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Dweller RAW novel - Chapter (244)
245화 [Episode 52] 협력 (6)
아바타는 아래쪽으로 자유 낙하하기 시작했다.
통상적인 속도 보다도 훨씬 빨랐는데, 그 비결은 염력의 활용이었다.
그는 염력을 사용해 공기 저항을 없애고 있었다.
떨어지는 방향의 공기를 찢어발기며 일시적인 진공으로 만들어 버리니, 중력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절반 정도 떨어졌을 때 쯤.
슈슉!
텔레포트를 사용해 세계수의 줄기 근처로 이동했다.
‘엄청나군.’
이전에 신격 흡수 시험을 위해 실행했던 작전에서도 느꼈지만, 또 다른 나의 각성 능력 활용은 그 디테일이 남달랐다.
염력을 사용하는 숙련도도 인상 깊었지만, 그보다도 뒤에 이어진 텔레포트가 메인이었다.
세계수의 위치를 발견하자마자 곧바로 텔레포트를 사용하지 않고 자유 낙하하며 타이밍을 기다린 것은 정신력의 소모를 최소화하기 위해서였다.
텔레포트의 경우 이동시키는 질량과 거리에 비례하여 정신력을 소모하게 된다.
그런데 이 능력에는 숨겨진 활용법이 한 가지 있었다.
‘텔레포트를 사용할 때의 속도가 정신력 소모에 영향을 미칠 줄이야.’
능력을 사용하는 순간 속도가 임계점을 넘으면 소모되는 정신력이 줄어든다.
정확한 원리는 모른다.
이동 직전의 운동 에너지가 어떤 식으로든 활용되는 것일 수도 있고, 다른 원리가 숨어 있을 수도 있다.
어찌됐든 중요한 것은.
‘이 먼 거리를 이동했는데도 아무런 부담이 없다니.’
그 디테일에서 오는 결과였다.
아바타는 땅을 향해 줄기를 타고 달리는 중이었다.
아까처럼 염력을 사용해 공기 저항을 최소화하면서, 발에는 호신강기를 두른 상태로 힘차게 세계수의 줄기를 박차고 있었다.
콰직―!
그의 발이 줄기와 맞닿을 때마다 나무 껍질이 폭발하듯 터지며 추진력을 더해 주었다.
아까와 다른 점이 있다면,
쐐애애액―!
사방에서 화살이 날아오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우우웅
아바타를 향해 날아오던 화살은 맹렬한 기세 그대로 반대쪽을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그것도 이전과는 달리 검푸른 기운을 품은 채로.
푸부부북―
[엘프 궁사(Lv. 41)을 사냥하셨습니다.] [엘프 궁사(Lv. 40)을 사냥하셨습니다.] [엘프 궁사(Lv. 43)을 사냥하셨습니다.]……
……
아바타를 향해 화살을 쏘아 냈던 엘프들이 우수수 죽어 나갔다.
‘……허.’
결과만 놓고 보자면 그저 반격을 가한 것이었지만, 그 반격 과정이 경이로웠다.
국소 지역에만 천리안을 발동, 활을 쏜 엘프들의 위치를 모조리 파악하고 날아오는 화살을 염력으로 낚아챈 다음, 그 모든 화살에 피어싱 스킬을 부여하고, 마지막으로 던지기 스킬을 사용해 쏘아 냈다.
김가영의 피어싱 스킬, 하동건의 던지기 스킬.
모두 신뢰도 100을 달성하며 획득한 스킬이기는 했지만, 실제로 사용하는 것은 처음 봤다.
‘대단해.’
또 다른 내가 아닌, 순수하게 내 정신의 일부를 집어넣은 아바타가 같은 묘기를 부릴 수 있을까?
따라 하려고 한다면 가능은 할 것이다.
하지만 저 과정에 온 신경을 쏟아야 간신히 따라 할 수 있겠지.
저놈처럼 숨 쉬듯이 자연스럽게 펼쳐 낼 수는 없었다.
‘괴물은 괴물이야.’
각성 능력들을 활용하는 숙련도 자체가 백전노장과 같았다.
실제로 그런 삶을 살기도 했고.
묘기를 부리며 자신을 공격하는 엘프들에게 반격을 가하면서도, 그의 시선은 오로지 한곳을 향하고 있었다.
우우웅―
푸르게 빛나는 두 눈동자.
투시 능력이 세계수 밑쪽으로 자욱하게 낀 안개와 나무 껍질을 꿰뚫고, 세계수의 뿌리 부분을 보여 줬다.
복잡하게 얽혀 있는 세계수의 굵은 뿌리와 그 중앙에 거대하게 생성된 공동.
엘프 놈들의 본진이었다.
그 순간.
슈슉―
텔레포트를 사용해 그곳의 중심으로 이동했다.
투시와 텔레포트의 조합.
