거나 화살을 피하려는 액션을 취하지 않고 있었다.
그때였다.
[적습 감지.] [방호 시스템 작동.]지금까지 조용히 따라오고 있던 드론이 기계음을 내뱉더니.
투두두두―
드론에 매달려 있던 총구가 불을 뿜어댔다.
맹렬한 기세로 날아오던 화살은 하나도 빠짐없이 모두 격추되었다.
유성민이 그것을 보며 감탄했다.
“캬아. 우리 아리 성능 직이네.”
그러는 동안 팀장인 홍태준은 조용히 화살이 날아온 방향을 훑어보며 중얼거렸다.
“이젠 저런 화살쯤 몇 대 맞아도 멍도 안 들긴 한다만―.”
그 직후.
투두두두
화살이 날아온 방향을 향해 홍태준이 가볍게 총을 난사했다.
한정수의 눈에는 그저 ‘난사’한 것으로만 보였다.
조준경은커녕 가늠좌에 눈을 갖다 대지도 않았으니까.
그저 총구를 들어 올린 다음 쏘아 냈을 뿐이었다.
그런데.
[파티원이 브라운 오크(Lv. 27)를 사냥했습니다.] [경험치가 분배됩니다.] [시민 한정수의 지갑에 4,231,024원이 입금되었습니다.] [파티원이 브라운 오크(Lv. 27)를 사냥했습니다.] [경험치가 분배됩니다.] [시민 한정수의 지갑에 4,019,012원이 입금되었습니다.]……
……
“헉!”
화살을 쏘아 낸 오크들이 모조리 죽어 버렸다.
한정수는 입을 쩍 벌린 채로 홍태준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도대체 어떻게?’
아무리 레벨 차이가 난다고 해도 이해할 수 없는 광경이었다.
브라운 오크는 생명력이 질기기로 유명한 놈들이었다.
소총으로 놈들을 죽이기 위해서는 머리를 관통하는 것이 아니면 답이 없었다.
그런데 오크들이 모조리 죽어 나갔다는 것은 모두 헤드샷을 맞았다는 소리가 된다.
‘그 아무렇게나 쏜 총알이 모두 오크 머리를 꿰뚫었다고?’
멍하니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던 그때 옆에서 박수 소리가 들려왔다.
“캬. 태준아 오늘도 샷 빨 죽여준다.”
마치 이런 일이 일상이었다는 듯한 태도.
한정수는 진심으로 궁금해져 질문할 수밖에 없었다.
“홍태준 팀장님은 각성자셨던 건가요?”
그러자 모두가 한정수를 바라봤다.
그리고.
“푸하하하하!”
약속이나 했다는 듯 박장대소를 터트렸다.
“그래! 태준이 사격 실력이 각성자 수준이기는 하지.”
“아, 옛날 생각나네. 나도 처음 봤을 때 저랬는데. 근데 진짜 태준이 형 사격 실력은 말도 안 되긴 하다니까요?”
당사자인 홍태준은 그저 가볍게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이 정도는 내 레벨 되면 다들 할 수 있게 되는 거야. 50레벨쯤 되면 모든 감각 자체가 극대화되거든.”
“어이고, 태준아. 50레벨이 쉽냐? 우리도 성호 아니었으면 50레벨 근처도 못 갔어.”
“맞아요. 그리고 저도 50레벨인데 그런 건 못 하는데요? 그냥 재능이라니까?”
“대신 너는 몸이 무식하게 단단하잖냐.”
“그건 내가 운동을 열심히 한 덕분이지!”
그때였다.
[현재 남아 있는 오크 783마리이며 인질 131명 모두 생존해 있습니다.]홍태준이 인상을 찌푸리며 짧게 감상을 내뱉었다.
“많이도 모여 있네. 빌어먹을 돼지 새끼들.”
그러는 동안에도 아리의 말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었다.
[A팀과 B팀으로 나누어 작전을 진행하겠습니다. A팀은 적진의 정면으로 치고 들어가 혼란을 야기하고, 그 틈을 타 B팀은 인질 구출에 집중해 주시길 바랍니다.] [A팀 홍태준, 유성민, 한정수. B팀 윤지훈, 최현우, 정동현.] [이상입니다.]작전 브리핑이 끝나자 홍태준이 대표로 명령했다.
“출발.”
* * *
인공지능 아리가 즉석으로 제안한 작전은 성공적으로 먹혀들었다.
그 결과 131명 모두 무사히 구출해 냈다.
‘상점 오픈. 구호물자 구입.’
홍태준 파티의 인벤토리에 실시간으로 구호물자를 지원해 주었다.
인질들의 상태가 그리 좋은 편은 아니었지만, 크게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이제는 더 이상 전초기지까지 그들을 데려올 필요가 없었으니까.
투두두두두―
인공지능이 탑재된 구조 헬기가 해당 지역을 향해 자율 주행하고 있었다.
‘확실히 하는 일이 많네.’
아리가 본격적으로 협력한 것은 이제 겨우 열흘 정도 지났을 뿐이다.
