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Dweller RAW novel - Chapter (251)
252화 [Episode 54] 땅따먹기 (3)
아프리카 대륙의 중심에서 검은 태양이 떠올랐다.
차례차례 불을 뿜던 열 개의 화염구가 금세 하나로 합쳐지더니, 이내 하나의 거대한 화염구가 되었다.
세계수를 집어삼킨 화염구는 지상에 현신한 작은 태양이나 다를 바 없었다.
검은 기운을 가득 머금은 검은 태양이 크게 부풀어오르며 하늘 위로 치솟았다.
불기둥은 거침없이 하늘을 꿰뚫었고, 성층권 위쪽에 거대한 버섯구름을 만들어 냈다.
사방으로 퍼져 나간 충격파가 아프리카 대륙을 뒤흔들었다.
콰과과과과!
이미 세계수의 등장으로 엉망진창으로 변한 대륙이었지만, 강화된 핵폭발이 대재앙에 방점을 찍었다.
검은 불기둥은 몇 분이 훌쩍 넘도록 지속되었고, 그만큼 치명적이었다.
곧이어 폭발의 진원지는 블랙홀이 되어 주변의 모든 것들을 무서운 기세로 집어삼켰다.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세계수가 있었던 자리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세계수가 있던 자리로부터 반경 100km가 넘는 지역이 그야말로 증발했으며, 거대한 크레이터가 생성되어 있었다.
크레이터 속에는 부글부글 끓고 있는 용암이 호수처럼 자리하고 있었고, 세계수가 등장하기 이전 숲이었던 그곳은 삭막한 암석 지대로 변했다.
그나마 숲의 형체를 남길 수 있었던 것은 반경 수백 킬로미터 밖에 있는 지역이었다.
그렇다고 그곳도 정상은 아니었다.
모든 나무가 부러지거나 뿌리를 드러내고 드러누워 있었으며, 불타고 있었다.
실로 어마어마한 위력.
나라 하나 정도는 가볍게 멸망시켜버릴 만큼 치명적인 위력이었다.
‘그나마 억제 시킨 게 이 정도라니…….’
물론, 위력을 말하는 게 아니었다.
상대는 세계수.
여러 차원을 아우르는 거대한 놈의 신격을 직접 마주했던 나다.
일부러 핵폭탄의 위력을 줄이거나 하는 오만한 짓은 하지 않았다.
억제된 것은 폭발의 여파.
강화에 성공한 10개의 핵탄두 중 메인이 되는 하나가 폭발의 위력을 중앙으로 밀집시키는 스킬을 가지고 있었다.
에너지가 사방팔방으로 뻗어 나가는 폭발이 아닌 타격 지점으로 에너지를 모아 준다는 소리다.
덕분에 강화 핵탄두 10개가 가진 에너지를 온전히 한곳으로 집중할 수 있었다.
게다가.
‘신력이 모든 에너지를 집어삼켜 버렸는데 말이지.’
핵폭발은 고스란히 검은 기운에게 흡수되어 세계수를 불태우는 에너지원으로 사용되었다.
그 덕에 방사능 오염을 방지할 수도 있었다.
지지직―
아프리카 대륙의 현황을 보여 주고 있던 거실 티비가 지지직거렸다.
“왜 그래?”
잠시후 인공위성들과의 통신이 복구되었고, 다시 아프리카 대륙의 모습이 나타났다.
‘분명 힘 조절은 한 셈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프리카 대륙에 구멍이 생겼네.’
그 위력이 상상을 초월했다.
인공위성이 찍은 사진을 보면 정말로 아프리카 대륙 한가운데 거대한 구멍이 뚫린 것처럼 보일 지경이었으니까.
아무튼, 이제는 다시 진입해도 될 것 같았다.
[김 건씨. 진입해 주세요.]핵탄두를 떨어뜨린 직후, 허공에 생성한 북대문을 통해 잠시 피신해 있었던 김 건이 다시 허공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에게 붙여 둔 절대자의 눈으로부터 후끈하게 달궈져 있는 공기가 느껴졌다.
그러나 김 건은 한계돌파까지 마친 70레벨.
이보다 훨씬 뜨거운 공기 속에 있어도 아무런 피해도 입지 않을 정도로 튼튼한 몸을 지니고 있었다.
더군다나 허공에 잔류해 있는 열기에 깃들어 있는 신격은 검은 기운.
오히려 편안함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어찌 됐든 핵폭발이 있었던 직후에 김 건을 보낸 이유가 있었다.
핵폭발이 모든 것을 삭제시켜 준 덕분에 굉장히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찾았다.’
크레이터의 중심부.
원래라면 세계수가 뿌리를 내렸을 자리.