나도 자주 사용했던 조합이었다.
인공 지능인 아리가 가장 두려워했던 능력이기도 했고.
그만큼 치명적이었기 때문이다.
‘세계수의 심장은 뿌리의 중심에 있다.’
또 다른 나의 기억 속에서 세계수가 어떻게 잡아먹히게 됐는지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세계수의 힘을 집어삼키기 위해서는 심장 역할을 하는 핵을 포식해야만 했다.
그리고 그 심장의 위치가 있는 것은 바로.
“후우.”
현재 아바타가 침입한 곳이었다.
정말로 눈 깜짝할 사이에 세계수의 중심으로 침입한 것이다.
아바타가 감성에 젖은 표정으로 혼잣말 했다.
“그때는 여기까지 오기 위해 생고생을 했었는데 말이지…….”
알고 있다.
비록 간접적인 경험이었지만, 기억 속에서 그는 처절한 전투 끝에 저곳에 입성했었다.
무수히 많은 엘프를 죽이고, 그보다 더 많은 동료의 피를 바치고 나서야 도달할 수 있었던 곳이다.
“감개가 무량하네.”
그가 비틀어진 웃음을 지은 채 고개를 들었다.
지하 깊숙한 곳에 생성된 공동임에도 불구하고 환한 빛이 공동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거대한 공동의 가운데, 기둥 역할을 수행하는 두꺼운 뿌리에서 쏟아져 나오는 빛이었다.
세계수의 뿌리가 흩뿌리는 생명의 빛 덕분에 공동 안쪽에는 작은 숲이 생성되어 있었는데, 충만한 생명력 덕분에 어딘가 몽환적인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나무들 사이로.
“감히.”
강렬한 적대감이 담긴 눈빛 수백 개가 아바타를 향하고 있었다.
“더러운 해충 따위가 성역에 들어오다니.”
일부라고는 해도 세계수의 힘을 흡수한 덕분일까? 엘프들이 하는 고유 언어의 뜻을 알아들을 수 있었다.
엘프들이 살기를 뿜어 댔고, 아바타는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히죽 웃었다.
“오랜만이네.”
국소 지역에 전개된 천리안이 아바타를 둘러싸고 있는 병력의 규모를 알려 주고 있었다.
쥐새끼 한 마리 빠져나가지 못할 만큼 촘촘한 포위망을 형성한 엘프들이 수백.
그 뒤로 다시 수백의 엘프들이 활시위를 팽팽하게 당긴 채로 이쪽을 조준하고 있었다.
합치면 거의 천여 명에 육박하는 규모.
게다가 하나하나가 강렬한 존재감을 내뿜고 있었다.
아바타가 나타난 것과 거의 동시에 포위망을 형성한 것만 봐도 이들의 능력을 짐작하는 게 가능했다.
「하이엘프(Lv. 51)」 「하이엘프(Lv. 50)」 「하이엘프(Lv. 51)」 「하이엘프(Lv. 52)」
하나하나가 50레벨이 넘어가는 엘프들.
게다가.
「세계수의 수호자(Lv. 62)」
엘프들의 대표로 보이는 수호자의 경우 가신들 기준으로 만렙인 60을 넘긴 괴물 중의 괴물이었다.
뿐만 아니라.
우웅-
이곳은 세계수의 영역.
그중에서도 가장 중심부였다.
집구석 영역에 비교하자면 우리 집과도 같은 공간인 것이다.
똥개도 자기 앞마당에서는 절반을 먹고 시작한다.
하물며 신격을 가지고 있는 존재의 영역이라면?
우우우웅―!
숲 전체에서 강렬한 에너지가 쏟아져 나왔다.
익숙한 초록빛의 에너지.
세계수의 생명력이었다.
동시에 아바타를 포위하고 있던 엘프들의 존재감이 한층 더 강렬해졌다.
그럼에도 아바타는 태연했다.
“확실히 내가 죽였던 놈들보다는 훨씬 수준이 높네. 근데―.”
전조 없이 사라진 아바타가 나타난 것은 수호자의 뒤편.
푸욱!
그대로 그의 손이 수호자의 심장을 꿰뚫었다.
아바타가 나직이 중얼거렸다.
“예상했던 것보단 약한데? 본체가 겨우 이 정도야?”
“언…제……?”
그의 선공으로 싸움이 시작됐다.
수많은 화살이 날카로운 파공성을 내며 쏘아졌다.
바깥에서처럼 자신에게 쏘아진 화살을 활용해 반격하는 묘기를 부릴 수는 없었다.
아무런 힘도 담겨 있지 않던 조금 전과는 달리 화살 하나하나에 단단한 힘이 깃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성지에서 쏟아지는 세계수의 생명력이 엘프들의 능력을 극대화해 주고 있었다.