그런데 그 존재감이 벌써부터 상당했다.
자체 방호 시스템, 적 진영에 대한 정보 파악, 작전 수립, 인질들의 위치, 구조 헬기 운용 등등.
결정적으로 영역 밖에서도 통신망이 복구된 상태였다.
스타링크가 만들어 준 인터넷망 덕분에 통신망이 완전히 박살 난 일본에서도 문제없이 스마트폰을 활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통신이 수월해지니 김다빈과 서예진을 비롯한 가신들이 할 일이 크게 줄어들었다.
그리고 그것은 고스란히 구조 효율의 상승으로 이어졌다.
‘대단해.’
이런 시스템을 위해 드론이나 헬기 등등을 구입하며 비용이 많이 들어가긴 했지만, 아리의 활약을 보고 있자니 하나도 아깝지 않았다.
오히려.
‘규모를 늘려야겠어.’
당장 홍태준 파티를 보조하는 드론.
상점가는 600만 원에 불과했지만, 인공지능이 깃드는 순간 25레벨짜리 로봇으로 탈바꿈해 버린다.
‘가격도 싸니 강화를 해서 보급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은데.’
아리의 제안으로 미국에서 생산 중이던 휴머노이드 로봇 또한 현재 상점에 등록되어 있는 상태였다.
가격은 3천만 원 정도로 만만치 않았지만, 하나하나가 30레벨 중반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남는 장사였다.
벌써 100기를 구입하여 시범 운용하고 있었는데, 쓰레기 처리부터 던전 탐사까지 다양한 방면에서 활약하고 있었다.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사람은 아무래도 김다빈이었는데, 위험해서 진행하지 않던 온갖 프로젝트에 인공지능 로봇이 동원되고 있다고 들었다.
‘그러고 보니 슬슬 상점도 다음 레벨로 올려야겠네.’
새로운 물건들이 슬롯을 채우면서 이제 몇 개만 더 채우면 다음 레벨로 넘어갈 수 있게 된 것이다.
사실 슬롯을 가득 채우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아직 등록하지 않은 물건도 더러 있었고, 정 힘들면 인챈트한 물건들을 대량으로 등록시키면 그만이었다.
인챈트가 된 물건은 상점 슬롯을 단독으로 차지하게 되니까.
‘그렇다고 쓸데없는 걸로 무작정 채우기는 싫단 말이지.’
처음에 절대자의 상점으로 이것저것 실험해 볼 때 슬롯 하나를 귤 껍데기로 낭비한 것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그 일이 있은 뒤로는 최대한 신중하게 물건을 등록하는 편이었다.
‘인챈트한 물건들 중에 쓸 만한 게 생겼는지 봐 볼까.’
다양한 기능이 부여된 물건이 거래소에 올라와 있기는 했지만, 대부분 그리 쓸모 있지는 않았다.
쓸모 있는 물건은 행정부에 모두 모이는 편이었다.
김다빈이 따로 창구를 열어서 쓸모 있는 기능을 담은 아이템이 나오면 적당한 가격에 사들였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어느 정도 가치가 있는 물건은 모조리 행정부 창고에 모여 있었다.
김명환이 주로 사용하는 내구성 특화 대검도 행정부 창고에서 발견해 등록한 물건이었으니까.
‘절대자의 눈.’
예전에는 쿠X 물류창고로 쓰였을 것 같은 건물 속에 수많은 물건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가속’ 기능이 붙은 신발, ‘날카로움’이 인챈트된 칼 등.
괜찮은 물건이 많이 있었지만, 역시나 최고는 내구성 강화가 붙은 무기류들이었다.
‘레벨이 높아질수록 결국 내구도가 강한 무기의 유무가 중요하니까.’
특히나 근접 전투를 벌이는 이들에게 있어 내구도 높은 무기는 생명줄이나 다름없었다.
사실상 현대 기술로 제작되는 무기들의 내구도에는 한계가 명확했으니까.
‘어차피 40레벨 이상의 몬스터들과 싸우려면 내구도 강한 무기들이 많이 필요하니까.’
고레벨 몬스터를 사냥하는 일이 잦아지면서 그런 쪽으로의 수요도 빠르게 치솟고 있던 참이었다.
이 기회에 내구도 강화가 인챈트된 무기류들을 모두 상점에 등록해 두자 싶었다.
마침 내구도 강화가 인챈트된 무기들만 따로 모아 둔 장소가 있었다.
내가 상점에 등록한 것들이 주로 내구도 강화가 걸려 있는 물건이라 김다빈이 따로 모아 둔 듯싶었다.
‘하여튼 일 잘한다니까. 상점 등록.’
지이잉―
망치, 도끼, 메이스, 양손 검, 한손 검 등등.
그렇게 무기류들을 상점에 등록하던 그때.
띠링!
[동일한 효과가 인챈트 된 물건 10개가 상점에 등록되었습니다.]난데없이 10개의 슬롯이 하나로 합쳐지더니 푸른 구슬 형태의 아이템으로 변했다.
[‘내구도 강화 인챈트 볼’이 생성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