그곳에서 강렬한 생명력을 내뿜고 있는 세계수의 심장을 발견할 수 있었다.
[조금만 가까이 다가가 주시겠어요?]김 건이 가까이 다가가자 세계수의 심장을 둘러싸고 있는 영역이 발작하듯 부르르 떨었다.
가신들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내 영역에 반응하고 있는 것이다.
‘소환.’
김 건의 주변에서 네모난 덩어리 하나가 소환되었다.
그 직후.
우우웅!
반경 15m의 안전지대가 생성되었다.
암석 골렘의 심장에 일정 확률로 부여되는 [안전지대] 효과였다.
땅에 심은 암석 골렘 심장을 땅과 함께 그대로 퍼서 창고에 보관해 둔 것이다.
이렇게하면 지금처럼 즉석해서 이동 가능한 안전지대가 만들어진다.
하지만.
파지직!
암석 골렘의 심장이 만들어 낸 [안전지대]는 세계수의 심장이 만들어 낸 영역에 닿자마자.
파사삭-
힘없이 바스라지며 그 힘을 잃었다.
‘양산형 가지곤 어림도 없다 이거지?’
가신들이 만들어 내는 영지도 단숨에 부숴 버린 신격이었다.
아바타가 공략했던 뿌리의 중심보다도 오히려 더 격이 높은 존재.
당연히 이깟 양산형 제품으로 만들어 낸 영역으로는 비빌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지.’
격이 부족하다면, 그 격에 맞는 대우를 해 주면 그뿐.
‘영역 전개.’
김 건 또한 신뢰도와 충성도를 둘 다 100을 달성한 내 사람이었다.
우우웅-
내 영역이 빠르게 뻗어 나갔고, 세계수의 영역과 충돌했다.
파지직!
그러나 이번에 바스라지는 것은 내 영역이 아니라 세계수의 영역 쪽이었다.
그야 이 영역은.
‘강림.’
강림을 위한 사전 준비였으니까.
번쩍―
빛이 번쩍이고, 다음 순간.
내 눈앞에는 세계수의 심장이 있었다.
그것도 지금까지 봤던 그 어떤 심장보다도 강렬한 에너지를 품고 있는.
“직접 보는 건 처음이네.”
꼴을 보아하니 세계수도 이런 막대한 화력을 예상하진 못한 듯했다.
솔직히 말하면 나도 이 한 방에 정리되리라곤 생각지 못했다.
이후에 있을 싸움에 대비해 가신들을 전투 태세로 준비시켜 두기도 했고.
“너무 시간을 많이 줬어.”
나는 천천히 세계수의 심장 위로 손을 올렸고.
‘포식.’
내 본연의 힘을 발휘했다.
그 순간 전신에서 뿜어져 나온 검은 기운이 세계수의 심장을 덮쳤다.
아바타의 그것과는 약간 다른 모습이었다.
마찬가지로 검은 기운이 주를 이루고 있었지만, 두 개의 점이 형형색색의 빛을 내고 있는 모습.
마치 검은 늑대의 눈처럼 보였다.
곧이어 검은 늑대가 입을 크게 벌렸고.
으적!
세계수의 심장을 씹어먹었다.
[격이 높은 신격을 흡수하였습니다.]이제껏 느껴 보지 못했던 막대한 신격이 시스템 전체로 흡수되는 것을 느꼈다.
내 안의 우주가 한층 넓어지는 기분.
그 기분을 만끽하고 있던 순간.
[왜애애애애앵.]주머니 속에 있던 스마트폰에서 아리가 사이렌 소리를 뱉어 냈다.
“……무슨 일이야?”
[북극 상공에 세계수 출현. 현재 증식하고 있습니다.]“뭐……?”
스마트폰 액정에 아리가 북극의 상황을 담은 영상을 띄워 줬다.
그곳의 상공에 거대한 나무 뿌리가 뻗어 나오는 중이었다.
하늘 위에 오로라인지 세계수의 생명력인지 모를 빛이 장막처럼 드리워져 있었다.
‘미친.’
아프리카 대륙에 자라난 것보다는 훨씬 규모가 작아보이긴 했지만,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이곳에서는.
‘……엘프들?’
절대자의 눈으로 보는 게 아니라 정확한 수준을 알 순 없었지만, 요정의 날개가 달려 있는 것을 보면 최소 60레벨 이상이란 소리였다.
그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아프리카 대륙에 세계수가 자라나기 시작한 지 이제 겨우 일곱 시간.’
바꿔 말하면 세 시간만에 놈을 처리했다는 뜻이기도 했다.
믿을 수 없을 만큼 빠른 속도로 처리한 셈이었다.