아바타는 반격을 가하는 대신 텔레포트를 사용해 가볍게 포위망에서 벗어났다.
그가 나타난 곳은 포위망의 바깥 부분.
그곳에서.
화르륵!
주먹에 검은 기운을 피워 냈다.
그리고.
콰아아앙!
[3,000,000,000 원이 소모됩니다.]검게 타오르는 거대한 주먹이 엘프들을 휩쓸었다.
[하이엘프(Lv. 50)을 사냥하셨습니다.] [하이엘프(Lv. 51)을 사냥하셨습니다.] [하이엘프(Lv. 50)을 사냥하셨습니다.]……
……
‘임팩트 버스트…….’
불사의 군단과 전투를 벌이며 만들어 낸 기술이었다.
조금 다른 점은 그보다 완성도가 훨씬 높다는 점이다.
기술의 규모, 담긴 힘의 크기, 기운의 흐름.
그 모든 것이 압도적이었다.
그리고 결과는 깔끔했다.
“악신의 사도였구나!”
가장 레벨이 높았던 수호자를 제외하면 모든 하이엘프들이 전투 불능에 빠졌다.
단 한 방으로 정리를 끝낸 것이다.
아바타는 수호자를 바라보며 텔레파시를 보냈다.
[살아 있었냐?]잠시 움찔했던 수호자는 이내 자신의 가슴을 자랑스럽게 내밀며 말했다.
“어머니의 축복이 함께하는 한, 나는 죽지 않는다.”
아바타의 손에 꿰뚫렸던 그의 가슴은 어느새 멀쩡하게 회복되어 있었다.
그리고.
우우웅!
초록빛 기운이 수호자에게 몰려들더니, 그의 등 뒤로 요정의 날개가 나타났다.
그 모습이 꼭.
‘페어리랑 똑같네.’
꾸드드득
땅에서 자라난 나무뿌리가 수호자의 곁에서 솟아났다.
수호자가 그것을 붙잡자 검의 형상으로 변이되었고, 아바타를 향해 달려들었다.
세계수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은 수호자가 맹렬하게 달려들었으나.
임팩트 버스트에는 검은 기운, 신격이 담겨 있었다.
그 말인즉슨, 힘만 충분하다면 세계수의 축복을 정면에서 박살 내는 게 가능하다는 뜻이다.
퍼어어엉!
[30,000,000 원이 소모됩니다.]아바타가 사용한 임팩트 버스트 한 방에 전신이 터져 나갔다.
[아바타가 해당 몬스터의 경험치와 정산금을 변환합니다.] [스킬 포인트를 획득합니다.] [스킬 포인트를 획득합니다.] [스킬 포인트를 획득합니다.]아바타의 특성상 경험치와 정산금은 하나도 얻지 못했지만, 대신 스킬 포인트를 세 개나 얻을 수 있었다.
성지에 있는 엘프들을 모조리 박살 낸 아바타가 조용히 걸어갔다.
살아남은 엘프들은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물러났다.
그들을 바라보는 아바타를 향해 말했다.
[그만. 이제 충분해.]“쯧.”
가볍게 혀를 찬 아바타가 공동 가운데를 올려다봤다.
두꺼운 뿌리의 중심.
세계수의 심장이 있는 곳을 찾기란 너무 쉬웠다.
가장 방대한 생명력이 뿜어져 나오는 곳이었으니까.
아바타가 그곳을 향해 텔레포트를 사용했다.
슈슉―
하나의 거대한 기둥처럼 보였던 그것은 수십 개의 뿌리가 얽혀 만들어진 것이었다.
얽혀 있는 뿌리를 힘으로 밀어내자 내부의 모습이 드러났다.
우우웅-
생명력이 충만한 공간.
그 중심에 집채만 한 크기의 무언가가 자리 잡고 있었다.
열매 같기도 했고, 단순히 뿌리가 부풀어 오른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것을 중심으로 수십 개의 나무뿌리가 사방으로 뻗어 나가고 있었다.
‘찾았다.’
세계수의 심장이었다.
아바타가 다가가자.
파지직―!
세계수의 심장을 중심으로 그를 보호하는 막이 생성되어 있었다.
집구석 선포를 하면 생성되는 방어막과 비슷한 부류의 힘.
아바타는 그것을.
화르륵!
검은 기운을 활용해 거침없이 찢어발겼다.
쿠구구구!
그와 동시에 뿌리가 뒤흔들렸다.
그리고.
꽈드드득!
뿌리가 움직이며 아바타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우우웅!
아바타의 전신에서 뿜어져 나온 세계수의 생명력과 대면한 순간, 맹렬한 기세로 뻗어 오던 세계수의 뿌리가 그대로 멈춰 버렸다.
저벅-저벅-
아바타는 아무런 방해 없이 세계수의 심장에 도달했고.
화르르륵!
검은 불꽃이 심장을 집어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