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미리 이런 상황을 대비하고 있었다는 것과.
‘핵의 도움 덕분이지.’
핵의 영향력이 굉장히 컸다.
쇠구슬 메테오가 아무리 강력하다고 해도 단순히 물리력만을 극대화시킨 공격과 원자 융합으로 발생하는 폭발은 발생하는 에너지부터가 차원이 달랐으니까.
하지만.
‘핵은 여러번 사용할 순 없다.’
엉망진창이 된 아프리카만 봐도 알 수 있다.
불지옥이 현세에 재현된 모습.
지구 전체를 불바다로 만들 생각이 아니라면 여러 번 사용할 수단은 아니라는 소리다.
그 효과가 너무 극단적이니까.
내가 이것을 고려하는 이유는.
‘겨우 7시간 사이에 새로운 세계수가 발아아히 시작했다는 건…….’
[왜애애애애앵.]생각하기 무섭게.
[대서양에 세계수 출현.]예상했던 일이 벌어졌다.
‘역시…….’
이대로라면 지구 전체에 세계수가 쏟아져 나올 판이었다.
으득-
‘어떻게 하지?’
그때.
새롭게 받아들인 세계수의 힘이 모두 흡수되었다.
그리고.
[조건을 충족시켰습니다.] [‘차원 지도’가 활성화됩니다.]‘아!’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과 동시에 주변의 풍경이 일변했다.
‘여긴……?’
사막인 것 같기도 했고,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하나 확실하게 느껴지는 것은.
‘저건…….’
공간의 중심에 자리잡은 거대한 나무 한 그루.
아니, 전선으로 이루어진 크리스마스 트리처럼 보이기도 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아 있는 거대한 나무와 땅속 깊이 자라나 있는 광범위한 뿌리의 모습을 형상화한 전선.
그것은 전기가 통하지 않는 전선과도 같은 모습을 보여 주고 있었다.
그런데.
그 거대한 나무의 메인 뿌리 중 하나가 활성화되어 있었다.
파지직―
기다란 뿌리 하나.
굉장히 친숙한 느낌을 받았다.
곧바로 알 수 있었다.
그 뿌리가 바로 시스템에 흡수된 세계수의 신격 일부라는 것을.
그리고 이것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 건지도 쉽게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때였다.
[5,000,000,000,000 원이 소모됩니다.]5조.
이런 규모로 돈을 사용해 재끼는 것은 하나밖에 없었다.
그 직후.
지이이잉―
방금 흡수한 규모와 거의 흡사할 정도로 거대한 힘이 스며들어오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
파지직!
차원 지도의 한 부분이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이쯤되면 이곳이 어떤 곳인지 모를 수가 없을 정도다.
‘세계수가 있는 차원을 가르쳐 주는 지도.’
차원 지도의 기능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비활성화되어 있는 지역을 터치하자.
[해당 차원으로 이어지는 차원문을 개방하시겠습니까?]비록 활성화된 뿌리의 근처에만 해당하긴 했지만, 충분했다.
비활성화되어 있는 차원 지도가 어디로 가야 할지 길을 알려 주고 있었으니까.
지금까지 정확한 규모도 길도 모르는 거대한 미로를 헤매고 있었다면, 지금은 내 손에 말 그대로 지도가 생겨난 셈이었으니까.
이젠 어디로 가야 하는지, 어디로 가면 되는지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세계수의 심장이 있는 위치는 뿌리의 중심.’
그렇다면 당연히.
‘진짜 심장이 있는 곳은…….’
비활성화 되어 있는 전선을 헤집고 들어가 정확한 위치를 집어냈다.
뿌리의 중심.
항상 그 심장이 자리잡고 있던 그곳.
그곳에는.
‘역시.’
비활성화된 전선이 얽혀 있는 모습의 심장이 그곳에 자리잡고 있었다.
활성화된 뿌리와 이곳까지의 거리를 가늠해 봤다.
아직은 터무니없이 멀긴 하지만.
‘최소한 헤맬 일은 없다.’
이제 해야 할 일은 한 가지.
‘차례차례 세계수의 심장을 점령해 나가는 것.’
땅따먹기하듯이 하나씩 정복해 나가면 그만인 것이다.
더 이상 차원 이동의 위험을 고려하여 아바타만을 보낼 필요도 없어졌다.
‘게다가 다른 차원이라면.’
그것도 세계수가 완전히 점령하여 엘프들만이 넘쳐나는 세상이라면.
‘핵을 퍼부어도 부담이 없지.’
이판사판.
죽느냐 사느냐.
저쪽에서 전력을 다해 들어오는 만큼, 이쪽도 전력을 다해서 쳐들어간다.